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꼼지락대는 큰아들.
오늘 아침 유난히 더 꼼지락 댄다.
지 동생이랑 동생 친구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좀처럼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지 혼자 걸어 가는거라면 신경도 안 쓴다.
학교가 읍에 있어 세 아이를 태워다 줘야하는데
늦으면 점수 깎인다고 투정하던 애가
오늘 따라 신경을 긁는다.
급기야 꼼지락대는 아들 방으로 들어갔다.
방바닥에 앉아 양말을 신은 폼새가 여느 때와 다르다.
한 쪽 발은 이미 다 신은 듯
마네킹 발처럼 딱딱해 보이고
나머지 한 쪽 발에 마지막 작업 중.
"뭐하니?"
"양말 신어"
"근데 두 켤레 신는거냐?"
"응, 오늘 수학 들었거든. 수행평가 잘 못하면 발바닥 맞는데 엄청 아프게 때리거든."
"......!"
"다른 애들도 다 이렇게 하고 옵디다."
씨익 웃는 아들 얼굴에 대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겨울에는 발 시리다고 두꺼운 양말 두 켤레씩 포개어 신어도 추우니까 이해했지만
땀띠나는 이 여름에 두꺼운 겨울 양말 두 켤레라니 .
이틀 전엔가도 아침에 학교 갈 준비하면서 혼잣말로
"오늘 수학 들었든가?" 하며 방안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다가
양말 서랍 앞에서 멈춘다.
양말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맘에 든 양말을 고른듯 했다.
신는 것을 가만히 보니 한 켤레가 아닌 두 켤레를 껴 신고 있는거다.
그것도 두꺼운 겨울 양말을 골라서.
이 더운 날 뭐하러 양말을 두 켤레 껴 신냐고 물으니까
수학시간에 발바닥 맞으니까 미리 준비하는거란다.
그러면서 구멍난 양말 껴 신다가
"구멍 나서 두 켤레 신은 줄 알겠다." 하며 벗어 놓고 다른 양말 찾느라 시간 보내는 아들.
"얼마 전에도 양말 두 켤레 신고 가더니 매 맞았냐?"
"다행히 매 안 때리대."
정말 끔찍하게 밉지만 그래도 어쩔겨?
두 말하면 잔소리라는데 참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