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암사지 조명신공을 하러 가기전에 오랜만에 들렀었다. 석불과 승탑의 조명사진을 찍기 위해 사전에 인사차 음료수 한 박스를 들고 찾았었다. 밭에서 일하고 계시던 주인어르신이 차를 몰고 올라오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셔서 한참을 머물렀다. 여름은 해가 길어서 가을이나 겨울쯤 미리 연락드리고 찾아뵙겠다고 하니 요즈음에 와도 된다고 하신다. 누군가 승탑을 조명을 비춰서 찍었는데 하대석 천인상에 글자가 있다고 하신다. 해가 있을 때 살펴보니 잘 보이지 않는다.
쇠도 식기전에 두드리라고 했던가? 기회가 왔을 때 찾아가야 한다. 어제 퇴근하고 8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미리 연락을 드렸던 터라 어르신이 기다리고 계신다. 들어가는 순서대로 조명을 비춰본다.
홍자국통비 귀부 및 이수
대석으로 쓰이는 돌이 비신의 모양인데 홍자국통비와는 그 크기가 맞지 않다. 어르신의 말씀으로는 대석 아래에 사람 2명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승탑
오늘 집중적으로 봐야 할 옛님이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후라서 조명을 비추니 존상이 잘 드러난다. 천의자락이 날리는 중간중간에 천의자락이 끊기고 그 자리에 방제(곽)가 보인다. 8면을 다 살피니 6면은 향우측에 방제가 있고 2면은 향좌측에 있다. 전에 몰랐던 사실이다. 불화에서 보이는 것이 여기에서 보인다. 글씨가 있는지 살폈으나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좀더 나은 장비로 보면 보일지는 모르겠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꼼꼼하게 살폈다.
석등
바로 옆에 석등이다. 어르신이 밭에서 찾은 석등 옥개석 조각을 깨진 곳에 맞춰보여 주신다. 원래 부재이니 수리를 하면 좋을 듯 하다. 상륜부에 있는 부재가 석탑 상륜부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석탑 상륜부가 아니고 또 다른 승탑의 상륜부로 보인다.
지장보살좌상
주인어르신이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다. 지장보살이 지권인을 하고 있는 경우가 없어 승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를 비춘다. 뒷면을 보니 제대로 가공하지 않아서 아마 광배를 붙여 놓았을 것 같다.
석탑재
석탑재를 살펴보니 상층기단 갑석으로 보이는 부재가 3기나 있다. 집의 주춧돌로 탑신석을 사용했고 불상 하대석으로 보이는 부재도 보인다.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진단구로 보이는 구슬이 나왔다고 하는데 납과 주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여주신다. 거의 1시간 30분이 순식간에 흘렀다. 늦은 시간 번거로웠을텐데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 어르신의 배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조명담당이라 도반들이 모두 사진을 공유한다.
첫댓글 이야~ 승탑 공양상이 끝내주네요.
그것때문에 밤도깨비가 됩니다.ㅎ
진짜 기똥차게 선명하네요.
쌩유~~~
잘 보인다니 다행입니다. 언제 답사지에서 얼굴 좀 봅시다..ㅎㅎ
역시 조명효과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경주 근처는 함께 댕겨 봅시다..
재미 뿐만 아니라 끈기와 정성이 더해져야 이렇게 '보고서'로 태어납니다요.
공유, 고맙습니다.
즐겁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훤한 대낮에 무엇을 보았다 할 것인가요?
답사의 新紀元!!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경기도도 가야할 곳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