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影과 계곡에 마음의 홍진 씻겨내는 천년고찰
[계곡이 아름다운 사찰] 울진 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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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형상을 한 뒷산 바위가 맑은 날이면 선명히 비치는 불영사 대웅전 앞 연못의 풍경은 한 폭의 맑은 수묵화가 연상될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
‘한국의 그랜드 캐년’ 불영계곡 품어
천축선원 운영중인 비구니 참선 도량
천축산 바위에 새겨진 불영(부처님 그림자)이 연못에 비치는 불영사는 천년 고찰이자 마음 속에 찌들었던 홍진을 털어내는 도량이다. 이 도량 옆에는 한국관광공사가 9월의 가볼만한 관광지로 추천한 불영계곡이 길게 뻗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 본 도량으로 들어가는 길에서만이 불영계곡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넓고 깊은 불영계곡은 발품을 팔아 제대로 걸어봐야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대동여지도’서 비단 금 자를 써서 ‘금계천(錦溪川)’이라 왜 명명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불영사계곡 휴게소부터 서면 하원리의 불영사까지의 경치는 수려하다. 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불영사계곡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뤄 천혜의 자연경관을 제공한다. 지난 1985년 불영사계곡을 지나는 36번 국도가 개통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전까지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지금은 자연을 벗 삼아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곳이다.
불영계곡에는 유려한 곡선도, 아찔한 폭포도 없다. 굵은 필치로 힘차게 그려나간 듯 담백하고 절제있는 직선이 바로 불영계곡이다. 원래 계곡은 근남면 행곡리에서 서면 하원리까지 약 15㎞에 걸쳐 이어진다. 계곡 주변에는 신라시대 고찰 불영사를 중심으로 광대코바위, 주절이바위, 창옥벽, 명경대, 의상대, 산태극, 수태극 등 30여 곳의 명소들이 펼쳐진다. 계곡 바닥과 주위 암반은 모두 화강암으로 오랫동안 풍화 침식되며 만들어졌다. 불영계곡은 ‘불영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대사에 의해 세워진 불영사의 본래 이름은 ‘구룡사’였다. 부처 형상을 한 뒷산 바위가 절 마당 연못에 비쳐 ‘불영사(佛影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이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정말 외경심이 들 정도로 장엄하다.
국도변 주차장의 일주문에서 불영사 대웅전 앞마당까지 약 500m의 진입로가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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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이 양쪽으로 뻗어있는 사찰 진입로. |
일주문에 들어설 때면, 거창하게 해탈까지는 이르지 못해도 쓸데없는 아집은 미련 없이 실어 보낼 수 있다. 구룡교를 건너면서부터 나타나는 고목 숲길은 불영사의 텃밭까지 이어진다. 천축산 깊숙한 곳에 자리한 불영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 도량이라 정갈하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아니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처럼 담백하다. 고즈넉하면서도 정갈해서 찾는 이의 마음조차 차분하게 만든다.
일주문서 20여 분을 걸어 들어오면 비교적 큰 연못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부처님 그림자가 비치는 연못이다. 이 곳을 지나면 팔작다포집으로 18세기 건물로 추정되는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에 시선이 꽂힌다. 현재는 외부 공사중이라 가림막 그물을 쳐놓았다.
대웅보전 내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로 표현한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와 불영사의 600년 된 은행나무 일부로 2002년에 봉안한 삼존불이 있다. 대웅보전은 특이하게도 돌거북 조각 한 쌍이 기단을 받치고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그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머리와 몸통 일부를 드러낸 채 대웅전을 업고 있는 돌거북의 모습이 독특하지만 너무 힘들어 보인다. 대웅보전 지붕 끝에 풍경이 걸려 있고 물고기 한 마리가 하늘을 유영한다. 바람결에 퍼지는 풍경소리가 온 산에 은은히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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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에 조성된 하얀색 야외 불상. |
경내 여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응진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다포계 홑처마 맛배집으로 조선 중기 초엽의 건물로 추정되는데, 그 역사성과 건축미 덕분에 보물 제730호로 지정되어 있다. 오른쪽 옆에는 1995년 신축한 천축선원이 있다. 근원을 굳이 따지자면 현 주지 일운 스님이 1978년부터 조그만 선방을 운영해오다 개축한 것이다. 일년 내내 운수납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전국 비구니 선원 중 규모가 큰 대표적인 선원이다. 불영사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1년에 두 차례씩 안거 해제일 3일 전에 재가불자 1백여 명에 문호를 개방해 안거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3일 동안 스님들과 똑같이 오후불식과 묵언수행 해야된다.
울진 불영사에서 볼거리가 또 있다. 절 마당 한 쪽 언덕에 군락으로 펼쳐진 금강 소나무다.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서 있는 금강 소나무는 한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을 정도로 꼿꼿한 기상을 자랑한다. 종무소에 비치된 팸플릿에 ‘마음 닦기 좋은 곳, 佛影寺’라고 쓰여 있듯이 이 도량은 산사의 평온함과 설명할 수 없는 여유로움, 천년 고찰의 숨결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불국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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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리는 불영사 옆에 위치한 ‘불영계곡’ |
주변보기
▲주변 관광지
덕구온천〈사진 오른쪽〉은 백암온천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온천지다. 국내에서 유일한 자연 용출온천으로 유명한데 응봉산 중턱에서 약 42도 정도의 온천수가 솟구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온천수를 사용해 조성한 곳이 바로 덕구온천이다. 갖가지 미네랄이 풍부해 신경통과 근육통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천 원탕에 이르는 약 8㎞의 트레킹 코스도 인기다. 길이 완만해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묵을곳
금강송이 많은 울진에는 숲이 짙은 만큼 휴양림이 좋다. 구수곡자연휴양림(054-783-2241)과 통고산자연휴양림(054-782-9007) 등이 첫손으로 꼽히는 숙소다. 신선계곡을 가겠다면 한화리조트 백암이 좋겠고, 금강송 숲길을 찾아간다면 덕구온천관광호텔(054-782-0677)이 맞춤이다. 금강송 숲길의 출발지와 종착지인 두천리와 소광리 주민들이 민박을 친다. 1인 기준 1박 1만원. 미리 주문을 하면 숲길을 걸을 때 먹을 도시락도 싸준다.
▲맛집
맛집을 찾아가려면 바닷가 쪽으로 가는 편이 낫다. 후포항의 왕돌수산(054-788-4959)은 홍게찜〈사진 위〉도 좋지만, 우럭지리탕을 특히 잘한다. 근남면 노음리의 성류식당(054-783-5358)의 홍게탕도 이름이 났다. 읍내의 별난복집(054-782-3142)은 시원한 복국이 좋고 남양숯불갈비(054-782-3637)의 불고기도 추천할 만하다.
[현대불교 | 201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