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병아리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삐고 가녀린 병아리들에게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피비린내나는 공포의 날이 엄습해왔던 것인데..
내용인 즉,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나서는디, 노란병아리들이 서너 마리씩 대갈통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오는 참담한 몰골로 피를 철철 흘리며 마당에 죽어 나자빠져 있습니다. 족제비나 못된 짐승이 들어왔나 싶어 구석구석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외부 침입자의 소행일 것이라 추측을 하며 탐문조사도 해 보았으나 도대체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음날도 머리통이 깨져서 피를 흘리는 병아리의 살육범행은 계속되었습니다. 연속해서 일어난 범죄사건이고 보니 외부인의 소행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집안의 종업원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보았지만 짚이는 바가 전혀 없이 이틀 연짱 오리무중의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그날도 어김없이 세 마리가 보도블럭과 정원 여기저기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뭔가 알지 못할 섬찟함을 느끼며 돌아서다가 얼핏 왕초수탉이 여린 노란병아리의 대갈통을 송곳같은 주둥이로 사정없이 내려찍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앗~! 범인이 네놈이었구나.” 하는 순간 내 머릿속 피가 거꾸로 솟는 것과 동시에 대빗자루의 장대를 뽑아서 칠 듯이 꼬누니까 왕초수탉이 놀라서 도망칩니다. 쫓아가서 긴 모가지를 겨냥하고 휙~!하고 호되게 후려치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켁~! 하며 널브러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