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아동문학>(2011, 봄호)
백두산 황소
전병호
백두산 기슭에서 풀을 뜯는 황소야.
네가 풀을 뜯는 이곳은
옛날부터 우리 땅이었단다.
내 말 듣고 놀랐는지
순하기 그지없는 눈망울 크게 뜨고
나를 한참 바라보는 황소야.
굵고 뾰족한 뿔로
한 번도 남을 먼저 받은 적 없지만
누가 이 땅에서 나가라고 하면
콧김 푹푹 내 뿜으며 덤벼들어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황소야, 황소야.
백두산이 기르는 황소야.
백두산 풀꽃밭
풀꽃을 밟지 않고 가려고
발을 건너뛸 곳을 둘러보니
한 발 앞에는
비로용담이 춥다고 바르르 떨고
또 한 발 건너뛸 곳을 바라보니
호범꼬리가 나 여기 있으니 조심하라고
꼬리를 살살 흔들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돌아 나가려다가 아차 발을 헛디뎌
두메구절초를 밟았다
두메구절초가 부스스 일어나면서
하얀 이를 내놓고 해맑게 웃는 거야
그게 얼마나 더 미안한지
갑자기 나는 발을 접질린 듯
겅, 중, 겅, 중, 깨금발을 뛰며
풀꽃 속에서 돌아 나왔다.
* 비로용담, 호범꼬리, 두메구절초 - 백두산 천지 근처에서 자라는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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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작품(동시, 시)
<열린아동문학>(2011. 봄) 백두산 황소/ 백두산 풀꽃밭
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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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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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풀꽃밭 작품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