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청년기의 이순신 이야기>
임 원 빈(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우리 국민이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순신 장군(이하 ‘이순신’으로 약칭)은 청소년 시절 어떤 어린이, 청년이었을까?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 소년 이순신은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하였다. 그는 동네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즐겼는데 늘 나무로 만든 활을 가지고 다녔다. 그러다 나이가 든 어른이라 할지라도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항의하며 활로 그 사람의 눈을 겨누고 쏘려고 하여 사람들이 이순신의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소년 이순신은 불의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어린이였던 것이다.
참외밭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더운 여름날, 동네 참외밭 옆을 지나가던 청소년 이순신이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그래서 밭주인에게 참외를 달라고 청하였는데 거절을 당했다. 몹시 화가 난 이순신은 집으로 돌아와 말을 타고 가서 참외밭을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그다음부터는 밭주인이 스스로 참외를 내어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평민이었을 밭주인이 양반의 자제인 이순신을 어쩌지 못한 것 같은데, 이 일화는 청소년 이순신의 성격이 참으로 활달하였으며,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분기탱천하는 동네의 악동같은 면모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한편 어린시절 전쟁놀이를 할 때 동네 아이들이 이순신을 늘 대장으로 추대하고, 청년이 되어 무예를 배울 때 말타고 활쏘는 실력이 출중하여 동료들 중에 따를 자가 없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리더십과 무인으로서의 자질도 함께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순신의 부모님들은 이순신이 문과 과거 시험을 치르기를 원했던 것 같다. 이순신의 집안이 대대로 문과 출신 급제자를 배출한 명문 가문이었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에 이르러 급제자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순신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뜻에 따라 두 형인 희신, 요신을 따라 서당에 가서 유학의 경전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이순신은 마음속 깊이 문과 출신 관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순신은 21세 때에 상주 방씨와 결혼하여 처가에서 살게 되었는데 마침 그의 장인이 군인 출신인 방진이란 사람이었다. 장인 방진은 사위 이순신이 군인으로서의 적성과 자질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무과로 진로를 바꾸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이순신은 22세부터 처가가 있었던 오늘날의 현충사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을 쏘고, 말을 달리는 무과 과거 시험 준비를 시작하였다. 6년을 준비하여 28세 때에 처음으로 무과 시험을 치렀는데, 시험 도중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낙방하였다. 이순신은 다시 4년간 재수를 하여 32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과에 합격하였다. 함께 합격한 29명 가운데 12등이었다.
이순신은 천재가 아니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 부모님들의 권유로 문과 과거 시험을 준비하다가 결혼 이후인 22세가 되어서야 무과로 전향하였다. 활을 쏘고, 말을 달리는 실기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무과 시험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이순신은 낙방도 경험하고, 재수도 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0년 만에 무과에 합격하였다. 그는 부모님의 희망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도 했지만 결국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적성을 찾아 군인을 길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전라좌수사(해군소장), 삼도수군통제사(해군대장)가 되어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극복하는 역사의 주역이 되었다. 청소년 시절, 자신의 적성과 기질에 맞는 진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제479주년 충무공 탄신일을 맞아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순신처럼 꿈을 지닌 정의로운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끝>(충남교육청 <교육신문> 4월호 게재 예정)
첫댓글 4월이 가까워 오니...이런 저런 곳에서...칼럼 요청이 오네요. 청소년들에게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할 때......어떤 이야기를 해줄까...고민을 하게 되는데...특히 문화관광해설사님들..다들 아시는 이야기이지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
자신의 길을 찾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지요.
지나고 보니..제가 살아온 길도...운명 같은 것이지...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듯 싶어요. 아마도 이순신 장군님도 그러셨을 것 같아요....ㅎ
참외밭 망쳐 놓은거
배상해주셨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말로 참외밭을 엉망으로 만들다니 . .
질풍노도의 시기
악동 인정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참외밭 이야기는...이순신 장군도 어린 시절...누구나의 어린 시절 처럼...악동의 시절..질풍노도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아주 좋은 자료인 것 같아요...<성웅 이순신>..이라는 박제화된 근엄함과 완벽함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주고..<그렇지... 그 분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었어!>...라고 인간적인 공감대를 느껴볼 수 있게 하는....소중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ㅎ
넵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순신.....꿈을 지닌 어린이...정의로운 어린이...청년기에 낙방도 해보고..재수도 해본...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자기-주도적인 성장으로..스스로를 완성해간 사람!......평범하게 태어난 그 어느 누구도...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타인에 대한 사랑, 배려를 습성화하면...이순신 장군처럼...꽤 괜찮은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교훈을 주신 분!..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인생의 모델이 아닐까...ㅎ
가정에 형제가 여럿이면 각자의 소질을 개발하여 다방면의 인재를 키울수 있겠으나,
요즘은 딸랑 한.두 자녀만 있으니...
현재의 교육환경을 보면 새벽부터 자정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이 애처럽고,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좋은대학, 좋은직장, 등등... 아빠들 보다 엄마들이 더 주의의 시선을 예민하게 의식하는 이유가 ㅎㅎㅎ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그게 행복인것을요~~~
10년쯤 후면 학생들 대비 대학이 남아 돌것인데....
넹..그렇지요. 딸랑..한 두 자녀만 있으니...해달라는 것 다 해주고..그러다 보면...모두가 자기 중심..이기적 삶에 익숙해 가는 세태이지요.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에 열심히 일을 해서...어느정도의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으니...오늘날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은..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하면서...살아갈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된 셈인데요...그다음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종착역은...가치있는 삶..이 아닐까....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지?..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지?..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런 고민을 하면서...꿈을 만들어갔으면...좋겠습니다....ㅎ
@일심 전라좌수영(여수,순천,광양,고흥 등)은 학생수가 감소하여 교육정책에 빵간불이 켜졌습니다.
다른수영도 비슷한 상황일것입니다
청년들이 향지를 떠나 모두가 경기, 한양으로 떠나는 마당에~~
직장도, 결혼도, 출산도 모두가 힘든 청년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누가 알려주어야 할지요.....
소년 청소년기의 이야기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것입니다. 어릴 때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라면서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죠. 실제로 이순신 장군 정도의 위인으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어릴 때 심한 장난꾸러기였던 학생들이 꽤 훌륭하게 자라 자기 몫을 잘 해 나가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개구쟁이 어린이들을 볼 때 호기심이 많아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군님은 자신외 진로를 찾고, 목표를 향해 노력해서 꿈을 이루어걀 수 있게 하는 좋은 롤모델이죠. 칼럼과 강의를 통해 장군님의 가치의식을 많이 전파하세요. 늘 응원합니다.^^
넹..이순신 장군의 일생은...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교훈적이지 않는 내용이 없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에게도..어른들에게도..정치인들에게도..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리더들에게도...
평범함에서..비범함으로 도약하는...대기만성형의 삶은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구요....ㅎ
응원에.....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늘 해설하는 내용이기도합니다만은 또 복습하고갑니다. 초등학교3학년 역사수업할때 나오는 단골메뉴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