오후 3:30 비행기니 우리에겐 오전이 있습니다. 짐을 싸서 숙소에 맡겨 놓고, 지하철역까지 걷습니다. 목표인 자금성은 고궁박물관. 웅장한 건물 등 볼 게 많겠지만, 우리는 불상을 찾아 직진.
자녕궁, 대불당, 양심전, 어화원에 불상이 있다는 정보를 갖고 쾌속 전진.
그런데, 천안문동 지하철역에서 자금성 입구까지 거의 1킬로미터를 걷게 동선이 짜여 있어 시작도 전에 지치려고 합니다.
개장 시간 8:30에 맞춰 갔는데 인파가 넘실댑니다. 자금성의 정문이자 남문인 오문(午門)입니다.
자금성은 역시 거대하더군요. 사진은 정전인 태화전입니다. 그 건물을 우측에 두고 쭉 치고 올라가면 됩니다.
첫 번째 목적지인 자녕궁(慈寧宮)으로 가는 길에는 중국답지 않게 사람이 없습니다. 궁의 북서쪽입니다.
자녕궁 약도입니다. 베이징관광국 홈페이지 ( https://www.visitbeijing.or.kr/article/47NWhzZREHK )에 따르면 조소 회췌관(雕塑荟萃馆), 한당 도용관(汉唐陶俑馆), 전석 회상관(砖石画像馆), 수덕 백석관(修德白石馆), 불교 조상관(佛教造像馆)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전시품은 425개라고 합니다.
중앙 회췌관, 오른쪽 아래 백석관, 회체관 뒤 조상관 세 곳에 불상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럴 일은 없으시겠지만, 회체관 뒤에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있습니다. 불상은 시대별로도 풍부합니다. 그간 못 봤던 남조, 대리국, 오호 등의 불상도 수량이 적긴 하지만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카페의 기치죠. 알아서 배워서 남주자! 불상 나가십니다~ 사진 중 아! 좋다 싶은 것은 세종아빠님 또는 윤스리스리님의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간 답사기는 세 명이 함께 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불상의 시대가 들쭉날쭉합니다. 전시는 대체로 비슷한 시기끼리 모여 있기는 했으나, 전시 공간이 세 군데라 엉킬 수밖에 없네요.
북조 중 북제 석불. 삼존불로 전시하고 있으나, 출처가 다른 듯 안내 팻말에 그렇게 나옵니다. 첫 사진에 나온 사람들과 비교해 보세요. 대형 불상입니다.
북위 석비. 본존 표정이 좋습니다, 흐뭇합니다. 우리라면 석조여래삼존입상이라고 부를 텐데, 현지 안내문에서 석비랍니다.
북제 석조보살입상. 오른 무릎을 살짝 꺾었네요. 3굴의 초기 모습인 듯합니다.
비슷한 무늬를 어디서 보셨지요? 수나라 석조보살입상. 앞선 북제 것보다 좀더 날씬해지고 화려해졌군요. 스타일은 가져오면서요.
요나라 목조보살입상
요나라와 동시대 남송 목조보살입상.
북위 석조상비(石造像碑). 역시 안내문에는 석비라고 나옵니다. 며칠간 본 북위 불상과 이질적인 부분이 많아 의아스러운 불상입니다. 본존 두광과 상현좌의 무늬가 도식화된 직선으로 날카로운데, 그런 예를 못 본 듯합니다. 협시 대좌의 오징어 다리 또한 그렇습니다. 감탄을 유보합니다.
북조 시대부터 당나라까지 두 불상이 함께 있는 상이 엄청 흔하고, 다양한 존상이 함께합니다. 북위 금동석가다보병좌상. 489
동위 석가다보불병좌상
북제 관음보살병입상. 562
미륵불도 나란히.
수나라 미륵보살병좌상. 현지 안내문 명칭은 뇌매조 석쌍사유상(雷买造石双思惟像) 602년
수나라 보살병입상
당나라 석가다보불병좌상. 657
아미타불도 나란히. 당나라 아미타불병좌상 722
교각상도 많습니다. 북제 미륵보살교각좌상. 561
반가사유상 역시 많아요. 북제 556
북제 551
동위 관음보살입상 543
당나라 보살입상. 3굴이 또렷합니다.
당나라 석조태자상. 희한한 모습입니다.
동위 보살입상. 광배 뒤에 여인인지 보살인지 모를 상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사유보살상이 있다고 나옵니다.
북위 석조여래입상 527
아 즐겁다. 이번 답사의 표정입니다. 북위 석조여래입상 524
당나라, 도자기로 구운 흑인 인형. 안내문에는 도곤륜노용(陶昆仑奴俑) 국제적인 나라 당나라는 흑인마저 노예로 수입했군요. 뭐든 하고 싶지 않은 표정입니다.
서진(265-316) 석조불상. 매우 이른 시기의 불상입니다.
명 만력간, 도제포대화상좌상
청나라 불상도 아름다울 수 있다. 목조보살좌상
청나라, 특이한, 관수산 옥제 나한
16국(304-439), 사자좌에 앉은 여래좌상. 남북조 직전 역사입니다.
16국, 보살입상
수나라 관세음상 590 우리식으로 이름 지으면 관세음보살삼존상이 적당할까요? 관음보살을 주존으로 모셨습니다.
요나라, 턱수염 난 관음보살좌상. 태평(太平) 2년(1022)
요나라 관음보살좌상
대리국(937~1253), 천수관음보살좌상
누구실까요? 달마입니다. 명나라.
청나라 관음보살좌상. 구성, 몸, 얼굴 다 개성이 넘칩니다.
명나라 영락간(1403-1424) 존성불모상(尊胜佛母像) 발걸음을 붙잡는 아름다움.
청나라 백도모상(白度母像). 관세음보살의 화신입니다. 도모는 산스크리트어로 Tara입니다. 밀교에서 여성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부지런히 본다고 봤건만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 3시간을 보고도 간신히 자녕전 영역만 훑었습니다. 대불전은 자녕전 영역에 들어 있어서 해결. 이제 귀국길을 서두릅니다. 역순으로 걸어서 숙소까지 가 짐 찾아 택시 타고 공항으로 갑니다.
귀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벌써 다음 답사를 모색하는 열혈 답사객. 석별은 없습니다. 금세 어느 답사 길에서 우리는 만날 테니까요.
첫댓글 자다 깨서 1빠로 읽음ㅋ
첫 해외답사를 야무지게 하고 돌아옴을 ㅊㅋㅊㅋ
정말 답사다운 답사였음. 두 분께 감사 드릴 따름. 쌩유.
요즘
국내에 중국 불상이 많이 유통되는데
무조건 짜가라고 할 수도 없겠습니다
넘치고 넘치니...
네, 게다가 중국내 복제의 역사가 길다 보니 정확한 감별은 참 어렵겠습니다. 출토지가 확실한 상과 20세기에 발굴된 상을 바탕으로 시대의 기준을 잡는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엄청난 수량의 불상을 보니까 중국 불교 서적에
왜 항상 불상의 정면상 사진만 있는 지 이해가 됩니다
불상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관점에 변화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닌 지..
수고하셨습니다^^
돌아와서 다른 에피소드도 들려주세요~~
네, 북조에서 수당에 이르는 흐름이 얼추 보입니다. 별바다님이 직접 보시면 공부가 훨씬 깊고 넓어지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자금성에만 꼬박 2일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없으면 자금성에 갇혔다가 귀국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ㅎ
청나라 관음보살좌상은 조각상으로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며칠동안 같이 답사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여독이 밀려옵니다.
세 분 모두 여독 잘 푸시기 바랍니다~!
저는 하루을 온통 써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무애님은 깊이 보시는군요.
함께 읽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보고 또 보고 할 답사기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륙의 스케일..여름이 기대됩니다..
부럽습니다 ㅎ
이십여년전에 가본 자금성...사람들로 복작복작...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자금성의 불상도 어마무시하군요
덕분에 앉아서 공부 잘 합니다
네, 엄청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되는 여정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답사기를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새벽 1시, 2시까지, 때로는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정리하시느라 고생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하고 보람찬 답사였습니다.
또르님, 윤스리스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세종아빠님의 기획이 없었으면 없었을 답사. 윤스리스리님의 실무 역시 너무도 큰 부분이었습니다. 저야 답사기라도 써서 편승의 부끄러움을 조금 피한 듯합니다.
다시 뭉칠 기회가 생길 때 동행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이 답사한것 같은 느낌이 드는 최고의 답사기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풍부한 사진자료, "찍어서 남주자"에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론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중국 무시하면 않되겠네요ㅎ)
중국이 문화유산만 보면 무시는커녕 원류를 찾아야 할 곳입니다. 이제 사람들의 생활도 예전 생각을 갱신해야 할 듯합니다. 대체로 어디든 쾌적합니다.
자금성 박물관을 이제 알았으니 다음에는 꼭…
한나절은 확보하십시오~
와 ~ ~
대단한 답사요, 유쾌한 트리오... ㅎ
답사기 쫒아 가기도 힘들만큼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고마워유 ~
천천히 읽어 보셔요.
감사합니다~
불상의 표정들이 모두 참 좋으네요.
세 분의 표정을 보는듯요.
3시간을, 이틀을 보셨다는 자금성!
저도 3시간쯤 돌아본것 같은데
건물들과 사람들만 보고 다녔네요 ㅠ
병 나지않게 휴식 잘 하셔요.
덕분에 행복한 며칠이었습니다.
감사해요~
네, 소매님. 함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대하드라마를 본 느낌이랄까?
정말 감사합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사이에 얼굴이 검게 탔어요
얼마나 종종걸음으로 다니셨을지 ...
출중한 세 분의 능력이 빛나는 답사
부럽습니다
충전 잘 하시어 5월 답사때 말로하는 후기 기대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저는 이번 답사에 동행하지 못합니다ㅠ
세종아빠님과 윤스리스리님께서 풀어 주실 겁니다.
쭉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