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덴 왕국의 왕자 데인로즈의 생일
왕자가 점점 성장해 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반왕 측에서는 약속 했던 기간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덴의 왕국 측은 다시 한번 왕국이 정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감을 의미한다.
아덴의 암흑기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인내를 감수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덴의 군벌들은 현재의 왕을 지지하고 나섰다. 아덴의 역사에서 지금만큼 군부의 힘이 강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귀족들도 이에 따라 의견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베리우스 공작으로 위시되던 귀족파는 공작의 칩거와 함께 아데마오 백작에게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그들은 반왕의 힘을 견제하고 있지만 반왕은 왕의 명령으로 귀족들의 군세를 사방으로 풀어버렸다. 귀족파와 척을 지고 있던 에스테반의 수비대조차도 반왕의 이런 사태에 울분을 토할 정도였다.
켄트 용병대는 듀크 데필이 살아있을 당시의 청원이 기각되었으나 반왕이 이를 받아들여서 성을 건설하게 되었다. 완공된 성의 이름은 켄트성이고, 결국 켄트가 성주가 되었다. 듀크 데필도 인정한 전략적 거점이었던 만큼, 군사적 요새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정능력은 그다지 높진 않았던 듯, 나름대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단순히 타 영지에 비해서 무능한 행정이 오히려 백성들을 쥐어짜지 않고 그대로 둔 계기가 되어 다른 지역에서 많은 수의 유민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글루디오 지방에서는 반왕의 지원을 업고 새로운 군부 세력이 대두되었다. 워리어 아이너스와 나이트 라모스를 필두로 한 글루딘 군벌은 일부 흑기사들을 영입하여서 반왕의 지지 세력으로서 세를 급격히 확장했다. 원래 지방 자체가 부유한 지역이라서 지역 군벌들도 제법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군벌들이 통합되면서 부유한 경제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 물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오크들과의 동맹은 무산되었다. 반왕은 이종족들 중 오크는 인간과 같은 지성이 있다고 하지 않았으며, 야만 종족으로 공표하였다. 그리하여 아덴과의 동맹으로 파견된 오크 부대들은 이종족 처분을 받았으나, 다행히 그들을 용병으로 보수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되었다. 다만, 그들이 배치된 곳은 오크들과의 국경선이었다. 동족을 이용해 처음부터 분쟁의 여부를 막기 위한 대책이었으나, 전투를 치루지 못하게 되자, 오크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
반왕도 왕국 사람들의 반응을 알고 있었다.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가진 강력한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도 했지만, 그가 발휘하는 정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를 심어놓았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차세대 왕으로 내정된 데인로즈가 즉위하게 되기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데인로즈의 생일을 맞아 아덴성에서는 모처럼 혈맹의 기사 전원이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다만, 왕자의 어머니이자, 아덴의 왕비인 가드리아는 참석하지 않았다. 아데마오 백작은 출정 중인 상태여서 참석하지 못하였으나, 축하의 서신을 보내왔으며, 인나드릴 영지에서도 축하의 서신을 보내왔다.
칼리어스도 이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현재 임무 수행 이후 휴식 중이었기 때문에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다.
“칼리어스 경.”
숙소를 나서 파티 장소로 나서는 칼리어스를 누군가가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시죠?”
칼리어스를 불러세운 것은 가드리아 왕비였다. 그녀의 뒤로 가드들이 보인다. 왕비의 가드들은 흑기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늘••• 데인로드의 파티에 참석하시는 건가요?”
가드리아의 언급에 칼리어스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예, 그렇습니다. 마마. 마마께서는 가시지 않으십니까?”
“가지말아요.”
칼리어스의 말에 가드리아는 칼리어스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였다.
“마마.”
뒤에 있던 흑기사가 가드리아를 제지하고 나섰다.
“건방지구나.”
흑기사가 가드리아를 말리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자 칼리어스가 흑기사를 제지했다.
“왕족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중죄. 그것도 카드모스 친위대 앞에서 그러다니. 배짱이 두둑하군.”
칼리어스는 그 말과 함께 칼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순식간에 긴장 상태가 이루어졌다. 손을 뻗어가던 흑기사의 손이 멈추었다.
“실력도 그 배짱만큼 있는지, 확인해볼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손잡이에 손을 얻는 칼리어스의 자세에 흑기사의 신음이 들려왔다. 정말로 뽑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흑기사에게 엄습해오고 있었다.
아덴에서 제일을 다툰다던 기사의 제자였으며, 현재 아덴에서 제일 강한 기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칼리어스였기에, 흑기사는 괜한 문제는 일으키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결례를 범할 뻔 하였습니다.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주의하도록.”
가드리아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멍하니 있다가, 흑기사가 뒤로 물러나자 그제서야 다시 칼리어스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밤은 기분이 좋지 않아요. 칼리어스 경. 그냥 숙소에 계시면 안되나요?”
“마마. 저는 카드모스 친위대입니다. 제 임무 중 하나는 왕족의 보호. 저는 왕자님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목적은 축하였지만, 그 축하객들 중에 어떤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카드모스 친위대의 목적 중 하나가 왕족의 호위이고, 칼리어스에게 부여된 첫번째 호위 대상은 바로 데인로즈였다.
“하오니 저는 가야만•••.”
말을 하던 칼리어스에게 갑자기 가드리아가 입술을 덮쳐왔다. 처음으로 여자와의 접촉에 칼리어스는 당황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가드리아 왕비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갑작스러운 가드리아의 행동에 당황한 칼리어스는 아무런 행동도 못하다가 가드리아가 뒤로 물러서자 그제서야 멘탈이 회복될 수 있었다.
“마마?”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칼리어스•••.”
그 말을 끝으로 가드리아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그녀를 호위하던 흑기사들은 그 장면을 보고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칼리어스는 그들의 그런 반응을 보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였지?”
당황하는 가운데에서 자신에게 키스해 온 가드리아가 뒤로 물러서면서 두 눈을 뜬 순간 그는 보았다. 가드리아의 눈 안을 채운 희뿌연 안개 같은 것을.
하지만 이런 현상을 처음 보는 것이기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안개에 뒤덮여 잇는 듯한 그런 느낌이란 걸까? 가드리아의 상태에 대해 잘 모르니 단언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왕비가 자신에게 해온 이상한 행동이었다.
칼리어스는 곧 당장 그런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봤자 자신이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파티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서신을 전달하러 온 각국의 사신들과 귀족들도 제법 있었고, 칼리어스에게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칼리어스님! 그간 잘 계셨습니까?”
“오, 호런!”
마법사 하딘의 제자 호런이 축하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 것이다.
“그간의 활약상을 익히 전해듣고 있었습니다.”
“활약이라니, 낯간지러운 소리는 그만하게.”
흐른 시간이 시간이었던만큼 칼리어스가 세운 무공들에 대한 소문이 환란의 대지에 여기저기 퍼져 나갔다. 특히 여러 가지 활동들에 대한 소문이 중첩되면서 칼리어스가 아덴에서 제일 강한 기사들 중 하나라는 소문까지 같이 퍼지고 있었다.
“스승님께서도 기대하시는 바가 크십니다.”
“그래, 하딘님은 정정하신가?”
“예. 데인로즈님이 장성하시기를 기다리시면서 이것 저것 연구를 주로 하고 계십니다.”
“연구라.”
마법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지만, 그냥 마법에 대비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기에, 칼리어스는 그 연구가 무엇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구에 대해 묻는다면 스승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호런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계속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스승님께서 새 제자를 들이셨습니다.”
“그래, 새로운 제자를 들이실•••?”
말을 하던 칼리어스는 자신이 뱉으려던 말이 뭔지 다시 되짚어보며 말했다.
“새로운 제자를 들이셨나?”
“네, 이름은 조우라고 합니다.”
하딘의 새로운 제자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제자라니. 하딘의 첫 번째 제자가 하딘을 떠난 이후로, 호런 이후엔 제자를 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축하한다고 전해주겠나?”
“예. 안부도 함께 전해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주게.”
호런의 인사를 뒤로 하고 칼리어스는 이제는 소년이 된 데인로즈에게 다가갔다.
“아, 어서오세요, 칼리어스경.”
데인로즈가 칼리어스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카드모스 친위대의 칼리어스가 왕자 저하를 뵙습니다.”
칼리어스가 데인로즈를 향해 읍을 취했다.
“하하, 칼리어스 경이 이러시면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왕자님께서는 당연히 이런 대접을 받으실 자격이 있습니다. 제가 누누히•••.”
“안녕, 데인로즈!”
칼리어스가 인사를 건네면서 데인로즈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리어스와 데인로즈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데인로즈의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오랜만에 보네! 잘 지냈어?”
“아, 발툰!”
소년의 이름은 발툰이었다. 칼리어스는 기억 속에서 그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이름의 주인공을 기억해냈다.
“잘 있었니, 발툰? 발센 경은 잘 계시고?”
의리의 기사라 불리는 발센의 아들이었다. 발센이 늦게 얻은 아들이라고 애지중지하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들었었다. 무엇보다 데인로즈와 비슷한 나이여서 서로 어울려 놀게 했었는데, 이제는 너무 격의가 없어진 거 같아서 그게 걱정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칼리어스! 기사님!
활달하게 인사하는 발툰을 보며 발센이 하는 걱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진 않을까 싶었다. 왕자를 옆에서 지켜보고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것은 자신과 같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기사보다는, 어릴 적부터 지내온 친구가 더 나을 테니까.
“네, 아버지는 정정하세요!”
밝게 대답하는 발툰을 보며 칼리어스는 왼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왕자님,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에, 벌써 가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 보려는 것 뿐입니다. 저는 오늘 파티가 끝날 때까지 여기 있을 겁니다.”
데인로즈는 칼리어스가 떠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물었으나, 칼리어스가 그냥 잠깐 다른 곳을 가려고 한다는 걸 알자 얼굴이 밝아지며 말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뵙도록 해요!”
왕자의 방을 나선 칼리어스는 대기실로 향했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특히 아덴의 귀족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 칼리어스가 나타나자 익숙한 얼굴들이 칼리어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칼리어스 경, 어서 오세요.”
칼리어스를 가장 먼저 반겨준 사람은 듀크 데필의 투기장 팀으로 함께 했었던 리차드였다. 듀크 데필의 즉위 이후 하급 기사로 황성 내에서 기사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현재는 황성 수비대의 지휘관이 되어 있었다.
“아, 리차드 반갑네.”
“최근에 세우신 무공은 들었습니다.”
“부끄럽군.”
리차드가 인사를 하고 뒤로 빠지자 이번에는 호물로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러 왔다.
“잘 지내셨습니까?”
에스테반 백작의 팀으로 칼리어스와 싸웠던 그는 전임 카드모스 친위대 대장인 로이엔 경의 제자이기도 했다. 현재는 카드모스 친위대의 정식 대원이 되어있었으나, 칼리어스가 듀크 데필의 즉위와 동시에 정식 대원이 되어서, 당시엔 견습 기사였던 호물로는 칼리어스를 선배로서 대우하고 있었다.
“자네가 오다니, 신기하군.”
“왕자님의 생신이니 당연히 와야지요.”
“백작님은 정정하신가?”
“덕분에 정정하십니다.”
비록 권력을 추구하고자 했을지언정, 에스테반은 왕권에 반하진 않았다. 귀족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칼리어스는 에스테반의 행보에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왕성 수비대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에스테반이었기 때문에 카리어스는 그런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자신과 검을 겨눈 호물로 역시 싫어하지 않았다. 지난번의 대결은 큰 교훈이 되었고, 지금은 때론 같이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는 같은 기사단원이었다.
“최근에는 자주 모습을 뵙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호물로가 칼리어스의 최근 근황을 물어왔다. 호물로는 가장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후 3달 가까이 황성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 동안 칼리어스를 못 본 것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최근 왕자님의 호위 기사로 발령이 나왔네.”
“그러시군요. 하긴, 칼리어스님만큼 그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과찬일세.”
호물로와 칼리어스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에 연회장 내에서는 많은 귀족들이 데인로즈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거나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소란스럽군.”
둘이 잡담을 나누던 순간 연회장 내부가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호물로도 동의했다.
“누군가 거물이라도 온 것일까요?”
“글쎄, 인나드릴 가의 사람이라면 이미 왔다 갔는데.”
아덴 내부의 귀족들 중 대다수가 데인로즈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데인로즈의 생일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예상 밖의 인물이 방문했기 때문에 연회장 내부의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덴의 동맹으로 유명한 인나드릴 가문의 사자는 이미 인사를 올리고 연회장을 벗어났다. 뭔가 바쁜 일이 있다고 한 것 같았으나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서 흘려들었었다.
“누군지 한번 보세.”
칼리어스는 호물로를 데리고 연회장 내부로 돌아갔다. 연회장 내부의 사람들은 데인로즈와 의문의 방문자를 중심으로 한 원형의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칼리어스는 그들의 뒤에서 약간의 헛기침과 발소리만으로도 그들이 길을 내어주게 만들었다. 호물로도 칼리어스의 뒤를 따라서 원의 중심으로 다가갔다.
“저 사람은•••.”
원의 맨 앞으로 다가간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데인로즈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는 흑기사의 모습과 데인로즈의 뒤쪽에서 격분하고 있는 발센, 그리고 그를 말리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흑기사로군요.”
“그렇군. 발센님이 저렇게 화가 나시는 것도 알 것 같은데.”
반왕은 표면적으로는 데인로즈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점점 그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현재 왕자의 교육조차 제대로 선행되지 않아와서 기사들과 귀족들이 합심하여 왕자의 교육을 겨우 진행할 수 있었을 정도. 반왕이 데인로즈가 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을 이유로 왕위 계승을 거절할 것이라는 수를 쓰려고 한다는 게 귀족들의 판단이엇다.
그 이후로, 기사들과 귀족들은 반왕에게서 데인로즈의 권리에 대해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 주장을 해 봐야 왕의 권한으로서 독재와 억압을 하며 데인로즈의 성장을 방해만 해왔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스스로들이 가진 능력으로 데인로즈에게 왕자로서의 교육을 진행하게 하는 것이 더 빨랐다.
“내가 흑기사를 잘 몰라서 그러네만 혹시 저자가 누군지 아는가?”
“저도 처음 보는 인물이군요.”
칼리어스와 호물로는 지금 저 앞에 있는 기사의 정체를 궁금했지만 둘 다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의문점은 금방 해소될 수 있었다.
“신, 로데마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왕자님.”
“네, 물러가도록 하세요.”
기사의 이름은 로데마이였다. 스스로가 물러가면서 이름을 말한 것을 그들은 들을 수 있었다.
“로데마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그래? 어떤 자인가?”
칼리어스의 말에 호물로는 로데마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소속은 제 1 흑기사단 소속으로 반왕의 가드 중 하나였다. 안면이 없는 만큼 실력도 본 적이 없지만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가드가 되기 위해서는 흑기사들 중에서도 상위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거물이 오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반왕의 가드가 방문한 일을 뒤로 하고 연회장 내부의 분위기도 고조되어 간다. 무척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의 회포를 푸는 기회로도 자리잡았기 때문이었다. 칼리어스는 왕자의 옆에서 왕자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자들을 지켜보면서 파티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중 놀라운 인물 한 명이 칼리어스에게 인사를 해왔다. 반왕 집권 이후 모습을 감춘 게라드였다. 아덴 국경수비대의 대장을 맡던 그는 기사로서의 의무를 져버렸다는 반왕의 선포와 함께 현재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귀족 및 기사들은 반왕의 선포를 믿지 않았다. 다만, 왕의 이름으로 수배령이 내려왔기에 어쩔 수 없었을 뿐. 그래도 만약 게라드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은신처를 제공해줄 용의는 분명하게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칼리어스도 그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게라드의 방문을 반가워했다.
“게라드님, 잘 지내셨습니까?”
“숨어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
“별 탈 없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말도 말게. 병사들이 추격을 해오느라 골치 아팠으니까.”
게라드는 칼리어스를 만나 그 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물론 칼리어스의 눈 게라드를 향해 있었지만 신경은 왕자를 향해있었다. 이야기는 분명 듣고 있었지만 왕자의 위험을 감지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게라드는 사막 지대를 지나서 한 작은 마을로 숨어들었다. 그 뒤로는 산이 있어서 은신이 용이했으며, 은퇴한 기사들 몇 명과 함께 산의 계곡에 마을을 건설해 청년들을 모아서 기사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게라드의 목표는 쓸만한 청년들을 모아서 기사로 진출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난 그럼 다른 사람들을 보러 가야겠네.”
잠시간의 이야기를 마치고 게라드가 다시 연회장의 사람들 속으로 숨어들었다. 기간이 기간이었던 만큼 숨어있는 실력도 제법 늘어난 것 같았다.
“아덴의 기사 칼리어스, 맞나?”
뒤에서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이 느껴졌다. 살의는 딱히 느껴지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그 자의 목적은 칼리어스 자신인 것 같았다.
“그렇소. 누구시오?”
뒤를 돌아서 그 사람을 본 칼리어스는 당황했다.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형의 얼굴에 금발의 머리카락. 이 정도면 그냥 잘생긴 미남자라고 쳐줄 수 있었을테지만, 그의 복장은 사람들이 주로 입고 다니는 그런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 자의 귀는 인간의 것이 아닌 듯 뾰족했다.
“당신을 찾고 있었다. 내 이름은 제루스. 나이트 엘프족이다.”
|
첫댓글 이 연재집념과 끈기라면 뭔들 못하겠나 싶다.
대단한 녀석
ㅋㅋㅋㅋㅋㅋㅋㅋ
평생을 내다보고 스는거죠 뭐.
시간 나고 생각 날때마다 한 줄씩 한 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