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를 소개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 바로 미라클(Miracle)과 어메이징(Amazing)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미라클은 "기적", 어메이징은 "놀랄만한"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메츠는 무엇이 특별하기 때문에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일까?
우선, 이러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은 1969년부터였다. 메츠는 내셔널리그가 확장을 단행한 1962년부터 리그에 참가했다. 메츠는 창단 첫해 120패, 63년 111패, 64년 109패로 처참한 성적을 이어갔다. 신생팀이란 한계로 몇년간 바닥세의 성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같이 리그에 참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비교할때도 그들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메츠의 초대 감독을 역임했던 명장 케이시 스팅겔은 "나는 야구인으로 백년을 살아왔다. 이렇게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도 경기를 질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라고 인터뷰할 정도로 메츠는 짜임새가 없는 팀이었다. 극성스러운 뉴욕의 기자들은 끊임없이 사전을 뒤적이며, 메츠의 형편없음을 적절히 표현할 단어를 찾는데 골몰했을 정도.
창단후 7년간 메츠는 쇼맨십을 발휘하며 매스컴의 주목을 끈 케이시 스팅겔 덕분에, 성적이 월등히 앞선 양키스보다 많은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볼 것이 없는 팀이었다. 그 기간동안의 메츠의 성적은 394승 737패.
이러한 만년 꼴찌팀 메츠가 디비젼 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된 69년 동부지구의 강호 시카고 컵스를 제치고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8월 13일까지만해도 컵스에 무려 9.5게임차로 뒤져 희망이 없어 보였던 메츠는 마지막 49경기에서 38승을 거두는 믿기지 않는 저력을 발휘하며, 컵스를 8게임차로 제치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이었다.
69년의 뉴욕 메츠는 25승을 올린 탐 시버와 17승의 제리 쿠스만등을 앞세워, 팀 방어율 2.99을 기록한 투수력의 팀이었다. 갓 데뷰한 애송이 시절의 놀란 라이언도 당시 메츠의 맴버였다. 하지만 팀 타율은 .242로 바닥을 기었다.
어쨋든, 처음으로 가을의 축제한 참가한 감격을 맛본 메츠는 리그 챔피언십에서 3게임동안 27득점을 폭발시킨 타격의 힘으로 브레이브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상대팀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강팀중 하나로 꼽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당시 오리올스는 마이크 쿠엘라, 데이브 맥널리, 짐 포버스, 짐 파머를 축으로한 팀 방어율 2.83의 막강한 투수력과 리그 최고 득점을 올린 균형잡힌 타선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메츠는 시리즈 1차전만을 내주었을뿐, 내리 4연승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내고 말았다. 리그에서 한번도 9등 이상을 해본적이 없었던,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이 우승 가능성을 1%로 평가했던, 꼴찌 팀 메츠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의 삼미 슈퍼스타즈가 막강 해태를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면, 이 감격과 같았을까?
기적과 같았던 69년의 메츠의 우승은 전국을 강타했으며, 미 전역에 메츠 매니아들을 탄생시켰다. 매스컴은 그해 메츠의 우승을 아폴로 우주인들의 월면 보행에 비유했을 정도였다. 이후 메츠의 승리와 관련된 책은 12권이나 출판됐다. 이것이, 바로 "어메이징 메츠"가 탄생된 배경이다.
월드 시리즈 6차전 10회말 2사후에 나온, 또 한번의 기적
이러한, 기적은 1986년에도 일어나, 또 한번 메츠 매니아들을 열광케 했다. 키스 에르난데스와 게리 카터, 데릴 스트로베리로 짜여진 막강 타선과 밥 오헤다, 드와이트 구든, 시드 페르난데스, 론 당린, 제시 오로스코, 로저 맥도웰이 버틴 더 막강했던 투수진을 바탕으로 108승을 올리며, 지구 2위 필리스에 21.5게임 앞선 디비젼 우승을 이뤄냈다.
이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리그 챔피언십에서 6차전까지 가는 악전고투끝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메츠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만났다.
2승 3패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가운데 맞았던 셰이 스타디움에서의 6차전. 9회까지 3대3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연장으로 들어선 10회초 보스턴에 2점을 빼앗기며 메츠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10회말 2사후 연속 안타로 찬스를 잡은 메츠는 상대 1루수 빌 버크너의 알까기를 틈타 역전에 성공하며, 기적같이 살아났다.
7차전에서도 메츠는 0-3에서 8-5로 역전승을 일궈내며,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기적을 몰고 다니는 팀이란 이미지가 팬들의 뇌리에 깊숙히 새겨진 것은 당연한 일. 아쉽게 패한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했던 86년이었다.
위 경우보다는 극적이진 않지만, 2000년에도 시즌 초반 리키 핸더슨과 발렌타인 감독과의 불화, 에이스 마이크 햄튼의 개막 3연패 부진등을 이겨내고, 14시즌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와의 지하철 시리즈에서 패배해 또 한번의 기적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2001 전반기 : 몰락의 기미를 보여준 메츠!
2001시즌 전반기 메츠의 몰락은 참담했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메츠에게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 는 말은 해당사항이 없는 듯 했다.
지난해 에이스였던 마이크 햄튼의 공백을 스티브 트락셀과 케빈 에이피어등 2명의 중견 선발 투수로 메울 수 있다는 기대는 허황된 것에 불과했으며, 3할 이상을 거뜬히 치며 팀의 간판 스타로 군림하던 마이크 피아자는 1루수 전향설이 나돌 정도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에드가르도 알폰조, 제이 페이튼, 로빈 벤추라에게서 작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아그바야니그는 시즌 초반부터 결장했다.
게다가, 메츠는 주전 선수들의 부진을 매울만한 마이너리그 유망주도 없는 상태였다. 이미, 좋은 선수들을 데려 오기 위해서 팜이 많이 메말라 있었다. 그나마 눈에 띄닌 신인이 겨우 일본에서 대려온 츠요시 신조였을 정도였으니...
결국, 메츠의 전반기 성적은 38승 51패. 5할도 채우지 못한채 몬트리올에게 꼴지 자리를 내준 것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였다.
2001 후반기 : 시즌 포기까지 고려했던 메츠, 서서히 변화...
후반기에 들어서자, 이미 물 건너간 2001시즌을 포기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맞추어 주축 선수들을 팔아 페이롤을 축소하고, FA로 풀리는 박찬호, 베리 본즈, 모이제스 알루 등 대어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메츠의 스티브 필립스 단장은 규모는 작았지만 몇가지 의미있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메츠의 상징이었던 불펜의 핵심 터크 웬델과 데니스 쿡을 필리스에서 내주고, 좌완 유망주 브루스 첸과 마이너리그 투수 1명을 영입했다. 그리고,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던 릭 리드를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던 미네소타에게 내주면서, 우익수 맷 로튼을 받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메츠는 우리의 관심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원동력은 강력한 원투 펀치를 축으로 한 투수력의 안정에 있었다. 여기서 원투 펀치란? 바로, 알 라이터와 스티브 트락셀이다! 알 라이터는 이해가 되지만 전반기 메츠 몰락의 주역이였던 트락셀은 이상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반기, 2승 10패 방어율 6.72라는 어처구니 없는 성적을 보였던 트락셀은 후반기(이하, 9월23일 기준) 들어, 8승 2패 방어율 2.72의 놀랄만한 피칭을 보이고 있다. 초반 결장이 있었던 알 라이터 역시 제자리를 찾아가며 후반기에만 7승 2패 방어율 2.61의 초특급 피칭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존슨-쉴링 못지 않게 라이터-트락셀의 원투 펀치는 후반기에 빛났다.
이러한, 원투 펀치의 활약은 팀을 연패를 하지 않는 강팀의 체질로 변화시켰고, 실제로 8월 17일 이후 메츠는 3연패를 하지 않고 있다.
타선에서도 간판 타자 마이크 피아자가 서서리 제 모습을 찾아가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팬 투표로 올스타전에 참가하고 돌아온 피아자는 여전한 파워와 함께 정교한 타격을 회복했다. 피아자는 결정적일 때마다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결정적인 타점을 올려 주고 있다. 하위 타선에서는 레이 오도네즈의 활약이 돋보인다. 2할대 초반에 불구하던 전반기 타율은 후반기 2할대 후반으로 올라섰다. 또한,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맷 로튼도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성적을 낸 것은 아니지만, 팀 타선의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테러 대참사와 뉴욕 메츠, 그리고 남은 일정
뉴욕 메츠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지구 우승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메츠 팬사이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메츠는 8월 17일 이후 22승 6패를 거두며, 한때 10게임이상으로 벌어졌던 지구 선두 애틀랜타와의 승차를 4게임으로 좁힌 상태이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도 못한 뜻밖의 일로 메츠는 뉴욕의 팀을 넘어 미국의 팀이 되가고 있다. 뉴욕을 강타한 전대미문의 테러로 인해 수천명의 무고한 뉴요커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시체 썪는 냄세가 진동하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잔해속에서 재건을 다짐하는 미국인들에게, 불가능에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뉴욕 메츠는 일개 프로야구단이 아닌 감정이입의 대상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메츠가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뉴요커들에게 메츠의 승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테러 참사이후 휴식기를 가졌던 메이저리그가 재개된 이후, 뉴욕 메츠는 PNC파크에서 파이리츠를 스윕하고 뉴욕 플러싱으로 개선했다. 지구 선두 애틀랜타와 가진 홈 3연전에서는 2승 1패로 승리하며, 선두에 4게임차로 따라붙어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기적을 꿈꾸고 있으며,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메츠가 치유해주길 원한다. 그들의 향후 일정은 애틀랜타와의 원정 3연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약체팀들과 9게임(몬트리얼6, 피츠버그3)을 남겨두고 있다. 여전히,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막판 대 분전, 기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