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照(낙조) - 박문수(朴文秀)
落照吐紅掛碧山(낙조토홍괘벽산) : 지는 해는 푸른 산에 걸려 붉은 빛을 토하고
寒鴉尺盡白雲間(한아척진백운간) : 찬 하늘에 까마귀는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지더라
問津行客鞭應急(문진행객편응급) : 나루터를 묻는 길손은 말채찍이 급하고
尋寺歸僧杖不閒(심사귀승장불한) : 절로 돌아가는 스님도 지팡이가 바쁘구나
放牧園中牛帶影(방목원중우대영) : 놓아 먹이는 풀밭에 소 그림자가 길고
望夫臺上妾低鬟(망부대상첩저환) : 망부대 위엔 아내의 쪽 그림자가 나지막하더라
蒼煙古木溪南路(창연고목계남로) : 개울 남쪽길 고목은 푸른 연기가 서려 있고
短髮樵童弄笛還(단발초동농적환) : 더벅머리 초동이 피리를 불며 돌아오더라
이 시와 관련되어 전해오는 이야기.
박문수가 시골에서 아주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科擧)를 보러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보니 과거는 아직도 며칠이나 남았는데 마련해온 돈이 다 떨어져 가는지라 어떤 큼직한 집 앞에
이르러 주인을 찾아 들어 가니까 웬 점잖은 영감님이 한 분 앉아 노를 비비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인사를 하면서, “제가 부모님 덕분에 글자깨나 배웠습니다만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끝도
없어서 자꾸 연구해야지 거기에 사심(邪心)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를 한본 볼까
하여 서울에 올라와 보니 날짜가 아직도 며칠이나 남아서 그날까지 댁에서 조석이나 신세를 질까
하여 이렇게 왔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대답도 하지 않고 이럴 경우에 오가는 말 한마디도 없이,
밥을 좀 얻어먹겠다고 하니까 거기에 대한 대답 한마디 하고는 도무지 말이 없더라는 거예요.
그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날은 그 집에서 자고 이튿날 문득 서울거리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주인영감에게 말을 하고 그 집을 나와 이 거리 저 거리를 다니는데 웬 청년이 말을
탄 채 의기양양하게 박문수의 앞으로 다가와 멈추더니 어디를 가느냐고 묻더랍니다.
그래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과거를 보러 왔는데 시간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구경나왔다고 하니
청년의 말인즉 과거는 어제 보았는데 언제 과거를 또 보느냐는 거예요. 그러니 박문수로서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래 과거에 나온 시제(詩題)가 뭐더냐고 물어 보니 ‘낙조(落照)’라는 거예요. 그래 또 장원(壯元)한
사람의 글귀를 아느냐니까 안다면서 3련을 죽 이야기해 주고 끄트머리 한 련(聯)는 얘기를 안 해
주고?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가 산사람이 아니라 죽은 혼신(魂神)이라는 거예요.
나는 이러저러해서 죽음을 당한 사람인데 내 시체는 연목 바닥을 파고 그 속에 묻었다라는 거지요.
그러고 나서 청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더랍니다.
그래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데 아랫배가 살살 아파 담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 앉아 있으려니까
화장실 뒤의 무엇이 쿵 내려찧는 소리가 나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수상스러워 가만히 살펴보니까
웬 사람이 담을 넘어 들어 후원에 있는 어떤 방으로 들어가더라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서 그 방
가까이로 살금살금 가 보았지만 문이 닫혀 있어서 손가락에 침을 발라 가지고 구멍을 뚫어 방안을
들여다보니까 담을 넘어온 사람이 거기에서 각시하고 희롱을 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주인 영감의 아들이 결혼한 첫날밤에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온 동네 사람들은 호랑이가
물어 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거지요. 풍습에 따라 각시는 이집의 과부 며느리가 되어 뒤뜰에 딸린
후원에 살고 있었던 모양이지요.
이튿날 박문수는 주인 영감한테 근처에 서당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어요. 그래 영감이 일러준 서당에
가보니 요샛말로 학생들이 죽 앉아 있고 접장도 있더랍니다. 그래 들어가서 접장에게 인사를 하고
학생들에게도 낱낱이 인사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유심히 얼굴모양들을 살펴보는데 한쪽 구석 맨
끝에 어젯밤에 문구멍을 통해 봤던 그 사람이 앉아 있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인사를 하니 자기의
이름은 최아무개라는 거예요.
과거일이 되어 과거를 보러가니 역시 제목이 ‘낙조(落照) 다랍니다. 그래서 청년이 일러준 3련을
쭈욱쓰고 마지막 聯만 자신이 지어 보강을 했더랍니다. 그 마지막 구절이란것이 ’낙조토홍(落照吐紅)
은 괘벽산(掛碧山)이오‘라는 건으로, 낙조가 붉은 것을 토해 내어 푸른 산에 가 걸렸다는 뜻으로,
푸른 산에 벌건 빛이 걸려 있는 게 무슨 뻘건 걸 건 것같이 되어 버렸다는 것 아니에요?
이게 내내 ’한안척거백운간(寒雁尺去白雲間)이라‘라는 것으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것을 멀리서 보면
자로 한자 두자 재어가는 것 같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형용한 것이지요.
그래 시관(試官)들이 심사를 하는데 박문수의 글귀를 보더니 이건 사람이 지은 게 아닌 신작(神作)이
라서 장원을 못 주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끄트머리 구(句)도 그것이 신작(神作)이냐니까 몇 번 읽어
보고 되새겨 보더니 그건 신작이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장원에 급제한 박문수는 암행어사(暗行御史)를 제수 받아 내려가는 길에 며칠 신세진 영감의
집에 들어가 ‘어사출두(御使出頭)’를 명(命)하여 영감의 며느리와 최아무개를 잡아오라 하여 심문을
하니까 사실을 불더라는 거예요. 그래 시체를 파 오게 하여 호랑이가 물어 간 줄로만 알았던 영감의
아들의 살인범을 붙들어 진상을 밝혀 주었다는 겁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7489484FCF412106)
첫댓글 거참, 재밋네용.....@@.....쿨럭,
나도 귀신이 나타나 좀 도와주징....훌쩍,
감사합니다.잘 읽고 왔다 갔쎼요.ㅎㅎ
햐. 이 글 갖고 싶어라..열어놓으면 안되남유..
행 초서 흐르는 물처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_()()_
-落照吐紅 掛碧山 --지는 해는 푸른 산에 걸려 붉은 빛을 토하고-어사 박문수의 作詩나 야화 정말 神作입니다 - 현대 정치인이
그 같은 국정으로 참정에 임한다면 우릴 태평성대에 흠븍젓어 흥건해질 것만 같습니다-任의 작품에 잠시나마 시름을 덜었습니다
----설중매任 -落照---정중한 가운데 强弱 大小의 筆力 變化에 行書體의 멋을 한껏 부렷습니다 글씨 넘 좋아
轉寫活用에 許落해 주실수 있는지요
-石泉 先生님의 글씨 - 貴重한 資料 입니다
복사금지, 스크랩금지 해제 했습니다.
서예작품을 제가 임의로 가져 왔기에 ,, 잠시 잠궈 둔 점을 양해 바랍니다 ^^*
위서예작픔 刊記 의 乙酉 - 0 春 0 - 朴文秀 等科詩 落照 石泉 金光星--- 죄송 하지만 -0 春 0-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마 -月令-을 쓰신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趙澯容 拜
재미있게 잘 읽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