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7일 사순2주간 목요일 (루카16,19-31)
“나의 이익이 최우선인 오늘날, 이웃의 나자로에게 우리는...”
오늘 복음은 어떤 부자와
그 집 앞에서 굶어 죽은 거지 라자로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어린이 미사 때 어린이들한테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친구는 어떤 친구예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질문을 하면서도 제 생각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 반에서 잘난 척 하는 친구,
공주행세를 하는 아이, 거짓말 하는 사람...’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더럽고, 가난한 애’라는 대답을 듣고 나름 충격을 받았습니다.
계속 얘기를 들어보니, 돌아가는 분위기가
‘적당히 이기적인 것’은 나쁜 게 아니라,
나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괜찮은 친구라는 식의 얘길 들으며
제가 할 말을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기적인 것보다 더럽고 가난한 게 더 싫다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제목이 『슬픈 열대』(레비 스트로스 : 2009년 100살의 나이로 타계)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남미 아마존 정글 속에 사는 ‘남비콰라族’,
이 원주민의 추장이 되려면 몇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①앞장서서 싸울 수 있는 ‘용기’(전투력이죠)가 있어야 하고,
②부족의 앞날을 현명하게 예견할 ‘예지력’,
③(밀림생활을 하려면) 자연의 흐름,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전투력, 예지력, 자연을 읽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④‘나누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추장인 된 사람은 자기가 사냥으로 잡은 동물이나 선물, 재산을
같은 부족의 사람들에게 (특히 사냥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부족에서는 자기 혼자 부를 축적하는 일은
거꾸로 ‘나는 능력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힘도 없고 사냥할 능력이 없어서
이렇게 축적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마을에서는 항상 물질적으로
가장 가진 것이 적은 가난한 사람이 추장이 되고,
또 그렇게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요즘 경제 불황이니 난민 문제 등으로
그저 ‘자국의 이익’이 제일 우선이고 (트럼프),
굶어 죽어가는 또 다른 라자로에게 관심을 갖고 베푸는 것이
‘사치스런 일’로 여겨지는 요즘...
그래서 여러모로 점점 각박해져 가는 요즘,
이 ‘부자 이야기’ ‘나눔 이야기’를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