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섬·암반·옥색물빛…산골호수 진안 용담호
올해 나온 새 지도에는 전에 없던 큰 호수 하나가 그려져 있다. 남해 해안선만큼이나
구불구불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중부 내륙의 진안 용담호. 순환도로는 물론 호수를 가로지르는 호반도로도 놓여 있다. 호수에서 한발짝 비켜난 서북쪽에는 운일암 반일암
계곡이, 남쪽으로는 마이산이 앉아 있다. 호수, 계곡, 그리고 산…. 눈치 빠른 여행객이라면 지도만 보고도 단박에 ‘좋은 여행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han.co.kr%2Fimages%2F2002%2F06%2F27%2F2f2721a.jpg)
#용담호
겹겹이 흘러내린 산줄기에 싸여 궁벽한 두메산골이라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 그 틈에 끼여있는 용담호는 풍광 좋은 호수이다.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언덕, 호수 한가운데 나룻배처럼 떠있는 기다란 섬…. 동서남북에서 보이는 호수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산줄기가 호수 가운데로 뻗어 있고, 물이 암벽을 돌아가는 용담호(龍潭湖)는 이름처럼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용담호라는 이름은 용담면에서 따왔다. 마을사람들은 용담 일대가
용이 누워 있는 혈터라고 믿고 있다.
물이 차면 용이 승천할 수 있는 형국이라는 얘기. 실제로 호수가 돼버렸으니 우연 치고는 묘하다.
처음에는 산골 호수가 크면 얼마나 클까 생각했지만 눈앞의 호수는 그야말로 장대했다. 호반도로를 따라 한바퀴 도는 데 얼추 1시간. 순환도로가 무려 61㎞나 된다.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안동호에 이어 다섯번째로 큰 호수. 금강으로 흘러드는 진안천을
막아 전주, 군산, 익산 등 호남 서해안지역에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총저수량은 8억1천5백만t이지만 현재 저수량은 전체의 35% 수준인 2억9천만t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댐이 완공된 데다 올 봄부터 물 가두기를 시작했기 때문. 장맛비가 많이 내리면 내릴수록 호수는 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용담호를 돌다보면 언덕빼기마다 세워진 망향정을 발견할 수 있다. 수몰지역을 내려다보는 곳에 세워진 망향정만 5개. 그만큼 수몰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진안군내 11개읍·면 중 절반에 가까운 5개면이 수몰됐다고 한다. 진안읍내도 일부 호수에 들어갔다. 수몰민은 5개면 25개리 2,864가구 1만2천6백16명이나 된다.
“용담면에서만 600가구 이상이 수몰됐을 겁니다. 옛날에는 현청이 있던 큰 고을이었죠. 진안 사람들이 용담으로 학교에 다녔을 정도이니까…”
토박이 김치준씨(54)는 막상 고향이 물속에 잠기고나니 막막하다고 했다. 순환도로에서 한발짝 비켜난 상전면 수동리 ‘죽도’는 이제 섬이 되어 이름값을 하게 됐다.
진안읍에서 8㎞ 떨어진 죽도는 진안천이 깎아지른 바위산을 휘돌아가는 형국으로 토박이들이 많이 찾는 피서지. 16세기 말 ‘기축옥사’의 주인공인 정여립이 죽임을
당했다는 이곳에는 그에 얽힌 이야기가 숱하게 전해진다. 죽도를 끼고 있는 천반산에는 정여립의 부하들이 솥 귀퉁이를 뛰어다닐 정도로 큰 솥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죽도 선생’이라는 정여립의 별명도 이곳에서 나왔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han.co.kr%2Fimages%2F2002%2F06%2F27%2F2f2721b.jpg)
#운일암 반일암
용담댐에서 승용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운일암 반일암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845.5m)과 명도봉(863m)
사이의 약 5㎞에 이르는 협곡. 거대한 암반과
벼랑 사이로 주자천이 흘러내리는 곳곳에 소(沼)와 담(潭)이 흩어져 있어 무더위를 피해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다. 운일암이란 이름은 해가 늘 구름에 가릴 정도로 풍광이 좋다는 뜻.
70여년 전만 해도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오로지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라 운일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반일암이란 계곡이 워낙 깊다보니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주자천에서 이름을 따와 주자천 계곡이나 무이구곡이라고도 불린다.
“뭉게구름이 계곡에 걸친 모습은 장관이에요. 비가 오려면 구름이 몽실몽실 내려오고,
날이 좋으면 올라가요. 대신 겨울에는 해가 오후 2시면 져버리지요”
30년 전 서울서 시집왔다는 조영임씨(55)는 풍광은 좋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찾기 힘든 궁벽한 곳이었다고 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서 운일암 반일암에 오려면
차를 다섯번이나 갈아타고 대전역~금산~진안~주천을 거쳐야 했다고 한다. 지금도
버스는 들어오지 않는다.
산이 높고 벼랑이 날카로우면 계곡은 그만큼 아름답다. 옛사람들은 운일암 반일암 계곡과 이 일대 산자락을 따라 솟은 벼랑이나 바위, 샘 등 풍치 좋은 곳에 이름을 붙이고 14경(景)을 꼽았다. 광산 김씨의 장서각 ‘와룡암’, 삼복더위에도 손이 시리다는
‘한천, 흰 바위에 싸인 ‘백록담’, 산 그림자 너머 임의 얼굴이 비친다는 ‘서방소’, 천연목욕탕 ‘견우탕’, 명도봉 아래 ‘텃골못’, 신선이 놀 만하다는 ‘삼선탕’, 명덕봉 아래 ‘명천’, 높이 30m의 ‘중선바위’, 명도봉 송림 아래 ‘형제바위’, 모래밭이 있는 ‘천렵바위’, 유학자 박광서가 은거했다는 ‘만곡암’, 물빛이
옥색을 띠는 ‘옥폭연’, 백제 멸망 후 장수들이 숨었다는 ‘열두굴’…. 운일암 반일암은 바위에 얽힌 전설만큼이나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계곡과 호수가 어우러진 진안 용담호 일대. 산천은 개벽할 만큼 바뀌었어도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han.co.kr%2Fimages%2F2002%2F06%2F27%2F2f2721c.jpg)
▲여행길잡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회덕분기점을 지나 계속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면 오른쪽에 ‘무주’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대전 남부순환고속도로가 나온다. 대전 남부순환고속도로 비룡분기점으로 빠져 무주 방향으로 달리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금산IC에서 빠지는 것이 가장 빠르다. 금산 IC에서 진안 방향으로 국도 13호선을 타고 20㎞ 정도 달리면 용담호. 수자원관리사무소가 있는 왼쪽보다 오른쪽 순환도로가 풍광이 더 좋다. 운일암 반일암은 오른쪽
순환도로를 타고 10여분 정도 달리면 오른 쪽으로 빠지는 725번 지방도가 나타난다.
용담호는 새로 생겨서 호반도로변에 맛집을 찾기 힘들다. 운일암 반일암에는 ‘에로스 산장’의 더덕오리불고기, 더덕닭불고기가 별미다. 30년 전 문을 열어 처음엔 숯불에 구워냈으나 요즘은 가스를 이용한다. 향 좋은 2년생 더덕을 넣고 구운 불고기맛이 구수하다. (063)432-7025/5261
진안읍에서 가까운 마이산은 말귀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이 붙었다. 673m의 암마이봉과 667m의 수마이봉 두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수성암으로 이뤄진 마이산의 명물은 탑사. 구한말 이갑룡 처사가 30여년 동안 돌을 쌓아 만든 돌탑 80여기가 서 있다.
433-0012/29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