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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일요일(7일), 집에서 가까운 검단산에 다녀왔다. 매번 중부고속도로를 지나다니며, 혹은 팔당 쪽에 갈 때마다 꼭 한번 올라야겠다고 벼르던 바로 그 산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가까이 있는 보배를 아끼고 아끼다가 이제서야 만나러 간다.
천호역에서 일행을 만나 광주가는 길목의 산곡초등학교 앞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했다. 표지판이 서 있는 등산로로 접어드니 산바람이 더욱 매섭게 불어대는 것 같다. 모두들 장갑을 꺼내 끼고 모자를 눌러쓴 채 한참동안 이어지는 딱딱한 포장도로를 걸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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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송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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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 곧 포장도로가 끝나고 낙엽송 울창한 숲길을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이 메마른 계절, 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계곡으로도 물줄기가 졸졸 흐르고 있다.
오전 시간에 서쪽 산사면의 길을 오르자니 그늘이 져서 더 추운 것 같은데, 다행히 조금 더 오르자 능선 위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고 또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몸에서 열이 나, 한결 추위가 가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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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 옆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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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 누군가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돌탑을 지나 조금 더 올라 어느새 백곰샘이라고 부르는 샘터에 닿았다. 고맙게도 샘이 얼지 않아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한숨을 돌린다.
백곰샘에서 조금 더 오르니 가을철에는 꽤 인기가 있었을 것 같은 억새밭이 나오고 그 옆으로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 나 있다. 이제부터는 경사도 완만하고 정상도 멀지 않다. 역시 해발 600m대의 그리 부담되지 않는 높이라 생각보다 쉽게 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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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선상의 억새밭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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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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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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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 그런데 이 산꼭대기에 난데없이 잘 손질된 무덤 2기가 보인다. 무덤 주인은 전망 좋은 명당에서 편히 쉴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손들 공력이 보통이 아니겠다.
능선상에 올라온 만큼 이제부터는 검단산의 자랑거리 주변 조망을 즐기면서 간다. 조금 더 가자 멋진 소나무숲이 갈색톤 일색에 지친 눈에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데, 그 너머로는 지겹도록 많이 다닌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톨게이트가 손에 잡힐 듯이 내려다보인다.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청량산 남한산성도 지척이고 멀리 청계산 너머 관악산의 뾰족한 봉우리도 희미한 색깔로 우뚝 솟아 있다. 곧 호국사 방면 갈림길과 정상 직전의 짧은 나무계단을 올라 등산시작 1시간만에 검단산 정상에 도착했다.
기대했던대로 검단산 정상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팔당 방면의 조망이었다. 시원하게 탁 터진 공간감을 만끽이라도 하라는 듯, 팔당댐과 팔당호수는 물론이고 북한강, 남한강 줄기를 낀 양수리 두물머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깝게는 강 건너 예봉산, 운길산이 지척이고 멀리는 유명산, 중미산, 그리고 군사시설을 머리에 인 용문산과 경기의 마터호른이라 불리는 백운봉의 뾰족한 자태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이 멋진 풍경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양평 가는 6번 국도가 마치 면 분할을 하듯 시선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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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 방면 풍경. 멀리 용문산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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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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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대해서 바라본 팔당호와 양수리 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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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 정상에 올라온 사람 누구나 이 시원한 조망을 즐기느라 추위도 모르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빠 손잡고 나온 유치원생 또래의 어린 아이부터 70대의 노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너른 정상이 마치 시장바닥 같다. 아닌게 아니라 컵라면, 커피를 파는 상인까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정상에서 누릴 수 있는 안복을 충분히 챙긴 뒤 곧 하산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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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 조망. 중부고속도로 동서울톨게이트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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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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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조망이 좋은 검단산 능선길. 앞에 보이는 다리가 팔당대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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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 한강을 낀 조망 좋은 아파트에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듯, 검단산이 산 자체의 외양은 별 볼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근교 명산 중 인기가 높은 이유는 바로 옆에 강과 호수를 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과연 정상에서 창우동 방면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은 조망 명산 검단산의 명성에 걸맞게 시종일관 한강을 굽어보며 이어진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 비해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이 계절이 훨씬 더 조망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것 같다.
가깝게는 하남시 일대와 미사리 조정경기장, ㄱ자로 굽어 흐르는 푸른 한강 너머로 덕소, 구리시, 아차산 능선이 차례로 눈에 들어오고, 멀리 보이는 북한산, 도봉산 주능선이 마치 성채처럼 당당하게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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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단산에서 바라본 북한산 원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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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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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우동 버스정류장에서 뒤돌아본 검단산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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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최은호 |
| 하산길은 의외로 길어 두시간여를 내려와, 개화기 한국 최초의 국비 미국 유학생이었던 선각자 유길준 선생의 묘역을 지나 이날 산행의 종점인 창우동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뒤돌아본 검단산은 항상 그렇듯이 평범하게 그저 펑퍼짐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추운 겨울날 검단산에서 만끽한 조망의 즐거움을 여운으로 가슴에 간직한 채, 고픈 배를 채우러 근처 식당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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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黔丹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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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하산곡동, 배알미동에 걸쳐 솟아 있는 해발 657m의 산이다.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톨게이트 바로 옆에 바라보이는 산으로 전체적으로 바위가 별로 없는 흙산이다.
하남시의 진산으로 일컬어지는 검단산은 검단선사가 은거했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한강과 팔당호 일대의 조망이 좋아 수도권 등산객들에게 항상 인기가 높다.
주요 등산로 기점은 산곡초교, 창우동 신안아파트앞, 배알미동 등이며 어느 코스로 엮어도 3시간 정도에 등산을 마칠 수 있다. 장거리 등산을 원하면 광주의 용마산이나 남한산성 쪽으로 길게 이어도 된다. 서울시내 잠실, 천호동, 강변역 등지에서 검단산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30, 30-1, 30-2, 30-3, 11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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