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Cat's eye is Catch U -
- 만남 -
"씨... 재수 없어. 저리가!"
훗. 항상 저런 반응이었던가. 더 이상 별 감흥도 없군.
휙!
오호.
"저리 가란 말이다! 고양이 주제에."
겨우 그 정도에 내가 갈 줄 알았니. 여기는 내 홈그라운드란 말이다. 니가 가려면 가던지. 싫으면 말던지.
"니가 사람 말을 무시해?"
오늘은 참 귀찮은 것도 가지가지다. 아까는 꼬마들이 쫓아오질 않나, 웬 망할 독수리가 쪼려고 다가오질 않나. 겨우 편하게 식사 한번 하나 했더니만 이젠 술 취한 늙은이가 꼬장을 부리다니.
어쭈. 또 돌을 던지는데?
"인간. 그 정도로는 거북이도 못 맞춘다니까. 좀더 빠르게, 좀더 강하게!"
그리고는 늙은이가 던진 돌을 앞발로 받아 쳐버렸다.
딱!
나이스 샷!
"크억! 고... 고양이가... 거... 검은 고양이가 말을 했다!"
후. 오늘은 귀찮은 하루인가.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내가 다른 곳으로 가 주지.
젠장.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다. 난 눈이 싫다. 내가 검은 고양이여서 일까. 저렇게 하늘하늘 거리며 하얗게 내려오는 눈을 보면 왠지 재수 없다. 기분이 나쁠 뿐만 아니라 털도 젖기 때문에 아주 귀찮은 존재.
이미 세상은 하얗게 덮였다. 내 발목까지 올 정도로 쌓인 눈이라 이제 슬슬 걷기도 힘들어지는데. 흠. 산토끼라도 한 마리 지나가면 좋으련만.
조심조심. 내 털이 젖는 건 정말 기분 나쁜 일이다. 눈이 쌓이지 않는 구석만 찾아서 조용조용 걷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 더 귀찮게 하지만 말아주면 좋으련만. 하늘에서는 구멍이 뚫렸는지 눈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많이 내리고 있다. 이번에는 좀 오래 머무를 곳을 찾아야 되겠는데. 공원에는 쉴 곳이 있을까. 흠. 호코에게 오늘 하루만 재워달라고 해 볼까. 쥐 한 마리면 되려나.
지나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뭐라고 중얼거리며 피하기도 하고, 나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지만
이미 그런 건 익숙할 일일뿐이다. 조금 귀찮게 하는 사람들에게도 가벼운 말 한마디면 모두
까무러치듯 도망가 버린다. 하하하.
다행히도 오늘은 깔끔하고 눈도 없고 따뜻한 자리를 찾았다. 오늘은 기분도 별로 인데 일찍...
"야! 너 주제에 여기서 설쳐!"
하아...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왜이리 시끄러워! 으으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내 잠자리는 내가 지킨다!
"꺼져! 꺼져 버리라구! 네가 여기에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대체 저것들은 뭐야? 가만히 보니 꽤 계급 높은 인간들 같군. 근데 여기서 뭔가를 휘두르며
나의 편안한 숙면을 방해하고 있다. 짜증나는군.
"흑... 흐흑...."
웬 여자의 울음소리가? 아직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가만히 보니 꽤나 커 보이는 인간들
주제에 가운데 한 여자아이를 두고 린치를 가하고 있다. 이런 썩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
"마스터 오브 쉐도우. 개방."
후... 더 이상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너희가 내 성질을 긁는구나. 너흰 오늘 무사히
집에 가기는 틀린 줄 알아라.
"마인드 블래스터. 10초."
짧은 시동 어와 함께 달려나간다. 차가운 눈이 밟히며 뽀드득거리는 느낌은 정말 싫어. 차가운 건 싫다구!
가장 높은 신분의 인간으로 보이는 것에게 가볍게 한방 먹여줬다. 그림자의 환영이나 실컷
맛봐.
"크아아악! 사... 살려줘!"
크큭. 역시. 가볍게 쓰러져 버리는군. 호오.... 오줌까지 지릴 정도였던가? 겨우... 겨우... 이런 녀석들이...
"헤이스팅 쉐도우. 너흰 오늘... 무사하긴 힘들 꺼다."
주변에 모든 사물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기 시작했다. 공기를 스치며 달리는 느낌은 좋은데... 이 눈. 눈이 흩날려 오르는 건 정말 싫단 말이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크악!"
허공에 비산되는 핏방울. 붉게 물들어 내리는 눈. 그나마 보기에 낫군.
보이지 않는 적. 그 무서움은 겪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 분명히 이 기술을 인간의 눈으로
보게 되면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 그 속도에 손톱으로 가볍게 긁어주는 것만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후. 이 정도면 되려나.
이미 주변은 붉게 물들었다. 하얗게 내린 눈과 빨간 피의 대비는 정말 선명하면서도 왠지 아름다운, 어떤 마력을 풍기고 있었다. 상처 입은 자들의 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 피는 계속
그 피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다만, 그 피의 영역 한 가운데 반경 1.5 리이(1 리이는 약 33.34cm 3 리이는 1미터)정도의
하얀 원이 있었다. 내가 저렇게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흐... 흐윽...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그 가운데에는 겁에 질린, 흰색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눈의 흰색이 퇴색되어 보일 만큼이나
하얀. 이 갈아 마셔버릴 녀석들. 괜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픽.
팟.
"크아악!"
너희들은... 더 이상 걸어다닐 자격이 없다. 네 발로 기어서 그 느낌을 당해보란 말이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어지간히 겁에 질린 모양이군. 생각 같아서는 정말 토막내버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보면 분명히 놀랄 것이다.
"후... 이제 다 되었다. 너희 집으로 돌아가라. 이런 곳에는 다시 오지 말고."
반사적으로 돌려지는 고개. 멍하니 풀린 눈. 혹시... 더 안 좋은 일을 당한 건가? 그렇다면...
너희는 오늘 토막이다.
"와... 왕자님?"
오호... 그래. 내가 왕자님... 이라니! 대체 저건 무슨 소리냐! 설마... 설마?
"이봐!"
재빨리 뒤로 돌아가서 외쳤다. 어리둥절한 표정. 왜 저러지?
"왕자님이시죠? 제발... 제발 절 살려주세요. 네? 전 앞이 안 보인답니다."
역시. 그렇게 멍하니 풀린 회색 눈동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크큭. 인간이란 이런가. 모두 약자를 괴롭힐 수밖에 없냔 말이다!
샥.
샤삭.
후드드득.
모두 다 죽어버려.
"꺄아아아악!"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런.
"쉐도우 실드!"
은은한 검은색의 반구가 그녀를 감싸서 공중으로 떠오른다. 늦지 말아야 할텐데... 왜이리
일이 꼬이지... 눈이 싫다. 그리고 저 눈 위에 떠 오른 검은색은 더욱더 싫다.
- 사랑. 거짓된 진실
"야옹~"
팔자에도 없는 고양이 행세를 하고 있다. 큭. 그러고 보니 난 지금 고양이군. 그것도 칠흑같이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
"왕자님! 오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꿈 많은 장님 소녀. 그녀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그녀의 이름은 슈리에. 눈.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
"난 왕자가 아니다. 난 고양이라니까! 흠... 혹시 고양이가 어떻게 생긴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시원한 바람. 이제 완연한 봄인가. 벌써 그녀와 알고 지낸지도 약 2달이 되어 간다. 흠. 벌써
바람결에 꽃향기가 실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녀는 나에게 작은 말린 생선 조각을 주더니 - 난 생선이 싫다. 과일이 좋단 말이다! - 잠시 말이 없다. 쓸쓸한 눈빛. 그러고 보니 그녀는 처음부터 눈이 멀어 있었던 걸까.
"처음부터는 아니에요."
깜짝.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되었건만 전혀 익숙하지 않다. 그녀는 시각을 잃어버린 대신 다른 - 인간이 가질 수 없는 - 감각을 얻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상대편의 마음을 읽는다던가
- 자신은 귀로 듣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시각적인 이미지를 받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어떤 큰 일이 일어나면 머릿속에서 뭔가 확 떠오른다던가. 이런 것들은 너무나도 정확해서
주변 사람들이 겁낼 정도였으니까.
"3살이었던가요. 뭔가 강하게 맞았던 기억은 나는데요. 그 뒤로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는 전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었구요."
3살. 무슨 일이었을까. 하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있는 그녀. 그렇게 하늘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12일 하고 7시간째. 그녀는 그곳에 있다.
"이봐! 정신차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난 괜찮아요... 그보다 우유 마실래요?"
이런. 그녀는 또 내 걱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에게만 신경을 쏟으라고 말을 하고, 말을
하고, 또 다시 말을 해도 그녀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자신은 잘 먹지도 못하면서 내가 오면
우유를 챙겨준다. 바보 같은 여자...
우리는 서로 많이 외로웠던 모양이다. 그녀는 내가 검은 고양이라고 - 사람들이 말하는 재수 없는 존재라고 - 아무리 말을 하고, 아무리 타일러도 그녀는 내가 좋단다. 눈이 멀던 당시
모든 가족을 잃어 고아가 된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 있으면 따뜻해서 좋단다. 나 역시도 싫지
않은, 부드럽고 따스한 손길이 좋기에 이곳을 찾는 것이리라. 어쩌면 그렇게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이겠지.
"쿨럭... 쿨럭. 쿠...울... 허억... 헉...."
3일 전 인가부터 심한 기침도 동반하기 시작했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태. 나 역시도 그녀가 무슨 병을 앓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 내가 다시 '그'가 된다면... '힘'을 사용한다면...
"이리 와 봐요... 왕자님."
별 거부감이 들지 않는군. 이제 나는 그녀의 왕자님이 된 것이다. 상상 속에서 너무나도 커
버린 왕자. 그 어릴 적 들었을 동화에서 어려움에 빠진 공주를 구하러 오는 그 왕자가 바로
나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속에서 공주가 되어 있겠지.
공주. 그녀는 공주일까. 그녀는 지혜롭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따뜻하다.
봄 햇살도 이처럼 따사롭지는 못하리라. 그리고... 그녀는 바보스럽도록 착하다.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모든 걸 이해하려고, 모든 걸 품으려 들만큼이나 그녀는 착하고 아름답다. 하얀 겉모습에 비해 너무나도 따스한 총 천연색의 생각들.
그에 비해 난 어떤가. 새카만 고양이. 너무나도 나쁘고, 모든 걸 다치게 하고. 그리고 사람을
멀리하던 내가. 이렇게나 변하다니. 하하하. '그'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겠지.
"오늘 햇살은... 너무 따사롭네요. 기분이 좋아요."
그녀 침대 머리맡, 활짝 열어놓은 창문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있었다. 기분
좋은 바람. 기분 좋은 사람. 기분 좋은 햇살. 그리고 기분 좋은 그녀의 손길.
다시 '그'가 깨어나야 할 시간인가. 난 그녀를 돌봐주고 싶다.
- 기다림. 간절한 거짓
"3일 정도만 기다리면 될 꺼야. 금방 돌아올게."
그녀의 앞에서는 더 이상 고양이 행세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녀는 조금 '특별한' 고양이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금방 돌아와야 해요... 그 동안 기다릴 테니까."
쓸쓸한 표정. 언제 내가 이렇게까지 그녀의 마음에 들어있었을까. 오늘은 역시나 하늘은 맑고 바람은 좋다.
"금방 다녀올게..."
"눈이 보고 싶어요. 아니 눈을 느끼고 싶어요."
하지만 더 이상 눈이 오는 계절이 아닌걸. 이만큼이나 따뜻해져 버린 날씨다. 음지의 눈 마저도 모두 녹아버려 눈을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갔다 올게."
이 말을 남기고 난 담 위를 박찼다. 더 이상 있다가는 그녀와 헤어지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잠시... 3일 뿐이다.
담 위로 걷다가 숲길로 접어들었다.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의 기운. 음습한 슬픔. 짙은 살기.
나의 고향.
벌써 몇 년인지 기억도 안 날만큼 흘렀건만... 이미 난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샤이람. 빛. 나와 어울리지 않았던 그녀. 너무나도 찬란한 백색이었던 그녀. 슈리엔과 너무나도 닮은 그녀.
거짓. 난 슈리엔을 좋아한 게 아니라 샤이람의 기억에 슈리엔을 맞춰서 좋아한 것일까. 더
이상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으면 좋으련만.
- 과거. 잊혀진 기억.
"안돼! 눈뜨란 말야! 정신 차려!"
차갑게 식어 가는 손이 내 피로 물든 뺨을 쓰다듬는다. 섬뜩할 정도의 냉기. 따스함을 잃어버린 그녀의 손. 그리고 입술.
가만히 나에게 입맞추던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한다.
"나... 고양이가 좋아요... 까맣고 날쌘... 조용한 고양이가 되어 줄래요?"
그리고... 그 웃음이 마지막이었다.
- 재연. 슬픈 현실
하아... 하아...
내가 왜 그 꿈을 다시 꾸게 된 거지...
벌써 70년째 잊고 있던 아픈 기억. 머리가 무겁다.
살랑.
머리카락이 내 코에 걸쳐져 하늘대고 있다. 깊은 검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리고? 어느새 몸은 '그'가 되어 있었고, 그리고 검은 정장도 갖춰 입혀져 있었다. 드디어... 난 다시
'그'가 된 것이다. 다시 돌아갈 때가 온 거야.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고양이였을 시절보다 느리긴 하지만, 내 두 다리가 가볍게 땅을 박차는 느낌은 색다르다. 그리고 나의 그림자'들'. 모두 나의 뒤를 따르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 본 기분 좋은 느낌.
두근.
하늘은 너무나 높고 푸르다. 이제는 정말 봄이 되어서 하늘만 쳐다보면 어디나 살구꽃이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는 기분 좋을 만큼 향기롭다.
두근.
예정했던 3일. 난 3일째 들어서서 그녀의 집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근데 왜이리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까. 그리고... 여기 쌓여 있는 건... 눈?
"저기 실례합니다만. 봄에 웬 눈이죠?"
항상 고양이일 적에 날 기분 나쁘게 째려보던 아저씨. 지금은 내가 높은 사람인줄 아는지 연신 굽실거린다. 꼴 보기 싫군.
"나으리.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눈 맞습니다."
대충 넘겨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빵이 새로 나오는 시간이군.
두근.
그녀는 유난히도 생크림을 좋아했다. 생크림이 어떤 색인지도 모른다고 했으면서 그녀는 생크림을 그냥 좋아했다. 그럼 오랜만에 생크림 케이크나 사다 줄까.
두근.
생크림 케이크를 사고, 그녀가 좋아했던 후리지아 - 역시 색은 모르지만 향이 좋다고 한 그
꽃 - 을 한 다발 사고 내가 먹을 사과와 야채들도 몇 가지 장만했다. 가슴 한가득 차 오르는
짐. 기분 좋은걸.
두근.
이제 이 골목만 돌면...
두근.
두근.
두근.
털썩.
그렇게 하얗던 그녀는.
유난히도 하얀 눈밭 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렇게 하얀 나의 공주는.
원하던 눈을 볼 수 있었을까.
- 그리고...
"물질 분리."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난다. 하늘에서는 눈이 끊임없이 내려 차가워진 그녀의 몸을 덮어주고 있었다. 여기.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눈이 있어. 눈이 내린다구.
푸욱.
내 손위에 굴러가는 이 흉물스러운 구체는... 내 안구였다. 피가 엄청나게 흐르는데. 검은 양복 위로 붉게 번져 가는 피가 어른거린다.
"나는 그대가 되어, 그대는 내가 되어."
서로의 눈동자가 잠시 마주하다가, 바뀐 주인의 몸으로 찾아 들어간다. 같은 과정을 반복해
나는 그녀의 두 눈을 얻고, 그녀는 나의 두 눈을 얻었다.
"영원한 시공의 역전으로. 그대를 살리고 내가 죽으리니."
점점 의식은 몽롱해지고, 나는 그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그녀의 세상인가. 나의 공주의 세상. 고양이의 공주의 세상.
- 부활. 당신의 인생입니까
으음...
몇 일째 잠을 자다가 깨어났나 보다.
으... 추워라.
"아...."
너무 어지럽다. 모든 색이 휘몰아치는 향연. 머릿속에서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어!"
나도 볼 수 있게 되었다구! 너무 좋아. 근데... 어째서 나는 울고 있는 거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데 슬픈 이유가 뭐지?
울고 있는 내 주위로, 검은 가루가 떠돈다. 무슨 가루일까. 검게 빛나는 가루.
검다... 검다...
그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어디선가 나를 잡고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