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함양학생연극회 그 여자들 다시 통닭을 먹다 10월 11일(토) 16시 함양학생공연장
함양학생공연장. 이름부터 탐나는 공연장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공연장이라니 그리 화려하지도 않지만 아담하고 참 예쁜 공연장입니다. 나무 대문에 붙은 만화로 된 귀여운 포스터도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이 극을 어떻게 연기해 낼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연극을 들어갔습니다. 공연은 무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지만, 심사를 하러 다니면서 느끼게 된 것은 공연은 준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를 찾아가다 보게 되는 포스터 공연장부터 관객은 여러 생각들을 하고 여러 감정을 갖게 되니까요. 학생들의 연기는 마이크도 없이 학생들의 여린 소리로만 전달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발성이 좋고 그 표현력도 좋아 내용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다만 역할을 소화해 내지 못해 매끄럽지 않은 감정표현, 간혹 어색한 몸동작들이 귀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어색하지만 동작은 자유롭고 아이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역할과 극에 몰입하고 있었던 점은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진지하면 어설픔도 귀여움이 되고 재미가 되는 것은 모든 관객이 느끼는 학생들의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시설이 좋지는 않지만 조명과 음향도 많이 맞추어 본 듯 적절한 타이밍에 참 잘 들어왔고, 관객을 위한 오프닝 선물부터 의상, 소품 등을 잘 준비하고 잘 만들어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잘 준비했습니다. 학생들의 노력이 많이 돋보이는 무대 장치들이었습니다. 적절한 음악과 함께 춤 등으로 극을 활기차게 마무리 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공연.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교육적이거나 학생들이 연기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함께 모여 함께 준비하고 온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그런 과정 자체가 이미 교육적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2. 용문고등학교 창작극 악플game (천정하 작) 10월 17일(금) 13:30 용문고 해촌기념관
극장식의 공연장이 학교에 갖춰져 있고 LED조명을 비롯한 조명 장치들 등 시설을 잘 갖춘 강당이 학교에 있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용문은 주어진 환경의 장점을 잘 살려 공연 준비가 잘 이루어졌고, 영상을 활용하여 극의 내용 전달에 도움을 주거나, 형광줄 등을 이용해서 무대효과를 높인 것이 좋았습니다.
영상과 녹음된 소리를 이용하고 다양한 음향을 사용해서 극적효과를 높이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공연이 전반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여유가 없고 공연의 여운이 남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공연은 종합예술입니다. 많은 자원이 있는 만큼 자원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표현에서도 몰입이 부족하고 각자 자신들의 연기에만 충실하고 앙상블을 이루어 호응하고 반응하는 연기들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무대에서 배우가 공연을 잘 하기 위해서는 시작 전 공연장의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 스텝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텝은 있었지만, 공연장의 분위기를 잘 잡지 못한 채 산만하게 시작한 것도 또한 공연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축제에 진행되거나 학교가 공연장일 때 흔히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점점 극에 몰입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엄마 역할을 맡은 학생은 남학생이 소화해 내기 쉽지 않은 역할인데, 공연이 진행되어 갈수록 더욱 몰입해서 연기를 잘 해내었습니다. 몇몇 배역들도 공연 중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것으로 보아 개인적 연기 역량은 매우 뛰어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학생들의 창작극으로써 좋은 주제를 가지고 뛰어난 연출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돋보인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용문의 전통에 더 큰 발전이 기대가 됩니다.
23. 성암여자중학교 너 때문에 아파(창작극) 10월 22일(수) 14:30 학교전산관 4층 강당
학생들의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창작극으로 학생들의 언어문화개선을 위해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연극 동아리방에서 갈등, 언어폭력이 주는 상처 등을 이야기 하는 학생들의 대사는 사실적이고 직설적입니다. 그 안에 어른들의 무분별한 언어 사용이 학생들에게 영형을 준다는 점도 담고 있어서 모두가 함께 봐야할 연극이라는 생각입니다.
배우들의 표현도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액션도 자연스럽고 역동적이며 선생님 역할이나 엄마 역할 등 학생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역할도 곧 잘 소화해 내었습니다. 특별한 무대 장치는 없었지만, 소품 의상 등은 역할에 맞게 잘 준비되었습니다.
공연 내내 중학생들의 재기 발랄함이 보여 즐거웠습니다. 요즘 코드의 코믹요소들을 배치한 점도 재미를 더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언어 사용의 현실적인 문제점들로 인해 파생되는 갈등들과 그 해결점들을 나름 의미 있게 찾아가는 극의 구조도 짜임새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마이크를 착용했지만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았고, 대사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니, 가끔 무슨 말인지 몰라 극의 몰입을 방해하였습니다. 춤과 안무를 통해 관객에게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드라마에 필요해서가 아닌 보여주기 위한 쇼인 듯 생각이 되어서 아쉬웠습니다. 춤을 잘 추지 못하고 연기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학생들이 무대 문법을 좀 더 익히고 좀 더 진지하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습니다.
또한 음악 등이 극에 잘 맞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극을 준비하고 무대를 준비해서 올라가는 열정을 가진 만큼 작품을 잘 이해하고 그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과 섬세한 준비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학생들의 공연에서 완숙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온당하지 못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언어의 의미를 몸으로 담아내는 어려움이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그들이 스스로 준비한 창작극을 성공적으로 공연한 것은 그 자체로 칭찬받고 축하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24. 대흥중학교 할아버지의 편지(창작) 10월 24일(금) 13:00 ABC학습센타 강당
공연장에 들어서자 설레임과 긴장이 느껴지고 관객들의 관심도 많이 느껴졌습니다. 대흥중학교 작품은 창작극으로 저승에 있던 세종대왕이 옥황상제를 통해 우리말의 언어 훼손이 심하다는 얘기를 듣고 세상으로 내려온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극적 구성에 있어서 중학생다운 상상력과 참신함이 돋보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드라마 구성을 통해 관객들에게 극적 호기심과 극적인 재미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세대 간을 아우르는 문제를 다루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체적인 공연시간이 짧아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공연장의 무대 장치도 학교 예술제의 일부분으로 공연을 해야 하는 점에서 충분히 준비하기 어렵고 다른 장치들로 인해 장면 구성의 완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분장이나 의상 및 대소도구들의 활용 등 극적 효과를 높이는 준비가 잘 된 편이이서 인물과 상황의 표현에 도움을 주고 있고, 부분조명을 활용하여 극의 진행을 템포 있게 운용하고 있는 점도 좋습니다. 다만 소리전달을 위한 마이크의 끊김이나 등퇴장 라인, 극을 받쳐주는 음악 등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 점들이 아쉽습니다.
학생들의 연기 몰입은 좋았습니다. 학생들의 연기는 수준급으로 내용 전달에 필요한 발성과 발음이 충분한 연습과 훈련과정을 통해 잘 이루어지고 있었고, 특히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표현은 역동적이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의 요소로 더해집니다. 정말 열심히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고 자신의 대사를 잘 이해하고 있어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관객과 상호작용도 시도하는 등 자신감 있고, 열중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습니다.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게 잘 대응하며 극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태도들이 참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지도와 지원만 충분하다면 무한히 성장할 학생들의 모습이 기대가 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공연장을 나왔습니다. 이번 공연이 학생들에게 많은 공부가 되고 성장이 되었다는 것이 느껴져서 새삼스레 연극이 중요성과 연극의 교육적 효과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