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꿈뻑 꿈뻑, 아내의 부스럭거림에 눈을 떴습니다. 어제 못간 사우나를 가겠다고 일찍 일어났나 봅니다. 도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쿵 문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났습니다. 왠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피곤하지만 벌떡!! 일어났지요. 사우나 간 게 아니라 빵사러 갔다왔더군요. 그런데 빵 파는 아가씨 때문에 기분 나빴다고 투덜대는 게 아닙니까? 7시부터 문여는데 6시 55분이라고 기다리랬다나 뭐라나 아침부터 방방 뜹니다. 들어보니 가재는 게편 인지라 ‘아니 이론~ $#@%^$#^%$^%$’ 같이 욕해줬습니다. 그러고는 저보다 10배는 더 피곤해 하는 처남네를 깨워서는 8시도 안되서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주상절리. 여기도 전에 잘 찾지 못해서 지나쳤던 곳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역시나 똑소리 나는 네비게이션 덕분에 한 10분만에 도착한 듯 합니다. 다른 분 여행기에서 들었던 대로 컨벤션센터 뒤쪽에 먼지 나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육각형, 오각형 돌기둥들이 신기하게 보입니다. 허니문하우스에서도 이런 모양의 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이 규모도 크고 학~실하게 보여주네요. 또 사진 잘 찍으라고 올라서도록 만들어 놓기도 하구요.
다음은 중문단지 롯데 호텔로 갔습니다. 가는 길에 테디베어 박물관에 처남네 내려주고 풍차 윗쪽으로 걸어내려 갔지요. 호텔 정원에 한가롭게 산책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진도 좀 찍다가 오늘 타기로 한 ATV 할인권을 안가져 온 것을 알고는 컴을 쓰기 위해 호텔 로비로 가서 물었습니다. ‘저기 컴퓨터 쓸만한데 없나요?’ … 민망할 정도로 친절합니다. 비즈니스 센터로 가서 할인권 프린트하고 다시 정원으로 내려와 테디베어 보고나온 처남을 만났습니다. 테디베어는 아마도 웬만한 남자분들은 ‘뭐여~’ 하실 것입니다.
정원 주위로 노젓는 보트하고 오리보트 타는 분들이 보이길래 마음이 동하여 두당 3000원 씩 내고는 보트를 탔지요. 얼핏 무슨 재미로 타나 하실테지만 노로 물 튕기고 도망가기, 남의 배 흔들기 등등 조금은 유치한 듯, 재밌게 놀았습니다. 보트를 내려서는 이 정원 이 자리쯤에서 병헌이가 혜교를 그윽한,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더랬지 하며 병헌이 눈빛으로 집사람 한 번 쳐다보고는 점심을 계획한 ‘쉬는팡’을 찾아 갔습니다. 요건 네비게이션으로 찍을 수 없었지만 전화를 해보고는 대유랜드 들어가는 길목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갔습니다.
‘쉬는팡’, 결론은 만족입니다. 토종돼지도 그렇지만 동치미 국수가 맛있다고 해서 특별히 간곳인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자리도 야외 정자 같은 곳에서 시원했구요. 특히나 이곳은 관광객보다도 제주 주민들께 인기가 많은 곳인지, 우릴 제외하곤 제주 번호판 차들이 전부입니다. 규모는 생각보다 아담했고…그리고 동치미 국수라기 보다는 열무김치 국수에 가까웠습니다. 겨울에는 동치미로 바꾸시는 건지 제주에서는 고렇게 담은 것을 동치미라 부르는지는 안물어봐서 모릅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이제는 산방산, 송악산 쪽으로 가면서 중간에 있는 ATV를 타러 출발했습니다. 산방산 조금 못미쳐 있는 ATV 타는 곳에 도착해서 독일군 철모 같이 생긴 헬멧을 골라 쓰고 90cc, 150cc ATV중에 150cc 네 대를 각각 나눠 타고는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연습 주행 코스를 두 바퀴 돌았습니다. 워낙 타기 쉽게 만들어 놓은 놈이라 금방 감이 오더군요.
연습 코스를 벗어나서 산길 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제 앞에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달리는 집사람 역시 씩씩하게 잘 타더만요. 경사진 길을 후딱 내려가서는 통나무 장애물도 거침없이 타고 넘고…한 45도는 됨직한(아닌가?) 경사로도 단 숨에 올라서고…저도 열씨미 쫗아가면서 소리쳤습니다. ‘아싸~간다~이~~’
오르락 내리락, 이리 저리 돌다가 이번엔 해변 모래사장을 달리 시작했습니다. 산 코스와는 달리 장애물이 없으니 속도내기 그만이죠 액셀러레이터 역할 하는 스위치를 최대한 누르고는 깔고 앉은 안장으로 전해져 오는 진동을 최대한 느끼면서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오빠 달려~’ 소리를 듣던 그 철모르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그 한강 고수부지…ㅎㅎ
모든 코스를 돌아서 출발지로 돌아와서는 주인 장 것으로 보이는 더 큼지막하고 있어 보이는 ATV에 앉아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고 약간은 짧은 듯한 시간을 아쉬워하며 송악산 쪽으로 향했습니다. (참고로 ATV는 150cc가 대략 30분 정도 타는데 25,000원 이었구요 20% 할인쿠폰 있습니다)
송악산으로 달리다가 마라도 가는 배를 보고는 즉석에서 행선지를 마라도 바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까지의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던 곳이었기에 7년 만에 다시 찾기로 한 것이지요. 마라도로 향하는 배도 우리가 타자마자 출발을 합니다. 1,2층 좋은 자리가 찾다가 선장님이 못 들어가게 해 놓은 듯이 비어있는 선수 쪽으로 갔지요. 위에서 내려다 보시는 선장님 눈치에 뒤통수가 스믈스믈한 가운데 거의 타이타닉 수준의 기분을 냈습니다. 물론 잠시 후 저희를 보고 몰려든 분들 때문에 금새 복잡해 지기는 했지만요…
이렇게 도착한 마라도. 역시 예술입니다. 1시간 반 만에 둘러보고 다시 배를 타고 나와야 하는 빠듯한 시간이 너무나도 아쉬운 곳입니다. 어찌보면 별 볼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보다 한 단계 센 바람과, 더 맑은 바닷물, 좋은 날씨 덕분에 가깝게 보이는 제주도와 산방산이며 남쪽 절벽위에서 바라보는 진정한 수평선. 카 끝내줍니다. 사진도 올려보도록 하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7년 전에 비해 어수선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거 개그맨 이X명의 짜장면 집은 정말로 안어울리던데 말이죠. 아 참 그리고 그곳에서 해녀 할머님들이 한 접시 만원에 파시는 소라, 해삼, 멍게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멍게는 제주에서 나는 것이 아니어서 육지산이라고 했지만 어제 저녁에 먹은 12만원 짜리 회보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4시 반에 돌아오는 배를 타고 출발한 곳으로 도착하니 5시.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허니문 하우스에 들렀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참 잘 꾸며 놓고 자리도 좋다고 생각됐었는데 계속 바다를 봐서 그런지 이날은 영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야외 카페는 비싸서 그렇지 분위기 잡기 좋은 곳입니다. 한 동안 앉아서 넷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녁을 먹기로 한 소라의 성으로 갔습니다.
그러나…정기휴일. 아니 무슨 식당이 일요일날 쉰다냐…제주도 올 때마다 들렸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소라의 성 해물뚝배기 맛은 결국 못 보고 말았습니다. 그 대안으로 찾은 곳이 연풍연가를 통해 알아낸 진주식당. 아까 오던 길에 우연히 봤기 때문에 쉽게 찾아가서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해물뚝배기를 시켰는데 아~하 이거 또 맛이 괜찮네요. 다만 함께 나온 젓갈이 입맛에 좀 안 맞았습니다.
이렇게 여행 둘째 날이 지나갔습니다.
시간관계상 아내는 그 놈의 해수 사우나 또 못하고 내일 일찍 가겠다고 벼르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첫댓글 정말 재밌네요. ^^
ㅋㅋㅋ 글 재주가 뛰어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