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가정 김미라양 남매... | ||
아빠는 빚쟁이에 쫓겨 집을 나갔고, 식당 일을 하던 엄마도 결국 생활고를 못 이겨 역시 가출하고 말았습니다. 동생과 함께 단 둘이 남겨졌을 때 처음에는 부모님이 금방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도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울며 지내다가 이웃에서 보다 못해 할머니를 수소문해서 연락한 뒤 부산에 계신 할머니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몸이 많이 불편하신 할머니는 주변 분들이 우리들을 보육원에 보내라고 했지만 고아로 성장하신 할머니께서 절대 보육원에 보낼 수 없다고 해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영어·컴퓨터학원에 다니지만 저는 복지관과 학교 방과 후 교실, 동사무소 자치센터의 과학교실 등에 다닙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2개나 취득했습니다.
그동안 동사무소, 복지관 선생님들과 이웃의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년에는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려고 합니다.
가끔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친구들이 부러워 혼자 방에서 몰래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생과 둘이서 작은 방에서 부둥켜안고 울던 그 때를 생각하면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은 천국과도 같습니다. 할머니는 귀도 잘 들리지 않으신 데다 척추 장애도 있습니다. 무릎과 허리 수술도 받았지만 여전히 걷기가 어렵습니다. 병원에서는 다시 허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보청기도 필요하고 수술도 받아야 하는데 병원비도 걱정이고, 간병할 사람도 없습니다. 몇 달째 누워있는 할머니께서는 대문 밖에서 손자들을 배웅하고 싶다고 합니다.
보청기도 해서 우리들과 이야기도 편안하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많이 편찮으신 할머니지만 오래 오래 우리랑 함께 살아 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노주희·중구 영주2동사무소 051-463-0302. △지난 1일자 지혜양 이야기 41명의 후원자 144만5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