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83 --- 양심의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
입이 직접 대놓고 꺼내지 못하면 몸이 대신이라도 하듯 간접적으로 나서 감정을 표현한다. 오히려 더 양심적이고 그나마 순수함이 묻어 있음이 엿보인다. 아주 뻔뻔하여 철면피하다고 한다. 인간이면서 인간 같지 않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동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잘못을 깊숙이 감추거나 변명을 못 하고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힌다. 더 심하면 부들부들 떨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다듬거리기도 한다. 차마 당장은 직접 잘못했다고 털어놓지는 못할망정 양심의 가책과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일단은 아니라고 그냥 덮고 넘어가기 바란다. 그러나 갈수록 실체가 드러나 안절부절못한다. 의사 전달이나 표현은 꼭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급하면 더 은밀하게 할 수 있다. 눈치가 있고, 손짓 발짓이 있고 육감이란 것이 있다. 의중을 떠본다고 한다. 둘러서 말하기도 하고 뜸 들이며 간접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알 듯 말 듯 야릇한 미소 아닌 미소에 은근살짝 띄워 보기도 한다. 슬그머니 호의적이거나 금전적으로 보상이라도 하듯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갚아가기도 한다. 양심의 소리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아주 다양한 방식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우선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것이다. 그래서 죄를 짓고는 못 산다고 한다. 두고두고 발목을 잡히면서 괴롭힘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있다. 얼굴 두껍고 심장 두꺼운 사람이지 싶다. 하지만 때로는 후회스럽고 날이 갈수록 잘못되었음을 인식하면서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죗값을 치르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홀가분해져 남은 생이라도 편안한 마음에 발을 편히 뻗어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라는 것이 있다. 그때를 놓치면 어려워지고 또 그 가치가 떨어지며 빛을 보지 못한다. 경제적으로는 늦어진 만큼 가산금이 붙는 것이나 다름없지 싶다. 하지만 늦게라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지 싶다. 그래서 다 잊었지 싶은데 뒤늦게 양심선언을 하는 것을 보면 양심의 소리는 녹슬지를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