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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선사하는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이관순의 손편지[92]
2020. 01. 06(월)
인간의 매력 덩어리‘유머’
동서를 막론하고 인기 있는 사람은 유머가 많은 사람일 겁니다. 친구나 이성
간에도 유머와 재치가 반짝거리는 사람이 환대를 받습니다.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다변은 아니면서 한마디 툭 던지는 말로 와르르 좌중을 웃기고,
개념도 정리해 주고, 때로는 촌촌살인으로 마음을 뜨끔하게도 합니다.
한때 ‘유머· 재치’가 사회학 교본처럼 떠돌던 적이 있었지요. 사오정 같은
캐릭터, 시리즈 등이 등장해 메마른 가슴에 훈풍을 불어주기도 했습니다.
들었으니 다른 모임에 나가 써먹기도 하지만 그것처럼 잘 까먹는 것도 없어
막상 써보려면 깜깜해지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노트에다 깨알같이 적어
다니면서 유머감을 높이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 유명인의 유머 감각은 사람의 품격과 존경까지 더해
줍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그런 분이죠. 하루는 정치 성향이 다른 의원이
드골에게 “제 친구들은 각하의 정책에 매우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러자
드골이 답합니다. “아, 그래요? 그럼 친구를 바꿔보시죠?” 친구를 바꿀 수
없듯, 자신의 뜻도 굽힐 수 없음을 재치 있게 받아 넘기는 순발력을 보였습니다.
셰익스피어나 뉴턴보다 영국인이 존경하는 윈스턴 처칠은 유머가 철철 넘친
정치인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유머감각은 웃음의 미학을 즐기는 자신의
주관과 오랜 독서생활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처칠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여인이 질문을 던집니다.
“연설하실 때마다 사람들이 운집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짜릿하시겠어요?”
그 말에 처칠은 웃으며 말합니다. “몰론 기분 좋지요. 하지만 이런 정치적
자리보다 내가 교수형을 당하는 자리라면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란 사실을 늘 기억하고 있지요.”
2차 대전 초, 처칠은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숙소에서 목욕을 하고 수건을 두르며 나오는데 갑자기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타난 겁니다. 그 때 수건이 스르르 내려갔습니다. 이 난감한 분위기를
처칠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보시다시피 영국은 미국과 대통령님께 아무
것도 감추는 것이 없습니다.” 이 한마디로 상황은 완벽한 반전을 이룹니다.
처칠이 처음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할 때도 상대후보가 “저런 잠꾸러길
의회에 보내시겠습니까?” 인신공격을 가하자 처칠은 알기 쉽게 “여러분도
나처럼 예쁜 마누라와 산다면 아침에 결코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겁니다.”
연설장은 폭소가 터졌지요. 총리 시절에도 국회 출석이 늦어 비난을 받자
처칠은 여기서도 유머로 넘어가지요. “앞으로 회의가 있는 날엔 아내와
각방을 쓸 생각입니다.”
프랑스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 건립을 반대한 대표적 인사입니다. 파리의
경관을 망친다는 이유에서죠. 에펠탑이 세워진 후에는 매일 에펠탑에서
식사를 합니다. 사람들이 에펠탑이 싫다면서 식사는 왜 여기서 하느냐고
묻자 “시내에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유일한 곳이니까요.” 나무 밑에서는
숲이 안 보이듯 뼈 있는 농담을 한 거죠. 역시 대 문호답네요.
화가 고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돈이 없어서 모델을
구하기가 힘드신가 봐요?“ “이제 하나 구했어요.” “누군데요?” 그러자 고흐는
“나요. 그래서 요즘 자화상만 그린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모의 압권입니다.
세상이 좀 부드러워 졌으면 합니다. 인간관계가 좀 관대해졌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도 저들처럼 유머가 넘치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 이관순(소설가)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