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곧 쏟아질 것 같다.
서울에 가지 않는 이번 주말에 해남에 있는 두륜산과 달마산 산행을 예정하였었는데
토요일날 일이 생겨 가지를 못하였다.
아쉽게도 1박 2일 산행계획이 어긋났지만, 하루라도 산행을 할려고 하니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8시에 만나서 선운산을 가기로 하였는데 출발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출발부터 비를 맞으면 산행을 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전날 과음을 하였다는 정사장을 대신하여 선운사까지 운전을 하고 가는 동안에도 비는
조금씩 계속 내린다. 가끔은 굵어지기도 하고....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마치니 빗발이 더욱 굵어진다.
비닐 우의를 꺼내어 입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모처럼만의 가을비!
가을 가뭄을 해갈하기 위해서는 더욱 믾이 내려야 하지만, 산행을 시작하는 등산객으로서는
즐거운 기분이 아니다.
매표소 - 마이재(1.4km / 1.4km - 0:26 / 0:26)
매표소를 출발하여 선운사 까지는 단풍철을 맞아 많은 행락객이 보인다.
선운사 못미치어 우측으로 석상암과 마이재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골짜기 전체가 녹차
밭 이랑이 반겨준다. 아직은 보성 녹차밭 만큼은 아름답게 가꾸어지지는 않았지만
제법 많은 녹차밭이 간만에 내린 빗방울을 머금어 더욱 싱그러워 보인다.
석상암에 이르니 마이재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이는데도 등산객 몇이서 등산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듯 머뭇거리며 마이재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가뭄 탓으로 나뭇잎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 낙엽으로 변하여 등산로를 수 놓았다.
빗방울을 머금은 등산로는 먼지도 나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산행하기는 좋았지만
점점 젖어드는 바지의 빗물이 신발로 스며들 것이 걱정이 된다.
마이재에 도착하니 우측으로 경수산, 좌측으로 수리봉(도솔산)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보인다.
마이재 - 수리봉(0.7km / 2.1km - 0:16 / 0:42 )
잔풀가지를 헤치고 올라서니 드디어 바지에 젖은 빗물이 신발속으로 스며들어 차갑다.
수리봉까지는 제법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정상에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안개가 끼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건너편 사자암 능선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뒷따르는 등산객도 정상에 올라서고 견치산으로 갈 것이라고 일러주고는 곧바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수리봉 - 소리재(3.1km / 5.2km - 0:44 / 1:26)
수리봉에서 견치산으로 가는 등산로는 계속 내리막이라 비까지 내려 아주 미끄럽다.
창담암으로 가는 길이 더욱 좋기는 하지만 종주산행을 예정하였기에 좋지않은 등산로
이지만 과감히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조심스레 한참동안 고도를 낮춘다.
내려온 만큼 다시 견치산으로 오르막이 이어지고....
견치산 이정표는 보지 못했다. 아마도 잠시 머물러 조망을 구경하였던 평편한 곳인 것 같다.
산행 진행방으로 낙조대와 천마봉, 도솔암 뒷편의 암들이 멋들어지게 도열해 있다.
다시 계속 내리막 길을 한참 내려오니 소리재 이정표가 보인다.
제대로 등산로를 타고 있는 것인가 불확실하였는데 안심이 된다.
소리재 - 낙조대(1.0km / 6.2km - 0:19 / 1: 45)
얕은 오르막을 조금 오르니 나무계단으로 이어지고 곧 낙조대가 보인다.
학생들 10여명이 산행을 와서 바람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다.
대장금의 최상궁이 자살하였다는 낙조대,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발디딤돌로 사용
하기에 좋게 바위가 앞으로 조금 튀어나와 있다.
낙조대에서 처음으로 물한모금 마시고 청룡산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낙조대 - 청룡산(1.5km / 7.7km - 0:35 / 2:20)
낙조대를 출발하자마자 거대한 철계단이 반긴다.
바람이 강한 철계단을 오를때에는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써야 했다.
철계단을 내려오시는 사람들 중에는 구두를 신으신 분도 있다.
등산객이 아니라 도솔암쪽으로 관광오신 분들이 낙조대까지 올라왔다가 철계단으로
보고서 올라온 듯 하다. 위험하기 그지 없다.
철계단을 올라 봉우리에 올라서니 배맨바위와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훤히 보인다. 빗방울도 조금은 가늘어진듯 하고....
배맨바위를 지나 청룡산에 올라 인절미로 요기를 하고 출발하였다.
바닥도 젖어있고 빗방울이 계속 떨어지니 편히 앉아서 쉴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철룡산 - 쥐바위(1.0km / 8.7km - 0:22 / 2:42)
완만한 능선길을 편히 산책하듯 걸었다. 다 젖어버린 옷과 신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니
훨씬 마음이 편하다. 신발속에서는 철버덕 철버덕.....
쥐바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설치된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한다.
쥐바위를 내려오니 조그만 돌탑 십여기가 조성되어 있다.
한 돌탑 밑에는 조그만 금불상이 모셔져 있는 것으로 보아 기도를 드는 신도가 돌탑을 계속
쌓고 있는 듯 하다.
쥐바위 - 사자암(1.0km / 9.7km - 0:28 / 3:10)
당초 산행계획은 쥐바위를 지나 희여재-비학산-구황봉-매표소였으나 비가 계속 내려
중식을 먹기에 마땅치 않아 사자암쪽의 조금 짧은 산행으로 변경하였다.
중간중간 로프를 이용하여야 하는 semi-climbing 구간이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고....
옅은 안개에 휩싸인 사자암 건너편의 배맨바위. 낙조대. 천마봉. 도솔암 뒷편의 암벽군이
더욱 이채롭다.
청룡산에서 인절미로 간식을 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허기도 질 뿐더러 준비한
김밥과 간식. 과일. 복분자가 많은데 그냥 가지고 갈수 없어 먹고 가기로 하였다.
비가 오니 김밥은 먹을 수 없고 과일을 안주삼아 복분자주 한병을 마셨다.
빗물과 함께 먹는 복분자주와 과일,
맛과 향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마셔야 했다.
사자암 - 투구바위(1.0km / 10.7km - 0:21 / 3:31)
복분자주를 마시고 나니 속이 따뜻해져 온다.
계속된 빗속의 산행으로 몸이 상당히 차가워져 있었는데 복분자주가 들어가니 열기가
오른다. 더욱 조심스럽게 바위를 타야만 했다
투구바위에 도착하니 암벽을 타는 바위꾼들이 있다.
비를 머금은 바위를 타는 모습이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는데 나만의 생각인지.....
투구바위 - 매표소(0:47 / 4:18)
투구바위를 지나 조금 능선을 타다 휴게소로 내려서는 등산로를 벗어나 바로 산책로로
내려섰다.
빗속인데도 우산과 우의를 쓴 행락객들이 많다.
선운사 주변으로는 꽃이 진 꽃무릇(상사화)이 푸릇푸릇, 마치 마늘이 돋아나듯 올라와 있다.
국내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라 하며, 꽃이 피는 9월경에는 축제까지 열린다.
선운사를 지나쳐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동동주와 전어로 산행을 자축하였다.
비오는 날의 산행도 우중주와 비슷하지요. 시작 전에 내리는 비는 여간 성가신게 아니지만 일단 젖어버리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몇년전 산행갔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아무도 가지 않는 오솔길 따라 갔던 산, 이영재님 후기를 읽고 있으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 한조각이 생각납니다.
첫댓글 달리시거나 산행하시는 것에 항상 부러움과 경탄의 마음이 생깁니다. 근데 후기쓰실 때마다 놀라고 또 놀라지만 어떻게 시간재고, 거리재고, 그 시간에 어디서 뭐했는지 다 쓰면서 하시는거예요? 후기보면 내가 산행하는 것 같애요. ^_^
비오는 날의 산행도 우중주와 비슷하지요. 시작 전에 내리는 비는 여간 성가신게 아니지만 일단 젖어버리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몇년전 산행갔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아무도 가지 않는 오솔길 따라 갔던 산, 이영재님 후기를 읽고 있으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 한조각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