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게 있을까.? 바램이라는 건 이루어 지는걸까.? 난 분명히 그렇다 생각한다. 그렇지 않기에는 지난 일들에 개연성이 너무도 강했고 그렇다고
해석하면 무척 자연스럽고 쉬웠다. 청주에서 진천 국도를 지나 천안쪽으로 가다 보면 성환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그곳에는 배 농사가 유명하고 과수원이 많다.
해서 해마다 배 아가씨 선발 대회를 열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거기에 진선미 중 2등인 선 정도 했던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는 내게 국민학교 동창생이었고
이름은 차선정이다. 우연히 지나다 그 페스티벌을 구경했는데 저여자 꽤 낯이 익다 생각했을 뿐 선정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다만 진선미 아가씨들을
번갈아 보며 저런 애들은 누구와 사귈까.? 단지 허공에 질문했을 뿐이다. 몇년 후 어느날 옆동네 동창생 몇명이 모여 술한잔 한다기에 한다리 건너 연락 받아
갔었다. 그곳에는 중학교 2학년때 청주로 공부 잘하려고 전학간 선정이 동참하였다. 원래 키가 훌쩍 크고 얼굴이 갸름하여 일반적인 중간키 친구들이
수더분하게 대화했던 사이는 아니었다. 키큰 여자 애들은 대체적으로 수다스럽지 않고 말수가 적으며 어른스럽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그냥 동창생
이라는 족보가 전부였다. 나이가 들어서 만나 보니 어릴땐 몰랐는데 속된 말로 잘빠진 몸매와 예쁜 얼굴을 말하자면 그런 애들을 보고 하는 편이었다.
어째저째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말 많은 친구들과 대화가 대부분이었는데 노래방도 갔다가 흥겹게 놀며 선정이 부르는 노래가 옛날식인 걸 들으니 그녀의
바깥 나들이가 정체되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때 마침 선정이 가는 방향과 내집 방향이 같아 대리운전을 부른 후 '니가 태워주면 되겠네' 하고 한
친구가 말하는데 딱히 속셈 없이 '그랴 그럼' 대답하니 '그럼 니차 읃어타고 가까.?' 하고 선정도 동의했다. 가는 동안 일반적으로 지금은 어디사냐 묻고
잘사냐 물으니 서울로 시집가서 잘사는데 모처럼 고향친구 모임에 와서 무척 좋다고 했다. 먼저 그녀 아파트 쪽에 도착했을때 그냥 헤어질까 하다가
지극히 예의상 "편의점 맥주라도 한캔 더할래.?"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그래 그러자.!" 응했다. 캔맥주를 '톡' 따서 건네주니 선정이 조금 취해
있으면서 말했다. "너 나 어떻게 할 생각으로 한잔 더 하자 그러는거면 아예 꿈깨라" 말하는데 살짝이 내 자존심이 긁혔다. "내 주변에 친해보자고 하는
너보다 예쁜 여자 많으니까 걱정 말고 너는 화장 지우면 주근께 많은 시골 출신 동창생일 뿐이야" 선정의 얼굴에 주근깨가 여리게 있던걸 기억해 내고 쏘았다.
의외로 선정이 경쾌하게 대답 하기를 "어.! 내얼굴에 주근깨 있는걸 다 기억해.? 지금은 화장 하니까 안보이지.?" 하고 오히려 하얀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에도 나는 자존심 스크래치에 대해 하나더 뒤집기 위해서였을까 선정에 대해 또 하나 기억하고 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물었다. "너 변경훈 이라고 기억나냐.?"
잠시 멍때리던 그녀가 되물었다. "변경훈이 누구지.?" 나는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나 고등학교때 사창사거리 브레멘 호프에서 웨이터 알바 했잖아 다른
몇명 하고 너 그리고 내 고등학교 동창인 변경훈이 같이 왔었어 니가 술에 취해 거진 기절 했었고 경훈이가 너 엎고 나갔어 하하하.! 기절했으니 기억이
날리가 없지.!" 선정은 딱뿌리로 이마를 한대 '딱'하고 얻어 맞은 양 멍청한 눈빛을 뜨고는 나를 노려 보다가 말했다. "너는 십년도 다지난 쓸데 없는
기억을 잘도 하는구나.! 나한테 관심있었어.?" 하고 앞뒤도 잘 안맞는 발언을 쏟았다. "야.! 너는 중학교 동창이고 경훈이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그런 인상적인
일이다 보니 기억이 안날수가 없지 안그려.? 그치만 다지난 어릴적 이야기인데 뭐가 중요해 하하.!" 그녀는 내게 약점이라도 잡힌 양 머뭇거리다가 "야 됐다 됐어
경훈이는 착해서 나 집앞까지 얌전하게 잘 데려다 줬거든.! 너라면 그렇게 못했겠지.!" 하며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화속에 나를 응큼이로 만들었다.
그당시 생각 하기는 '술취하면 상태가 안좋은 애구만.!' 생각했었다. 지나고서 생각 하기를 그때는 어려서 그랬겠거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만남에서
우리가 그런 걸 따질 만큼 중요한 사이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보다 에피소드까지 있던걸 기억해 낸 그런류의 대화 때문인지 잠시 목축이고 헤어졌을 편의점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더 이어갔다. 멀리 서울로 시집가고 고향이 그리웠다는 것, 친구들 만나보니 다들 자주 보는것 같은데 나는 뭐하고 살았는지 후회스럽다는 것,
현재의 삶에 무료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는 것 등 묻지 않은 넋두리를 털어 놓았다. "나 서울에 일때문에 가끔 가는데 시간 남으면 밥 사줄께" 말하고 졸립기도
하여 자리를 마무리 하려 말했다. "무슨동에 오는데.?" 밥을 같이 먹을 생각이 있는지 그녀가 곧바로 물었다. "송파 오금동" 선정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나.... 우리 사무실이 오금인데 신기하다. 야.! 오면 연락해 번호 찍어 줄께 폰 줘봐.!" 그런 후 우리는 또 보자 말하고 유쾌하게 헤어졌다.
그 일을 까맣게 잊고있던 어느날 송파구를 지나다가 차가 너무 밀렸고 소변이 꽉차서 너무 마려웠다. 가까운 주유소에 차를 대고 많이 줄지도 않은
기름통에 만땅을 부탁하고 시원히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본 후 나왔을때 마침 선정에게서 카톡이 왔다. '너 한번 온다더니 안오냐.?' 뜻밖이었지만 반갑기도 했다.
마침 주유소 간판을 보니 오금이라고 씌어 있기에 답했다. '어 나 지금 오금동 왔는데 어떻게 알았어.?' 하고 타이밍 절묘하게 능청을 떨었다.
'어 거짓말.! 거기가 어딘지 말해봐 뻥이면 너 죽어.!' 중학교때 키컸던 애의 말투다. 'GS 세영 주유소 여기 알어.?' 난 특별히 생각지 않고 간판을 보고
그대로 답했다. '엥.! 나 기름 주문 거기로 하는데 너 내 뒷조사 했어.?' 무슨 장난처럼 선정이 그리 말했다. '글쎄.! 난 너에 대해 조사하려고 해도 알 방법도
없고 카톡해서 물어보면 되지 앞조사나 뒷조사를 뭐하러 하냐.!' 잠시 답장이 없더니 그녀가 답했다. '하긴 그래 ㅎㅎ 너 거기 기다려 마침 학원 문 닫으려던
중이야 금방 도착 할수있어' 비록 카톡 문자였지만 적잖은 반가움이 묻어나 보였다. 저쪽 멀리에서 갖드기나 큰키에 하이힐을 신은 훤칠한 맵시에 화사한 물색
정장을 입은 긴머리 여자가 시원하게 미소지으며 오는데 여러사람 사이에서도 선정인 걸 단번에 알아 볼수 있었다. 그녀가 가까워 올수록 이상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이미 알고있는 사이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 또다시 이미 잘알고 있었다는 묘연한 느낌.... 말로 표현 할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내 머리속을 쫙 훑고
지나가는데 잠시 동안 정말 멍했다. 이미 이렇게 이 자리에서 만날것을 알고 있었던 느낌이라면 누가 믿을까.! 확실히 이상한 차원의 느낌이 머리속을 멤 돌았다.
첫댓글 오~ 흥미진진합니다.
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
잘 봤습니다.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