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
'부럽다!' 책을 읽고, 책을 내려 놓기까지 뇌리에 떠오른 단어이다. 방황하던 사춘기, 오직 의지할 분은 하나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삶과 신앙생활의 괴리감 속에 해결될 수 없는 의문들, 나에게 속 시원하게 고민 들어주고 대답해 줄 멘토가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연한 아들에서 단단한 아버지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서로 고민하며 답해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진솔한 신앙의 이야기. 지금 내 마음속에 부러움으로 가득하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사춘기에 할 만한 고민인가? 신학생들이나 품을 의문들을 어린 나이 공부하기 바쁜 시기에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영적 질문, 의문을 품은 것조차 놀라운데, 그 의문을 풀어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고자 몸부림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비친다. 시원하게 답해주기 위해 몸부림치며 말씀과 글들과 씨름하는 아버지가 반사되니, 역시 부전자전이다.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는 글의 형태가 마치 풀지 않으면 더 엉킬 실타래와 같은 상황을 연상케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편지 형식으로 아들이 사춘기에 자칫 지금 상황을 풀지 않으면 더 엉켜버릴 것 같은, 신앙의 의문들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관점과 여러 도서를 찾아 꼬인 곳을 찾아 아버지께 묻고, 저자 김기현은 그 아들의 질문들을 성경의 말씀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도구들을 사용하여 한곳 만 풀면 술술 풀리는 그 지점을 꼭 집어주는 듯하다.
책 처음에는 아들이 ‘하나님께서 왜 악에 침묵하실까?’ [미션]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품은 이 악의 문제를 침묵하시는 하나님, 과연 예수님께서는 다시 오셔서 그의 나라를 회복하실 것인가? 강력한 악의 존재! 정의의 하나님의 침묵 가운데 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에 대한 아들의 깊은 영적 고찰이 묻어난다.
아버지는 이것을 하나님의 도움에 대한 아들의 깊은 갈망으로 보고, 하나님의 침묵의 이야기를 출애굽 400년에 한 사람을 선택하시고, 사사기 시대에 한 사사를 세워 그들을 구원하시고, 성경 전체가 이렇게 흘러간다 설명한다. 결국 하나님께서 침묵하시고 악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바로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 최종적으로 궁극적 해결은 예수님의 십자가이다. 결국 이 십자가의 사랑은 악인마저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악을 악으로 대응하지 말라 가르친다.
얼마 전 교회에서 환경 관련 바자회를 크게 열었다. 축제인 만큼 만국기를 이곳저곳에 설치했다. 새로 산 만국기는 잘 정리되어 있었기에 50m의 길이지만 잘 풀어 설치하였다. 하지만 예전에 사용했던 무지개 바람개비가 문제였다. 바람개비 끈이 바람으로 인해 바람개비와 함께 꼬여서 제대로 엉켜있었다. 결국 잘라내고 이어 붙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신앙의 문제가 이와 같다. 잘 정리되지 않으면, 삶의 풍파에 더 꼬여서 더 이상 풀지 못하고 잘라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본 책에 저자 아들은 깊은 신앙의 의문점을 지금 당장이라도 풀어내고자 고민하고 편지한다. 또 다른 저자 아버지는 이 엉킨 실타래를 다양한 방향에서 고찰하고, 정확한 한 곳을 풀어 다른 곳이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도록 명쾌하게 답한다. 이 책의 매력이다.
나도 아들이고 아버지이다.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와 대화한적이 별로 없다. 편지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무도 없었던 나의 사춘기를 돌아 보았고, 사춘기를 지난 나의 자녀들을 바라본다. 지금 어떤 영적 고민으로 살고 있을까? 추측하고, 속으로 응원하고 있지만, 역시 부전자전인가? 참 대화가 없다. 도전해 보자!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아이들과 깊은 신앙 이야기를 편지해 봐야겠다. 어색해하겠지만,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저자들의 서로 묻고 대답하며 풀어나가는 영적 실타래 처럼 나도 한번 도전해 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