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삼성산에 오르다
삼성산은 서울 관악구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하고 있다.
삼성산은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뻗어 올라가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지맥 중 의왕 백운산에서 북으로 방향을 틀어 바리산 국사봉 청계산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관악지맥에 속한 산이다. 관악지맥 좌우로는 안양천과 탄천이 한강으로 흘러든다. 관악지맥에서 관악산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삼성산이 있고 동쪽으로 우면산이 동서로 뻗어 있다. 산 정상에서 보면 서울 시가지와 안양, 광명, 시흥, 군포, 의왕, 과천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날씨가 맑은 날은 서해바다가 보인다고 한다. 주변에 경인교대,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과 맞은편에 안양 수리산이 가깝게 보인다.
삼성산(481m)에 대한 유래를 살펴보니 원효, 의상, 윤필의 세 고승이 조그마한 암자를 짓고 수도에 정진하던 곳으로 이 세 고승을 칭하여「삼성산(三聖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그러나 불교계 일각에서는 불가에서 말하는 극락세계의 교주인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및 대세지보살을 삼성(三聖)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삼성산 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삼성산에는 삼막사를 비롯하여 안양사, 염불암, 상월암, 망원암, 성주암 등 사찰이 많이 있는 곳이다. 이 중 왕건이 금주, 과주 등의 고을을 정벌하기 위하여 이곳을 지나가다 능정이란 스님을 만나 안양사를 지어 오늘날의 안양시명이 탄생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안양이란 불가에서 아미타불이 상주하는 청정한 극락정토의 세계를 말하며 현세의 서쪽으로 10만억 불토를 지나 있다는 즐거움만 있는 자유로운 이상형의 세계를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안양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늘 즐거움만 있는 자유로운 극락정토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복 받은 시민들이다.
지난 1월 18일 경기도 교원임용고사가 안양 부흥중학교에서 있었다. 이날 시험을 치게 된 딸을 시험장에 태워다 주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삼성산을 오를 계획으로 전 날부터 인터넷검색을 했다. 위치와 산행을 시작할 지점을 확인하고 배낭을 미리 챙겨 놓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도로에는 차량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시간에는 좀 한가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내 착각이었다.
동탄에서 수원 버스터미널로 나와 의왕을 지나 안양까지 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 부흥동에 있는 부흥중학교 시험장에 내려주고 석수동에 있는 안양예술공원 주차장에 차를 댔다.
옛날 이십대 때 안양유원지에 몇 번 놀러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나름 서구풍의 음식점들이 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 서있었고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만 했다.
오래 전 기억으로는 유원지 계곡에 평상을 놓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계곡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계곡 양쪽으로는 높은 담벽이 처져있고 접근금지란 안내판까지 걸려 있었다. 예술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로 옆에 있다는 마애종를 보러 갔다. 석수동 마애종은 고려 초기작품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유일의 마애종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안내판에 기록되어있다. 마애종 누각을 사진으로 남기고 안양사가 있는 절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아침 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그런데다 오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라고 기상청 일기예보에서 알려주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된 진원지는 중국으로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는 것 같다.
안양사에 다다르니 인적은 없고 높은 느티나무 가지에서 까마귀 한 쌍이 울어 대고 있었다. 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절 우측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오르다 보니 길이 여러 갈레가 보인다.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 들면 낭패를 볼 것 같아 무조건 큰길만 따라 올라갔다. 어느 정도 숨이 차오를 때쯤 바위로 된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니 주변의 시야가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오르면서 확인한 것은 이곳은 온통 바위로 이뤄진 산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바위로 된 산은 오를 때나 내려 올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는 내내 느낀 것은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높은 하늘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런 바위산을 보니 오래 전 서울답사를 갔다가 본 겸재 정선의 인왕산도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 참을 오르니 제1전망대라는 표지판이 나오고 그리 멋스럽지 않은 정자가 보인다. 잠시 쉬면서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등성을 따라 올라갔다. 다음에 다다른 곳이 제2전망대다. 이쯤 오르니 간간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2전망대에서는 가깝게 경인교대가 보이고 바로 넘어 안양 해솔학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바로 위쪽에는 한 눈에도 위압감을 주는 바위가 하늘로 치솟아 안개 사이로 비춰지는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오랜 세월 자연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왔을 바위의 모습은 매우 위엄이 있어 보였다. 감히 근접할 수 없는 느낌으로 다가 온다. 저 바위산을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이곳을 자주 온다는 등산객을 만나 안내를 받아 함께 올라갔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던가! 갈 수 없는 길이면 돌아가야 한다. 산에서는 그 말이 철칙인 것 같다. 산을 오르다 보면 난코스가 나온다.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 반드시 우회길이 있다는 거다. 이번 산행을 하면서 알게 된 교훈이다.
제2전망대에서 한참을 더 오르니 삼성산 학우봉(368m)이 보인다. 이곳에서 준비해간 음료수와 과일로 힘을 비축하고 다시 출발했다. 올라가는 길에 좌측으로 삼막사가 산 칠부능선에 터를 잡고 앉아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절 지붕이 보이고 제법 큰 절인 듯 절 건물들이 여러 채 보였다. 우리는 삼막사 가는 길을 포기하고 바로 국기봉 방향으로 올라갔다. 삼막사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시간이 너무 지체 될 것 같았다. 삼막사 가는 능선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삼성산 국기봉(477m) 나타난다. 이곳에서 먼저 올라 온 등산객을 만나 등산로 방향을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 준다. 이후 하산 할 때까지 그 일행과 함께 동행을 했다.
국기봉에서 지나온 산줄기를 보니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를 때 힘차게 몸을 솟구치는 듯한 형상이다. 등성을 따라 솟은 바위가 소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역동적인 모습이다. 국기봉에서 관악산 방향을 보니 몇 개의 통신탑과 함께 치솟은 산봉우리가 우리를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마음은 관악산 연주암까지 가고 싶었으나 그곳까지 가기에는 일정상 무리가 있어 하산하기로 하고 국기봉에서 만난 일행과 함께 하산길에 올랐다. 올라 올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길도 여러 갈래가 있어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이 함께 한 일행이 이곳 안양유원지가 어릴적 살던 고향이라고 산길을 훤히 꿰뚫고 있어 마음 편히 길을 따라 나섰다. 늘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산의 높이에 대해 얕잡아보고 산에 올랐다가 낭패를 본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고 경험도 있었다. 산을 오를 때는 겸손해야한다. 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겸손인 것 같다. 자신을 낮추고 온 갓 것을 내려놓는 마음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을 산행을 하면서 터득하기도 한다.
하산 길은 산을 오를 때보다 시간은 단축할 수 있으나 안전상 위험도는 더 높다. 특히 암반이 많은 산에서는 더욱 조심해야한다. 다행이 얼음이나 눈이 쌓인 곳이 없어 미끄러운 구간은 덜했으나 바위가 오랜 세월 비바람에 노출되어 이제 서서히 삭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사토 가루처럼 부서져 발을 잘못 디딜 경우 미끄러질 염려가 있었다.
산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조그만 암자가 나온다. 상월암이다. 상월암은 국기봉 팔부능선 아래 남향으로 자리 잡은 암자다. 정면 삼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는 대웅전과 해운당 현판이 걸린 요사체가 발아래 극락정토를 내려다보고 있는듯하다. 암자의 운치를 더하게 하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말없이 오고 가는 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지도에는 상월암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암자 표지에는 상불암으로 표기되어 있어 어떤 것이 바른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국기봉 능선부터 들려오던 울음소리가 상월암에 와서 확인이 됐는데 누렁이 강아지가 그 큰 느티나무 아래 메여 그렇게 울어 댔던 것이다. 우리를 보고 반가워 달려드는데 어찌하지 못하고 강아지와 헤어져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능선은 천인암을 가기 전 좌측 능선을 택해 다시 위험구간이니 돌아가라는 표지판 안내에 따라 산을 내려오니 서울대관악수목원 입구가 나온다. 잠깐 화장실에 들려 일을 보고 안양예술공원 길을 따라 주차장까지 십 여분 걸어 내려와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산행시간은 대략 세 시간 삼십분 정도 소요되었다. 오랜만에 암반이 있는 산행을 해보니 힘들기는 했으나 풍광이 뛰어나 산행을 하는데 더 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첫댓글 진샘 좋은곳만 다니시여 건강 하시야지요
예! 고맙습니다.
산세가 절경입니다.
우리나라 바위는 희고 깨끗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토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아야 절경임을 뽐낸다는 사실이다
바위가 예사롭지가 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