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424호 법정에서 김대중 비자금 뒷조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5차 공판(형사 25분, 재판부 송인권, 김택성, 김선역)이 열렸으나 비공개로 진행돼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게 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미국 국세청(IRS)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장은 “국정원이 아닌 국세청 소속인데 받은 자금이 횡령인지 아닌지, 국세청 직원으로서 이 자금이 횡령 자금인 것을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윤준 전 차장의 변호인은 “다소 외부 일반인들이 듣기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있어 비공개로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판장은 방청객 전원을 퇴정시키고 이날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공판은 2시 정각에 시작, 방청객 퇴정은 2시 13분에 이뤄졌다. 이후 약 30분간의 비공개 재판이 있었다.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차장은 재판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비공개 재판을 요구해왔고 이전 재판부(재판장 김선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공개재판으로 진행돼 왔으나 16일 재판부는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였다. 박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은 5월 14일에 다시 열린다.
이른바 DJ 비자금 뒷조사 사건의 경우 많은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월간조선은 3월호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재판 기록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이 사건 판결문과 수사 기록 등은 ‘공무상 비밀 등이 포함돼 있고 일부 비공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열람이 제한돼 있던 상황이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DJ 뒷조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죄로 판결 받고 석방됐다. 한국일보는 비공개 처리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문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아래 기사 참조).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서관 424호 법정에서는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 대한 공판도 열렸다. 이날 재판정은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할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 공판을 6월 4일에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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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비자금 의혹 조사 국세청장은 왜 무죄 선고를 받았나?
趙甲濟
작년 8월15일 한국일보는 비공개 처리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문을 입수, 요지를 공개하였다. 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이 김대중(DJ) 전 대통령 해외비자금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기획한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의 핵심 공작 활동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집된 정보에서 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 인터넷 검색은 비자금 의혹의 일부에 대한 추적이고, 국정원이 조사에 착수하게 된 발단은 해외에서 국정원에 전달된 첩보였다. 한국일보는 <국정원은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된 DJ 차남 홍업씨 측근 연루 고발 사건의 미국 국세청(IRS) 수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해외정보원에게 약 3억원을 대가로 지불하기도 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다.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이현동 전 국세청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데이비슨 사업’이라고 불린 ‘DJ 뒷조사’ 사건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취임 3개월 만인 2009년 5월 최종흡 당시 국정원 3차장에게 DJ 가족 계좌 등을 건네며 비자금 추적을 지시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공작명 데이비슨은 DJ의 ‘D’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공작을 실행한 국정원 對北공작국 이모 처장은 당시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현동 전 청장에게 미국의 DJ 비자금 추적 협조를 요청하며 2년 간 12회에 걸쳐 5억3,500만원과 4만7,000 달러의 對北공작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李 전 청장(당시는 차장)의 지시를 받은 박모 국세청 관리관은 2010년 5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뉴욕의 韓人보수단체가 홍업씨 측근으로 추정되는 이모씨 등 3명을 미국 IRS에 고발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 사건은 ‘2004년 홍업씨 측근이 미국 뉴욕 건물 매수에 쓴 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풍문에 대해 보수단체가 수사를 의뢰한 것이었다고 한다.
박 관리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정보를 받는 대가로 미국 국세청, 즉 IRS에 다니는 해외정보원 A씨에게 30만 달러(3억4,000여만원)를 줬다고 한다. IRS는 2012년 1월 사건에 대한 眞僞를 확인하지 못하고 이씨와 최초 대출자를 사기죄로 비공개 기소한 채 수사는 종료됐다.
한국일보는 <하지만 재판부는 데이비슨 사업 자체는 對北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했다>고 보도하였다. 2010년 상반기 국정원 해외공작국 정보관이 ‘미국 내 DJ 비자금 중 1억 달러가 DJ 셋째 아들 홍걸씨가 운영하는 중국 회사 등을 통해 북한 평양 과기대에 송금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는 변호인 측 증거가 근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에 기초해 이현동 전 청장을 국정원에 대한 ‘단순 협조자’로 간주해 무죄를 선고하고, 비공개 재판 심리를 진행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터무니 없는 풍문을 수사한 것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김홍걸 씨가 1억 달러 송금 시도와 관련된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법원이 실체성을 인정한 1억 달러는 13억 달러의 일부인가? 왜 하필 중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게 되어 있었는가? 對北 관련성이 있다면 국정원과 국세청의 조사는 국가기관의 당연한 의무이고, 덮는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비자금 의혹을 조사한 국정원의 차장, 국장, 국세청장, 차장이 기소되었나? 왜 검찰이나 국정원은 비자금을 조사한 사람을 처벌하려 하고 비자금 자체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는가? 1000억 원이 넘는 비자금이 미국에 실재하고, 북한으로 들어갈 뻔했다면, 이것은 나라를 흔들 만한 스캔들이다. 국정원 조사로 對北송금이 차단되었다면 조사자들은 훈장을 받아야 할 일이다.
기자가 재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국정원은 북경의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5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정원은 이 무렵 미국 FBI로부터도 김대중 비자금 관련 제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초 원세훈 원장은 미국내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하여 최종흡 차장에게 국세청의 협조를 받도록 지시했다.
2018년 11월23일 국세청 박윤준 전 차장 사건(국정원의 김대중 비자금 의혹 수사에 협조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종흡 당시 차장은 이렇게 증언하였다.
“원장은 5억 달러는 엄청난 액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국내 것만 가지고 될 리가 없다 그런 취지로.'
“2010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 경으로 기억 납니다.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미국 비자금이 있단다, 북한에 들어간다 하니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라. 이현동 국세청 차장을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이현동 차장은 박윤준 국장을 소개해 주었습니다.”(上同)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 최종흡 증인은 김대중 비자금 수사는 對北관련성이 있어서 국정원의 직무범위라고 주장했다.
“디제이 비자금이 있다 라는 것은 이미 2009년 북경서 들어온 첩보에다가 2010년 5월 시애틀 정보관이 배신당한 사람으로부터 폭로성 제보를 받아 보고한 것 같습니다. 원장이 보니 일부가 북한에, 평양에 들어간다, 그럼 내가 원장이라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내가 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 첩보는 신뢰도가 가장 높으면서도 신뢰성의 확인을 위하여 시애틀 정보관에게 물증을 확보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상동).
첩보가 비자금을 관리하는 내부에서 나온 것이라 신빙성이 매우 높았지만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북한에 거액이 들어간다는 첩보이므로 국가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018년 5월18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對北)공작국장은 이런 요지로 말했다.
변호인이 반대신문에서 이렇게 묻는다. 이런 재판은 보통 질문 속에 정보가 숨어 있다.
“데이비슨 사업과 관련하여 자금이 중국을 경유,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오는 것으로 안다, 원세훈 원장은 디제이비자금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유출되려 한다, 핵심 정보원이 수표 갖고 있다고 제보해 왔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미국에 있는 비자금이 중국을 경유하여 북한으로 유입되려 한다는 첩보를 받고 실체를 확인하고 북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하여....방첩국으로부터 첩보 넘겨 받을 때 對北연관성 확실하다고 생각했다는 데 맞습니까?”
김승연 증인은 “그렇다”고 답변하였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도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재판부가 김대중 비자금 의혹 수사는 허황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對北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한다.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면서 김대중 비자금이 實在한다는 심증을 가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무죄라면 누군가는 유죄라는 이야기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