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中年)사랑-12
"으응. 이제 깼어. 몇 시야?"
"당신 한 2시간 정도 주무셨어요. 더 주무셔도 되요."
"그래~ 이리와. 같이 자자."
그는 초희를 가슴에 안고 다시 잠들었다. 나이는 속일 수 없거든.
초희는 있는 힘을 다해 팔을 잡았다. 그의 팔은 굳건하였다. 초희는 이 팔 마져 놓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생각하니 필사적이 되어 그의 팔을 다시 꽉 잡고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아도 그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안개 같은 연기에 가려 언뜻 언뜻 보이는 것은 두 뿔 달린 악마 같기도 하였고 고개를 흔드는 삐에로 같기도 하였는데 갑자기 뱀의 대가리에서 붉은 혓바닥이 튀어 나와 팔을 잡은 초희의 손을 핥으려 하였다. '아아악!!!' 초희는 놀라고 소름이 끼쳐 소리를 질렀다.
"초희야~"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초희는 멍한 채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곳을 보았다. 거기에 미소 띈 얼굴의 제임스가 있었다. 초희는 맞다고 생각하며 그의 온 몸을 짝 달라 붙으며 안았다.
"여보~ 당신 맞죠?"
"ㅎㅎㅎ 내가 맞지. 누굴까? 악몽을 꾼거야? 이렇게 땀까지 흘려 온 몸이 흥건하게 젖었다."
그가 움직이려 하자 초희는 더 바짝 그의 팔을 당겨 가슴에 안았다.
"안돼요! 못 떨어져요. 이제는 악마라도 이 팔 못 놓아요. 여보~ 으흐흑~"
그는 흐느끼는 초희를 다시 힘주어 꼭 안았다.
"꿈은 반대라 잖아. 이제 됐어. 초희야~ 천천히 눈 떠서 일어나 야지."
초희는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벌거벗은 몸으로 벌거벗은 남자를 안고 있는 이 기분도 만만치 않았다. 마냥 이렇게 그를 안은 채 있고 싶었다.
"여보~ 당신을 만나 결혼을 한 후 저는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 이렇게 벌거벗은 채 당신을 꼭 안고 당신 숨소리와 아랫배가 출렁이는 느낌 그리고 당신의 온기가 제 온 몸으로 전해 오는 이 모든 것을 제가 행복으로 느껴요. 저의 또래 누가 또 이런 아름다운 행복을 느낄까요? 밖에 나가 누구든 잡고 묻고 싶어요. 여보~ 사랑해요.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며 몸을 들어 제임스의 배 위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두 젖가슴이 눌려 짜구 날 까봐 두 팔로 몸을 지탱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덜썩 그의 온 몸위에 그녀의 온 몸을 내렸다. 부창부수인가, 그가 그녀의 온 몸을 두 팔로 감싸고 넓적 다리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꼭 안았다. 그야말로 외적 합체였다.
"여보~"
"응."
"우리 이대로 죽을 때까지 있어요."
"그래. 죽을 때까지... ㅎㅎㅎ 배고프면 어떡하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하고? 지금이 새벽 같아. 어서 샤워하고 호텔 브릭페스트 먹고 커피 마시고 슬슬 한국식당 가서 설렁탕 좀 먹어 보자~ 어때요~"
"에이~ 그래도 그것 굿 아이디어예요. 눈 온 시내도 구경하고... 참, 식사하고 백화점 구경한다면 서요.”
"가 봐야 지. 지금 이곳은 목적없이 다니기에는 너무 춥거든. 그때,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 큰 몰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위를 피하고 눈을 바쁘게 하고 같이 살아 움직이고 싶은 마음으로 몰로 와서 어슬렁거려. 딱히 몰에서도 나쁘지는 않거든. 다만, 고객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 간섭 안 해. 그래서 몰 안에는 몰캅이라고 불리는 씨큐리티가 많아. 스토어들이 다 문을 열었는지도 볼 겸, 가는 거야. 오케이!"
"예. 오케이여요."
"그런데, 당신 정말 65세 맞아?"
"어머~ 왜요? 못 믿겠어요?"
"그래. 못 믿겠어. 내가 생각하는 보통 65세 할머니들은 이러지 않거든. 당신은 얼굴도 4~5십대 중년 같고, 머리칼도 조금은 흰색이 보이지만, 대체로 검고 전체적인 피부가 너무 고와. 부드럽고 잔 주름이 거의 없어. 그리고 생각과 말하는 투가 영락없이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이야. 이건 아부 성 발언이 아니야. 당신이 대답해봐."
그는 이야기를 하며 손바닥으로 초희의 온 몸을 애무하듯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었다. 초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온 몸으로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행복해 했다.
"여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니 고마워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래요. 실은 저도 잘 몰랐어요. 저에 대하여. 당신이 말씀하시니 저를 알겠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래. 스스로에 대하여는 봐도 제대로 있는 대로 각성하길 원하지 않거든. 왜냐면, 스스로에게 불리한 점을 인식하면, 스스로 약해 지니까. 그러나 그걸 이겨내야 하는데, 그때 내공이 필요한 거야.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길 때, 비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데 그런 내공을 사실 젊었을 때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마음과 노년들의 세상 보는 눈이 다르거든. 또 달라야 하고."
"여보~ 당신은 도사 같아요 ㅎㅎㅎ. 어떻게 그런 내공을 닦았어요?"
"으응. 그 동안 나도 해외를 돌아 다니며 많은 다양한 경험을 했었고, 그 경험 뒤에는 그 시작과 과정 결과와 잘. 잘못을 생각해서 차곡 차곡 모아 두었지만, 바로 바로 사용하지 않아서 잊어 버렸어. 그러다 그때와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기억이 떠 올라서 적용하거나 변경하여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낡았어. 10분의 1도 사용 못해 ㅎㅎㅎ."
그는 말을 마치며 처량한 웃음을 웃었다.
"여보~ 제 생각에는 그것, 잊어 버리는 것들이 오히려 당신의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요. 맞죠?"
"ㅎㅎㅎ 당신 말이 맞아. 그래서 잊고 바보같이 사는 것도 좋아. 여기서는 나이도 잊고 사는 것 같이.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가서 설렁탕 먹어야지~"
"ㅎㅎㅎ 예. 그래요. 준비할께요."
눈이 와서 쌓인 거리는 온통 눈이었다. 캐나다는 눈이 와도 제설 하나는 잘 하는 첫째 가는 나라이다. 도로를 제설차가 적어도 2대가 앞 뒤로 하여 지나 가며 앞차는 제설하고 뒤차는 나머지 눈을 치우며 소금을 뿌린다. 그리고 그 소금 뿌려진 도로를 차들은 달린다. 눈은 치워지고 녹고하지만, 소금물이 튀어 붙은 차들은 어떻게 할까. 북미에서 생산되지 않은 나라들의 차들은 들여 온지 5년 이상 지난 후의 반응을 보고 수입차 구입을 결정한다. 한국에서 생산된 차들도 오래 전에 그런 난관을 겪었다. 제임스는 인터넷에서 식당 위치를 찾아 가는 길을 살펴 보았다. 약 20분 거리에 있는 작은 플라자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돌아오며 약 10분 거리에 백화점이 있었다.
"여보, 초희야~"
"응. 여보, 하나만 불러 주세요~"
"나는 초희가 더 부르기 좋은데, 그냥 2개 다 사용하자. 오케이?"
"당신 욕심쟁이예요 ㅎㅎㅎ. 그러세요 2개 다 내 이름이니 제가 받았습니다~"
"오케이. 지금 나가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하고 팀하튼에서 커피 마시고 백화점 가자. 이의 있습니까?"
"아뇨? 이의 없어요. 누구 계획인데요 ㅎㅎㅎ. 어서 가요. 초희, 배고파요~"
그들이 '아리랑 코리아'에 들어 서며 안쪽 코너에 두 사람이 막 들어와 앉는 것을 보았다. 초희와 제임스 그들은 웨이팅(waiting here, please.) 이라 표시된 실내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 먼저 들어 온 두 사람은 한국 사람이었다. 한국말로 여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리타이어한 후 사람이 그리워 친구끼리 만나서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들 둘이 들어서자 놀란 듯 보고 있었다. 초희가 멋적은 듯 제임스의 팔을 잡고 창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저, 여기 설렁탕 2개 주세요."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이곳에 사세요?"
"아니 예요. 벤쿠버에 살아요."
"아~ 여행 중이시구나. 잠깐만 기다리시면 맛있게 만들어 드릴께요."
그때 먼저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일어나 가까이 왔다.
"벤쿠버에서 오셨다 구요? 이 눈길에 잘 오셨습니다. 이 집, 정희네 설렁탕은 모두가 즐깁니다. 저희도 에드몬튼에서 일부러 설렁탕 먹으러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에드먼튼에서 컨비니언스를 하다 은퇴하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저희는 토론토에서 벤쿠버 집으로 가는 길에 이곳 설렁탕이 맛있다 하여 들렸습니다. 한국 음식을 먹기 어려운데 이곳을 찾아 와서 좋습니다."
제임스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때 양쪽 테이블 모두에 김이 나는 설렁탕이 셋업되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그가 자리로 돌아가자 초희가 말했다.
"여보, 이런 곳에서 설렁탕을 다 먹게 되다니 정말 행운이예요."
"그만큼 한국 분들이 곳 곳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지. 어쩧든 고마운 거야. 어서 먹어봐. 소금을 조금 더 넣어서 먹어. 설렁탕은 약간 짜다 싶은 게 맛있는 거야."
"ㅎㅎㅎ 당신 고향이 바닷가 라서 짜게 먹는 버릇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저도 그렇게 먹을 거예요."
오랜만에 먹는 설렁탕은 참 좋았다. 리타이어한 두 사람은 추가로 국수와 국물을 더 시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들에게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한 후 둘은 식당을 나와 차에 올랐다.
"여보, 그 분들이 우리와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던 눈치 든 데요."
"알아. 그러나 우리도 나이 더 들면 그렇겠지만,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곳에서는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야.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으로 가거든. 와이프 하고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친구와 어울리기도 하는 거야. 그때,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지. 살아 온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우리는, 내가 당신에게 블로그를 하도록 할거야. 주제가 있는 블로그."
"블로그 요? 저는 그런 생각 안 했어요. 혼자 살면서 그런 것을 하면 더 심란해 지고 자칫 유혹에 빠지기도 싶고 해서 복잡하지 않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도 맞아. 그러나 당신이 지금까지 쌓은 삶의 내공을 압축한 생각들을 적고 그리고 앞으로 발견될 해산물 혹은 각종 나무의 바크( bark)를 촬영하고 그 바크가 붙은 나무의 상세를 기록하는 특정 주제의 블로그. 그것, 당신을 무척 바쁘게 만들 거야. 뿌듯한 보람도 느끼게 하고. 또 알아! 다른 사람들이 읽어 보고 좋아할지. 그렇다면, 더욱 멋진 일이 되는 거야. 당신이 하겠다면, 내가 옆에서 도울 테니까."
"우와~ 너무 거창한 건 아니죠? 당신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무어라도 할 거예요."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 몰(백화점)로 가는 길을 놓쳤다.
"초희야~"
"예."
"실은 길을 놓쳤거든. 다시 돌아 가면 되는데, 저쪽 팀 하튼에서 커피 좀 마시고 가자."
"ㅎㅎㅎ 좋아요."
도로 옆에 위치한 팀 하튼은 컨셉이 어디를 가도 같았다. 풍족한 넓이의 주차 공간, 짙은 붉은 색깔의 건물 그리고 탁 트인 유리 와 이중 출입문. 그 문을 열고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 시간이 좀 지나서 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역시 그 둘은 창가에 자리 잡았다.
"여보~ 아셨죠?"
초희가 웃으며 카운트로 갔다. 자기가 주문해서 가져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여보~ 트리플 트리플은 당신꺼. 그리고 나는 레귤러. 잘 했지요?"
"초희는 학습 력이 뛰어나니까. 멋져."
"당신이 칭찬해 주니 너무 좋아요. 여보~ 사랑해요. 저는 지금까지 칭찬을 못 듣고 살았어요. 작은 칭찬이 이렇게 힘 나게 하고 즐겁고 신나게 하는 건지 이제 느껴요."
그렇다. 살면서 칭찬과 사랑한다는 말은 해도 돈도 안 든다. 자꾸 하면 할수록 늘고 자연스러워지며 듣는 사람을 생기 나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야 누가 듣겠는가. 설사 듣는다 하여도 한국말인데... 초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발그레한 얼굴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여보~ 저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삶이 이렇게 변해 갈 줄은 전혀 생각 한 적이 없었어요. 지금 당신이 제 남편으로 옆에, 아니다. 앞에 앉아서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니 너무 행복해요. 저는 요, 처음에는 이러다 헤어져 추억으로 남기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슨 영화 씨나리오 같은 아쉬운 결말을 할 것인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었어요. 아주 강한 흡인력으로 저를 빨아 당겨 제 운명을 바꿨어요. 이게 정말 현실인가요? 아니면 종말을 향해 가는 애달픈 영화인가요? 베리 미나 집에서 오수를 즐기며 꾸는 꿈인가요?"
"아얏! 어머나. 아퍼요. 왜요?"
제임스가 초희의 이야기를 듣고 허리를 펴고 일어나자 다시 허리를 숙이며 긴 팔을 휘두르며 손바닥으로 초희의 뺨을 때렸다.
"초희야~ 아프지? 꿈이 아니지? 이게 현실이야."
그때 중동 출신이 보이는 30대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가까이 왔다.
"무슨 일입니까? What's happening here?"
"No happening. Confirming our love each other. Thank you so much. 아무런 일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고맙다."
그가 미심쩍어 제임스를 보자 제임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임스가 훨씬 컸다.
"니 잘했다. 그러나 우리는 부부이거든. 좋은 하루 보내라. 오케이! You are doing good job. We are couple and don't worry. Have good day."
"No problem, sir. Have nice holyday. 예. 선생님, 문제없습니다. 멋진 홀리데이 보내십시오."
그가 자리로 돌아가자 둘은 다 마신 커피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든든하게 입은 초희도 눈 내리기 시작한 크리스 마스 이브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여보~"
차에 타자 말자 초희가 궁금한 듯 제임스를 보며 불렀다.
"응"
"이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으흠, 어디로 갈까?"
"어디든 데려가 주세요. 서방님~"
"예. 오늘은 우리가 지나쳐 온 몰로 갑니다. 걷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그러다 배고프면 이곳 특산물도 사 먹으면서 실큰 구경합시다~."
그들은 잠시 후 웨스트 쇼핑몰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어서 원하는 곳에 주차할 수 있었다. 오전이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여보~ 코비드19 펜데밐이 아직 진행 중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 왠일이래요 ㅎㅎㅎ."
"아하~ 초희 여왕님이 오신 걸 알고 마중 나왔나? ㅎㅎㅎ. 캐나다의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 날이거든. 그때 전 후로 해서 타지로 나간 가족들이 선물을 사 들고 고향이나 부모님을 찾아 모이거든. 이번 주가 그런 날이야. 년말 년 시도 있고 해서 어느 몰이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우리도 그 중 하나이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도?"
"응. 우리도. 저기 있다. 따라 오십시오. 그리고 찍 소리 말고 하라는 대로 하십시요. 오케이?"
"예. 저는 당신이 하는 건 뭐든지 오케이 예요. 어마! 여기는 캐나다 구스?"
"그래. 지난 번에 말했던 거와 같이 벤쿠버에서는 거의 후드 달린 파커가 필요 없지만, 그건 젊은 사람들 생각이고 당신에게는 하나가 필요해. 그래서 사 입히려고. 당신은 멋진 싸이즈 보유자이니까 입을 수 있어. 들어가 살펴보자. 그리고 좋으면 주저 말고 입어야 돼. 오케이?"
초희는 대답 대신 남편 제임스의 손바닥을 꼭 잡았다. 사랑에 대한 흥분이 치 솟아오르는 것이다. 너무 고맙고,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신기로 왔다. 캐나다 구스 단독 매장은 넓었다.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고르고 있는 사람들 하여 벌써 붐비기 시작하였다.
"여보! 이것?"
"어, 그래."
제임스는 초희가 지적한 점퍼 '빅토리아'를 꺼내 보았다. 다른 어떤 것을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싸이즈만 맞다 면 이 디자인이 적격이리라.
"초희야. 잘 선택했다. 이 디자인이 당신에게 잘 어울려. 그리고 후드의 여우 털이 알라스카의 백 여우 색깔 같다. 길이도 히프를 위에서 조금만 덮고, 주머니도 좌우 1개, 윗 주머니에는 휴대폰을 쉽게 넣었다 뺏다 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어서 좋다. 아하~ 안 쪽에 1개의 속주머니가 있구나. 색상도 곤색이니 아주 좋아. 초희야. 이 빅토리아로 하여 싸이즈를 찾아봐."
"예. 저도 이 디자인이 아주 맘에 들어요. 여기... "
"응. 저어기, 옷 갈아 입는 룸이 있구나. 가자. 내가 밖에 있을 테니 입고 잘 확인해봐."
초희가 스몰 미디움 싸이즈 각 각 하나씩 들고 피딩 룸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문 앞에 서 기다렸다. 잠시 후 곤색 파커를 입고 나온 초희를 보고 제임스는 탄성을 내질렀다.
"와우! 이게 누구야~ 왠 모델이 내 앞에 있다니, 너무 멋지다. 리 초희."
초희는 파커를 입은 채 남편 앞에서 한바뀌 돌았다. 싸이즈는 미디움이었다. 젊은 여성같이 보기 좋게 잘 맞았다.
"어때요, 여보?"
"으아~ 아주 좋아. 필 들어 봐. 편안한지 활동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는지 보자."
초희는 두 팔을 들었고 허리를 굽혀 보았다. 그리고 제임스가 파커 지퍼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상태도 좋았다. 후드의 폭스 색상도 맑은 흰색이어서 아주 좋았다.
"자. 그걸로 하자. 다른 것, 볼 필요 없다. 오케이?"
"예. 좋아요. 너무 좋아요. 여보~"
초희는 정말 행복해서 제임스에게 달려 들었다. 그러는 그녀를 제임스가 팔을 벌려 꼭 안았다.
"으하함~ 여보~ 저 너무 행복해요~ 사랑해요. 여보~"
"나도 사랑한다. 초희야~. 자, 이제 벗어서 계산해야 지. 다들 본다."
"다들 보라지요 ㅎㅎㅎ. 나이 들면 그런 면에는 무뎌진데요 ㅎㅎㅎ. 어서 가요."
제임스는 그의 크레딧 카드로 세금 포함 CD1,350-을 지불했다. 캐나다 구스는 세계 동물 애호가 협회에 의하여 앞으로는 폭스와 구스 털 들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제임스는 그걸 신문을 통해 이미 읽었다. 그래서 가격도 올렸을 것이었다.
"초희야~ 이 파커는 90%가 구스 털이고 10%가 캐나다 북극 폭스(북극 여우)털을 사용한 거야. 앞으로 2~3년 내 이런 종류의 옷은 구입할 수가 없어. 세계 동물 애호 협회의 요청을 캐나다 구스 회사가 받아들였거든. 이번에 참 잘 샀다."
"어머! 그래요. 귀중하게 오랫동안 잘 입을 거예요. 아주 좋아요. 가볍고 따뜻하고."
“그리고 내친 김에 당신도 원피스 가죽 부츠를 하나 신어야 돼. 나 같은 브렌드. 블랜든 스톤. 알았지?”
“여보! 제가 또 당신하고 같은 커플 부츠를 신어요? 와하하하~ 너무 좋아요. 어서 가요.”
그들은 몇 가게를 지나 ‘브라운 스미스’라고 이름한 명품 신발 스토어를 들러 6 싸이즈의 블랙 원피스 가죽 부츠를 샀다. 초희에게 꼭 맞았고 초희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여보, 당신 신발~”
“왜?”
“아이~ 이리 대 봐요.”
그가 오른쪽 발을 초희의 왼쪽 발에 대었다.
“우와아~ 너무 좋은 한쌍이예요. 커플 부츠! 제가 당신하고 이 나이에 신었어요. 너무 좋아요. 여보~”
초희는 다시 제임스의 가슴에 안겼다.
"오케이. 이제 아이 쇼핑하기 전에 마지막 하나를 해결하자."
"엥! 그게 뭔 데요?"
"ㅎㅎㅎ 반지."
"으아악! 너무 좋아요. 당신 나 초희를 죽이고 있어요. 어서 가요."
그들은 몰 내의 가까운 보석점에 가서 안쪽에 '12 20 21 결혼'이라고 인그레빙한 18k 반지를 두개 사서 하나씩 꼈다. 그것도 제임스가 세금 포함 CD960-을 지불했다.
"여보~ 너무 멋져요. 이제 이 반지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거예요. 너무 좋아요. 여보~ 가슴이 벅차요."
초희는 가게 안에서 또 다시 팔을 벌린 제임스의 품에 안겼다. 이번에는 5분 정도 그러고 있었다.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모두에게 미소 지으며 떨어졌다.
"Thank you so much, all you guys.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임스와 초희는 같이 손을 잡고 그들에게 인사하였다. 이 같은 결혼 축하객이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그들은 정말 축하해 주었다. 그때 주인 사장이 나와 빨간 봉투를 주었다.
"What' this? 이게 뭐 예요?"
열어 본 초희는 또 한번 고마워하고 감사하였다. 반지를 판 가게의 사장님으로 부터 결혼 축하금이었다. 그렇게 따뜻한 축하를 받으며 그들은 그 가게를 나와 넓은 몰을 걷기 시작하였다.
"여보~ 우리 정말 잘 맺어 졌어요. 이러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거예요. 당신을 만나려고. 사랑해요. 내 사랑 제임스."
"또 어쩌자고. 이번에는 안돼. 지금은 공공장소야. 제발, 이따가 호텔로 돌아가서 하자. 응."
그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초희가 돌아서서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여보. 그러면 호텔로 돌아가서 첫 날밤을 보내는 거예요. 아셨죠?"
"ㅎㅎㅎ 벌써 첫날 밤 보냈잖아. 또 첫날 밤?"
"예. 맨 날 첫날 밤이예요 ㅎㅎㅎ."
"자, 첫날 밤이든 둘째 날이든 배를 채워 야지. 금강산도 식후경. 저어기 가서 샤스캬튠 명물 음식 좀 먹어 봅시다~"
"ㅎㅎㅎ 그럽시다요~ 여보, 실은 저도 배고파요. 벌써 2시가 넘었어요."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샤스캬튠 명물 음식은 왔으니 꼭 먹어 봐야 돼. 그지?"
"저 거지 아닌데요~ 돈 내고 먹어 봅시다~"
그들이 간 곳은 샤스캬튠의 명물 음식인 Bannok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입구를 들어서며 큐알 코드를 찍고 들어가 주문하고 기다렸다 음식을 들고 좌측 넓은 식탁과 의자들이 늘어서 있는 홀로 가서 앉아 먹으면 된다. 2층 레스토랑 홀은 레스토랑 고객 공용이며 앞에는 유리로 돔 같은 창을 만들어 눈 온 강변과 산들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프론트 뷰가 장관이었다. 우리의 초희가 빠질 수 있겠는가?
"여보~ 이런 빵은 어디에서 든 먹을 수 있는 거 잖아요. 뭐가 달라요?"
"어~ 이 빵은 베넉이라 부르는데, 스코틀렌드에서 바다 건너 이리로 와서 원주민들 주식이 되었어. 오래 전 역사이지. 아마도 1800년대 초쯤. 그러다 베넉 위에 소스를 칠하게 되었고 메이플 시럽도 덮었고 그리고 지금은 샤스캬츈 원산지인 체리와 베리 쨈을 발라 먹게 되었어. 역사적인 간편한 음식이야. 넓적한 돌 위에 반죽하여 구워 낸 것이 시초야. 어서 먹어봐."
"참 당신은 아는 것도 많아요."
초희는 베넉을 체리 쨈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음~ 맛이 구수하고 참 좋네요. 한국의 옛날 밀가루 빵 같지만 더 좋네요."
"당신도 밀가루 빵을 알아?"
"그럼 요~ 저도 강원도에서 자랐어요."
"어이구~ 멋지네 ㅎㅎㅎ."
"여보~ 굉장해요. 이런 눈 덮힌 산하의 장관은 처음 봐요. 눈사슴도 볼 수 있겠어요."
"정말 굉장하다. 사슴 뿐만 아니라 곰도 바이슨도 볼 수 있겠다."
"곰은 알겠는데, 바이슨은 뭐래요?"
"아~ 그 바이슨, 들소인데 미국에서는 버팔로라고 부르고 캐나다에서는 바이슨이라고 부른다. 언제 한번 바이슨 스테이크를 먹어 보자."
"진짜로요! 농담 아니죠?"
"농담 아니야. 이런 곳에 다시 오기가 쉽지 않으니 왔을 때 보고 하고 먹고 하는 가능한 것들은 다 해야돼. 우리 적당히 먹고 당신이 적기에 물은 바이슨 스테이크, 바이슨 씨슬리키(Bison Shishliki)를 저녁으로 먹자. 오케이?"
"우와아~ 정말 그래 줄 꺼 예요? 신나겠다. 야호~"
그렇다. 사는데 애쓰다 보면 많은 것들을 놓치거나 잊어버리게 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경험상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공짜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들 둘은 넓은 몰의 매장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봤지만, 1/5은 보지 못하고 저녁 때를 맞았다.
"초희야~ 바이슨 저녁은 이 안 몰에서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 없어. 천상 밖으로 나가야 겠다. 한 20분 쯤 서쪽으로 가면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다. 어쩔래?"
"여보~ 당신 너무 사투리 심하게 쓰는 것 아니 예요. 새겨듣지 않으면, 잘 못 알아 들을 때가 많아요. 어이구~ 제가 경상도 사투리를 배워야 겠어요. 저는 좋아요. 당신과 함께 하는데 왜 싫어 할까요? 가요! 어디든."
"으아~ 그 사투리. 나도 정확히 어디 사투리인지 모른다. 강원도 남쪽과 경상도 북쪽의 말이 섞였고 게다가 이북 말까지 섞여서 그야말로 퓨전 사투리가 되어 정제되지 않고 막 튀어나와."
"오! 노, 노, 노. 정제하지 마요, 제발. 저는 당신의 그 말이 너무 좋아요. 어떤 때는 달콤하게 들려요 ㅎㅎㅎ."
"에구~ 이런, 애교인가? 기분 맞춰주는 건가? 헷갈리네. 하여튼 동의했으니 나가자~"
그들이 밖으로 나오니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쌓인 눈 위에 또 내려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별 색다르지 않다. 눈 없는 썰렁한 크리스 마스는 토론토나 벤쿠버에서 걱정할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문제없다. 거리에는 걷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이때는 가족과 모여 터키 혹은 그들 뿌리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 모여 화기애애한 크리스 마스 이브를 즐기는 것이다. 그들도 일단 멋진 크리스 마스 이브를 시작한 것이다. 캐나다 구스 파커와 검정 컬러 브렌든 스톤 부츠, 커플 반지 그리고 전통 음식인 바이슨 요리를 먹기 위해 가고 있었다. 눈이 그들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케 하였다. 60대 중년인 데도...
그들이 도착한 레스토랑은 네온싸인이 화려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식당 앞 지붕
있는 파티오에도 몇 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기 위하여 파티오를 선호한다. 뒤편에 주차하고 둘을 팔짱을
낀 채 조심스럽게 눈을 밟으며 정문으로 갔다.
싼타 크루즈 옷을 입은 멋진 아가씨가 그들을 반겼다. 그 아가씨 가슴에도
'Sascatoon Bison' 이라고 블루칼라로 인쇄되어 있었다. 제임스가 초희의 팔을
풀고 앞으로 세웠다.
"Welcome to Sascatoon Bison, may I help you, Madam."
그 아가씨가 초희를 보고 미소 지으며 물었다.
"We already got double shot of vaccine. Can we get the Vison staek and Bison Shishliki?(우린 이미 두번째 백신도 접종했어요. 우리 여기서 바이슨 스테이크, 바이슨 씨슬리키 주문할 수 있어요?)"
"That' good. Yes, of course, you can. Please sit there, sir(예. 당연하죠. 저기, 앉으셔도 좋습니다)"
그 아가씨는 도로변이 가까운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의자도 테이블도 산뜻하며 깨끗하였다. 초희가 식당을 등진 채 거리를 보고 앉았고 제임스가 그 맞은 편에 앉았다.
"여보~ 어때요, 제 영어 실력이?"
"ㅎㅎㅎ 잘했어요. 엑설런트 합니다. 베리 굿. 정말 학습력이 뛰어났다. 놀랄 정도야. 한 두달 안에 나 보다 잘 할 거고 영어 생활도 불편없이 하겠다."
"와우~ 그 정도예요. 고마워요. 높이 평가해 주어서."
"노노노. 있는 대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말하는 거야."
"ㅎㅎㅎ 말씀도 정이 가득 담긴 채 기분 좋게 잘 하셔요. 그런데, 왜 여자들이 없었을까요? 저렇게 멋진데."
"뭐야~ 칭찬이야, 추궁이야?"
"두 개 다 여요. 당신은 너무 멋져요. 그 나이에 혼자 살아오면서 저를 기다렸다니... 제가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해야 할텐데..."
"초희야. 니가 실은 나 보다 더 위에 있어. 지금 이런 말도 60대 중년 할매가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당신은 이렇게 잘 하잖아."
"에구, 그만 띄워요. 저는 당신을 위하여 사는 아녀자예요."
"이렇게 재치 있고 애교 스럽고 사랑스러운 할매를 만난 것은 나에게 마지막 행운이다. 고맙습니다. 나의 운명의 신이시여. 이건 아부성 발언이 아니다."
"ㅎㅎㅎ"
그때 맛있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바이슨 요리를 담은 스트롤러가 셋팅을 하기 위하여 왔다.
스테이크는 보기 좋게 익혀서 나왔다. 초희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아마도 미디움이리라. 그리고 꼬치에 끼워 구워서 나온 바이슨 고기의 시슬리키도 먹음직 스러웠다. 초희가 먼저 칼로 썰어 보고는 놀랐다.
"여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어요. 칼질이 두부 가르듯 부드럽게 되요. 자, 먹어 보세요."
그녀가 포크에 찍어 건 낸 스테이크 한 입을 먹은 제임스도 놀랐다.
"와~ 이건 숫제 최고급 소고기 스테이크 같거나 이상이다. 맛도 아주 좋은데. 자, 이번엔 내껄 먹어봐."
그가 나이프로 자른 작은 크기의 바이슨을 포크에 찍어서 초희에게 주었다. 그녀가 고개를 내밀고 입을 벌렸다. 그가 찍은 고기를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어마마~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그리고 여보~ 고마워요. 저는 이렇게 먹기 좋게 짤라 입에 넣어주는 경우는 평생 처음이예요. 여보~ 너무 감격스럽고 고맙고 사랑해요~"
"아직 아니야~ 어서 이 시슬리키도 먹어봐. 같은 바이슨인데 한국의 꼬치 구이 같은 방법으로 요리한 거야."
"예. 다 맛있어요. 바이슨, 참 고마운 짐승이네요. 우리를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다니."
"문학도라서 표현도 멋지네요 ㅎㅎㅎ."
그들은 그렇게 내리기 시작한 눈을 보며 근 1시간에 걸쳐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때 시각은 밤 7시였다.
"초희야. 우린 지금 다운타운을 거쳐 호텔로 간다."
"아직 우린 다운타운을 보지 못했어요?"
"이미 봤지. 아까 그 몰이 있던 부근이 다운타운이야. 서울의 명동이나 토론토의 다운타운과는 좀 다르지. 도시가 그곳들과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맞아요. 서울 명동은 굉장하잖아요. 어서 가요. 지나면서라도 보고 싶어요."
그들은 다시 다운타운을 거쳐 숙소로 돌아 가기로 하였다. 가는 길 마다 에는 홀리데이 씨즌의 절정인 크리스 마스 이브의 분위기로 북적거리고 멋진 네온싸인의 장식으로 화려하였다. 더구나 바람 없는 눈까지 내리니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로 천천히 흘러가고 흘러오고 있었다. 그들이 탄 차도 그 속에 갇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초희는 창문까지 열고 거리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지나 가고 오는 사람들 모두가 친절해 보였고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초희는 눈으로 바깥 광경을 보며 머리로는 그동안 살아 온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있었다.
딸 미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캐나다로 유학 보낸 것은 전 남편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돈은 미나에게 로 보냈다. 그때 왜 미나 아빠는 아이를 유학 보내려 했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들은 이야기로는 만나는 여자가 있어서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부부 관계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건축 관계 공무원이었지만, 일 관계로 자주 출장을 갔으며 자주 일터에서 묵었다. 그러다 보니 한달에 두 번 정도 집에 와서 10여일 정도 같이 지냈으며 그때도 피곤하여서 부부 관계는 두 번 내지 세번 정도로 끝냈다. 50이 넘으면서 그나마도 하지 못하였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꾹꾹 참으며 직장에만 충실하였던 게 장 초희였었다. 미나가 마이클과 결혼식을 한국에서 한 후 돌아갈 때도 만나지 못하고 그들을 혼자서 배웅하였다. 같이 캐나다로 가서 마이클 부모님을 뵙자 하였으나 일 관계로 차일 피일 미루다 부모님이 돌아 가시고 결국은 합의 이혼하게 되었고, 그 후 혼자 직장 생활을 하며 살아 왔다. 그 후 미나 아빠는 곧 재혼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때는 관심 밖이었다. 뭔가 맑지 못한 것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마음의 아픔들을 직장 생활의 충실로 감당하였다. 그리고 그 후 미나 아빠가 교통 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 그 동안 부부가 함께 나들이를 한다든가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한 적도 거의 없었다. 뭔가 초희, 자기에게 여자로서 의 아내로서 의 부족한 점이 있었던 거다. 초희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결혼도 중매여서 제대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고 상황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충실한 가정 주부였다. 그렇게 산 세월이 지금 에서야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는 유교적 도덕과 자존심과 주변의 관심 등으로 참고 지내야 했었다. 그런데, 제임스를 만나며 갑작스레 새로운 세상과 환경과 자유로운 자아의 양심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든 처지를 깨닫고 세상의 삶은 한번이라는 만고 진리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한번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잡았다. 그리고 영육이 제대로된 인간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하였다. 초희는 제임스와의 결혼을 위하여 그 전의 삶을 다 지불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이제 또 어떤 지불을 위한 고난이 닥쳐도 즐겁게 그 댓 가를 지불할 것이다 생각하고 각오를 다졌다. 그 마지막 각오가 그녀의 마음과 몸을 힘차게 만들었다.
"이야호! 나는 잘 할 것이다!"
"초희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