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황혼이 내려앉을 쯤이면 그날 꽝을 친 낚시꾼들은 대부분 낚시대를 접어 돌아선다.
빈 망태를 늘어진 어깨에 걸치고 황혼을 받으며 돌아서 오는 낚시꾼들을 보면 왠지 쓸쓸하다.
낚시할 때마다 원하는 고기를 잡으면 좋으려만, 고기에게는 목숨이 달려 있는 것이라 쉽게
잡혀 주지 않는다. 왠지 뭔가 낚시대에 걸어보고 싶다는 낚시꾼과 목숨이 달려 있는 고기와의
수 싸움에서 승률은 언제나 고기 쪽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알 수도 없는 전혀 다른 물 속 세계에 살고 있는 고기를 육지에서 살고 있는
낚시꾼이 잡아 낸다는 것은 정말 운과 실력과 연대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말로 아다리가 맞았다고 한다.
낚시티브나 동영상에 보면 프로낚시꾼이 고기를 호쾌하게 걸어내는 장면들이 수없이 나오는데....
실은 그 프로라고 하는 낚시꾼이 고기 잡아 올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2박 3일 동안 낚시질 촬영한 그 어느 한 순간 일 뿐이다.
산술적 계산으로 생각하면 참으로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인 미친 경제적 결과인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바다로 쫒아가 고기밥을 사서 허한 바다에 고수레고수레 뿌려대고 배 쫄쫄 꿂어가며 낚시대를 드리운다. 머리속에는 고기가 낚시바늘을 물고 도망치자 수면 위에 찌가 쑤욱 빨려들어가는 찰라를 상상한다.
이것을 낚시꾼은 '희망'라고 하고 정신분석학에서는 '환상'이라고 부른다.
뭔가 잡겠다는 환상에 빠진 낚시꾼의 희망적 욕망이 황혼을 굽어진 등에 칠하고 거질꼴이 되어 되돌아서게 만든다. 속으로 다시는 낚시를 하나 봐라 뇌깔이면 돌아선다. 그리곤... 며칠 못 가 또다시 낚시대를 만지락거린다. 이렇게 샘솟는 욕동, 설렘, 희망, 그리고 허무, 이런 순환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생명의 본질적 행태 인 것이다.
이 순환과정이 약화된 사람은 이미 생의 의지나 육신의 종말에 이른 사람이다. 꽝을 치고도 매번 또다시 바다로 달려나가는 낚시꾼이 꽝을 치고 진한 허무를 맛볼지라도, 그 낚시꾼은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바다 속 처럼, 마음 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걸어내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찌를 수면 위에 던지는 것이다.
아... 인생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