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들어와서 지난 3개월간은 온통 집구하기에 꽂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간 워낙 떠돌며 살다보니, 좋은 집 구하는 건 누구보다 자신있었는데... 이제 이 곳 제주에서 평생 정착해야 겠다라고 결심을 하고나니 집을 고르는 기준이 어찌나 까탈스러워지던지.... 더구나 제주는 육지와는 다른 문화가 있고 지역마다 날씨와 토질과 지역색이 조금씩 달라 더 많이 망설이고 주저하고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없던 신구간이라는 풍습이 있고, 마당에 무덤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이 있죠. 전에 살던 사람들이 얼마나 잘되서 나갔더라하는 집터에 관한 미신도 강한 곳이구요. 집이 괜찮다 싶었는데... 가까운 학교가 한 학년에 한명 밖에 없는 곳이라 망설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동쪽에 가면 서쪽보다 동쪽이 살기 좋다고 하시고, 서쪽에 가면 동쪽은 비오고 춥다고 안 좋다 하시고, 제주시에 가면 서귀포는 아무래도 살기에 너무 멀고 불편하다 하시고, 서귀포에 가면 북쪽은 춥고 척박하다 하시고... 휴 정말 지역 주민들의 동네 프라이드가 어찌나 강하신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멋모를땐 바닷가에 집을 얻어 작은 민박을 꾸리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중산간쪽으로 선호도가 바뀌더군요. 사람이 살기엔 400고지 정도가 가장 좋다는 사실도 다니면서 배웠습니다. 특히,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니 바닷가 근처에선 하루 종일 따귀맞는 기분. 그 얼얼함이 무척 힘겹게 느껴집니다.
처음에 와서 동남쪽 신산리에 하루 머물고, 화순 안덕에 보름 민박을 하며 년세로 임대할 집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조천 북촌리에 집을 계약했다가 주변에 어린이집 자리가 없어 취소하고, 제주도 시골집의 참맛을 느끼겠다며 신촌리에 집을 얻으려다가, 바퀴벌레와 습기와 낮은 천장이 아무래도 자신없어 하루만에 포기하고, 그러다 외도에 대박 괜찮은 원룸을 얻어 ... 임시 거처를 옮기고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또 다시 집을 찾는 강행군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방 4개 이상 화장실 두 개 이상의 리모델링할 필요 없는 전원주택을 임대하는 거였는데 (이런 공간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플랜이 있거든요) 보는 눈은 높으면서 예산은 작으니 집 구하기는 전혀 불가능해보였습니다.
제 하루는 아침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제주의 모든 생활 정보 신문을 샅샅이 살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저녁에는 인터넷을 눈이 빠져라 검색하구요.
오일장신문, 제주 오일장, 하나로 .... 제주 지역 생활정보지의 TOP은 단연 오일장신문인데, 지금 살고 있는 집 구할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광고 갯수가 별로 많지 않은 교차로가 좋은 집을 만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몇날 몇일 연구를 하다보니 오일장신문은 광고수는 많으나 오랫동안 안 나가는 집을 장기로 광고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고, 교차로나 하나로는 2,3인자의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매물서칭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교차로에 광고 낸 집의 주인들과 통화해보면 '굳이 급한 건 아니다.'는 식의 대답을 종종 듣게 됩니다. 물론, 다른 신문에 내다내다 안 나가니까, 온갖 신문에 다 매물을 내 놓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호텔식 인테리어, 게스트하우스 자리로 최상, 그림 같은 정원~~~ 이런 멘트 섞어 광고 내는 어떤 분. 조심해야 합니다. 말도 안되는 집을 말도 안되게 리모델링 해 놓고 말도 안되는 가격 (보증금5000-월130 등등)에 내 놓습니다. 제주도 오자마자 이 곳의 임대 시장 사정을 전혀 몰라서, 이 분의 혹하는 멘트에 속아 제주 전역을 돌며 이 분이 내 놓은 집만 네 군데나 봤습니다. 굳이 네 군데나... 라고 '나'접미어를 붙이는 건, 집을 볼 때 마다 "아~~~ 또 속았네." 하고 매번 땅을 쳤기 때문입니다. 성산으로, 한림으로... 매물도 다 떨어져있어서 기름값 배상이라도 받아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싼 집 사서 임대할 목적으로 하나같이 날림 공사 (마감재 나무를 속과 겉이 바뀌게 뒤집어서 붙여 놓지 않나. 틈이 다 벌어져 있지 않나. 심지어, 수도 배관이 새로 붙인 타일 바깥 쪾으로 나와있는 곳도 있더군요.)를 해 놓고, 곰팡이 자국에 쾌쾌한 냄새에.. 뭐 하나 성한 게 없는 집인데... 그걸 호텔급 인테리어라고 광고합니다. 또 어떤 집은.... 제주도에선 여간에서 보기 힘든 무슨 공장단지 같은 곳으로 한참 들어가 우거진 가시덤불을 뚫고 (수풀이 하도 우거져서 그 속에 파 묻힌 집을 찾는데만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분명 네비엔 여기가 맞는데... 어디 있다는 거지? 하고...) 집을 보니, 1층이 거의 쓰레기 장이고 물까지 흥건하게 발목까지 차 있습니다. 이런집도 보증금 2000에 연세 7~800으로 내놓습니다. 아무래도, 물정모르고 어수룩한 육지것으로 한놈만 걸려라하고 광고를 내는 듯 합니다. 그 분 광고 아직도 있으니.... 혹시나 속지 마세요. 전화하면 직접 안내 안해주고 열쇠있는 자리 알려줍니다. 열고 들어가보라구요.
혹시 그 분도 제살모 회원이실까봐 좀 망설이기는 했지만, 만약 그렇다해도..... 그 분 역시 아셔야겠다 싶어 그냥 씁니다.
암튼, 총 3개월간의 대장정끝에 몇일전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예산에서 한참 벗어나는 집이었는데 일단 한번 보자고 그냥 무작정 갔지요. 그 집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는 말이 뭔지 실감했습니다. 우리 신랑을 처음 만난 날도 그렇지는 않았는데, 육지사는 주인을 만나기로 한 이틀간 온통 그 집을 어떻게 우리집으로 만드나... 하는 생각 뿐이었지요. 우리 예산이나 계획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집이었어서, 어떻게든 주인을 설득해서 꼭 이 집을 계약해야 겠다는 마음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바로 옆 동네에 훨씬 저렴하고 사이즈도 큰 집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이 집만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때아닌 감기몸살이 걸려 하루 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가격에 절충해야 할지...... 우리가 집을 임대하면 집주인에게 득이 되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진다더니..... 집 주인 언니가 매우 화통한 성격입니다. 저희 부부의 이야기와 플랜을 들어보더니 원하는 조건에 해 주겠다며 흔쾌히 오케이 하시더군요. 내 집처럼 예쁘게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하시면서요.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집 자체도, 주변 환경도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입니다.
아들이 걸어서 갈수 있는 거리에 (알고보니)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은 초등학교도 있고, 둘째가 다닐만한 어린이집은 바로 옆 집 입니다. 생긴지 얼마 안되는 어린이집은 친환경 원목 인테리어에, 제가 싫어하는 교구수업, 영어수업 그런거 하나도 없고 그냥 자연과 함께 놀리는 곳이더라구요. 이웃들도 제주 어느 곳 보다 친절하고... 주변의 수 많은 오름들, 휴양림에 내가 두 번째로 예뻐라하는 함덕 해수욕장 (첫번째는 금능해수욕장)까지 ...
오늘은 짐을 정리하고, 정든 원룸을 매물로 내 놓고... 본격적인 이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집 한구석에 수북히 쌓여있는 오일장 신문과 교차로로 이제 유리컵이나 단단히 싸야겠습니다.
집 구하느라 힘드신 분들..... 신문을 꼼꼼히, 정말 샅샅히 살피고 (저도 원룸 6개가 붙어있는 이 집을 방1개 섹션에서 발견했습니다. 가끔 매매란에 임대가 나오기도 하고, 임대 보증금으로 차라리 사는 것이 좋겠다 싶은 작은 집들도 꽤 있습니다.) 발품을 많이 파세요. 헛된 수고란 없다고 ... 고생한 댓가는 반드시 돌려받습니다.
첫댓글 고생하신거 느껴지네요 ^^ 그래도 좋은집 얻게 되셔서 넘 좋으시겠어요~횐님들이 이글을 읽고 희망이 생기실것 같아요
네. 저 처럼 집 구하기 힘들어서 고생하시는 분들 많을 거예요. 특히, 서울에서 사진만 보고 계약하셨다가 직접보고 후회하시는 분들도 참 많더라구요.
맞아요~그게 젤 위험한거~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바로 레이지버드님 경우군요...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또다른 형태의 고생이 시작되겠지요. ^^
애많이 쓰셨습니다,,,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셨다니 축하드림니다,,,
고맙습니다. 살면서도 만족할 수 있는 집이면 정말 좋겠어요. 집도 사람처럼 아끼고 사랑하다보면, 언젠가는 임대한 집이 내 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살려합니다.
와~~ 부러워요~~ 저희도 이제 본격적으로 알아바야 하는터라 부럽네여ㅜ.ㅜ
다들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알아보라고 합니다. 그 말도 맞는데... 맹렬하게 알아보는 정신도 필요하다봅니다. ㅋㅋ 조금이라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으면 계약하고나서 단점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오고 그러다보면 후회할 수 있으니, 완벽한 조건의 집을 만날 때 까지 포기하지마세요. 언젠가는 나타납니다.
원하시는 곳에 정착하셔서 정말 축하드립니다.
네. 알면 알수록 더 좋은 동네 같아요. 무엇보다 이웃들이 친절하셔서..... 마당 가마솥에 백숙 삶아서 동네 어르신들 초대한번 하려구요.
ㅋㅋㅋ 저도 제주바람더러 맨날 싸대기 맞았다고 했어요
본격적인 겨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결과가 좋아서 너무 잘됐네요~
집도 인연이 있다는데....너무너무 축하 드립니다~^^*
네. 집주인 언니도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집에도 인연이 있다고. ㅎㅎ
와~좋으시겠다. 저도 아이 학교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어떤 플랜으로 설득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대략 지역이 어디신지도...학교갈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해서 ..마음 다잡고 입도준비해야겠어요.
조천 대흘이예요. 대흘 초등학교 근처요. 제주도 놀러오시면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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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꼭 한번 뵈요.
어쩐지~ 얼마전에 집을 구하신다는 글을 읽은것 같았는데 갑자기 방을 임대하신다기에 좀 의아해 하긴 했는데, 번갯불에 콩볶듯 결정하셨군요.
집은 인연이 닿아야 한다고 하는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네. 결정이 빨랐죠? 날 좀 풀리고 해도 되는데...
짝짝짝!!!
참 잘하셧어요~
제주시권은 집이 한라산을 바라봐야 남쪽이고 바다 바라보면 북향이래서 안좋다고 하고
서귀포시는 습기많고 공항멀다고 안좋다하고
모슬포는 태풍상륙지고 사람살기 못쓸동네라고 안좋다고 하고
한경, 한림은 축사,돈사,견사가 많아 냄새나고 비안와서 안좋다고 하고
동쪽은 그냥 바람많이 불고 동네가 다 어둡다고 안좋다고...
결론은...
육지가 제일 좋아요... ㄷㄷㄷㄷㄷㄷ
ㅎㅎㅎㅎㅎ 정말 다 한번씩 들어봤던 말이예요.
고생하셨어요 ^^ 축하드려요 좋은집에서 좋은 하루가 하루가 매일매일 열리시길요 `~~~
앞으로도 고생길이죠. 뭐.... 텃밭가꾸고 나무 관리하는게 보통일이 아니니까.
축하합니다...잘되시기바랍니다.
원하시던대로 잘되셨다니 보람이 있으시네요..
아름다운집에서 맘껏 행복하시고 좋은일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제주가면 가보고 싶네요.^^
네. 감사합니다. 한번쯤 들르세요.
축하합니다 맘에 드는 집을 구하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집 인가요?......그리고 얼마에 .......이게 젤로 궁굼합니다.
제주 부동산 정보 코너의 제 글 검색해 보시면 집 사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가격은 비밀... ^^
일흔 세곳이나 보셨다니~ 대충 한번 보고 계약했던 저는 상상이 않되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님이 저보다 운이 좋았던 거겠죠. 정붙이고 살면 내 집된다잖아요.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데다가, 사업까지 겸할 집을 찾다보니 마땅한 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마중에는 그냥 땅 만 사뒀다가 재료비 모이는대로 조금씻 지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정말 "고생 끝에 낙이온다"네요^^ 축하합니다^^
고생 끝이다 싶으면 또 다른 고생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시절도 좋은 경험이고 추억이라 생각하니... 집 구하러 다니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원하는 집을 발품팔며,이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저또한 입도하면 발품 부지런히 팔아야 되겠습니다.
다음 지도로 살펴보니 제주시로군요^^
저도 조천쪽으로 집을 알아보고있는데...축하드려요^^
와우 한참 지난 글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가슴에 촉촉히 와 닿았습니다.
막막함 앞에 서있는 1인이거든요. ^^
행복하게 사시는것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