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새대가 2003세원텔레콤배 농구대잔치 남자부 결승에서 지난해 챔피언 ‘불사조’상무를 물리치고 5년만의 패권 탈환에 성공하며 통산 네번째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연세대는 1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2년차 포워드 방성윤이 3점슛 10개를 던져 6개를 성공시키는 등 32점 10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졸업반 파워포워드 김동우(24점 13리바운드)와 센터 박광재(4점 9리바운드)가 힘을 보태 85-78로 승리했다.연세대는 지난해 4개 대회(MBC배, 종별대회, 전국체전, 대학연맹전) 우승에 이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농구대잔치마저 석권함으로써 아마최강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예선에서 연세대에 일격을 가했던 상무는 이날 주포 조상현(6점)이 3점슛 6개를 던져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등 극도로 부진한데다 막판 판정시비로 평정심을 잃어 예상밖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여자부에선 김천시청이 노장 정귀분(26점 12리바운드)과 프로출신 박명애(21점 3도움),조현정(16점) 트리오의 활약에 힘입어 용인대를 96-74로 대파하고 2년연속 준우승에 그친 한을 풀었다.이번 대회 남녀부 MVP에는 연세대 김동우와 김천시청 박명애가 각각 선정됐다.
*니들이 작전타임을 알아?
적시에 부른 두차례의 작전타임.연세의 보이지않는 승리의 비결은 벤치의 기민한 대응에 있었다.상대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고 공격의 고삐를 다잡는데 일조함으로써 농구의 작전타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입증한 한판이었다.
58-52로 추격당하던 3쿼터 7분40초.불과 1분전까지 연세는 58-46으로 여유있는 리드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임재현의 자유투 2개 강혁의 스틸에 이은 레이업,이규섭의 골밑슛으로 순식간에 6점을 허용했다.이 순간 연세 김남기감독은 타임을 불러 상대 기세를 식히면서 선수들에게는 아웃렛패스를 통한 3점슛 작전을 주문했다.방성윤과 전정규의 3점포가 불을 뿜었고 전병석이 골밑슛과 함께 바스켓 굿을 얻어 다시 점수차를 두자리수(67-55)로 만든 것.
70-62로 앞선 4쿼터 3분의 작전타임도 눈여겨볼만하다.3쿼터를 70-55로 끝냈던 연세는 4쿼터시작하자마자 강혁의 3점슛에 이어 이규섭에게 연속 4득점을 허용,또다시 좌불안석이 됐다.김감독은 바로 타임을 부르더니 방성윤과 김동우를 제외한 3명의 선수를 스피드가 좋은 선수들로 구성,상무의 속공에 맞불을 놓았고 더블팀으로 센터 정훈종을 압박,트래블링 파울을 끌어냈다.김동우의 레이업과 방성윤의 3점포로 5분께 75-64로 벌렸다.상무는 조상현의 속공으로 6분25초 75-68로 쫒아갔으나 1분후 또다시 방성윤에게 3점포를 얻어맞고 사실상 추격의 의지를 잃고 말았다.
*엿장수 맘대로 보너스굳샷
상무로서 억울했던 것은 3쿼터 막판 오심을 항의하다 선수퇴장과 테크니컬파울을 당한 것.55-64로 뒤진 종료 1분8초전 연세 전병석의 골밑슛을 저지하던 임재현이 파울을 선언당한 것까지는 인정할만 했다.전병석은 임재현이 뒤에서 달려오는 것을 알고 한차례 더킹으로 피해 완전히 상대를 제친 다음에 슛을 했다.그런데 심판이 보너스굳샷을 선언한 것.굳샷이 되기위해선 슛자세의 연속동작이어야하지만 전병석이 파울을 당할 때의 동작은 슛이 아니라 피하는 동작이었다는게 농구관계자들의 중론.
임재현이 격렬하게 항의하자 심판은 지체없이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했다.공교롭게 임재현의 파울은 5개째인 동시에 팀파울(5개)에 해당됐다.규정에 따라 임재현의 테크니컬파울은 벤치테크니컬로 전환됐고 상무는 굳샷과 팀파울에 해당하는 자유투 3개와 공격권까지 내주는 뼈아픈 상황에 몰렸다.
4쿼터 들어선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58-70으로 뒤진 1분10초 이규섭이 상대 파울을 피해 슛을 던진게 들어갔으나 심판은 슛하기전의 동작이라고 판정한 것.상무 추일승감독이 형평성을 거론하며 항의했으나 별무소득.이래저래 상무로선 안풀리는 날이었다.
*겁없는 새내기는 벤치가 만든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고의 신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예비신입생 김태술이 등장한 것은 28-24로 앞선 2쿼터 3분.84년생 김태술의 상대는 76년생 베테랑가드 신기성.모든 면에서 앞선 대선배에게 김태술은 한 수 단단히 배워야 했다.신기성은 김태술의 수비를 비웃듯 깨끗한 3점포를 작렬하더니 인터셉트까지 해냈다. 당황한 김태술은 드라이브인슛을 하다 상대에게 블록당하는 등 2쿼터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실책을 3개(공식실책은 2개)나 저질렀다.
그러나 김남기감독은 이 새내기가드를 끝까지 밀어줬다.잠시 교체하기도 했지만 김태술이 경기에 적응해서 제 플레이가 살아날 때까지 투입을 한 것.김감독과 이호재코치는 전반이 끝나고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숙이는 김태술의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쳐주며 격려했다.벤치의 아낌없는 서포트로 김태술은 4쿼터부터 제 기량을 발휘해 벤치아닌 코트에서 우승확정의 순간을 맞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연세의 엽기 우승세리머니
우승이 확정되자 연세 선수들은 코트 한가운데 몰려나가 4학년 선수들을 ‘이지메’하기 시작했다.선수들을 헹가래쳐주다가 마지막에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린뒤 선수들이 발로 밟는 것.박광재를 비롯,김동우 전병석 박정완 윤호진 등 4학년선수 5명이 무자비한 우승세리머니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며 줄줄이 나동그라졌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박광재는 떨어질 때 허리부터 떨어져 자칫 부상을 당할뻔한 장면도 연출돼 주변사람들의 불안감을 자아내게 하기도.우승한 기쁨덕분인지 박광재는 “졸업식때도 이런 헹가래 전통을 한다”며 싫지 않은 표정.
<장충체육관=노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