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7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2층 대강당에는 500여 명의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모였다.
강남구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안)’에 대한 첫 주민설명회 열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설명회는 강남구가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자료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참석했다.
올 초 안전진단을 통과한 은마아파트(4424가구, 1979년 준공)는 에이앤유(A&U) 그룹과 선진엔지니어링이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맡았다.
강남구청은 용역업체가 제안한 안 중 소형주택의무비율을 적용한 2대 4대 4 방식을 선택했다. 용역업체가 제안한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임대주택 731가구를 포함해 총 5605가구로 재단장하게 된다. 주택형은 기존 101, 115㎡ 2가지에서 102㎡, 108㎡, 135㎡ 등으로 다양해진다.
에이앤유 그룹 윤혁경 사장은 “2대 4대 4 방식을 적용하면 60㎡ 이하 소형부터 100㎡ 이상 대형까지 주택형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어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50대 이상 주민이 전체 주민의 70%에 달한다. 윤 사장은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모든 주민들이 기존 집보다 크기를 늘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민 중에도 자식들을 출가시킨 노인들은 큰 집보다는 분담금 없이 작지만 깨끗한 집에 사는 것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초고층‧상가 개발 등 걸림돌될 듯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비계획(안)에 대한 40여 분의 설명이 끝나고 이어진 주민 질문 시간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조병호 위원장은 “정비계획 관련해서 주민들은 물론 추진위원장인 나도 사전에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서울의 다른 재건축 단지 중에 공공관리제에 대한 반발로 사업이 무산된 사례도 있는 만큼 미리미리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용역업체가 제안한 아파트 높이(180m)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주민은 “층당 높이를 3m만 잡아도 60층이란 얘긴데 일반주거시설을 이렇게 초고층으로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초고층으로 계획하면서 내진설계에 대한 설명도 없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은마상가 분리‧통합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용역업체는 은마상가 부지를 대지지분에 맞게 획지로 분할하는 것과 아파트와 상가를 통합해 재건축을 시행하는 안을 제안했다.
윤 사장이 상가 세입자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아파트 주민과 상가 세입자들간 의견 조율을 권유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한 주민은 “재건축 사업 추진 초기부터 10여 년간 상가쪽과 잡음이 있었는데 각각의 단체를 만든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대립하라는 것 밖에 안되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분담금에 대한 질문에 윤 사장은 “정비계획이 결정되고 해당 시점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아직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주민들의 질문에 이날 설명회는 오후 8시 반이 되어서 마무리됐다. 강명훈 도시환경국장은 “오늘 주민들에게 설명한 정비계획은 말 그대로 ‘안(案)’일 뿐인 만큼 이 ‘안’을 토대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최적화시키겠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면 주민설명회를 얼마든지 열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