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1990년대 중반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기를 겪은 밀레니얼세대와는 또 다른 독특한 성향을 보인다. 얼마 전부터 학교에 신규 임용되고 있는 Z세대 교사들은 선배 교사들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기성세대 교사들을 바라보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신세대 교사들이 가진 가치관과 태도는 학교 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갈등에 촉매가 되기도 하고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육정책포럼에서 선정한 교육 현장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세대 담론은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주제이다.
나는 1970년대 출생한 X세대이며 20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다.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베이비부머 세대 선배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교직관을 형성하였으며, 현재 함께 근무하고 있는 선배교사나 교감, 교장은 모두 동세대에 속하여 그야말로 기성세대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X세대는 십대 후반에 PC 통신을 경험하였고, 성인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의 출현을 보았다.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비교했을 때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여전히 가지고 있으나, 경력 개발이나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경향도 있다(이상준, 2020). 이 때문인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X세대 교사들은 비교적 승진 열망도 있었고, 수업 외에 더해지는 업무에 대해서도 큰 반감 없이 받아들였다. 또한 디지털기술에 익숙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성향의 밀레니얼세대(김재원, 정바울, 2018) 후배 교사들과도 가깝게 소통하며 크게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디지털원주민으로 온라인에서 협업과 개인화를 선호하고 혁신과 공정을 지향하는 Z세대(홍민지 외, 2018)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안에서 교사 간 세대 갈등은 이전에는 관료제의 시스템 안에서 관료주의 문화로 봉합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기성세대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신세대 교사들을 이해하고 소통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떠오르는 질문, Z세대로 특징되는 신세대 교사들은 기성세대 교사들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나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Z세대 초등교사 만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였다.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른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나와는 이해관계가 없는 교사 8인을 찾았다.
그 결과, 무엇이 교사 간 세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지, 신규 임용지에서 만난 기성세대 교사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은 신세대 교사들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그에 따라 형성된 교직관은 학교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좌우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신세대 교사들이 말하는 교장의 모습
신세대 교사들은 초임 근무지에서 경험한 교장을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과 존경하여 배우고 함께 일하고 싶은 모습으로 나누어 인식하고 있었다. 다음은 신세대 교사들이 경험한 교장의 부정적인 모습의 사례이다.
“모든 지시에 교사들이 복종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 같았어요.” (M교사)
“교무부장이 교장 수발드는 것이 그냥 당연시되었어요. 실무사도 교장 선생님 시녀, 출장 가실 때마다 머리 고데기를 해주고...” (N교사)
“초빙교장은 실적을 만들어야 하니까 교사들 쥐어짜고, 말 잘 듣는 교사들 데려와서 승진점수 주고...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강요하는 거예요...” (B교사)
“교장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좋은 교장은 학교에 무관심한 교장이라는 거예요.” (B교사)
미국과 호주의 경우 교장의 직무와 책임을 무겁게 규정하고 있어서 교장직에 희망자가 적고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교장의 자리가 수업에서 벗어나 쉬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승진 경쟁이 치열한 면이 있다. 평가권을 가진 교장이 승진을 추구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왕초 노릇‘을 하고 ’승진에 눈이 먼‘ 선배 교사들은 이런 교장의 비위를 맞추기에만 급급하여 수업에 소홀하기도 했다.
한편 외유성 출장이 잦거나 교장실 안에서 머물며 홀로 여유 시간을 보내는 등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과도 소통하지 않는 ’복배지모(腹背之毛)‘와 같은 교장도 있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Z세대 교사들에는 ’복배지모‘와 같이 있으나 마나한 교장이 이런저런 간섭이 없다는 점에서 허용적인 교장으로 여겨지고 오히려 호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신세대 교사들도 학급이나 학교에 해결해야 할 문제나 갈등이 발생하여도 책무를 하지 않는 교장을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으로 수용하지는 않았다. ’왕초‘나 ’복배지모‘의 교장은 헌신이나 봉사심보다는보다는 워라밸이 좋은 직장으로서 교직을 선택한 신세대 교사들에게 마음 한구석에 걸려 있던 사명감을 잊게 만들었다.
반면 신세대 교사들도 ‘교사를 도와주고, 일도 하는 교장‘을 훌륭한 교장으로 정의하였고, 존경심이 일어나는 교장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였다. 일한 만큼 보상받으려 하고 무임승차나 불공정에 민감한 Z세대 교사들은 책임자로서의 맡은 일을 하고 교사들도 ’일할 맛이 나게 하는‘ 교장을 높게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직장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교장을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제 친구가 있는 학교는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 면담도 하시고, 학생들이 싸우면 중재도 하시고, ... 보결 수업도 하시고...” (H교사)
“교장 선생님이 전체 반 도덕 수업을 하신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방과 후에 기초 부진 학생들 모아서 수업도 하시고요.” (B교사)
“교사들과 수평적인 입장에서 밤새 토론할 수 있는 학교... 출퇴근이 힘들어도 이 학교에 계속 있으려고 하죠.” (P교사)
|| 신세대 교사들이 말하는 선배 교사의 모습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대화가 없는 날이 많죠.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찮아 할 것 같고... 팀워크의 필요성을 못느껴요... 어떤 선생님은 원격연수 눌러 놓고 주무시더라고요...” (E교사)
초등교사는 교실에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있으므로 소통, 협업, 상호 관심이 없어도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 적당히 일하는 교사와 헌신을 다하는 교사의 차이가 성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워라밸을 스스로 조절하고 한없이 편할 수 있는 교직은 신세대 교사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 아니면... 선생님들이 다 이런가?... 열심히 일하면 괴롭힘을 당하거든요. 기업에서 이러면 망하겠죠.“ (N교사)
”신규교사들에게 업무 몰빵하는 학교죠. 40대 후반 50대 일 안하는 여자 선생님들을 오순이라고 불러요.“ (A교사)
적당히 편하게 직장 생활하는 것을 넘어 업무를 신규교사에게 미루고, 기본적인 의무도 다하지 않는 선배 교사들의 모습을 보고 신세대 교사들은 분노하였다. 그러나 신세대 교사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즉각 적응해서, 직장에서는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퇴근 후의 삶을 즐기겠다는 성향이 강해졌다.
신세대 교사들의 눈에 승진이나 부업 하는 데 과몰입된 선배 교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교장‧교감의 부당한 요구나 대우도 감내하며 승진 점수 관리에만 올인하거나 출판과 강의 등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일에만 매진하는 선배들 또한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춰지지는 않았다.
”제 있는 지역은 그냥 대세가 승진, 형들 잘 만나서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100% 승진해요... 수업을 열심히 한다고 점수를 주는 거는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H교사)
”교대 다닐 때 현장 교사들이 강사로 오는 수업이 많았는데... 실천은 없고 말만 잘하는 사람들... 학교에 와보니 어떤 사람들인지 알겠어요.“ (K교사)
”서로 강의료 나눠 먹기 하는 거예요, 서로서로 아는 사람들 사단을 꾸려 가지고 강사로 쓰는 거예요. 교사는 명함이고 강의해서 돈 버는 거예요.“ (P교사)
승진이나 부업에 몰입하는 선배 교사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였지만, 실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신세대 교사들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지이기도 하여 진로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신세대 교사들은 결국 승진을 할 것인가, 부업할 수 있는 스펙을 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신세대 교사들의 눈에도 이상적인 교사, 그래서 ’리스펙‘하게 되는 교사는 교사로서 전문성이 빛나는 교사였다. 열심히 일하고 잘 가르치려고 노력해도 스스로 만족감 외에 다른 보상이 없는 교직사회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꾸준히 학습하는 선배교사를 보며 신세대 교사들은 자극을 받았고 ”나도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동학년 선생님 중에 PDC를 공부하고 그것을 교실에서 활용해서 수업하시는데 옆에서 보고 따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A교사)
”여긴 저소득층 아이들도 많고 부모가 가정교육에 신경을 쓰기 어려워서 교사들이 해줘야 할 것들이 많다고 하셔요, (…) 전문가이면서 수업을 즐기는 삶, 부장님은 평교사가 좋대요. 졸업생들이 자주 찾아오고, 존경스러운 부장님이에요. 중요한 일은 부장님에게 물어보게 되죠.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N교사)
신세대 교사들은 잘 가르치기 위해서 배우며 학교의 변화를 주도하는 선배 교사를 보면서 책임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성장 욕구를 느낀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 교사들이 신세대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에게 이상적인 교사로서 롤 모델이 되었다.
|| 신세대 교사의 건강한 교직관 형성과 세대 공존 방안
실용과 안정을 추구하는 Z세대 교사들에게 교직은 끌리는 직업이다. 신세대 교사들은 월급보다 워라밸, 방학이 있어서 교직을 선택했다며 자신은 ’욜로 직장인‘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한다. 연가 일수를 계산해가며 조퇴를 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방학에는 해외여행을 즐기지만, 한편으로는 복배지모의 교장이나 적당히 일하는 선배 교사들을 비판한다.
공정, 실용, 개인 등을 추구하는 Z세대 교사들은 선배교사들과 달리 부당한 대우를 참아 넘기지 않고 혁신을 추구한다. 받는 만큼 일해야 한다며 공정하게 업무분장을 하자고 요구하지만 승진경쟁에서 승리한 교장이 여유와 관력을 누리는 모습을 보며 교직 목표로 삼아 이미 승진 열차에 오른 선배 교사를 선망하고 따르기도 한다. 적당히 일하는 직장인이 될지, 일찌감치 점수 관리를 해서 승진을 할지 아니면 부수입이 생기는 일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을지 등 진로에 관해서 셈도 빠르다.
그러나 세대가 가진 특징이 다르다고 해서 이상적인 교사상이 달라지진 않았다. 연수비도 아끼지 않고 방과 후나 방학 동안 따로 시간을 내어 자발적으로 학습모임에 참여하며 공부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교사를 ’진정한 교사‘, ’존경스러운 선배‘, ’이상적인 교사‘라고 표현하였다. 신세대 교사들은 모범이 되어주고 자신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선배교사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했다.
”업무 이야기도 필요하지만, 저는 선생님들하고 수업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런 수업 해봤는데 좋은 것 같다, 이런 이야기요.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요. 수업 고민 나누기 같은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B교사)
”처음엔 적당히 했어요. 남는 시간에 재테크 공부도 하고... 그런데 허전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내 직업이 교사인데...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실천교육교사모임을 알게 되었어요.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M교사)
”저는 학교 밖 모임에 나가요. 제가 어려워하고 있는 부분, 공감하고 같이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Y교사)
초임지에서 만나게 된 기성세대 교사들과의 관계적 경험은 그 세대가 가진 특성을 초월하여 교사에게 있어서 교직관을 형성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기성세대 교사와 비교하였을 때 순응과 적응보다는 자기주도적인 선택과 실익을 추구한다는 신세대 교사들의 특성에 주목하여 학교 안에서 교사 간 세대공존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일하는 교장과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습하고 실천하는 선배 교사들이 직무 환경에 만족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신세대 교사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신세대 교사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불공정한 업무분장과 무책임한 교장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경력, 나이로 밀어붙이며 조직에 헌신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신세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왕초‘나 ’복배지모‘의 교장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교장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논의와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승진이나 부업에만 몰입‘하는 교사들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교원승진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
기성세대의 모습은 신세대 교사들에게 무형의 지침서이다. 신세대 교사들의 마음에 존경심이 우러나는 ’진정한 교사‘들, 즉 ’옆 반에서 볼 수 있는 존경스러운 선배교사‘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교사로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며 교직 경력을 개발해 나가는 선배 교사의 모습을 보고 자발적으로 따라 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출처 : 교육정책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