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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남인도 기행 19일차 (2012. 01. 17.화요일. 싱가포르)
윤상현 추천 0 조회 72 12.09.18 14:3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2012. 01. 17(화요일. 19일차. 싱가포르)

첸나이 발 싱가포르 행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인 새벽 한 시 십오 분을 정확히 지켜 이륙되었다. 시 차에 따라 두 시간 삼십분을 앞당기니 벌써 아침 네 시가 넘어간다. 비행기가 고도를 잡자마자 승무원들이 뜨거운 물수건을 나누어 주며 곧바로 기내식 써비스가 시작된다. 몇 가지 인도 음식 중에 ‘치킨 브리야니’를 골랐다. 여행 중 내내 가장 친숙했던 볶음밥이다. 곁들여 위스키 두 잔을 연거푸 들고나니 그간의 묵은 피로가 몰려오며 스멀스멀 졸립다.

햇살을 의식하며 잠에서 깨어난다. 간밤 위스키가 좀 독했던지 아직도 얼큰하다. 창밖에는 인도양과 남중국해가 만나는 넓은 바다가 펼쳐졌고 말레이반도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박힌 싱가포르 섬이 푸른빛으로 다가온다. 아직 자고 있던 아우를 흔들어 깨우니 아침단잠이 아쉬운 듯 멍한 표정이다. 첸나이에서 네 시간을 날아 싱가포르 공항에 착륙하니 거의 여덟가 되어간다.

 

 

이곳에서 인천행으로 환승을 하려면 일곱 시간의 여유가 있다. 여기는 홍콩과 마찬가지로 비자가 필요 없는 곳이니 간단한 시내투어 정도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수속을 마치고 로비에 비치된 관광 안내 팜프랫을 챙겨보니 시내로 통하는 지하철을 비롯하여 짧은 시간에 돌아볼만 한 곳들의 안내가 잘 되었다.

약간의 싱딸러를 환전한 뒤 MRT에(Mass Rapid Transit 대중 고속 운송)에 오르니 도심의 시청까지 열 한 정거장으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상으로 올라와 가장먼저 만난 것은 맹렬한 적도의 햇빛과 후덥지근한 날씨다. 냉방이 잘 되어있던 공항과 지하철 공간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당황스런 날씨다. 출발 때 들렀던 홍콩을 무덥다 여겼는데 이곳에 비하나 약과다. 또한 어제까지 겪었던 남인도의 날씨는 비록 덥긴 했어도 습도가 낮아 비교적 쾌적했었다. 여기도 요즈음은 아무래도 비(雨)가 덜 한 시기일 텐데도 이 지경이니 한 여름 우기에는 얼마나 무더울지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

햇살과 더위를 피해 그늘진 곳만을 따라서 걷는다. 온 거리가 마치 비질과 걸레질을 방금 해둔 양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흰 구름에 어울린 푸른 하늘을 찌른 듯, 높이 솟은 교회의 뾰족탑이 인상적이다. 영국 성공회 교회인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의 눈부신 모습이 천사가 막 내려와 무결점의 하얀 날개를 접고서 쉬려는 듯하여, 그렇잖아도 청결한 도시의 이미지에 방점을 찍는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 정원을 끼고서 남쪽 계단을 통하여 강가로 내려오니 선착장 곁에 작은 광장이 호젓한데 그 주위로 ‘아트 하우스’와 ‘빅토리아 콘써트홀’ ‘아시아 박물관’ 등 둘러볼만한 곳들이 산재했다. 하지만 통과 여객으로서 체류시간이 짧게 주어진 처지라 모두 다 들여다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유럽 쪽에서 온 노년의 단체 여행객들이 남녀를 막론하고 비대한 몸집에 땀을 흘리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들과 섞여 차례를 기다려 유람선에 오른다. 한정된 시간에 싱가포르를 부분적으로나마 편안히 둘러보는 방법으로는 이것이 최선이리라.

선착장을 떠난 ‘리버 크루즈 보트’는 느린 속도를 유지하며 주변 경관을 살피도록 도와준다. 경관이라야 비록 인공의 조형물과 빌딩의 숲이지만 강물 위에서 올려다 뵈는 양안의 현대식 건축물들이 색다른 감흥을 준다. 강가에서 붉은 지붕을 인 유럽풍의 오래된 건물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큰 빌딩박물관에 초대된 듯이 눈 호사(豪奢)가 좋다.

 

 

강물을 따라서 ‘카베나 다리’를 지나고 ‘앤더슨 다리’ 밑을 통과하니 얼마 안 되어 바다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강물인줄 알았던 물줄기는 싱가포르 섬 안쪽으로 밀려들어간 만(灣)이었던 것이다. 좁은 물길 안쪽에서 양안을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경관이 우릴 즐겁게 한다. 저만큼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공원에서 ‘머라이언’이 입으로 물줄기를 뿜어낸다. 이는 사자의 머리에 인어의 몸을 가진 높이 8미터의 커다란 석상(石像)으로 싱가포르의 대표 상징물이다. 옛날에 수마트라의 용사가 새로운 영토를 찾아 이곳에 당도했을 때 흰 갈기를 가진 사자 비슷한 동물을 발견하고서 "사자의 도읍(싱가푸라. 싼스크리트어.)"라고 이름 지었다는데 그런 연유로 이곳의 상징물 ‘머라인언’을 창조해 냈으니, 이는 인어(merman)의 ‘머(mer)’와 ‘사자(lion)’의 합성어인 것이다. 싱가포르에 온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한번쯤은 찾는 곳인 때문인지 한 낯의 땡 볕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에 열중이다.

 

그래도 선상에서 보여 지는 최고의 압권은 큰 바다 쪽으로 보이는 ‘마리나베이’의 ‘쌘즈 호텔’과 그 옥상 위에 얹혀진 ‘하늘 정원’이다. 우리나라의 쌍룡건설에서 시공을 했다는데, 각기 다른 세 개 동의 빌딩 위에 거대한 나룻배 형상의 구조물을 얹고서 그곳에 만들어둔 또 다른 별천지가 눈을 놀라게 한다. 얼핏 보아 그 나룻배는 나뭇잎을 닮았다. 내리쬐는 적도의 태양아래 옥상 위로 하늘 가까이 조성된 너른 야자나무숲이 엄청난 크기의 접시 위에 얹혀있다니 ‘거대 건축물’이란 과연 이를 두고 한 말이겠다.

잠시 멈췄던 유람선이 바다 위를 넓게 선회하더니 속도를 높여 원점 회귀한다. 오랜 여행길에 좀 지친 상황인지라 휴식을 겸한 한시간정도의 선상유람이 아주 좋았다. 옆 좌석에 앉은 두 명의 일본 여인이 서로 꼭 닮았다. 혹시 자매간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러면서 다소 수다스러운 표정으로 되묻기를 우리 둘도 꼭 형제간으로 보인단다. 중년의 나이에 자매 사이에 떠나온 그들의 삶이 다정하고 편안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모습도 그러할 것을 믿는다. 이내 배는 선착장에 닿는다. 하선 차례를 기다리며 짧게 “사요나라!”를 외쳐주니 두 자매는 내려가다 말고 깜짝 놀란 듯이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돌아보며 함께 소리친다. “사요나라!” 웃음 짓는 그들의 표정을 뒤 꼭지만 보아도 알겠다. 나도 함께 웃는다.

 

강변로를 따라 아까 유람선에서 보았던 ‘머라이언 공원’을 찾아간다. 강의 하구에 걸쳐있는 ‘앤더슨 다리’ 까지는 막상 걸어보니 얼마 되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서 시멘트 계단을 내려서니 작은 공원 전체가 콘크리이트로 공간을 확보한 인공 구조물이다. 달궈진 시멘트바닥의 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간 아래의 맑고 푸른 바닷물에서는 잘 보전된 자연을 보겠고 널리 펼쳐진 활달한 경치는 여행자의 심신을 자유롭게 한다. 주변에 가득한 소녀들의 수다가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 온 중학생들로 방학을 이용하여 수학여행을 왔단다. 건네는 한마디 인사말에 당장 한국인임을 알아차리며 반가워한다. 예의바르고 어른 말에 호응을 잘하는 일본의 보통 청소년들이다. 단체사진을 찍으면서도 질서를 잘 지키는 그네들을 바라보며 내일이면 만날 내 딸들을 떠올리고 새삼 그리워 미소 짓는다.

 

 

‘로빈슨 로드’와 ‘크로스 스트리트’의 교차점에 있는 ‘라우 파 샷(lau pa sat)'은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시장으로 그 역사가 거의 이백년에 가까우며 싱가포르의 39개 문화재 중 하나이다. 개국 초기에 이민자들의 정크선이 정박했던 곳에 자연스레 형성된 어시장이었는데 우리나라로 말하면 부산의 자갈치시장이라고나 할까? 훗날에 정부 주도(主導)로 옛날의 모습을 되찾았고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식당가로 꾸며졌다.

바다가의 ‘머라이 공원’을 뒤로하고 천천히 거리구경을 하다가 눈에 띤 곳이 바로 이 시장이다. 마침 점심때를 넘겨서 출출하던 차에 맞춤한 곳을 만난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원형의 단층 건물 내부에 중앙 광장을 축으로 하여 방사상으로 많은 음식점들이 널려있다. 또한 그 음식의 국적과 종류가 하도 다양하여 어디에다 눈을 두어야 할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곳곳에 넘쳐나는 아름다운 음식들을 둘러만 보는 것으로도 흐뭇하고 행복하다. 숙고(熟考) 끝에 일본식 라면인 ‘돼지갈비로 국물을 낸 생새우 탕면’을 주문한다. 더운 날씨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지 않았던가. 곁의 ‘와인 샵’에서 생맥주를 날라다 먹을 수 있는 시스템도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찾은듯하여 편안하다.

 

 

약간의 맥주 기운에 배도 어지간히 부르고 졸리기도 하니 만사가 귀찮다. 생각 같아서는 ‘뭄바이’에서처럼 특급호텔의 로비를 찾아가 한 숨 붙이면 가장 좋으련만 비행기 시간이 애매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아예 공항에 가서 맘 편히 쉬기로 한다. 이만하면 환승하는 잠깐의 여유시간에 구경 잘하고 배불리 먹었으니 더 이상 뭘 바랄 것인가. 식당가를 나서니 고맙게도 한 블록 건너에 ‘래플스 플래이스(raffles place) 역’이 있다. 오전에 내렸던 ‘시청 역’과는 한 정거장 사이다. 무더운 날씨에다가 힘들고 피곤하니 지하철이 낙원이다.

공항에 미리 오기 잘했다. 모든 게 적당하다. 피곤함도 곧 회복되었다. 미처 다 쓰지 못한 싱딸러를 US딸러로 되 바꾸고서 면세점을 찾는다. 아우는 여행 출발 때 제수씨에게 부탁받은 물품목록이 있다며 사방을 기웃거린다. 내 알기로는 아우도 나처럼 쑈핑에 그다지 취미가 없는 친군데 마눌님의 부탁에 꼼짝 못하고 매장을 헤매는 모습이 기특하다. 집에서 여러 번 문자가 왔다. 주 내용은 안부이지만 곁들여 부탁한다며 아무런 선물을 사오지 말란다. 나 또한 마누라 말 잘 듣기로 유명한 사람이니 어찌 그런 착한 부탁을 마다하겠는가. 구석의 빈 의자를 차지하고서 오늘의 여행 메모를 적어볼 따름이다.

 

 

오후 네 시 십 분에 이륙한 비행기가 네 시간을 날아서 인천 공항에 착륙했다. 여름 속을 여행하다가 갑자기 겨울을 만났다. 엄청 춥다. 움추린 어깨를 했음에도 꽉 찬 열아흐레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만사가 고맙다. 만사를 내려놓고 흡족한 여행이었다.

이제는 그만,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

 

2012. 남인도 기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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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2.02 18:55

    첫댓글 아름다운 여행 그래서 안보이셨을까요 왜 안보이세요 기다립니다, 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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