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중림동 성 요셉 아파트
중림동에 있는 약현성당에 대한 글을 쓰다가 <약현성당 기록화 보고서>에 나온 ‘중림동 상가아파트’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어 자료를 찾다보니 ‘중림동 상가아파트’를 탐구해볼 필요가 있어 현장답사를 다시 하고 글을 썼다. ‘중림동 상가아파트’의 정식명칭은 ‘성 요셉 아파트’다. 이 아파트에 대해 살펴보게 된 것은 특이한 이름 때문이기도 하다. 이름이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에 살펴보니 지도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다.
<약현성당 기록화 보고서>에 있는 약현성당 연혁에는 <중림동 상가아파트>와 관련된 내용이 셋 나온다. 첫 번째는 ‘중림동 상가 아파트 건립(1969.07.27.)’이란 내용이고, 두 번째는 ‘성 요셉 아파트 준공(1970.11.30.), 세 번째는 아파트 출입문 폐쇄(1978.04.16.)라는 기록이다. 이 내용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근처에 있는 서소문아파트(1971)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초기에 건립된 아파트 중 하나였다.
위에서 언급한 아파트에 대한 내용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내용은 아래 링크한 가톨릭 신문에 나와 있다.
<中林洞(중림동) 商街(상가)아파트 建立(건립)>
https://catholictimes.co.kr/article/article_view.php?aid=393580&acid=1
<중림동서 建立(건립)한 商街(상가)아파트 入住式(입주식)>
https://catholictimes.co.kr/article/article_view.php?aid=392922¶ms=page%3D6572%26acid%3D1
이 기사를 보면 해방 후 신자들에게 빌려줬던 대지를 중림동성당에서 회수하려 했는데 그 동안 점유하던 사람이 바뀌면서 다시 찾는데 어려움을 겪자 70세대 아파트를 지어 살게 해주면서 일부토지도 찾고 아파트 옥상을 성당에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 같다. 처음 지었을 때는 입주민 중에는 신자들이 있어 성당으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었지만 이후 빈번한 주민들의 통행으로 성당 분위기를 해치게 되자 78년에 연결통로를 없앤 것이 아닐까 한다.
중림동은 아직도 서울의 개발열풍에서 빗겨나 있다. 최근 중림동을 재개발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관련 서류를 찾아보면 앞으로도 ‘성 요셉 아파트’만큼은 재개발이 되지 못할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아파트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약현성당이 1977년 11월 22일에 사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지금 문화재 보호법으로는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성 요셉 아파트 주소는 중구 중림동 149번지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토지대장, 건축물대장에 의하면 이곳은 1종일반주거지역,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고, 지목은 종교용지다. 건폐율은 60%, 용적률은 150%, 대지면적은 1790.8㎡, 연면적 8,837.35㎡다. 건축물대장에는 건폐율과 용적률이 나오지 않지만 계산해보면 용적률은 493.5%로 500%에 가깝다. 이미 서울시의 용적률을 한참 넘었다.
그리고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이기 때문에 문화재 보전을 위한 앙각이 적용된다. 그렇다보니 건물을 짓는데 제약이 많다. 또한 지목이 종교부지라 종교에 관련된 건물만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지목변경을 하기 전까지는 주택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미 아파트 주변이 개발 완료돼 다른 부지와 합쳐서 개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재건축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아파트 건축 역사에 남은 건물 중 몇 안되는 곳이니 조금 더 살펴보자.
성요셉 아파트는 도로를 따라 길쭉하게 세워졌다. 건물 1층은 상가로 구성돼있고 2층 이상이 아파트다. 모든 가구는 북향이며 약현성당 쪽에 복도가 있는 편복도 아파트다. 건물 길이 때문에 계단이 양 끝단부와 가운데 셋이 있다.(별도로 2층 세대만 사용하는 계단이 한 군데 더 있다.) 고저차 때문에 중간계단실 좌우로 1층 차이가 난다. 건축물대장 상으로는 둘로 구분해서 5층과 6층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아마도 중간계단실 아래쪽이 5층 위쪽을 6층이라고 기재한 것 같다.
이렇게 출입구 높이 차이를 두고 층수를 달리했지만 고저차가 워낙 크다보니 고저차를 완전히 조정하지는 못해 내부 복도 몇 곳에 한 단에서 세 단의 계단을 두어 고저차를 조정했다. 맨 위쪽에 있는 계단은 다른 계단과 달리 건물 후면에 만들었다. 그러나 외관을 보면 주거부분의 입면과는 다르고 오히려 다른 계단실과 입면이 같다. 이것을 보면 원래 계단실을 개조해서 방으로 꾸미고 외부에 따로 계단을 아닐까 한다.
이 아파트에 대한 혼란은 건축물대장 상 세대수와 실제 세대수가 차이가 있다는 것부터 시작한다. 처음 이 아파트는 4층 70세대로 지어졌다.(가톨릭 신문참조) 이것이 건축물대장에는 둘로 구분해 5층과 6층으로 나누고 102세대로 표기돼있다. 그런데 중간 출입 현관에 있는 우편물 수취함의 숫자는 1층 상가 8세대를 합쳐도 79세대다. 33세대나 차이가 난다.
3층에 있는 적산전력계는 54개이고 6층은 아예 없다. 그리고 6층 601호라고 붙어있는 현관 안쪽은 523호다. 이 호수는 적산전력계에는 표기돼 있지도 않다. 이런 것을 보면 준공된 후 언제인지는 확인되지는 않지만 증축과 내부 개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증축과 개조로 이 아파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미로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외관으로 층을 확인할 수 없다. 대장상에는 아래 쪽 부분이 5층인 것 같은데 외관상으로는 6층이다. 아래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문에 2층으로 표기돼 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두 층 올라가면 옆으로 통하는 복도가 나오는데 3층이라 표기돼있다. 그러나 외관에서 보면 4층이다. 건축물대장에 아래쪽은 5층인데 한 층이 중간에 더 생긴 것이다.
이런 혼란은 1층 상가가 복층이란 사실을 상가주인에게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복층인 상가는 내부에 별로도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고 했다. 별도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면 정식으로 2층이라고 호수가 붙어있다. 이 계단도 2층도 모두 통하는 것이 아니라 6세대 만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층수가 들쭉날쭉 된 것은 경사를 따라 집을 짓다가 보니 낮은 곳과 높은 곳의 층고 차이가 있어 아래쪽은 2개 층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높고 그렇지 않은 곳은 다락이라도 만들어 사용하다보니 집구조가 복잡해 진 것이다.
집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해간다. 이 아파트가 복잡해진 것은 이 아파트가 지어진 후 50여 년 동안 시대가 격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이 명확치 않고 관리감독이 철저할 수 없다보니 임의로 집을 고쳐 사용했다. 그렇다보니 지금처럼 복잡한 구조의 집이 된 것이다. 성 요셉아파트는 격변하는 사회상을 그대로 드러낸 아파트가 아닐까 한다.
성요셉 아파트 가운데 출입문에는 2021년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에서 ‘우수상(거리마당)’을 받았다는 명패가 붙어있다. 아래 링크한 기사에 의하면 중림동 일대가 “2016년 서울역일대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돼, 개발이 아닌 주민과 상생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정됐고,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서울시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그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아파트를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허울 좋은 ‘수상과 미래유산지정’보다는 실제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래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이곳은 노인가구가 많은 것 같다. 세대 출입문 앞에 요새 노인들이 끌고 다니는 유모차 많이 보인다. 유모차를 보면서 ‘어떻게 1층까지 가지고 갈까’하는 생각이 앞섰다.
도시재생사업의 목표는 사람이 떠나지 않고 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 아파트가 상을 타게 한 우편함보다는 엘리베이터가 아닐까 한다. 보행기 또는 휠체어가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엘리베이터, 그리고 보행기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복도에 있는 계단을 경사로로 만드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고 본다.
이 건물은 현행 법규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건물이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를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공동주택에 설치되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는 바닥면적에서 제외되고 용적률 산정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위법하는 것도 아니다. 설사 위법이라고 해도 사람이 살게 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람이 떠나지 않고 살게 하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의 목표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더 그래야 한다.
<‘마을공동체 변화의 시작’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명물 우편함>
http://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203
추신 1 : 몇몇 기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라고 하는데 세운상가 아파트가 이 아파트 보다 먼저 지어졌다. 세운상가 아파트보다 더 먼저 지어진 상가아파트에 대한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
추신 2 : ‘성 요셉’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아파트를 지은 사업주가 약현성당이고 약현성당의 주보성인이 ‘성 요셉’이라 ‘성 요셉 아파트’라고 명명됐다고 한다.
참고자료
- 서울 약현성당 기록화 조사보고서/서울중구/2019.11
- 중림동 성요셉 아파트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1244113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시장 언덕길 따라 3층 같은 7층 건물… 속 깊은 요셉처럼 약현 성당 보호했나
https://www.seoul.co.kr/news/plan/hdj/2016/09/06/20160906025003
- 세운상가
https://namu.wiki/w/%EC%84%B8%EC%9A%B4%EC%83%81%EA%B0%80
첫댓글
감사합니다
요런 데가 있었네요. 약현성당이랑 묶어서 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