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4월21일에 산행한 기록입니다^^
2012/04/21 백두대간 댓재에서 백봉령까지
금주의 시작은 콜롬비아 출장과 겹쳐 유난히 부산을 떨었다.
애초 4월 초에 간다고 했다가 4월 중순으로 옮겨지더니 결국 최종적으로 지난 주말에야 비로소 다시 일주일 연기된 22일부터 29일까지로 결정되었다.
하마터면 이번 백두대간 구간인 댓재에서 백봉령 구간을 참석하지 못할 위기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금주는 출장준비와 함께 출장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업무도 정리하느라 금요일까지 매우 분주하게 보냈었다
출장에 대비하여 여권과 항공권을 준비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노트북에 담아 챙겨놓고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등산복과 등산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등산가방엔 이미 마누라가 챙겨둔 도시락과 보온병 냉커피 각 1병 씩과 간식으로 건빵과 사탕 약간이 들어있다
이제 사당역에 도착해서 슈퍼에 들러 죽하나와 물 한병만 준비하면 끝...
사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가 산행하게 될 지역의 오늘과 내일의 날씨를 검색한다
강원도 삼척 강릉 정선일대가 내일 오후께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4월 말... 똑같은 비라도 여름에 내리는 비와 지금처럼 봄에 내리는 비는 체감온도에서부터 사뭇 다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내일 오후 비소식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강원도 삼척시 댓재에서 두타산~박달재~청옥산~고적대~갈미봉~이기령~상원산~원방재를 지나 강릉시와 정선군 경계선인 백봉령까지이다.
지난 겨울내내 폭설로서 우리의 산행을 거부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주 서울에선 봄을 넘어 초여름의 날씨를 보여주었지만 오늘 가게될 이곳은 아직 얼마나 눈이 남아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
최근에 얻은 정보에 의하면 남사면은 대부분의 눈이 녹았지만 북사면은 아직 상당부분 그대로 남아 있을거라는 정보만 전해질 뿐...
오늘 산행거리 및 난이도를 감안하면 최소 14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임을 감안해서 행동식으로 예정대로 물과 전복죽을 사들고 저지방 우유를 하나 더 사기로 한다
일단 기상대의 예보대로 비가 온다면 갈증은 나지 않겠지만 어떤 상황으로든 장시간 산행이 될 경우 뱃속을 채워 포만감을 줘야하고 혹은 예보가 빗나가 갑자기 날씨가 더워진다면 지난번 속리산에서 처럼 식수부족 사태는 막아야 하기에 행동식으로서의 포만감과 갈증날 때의 식수대용으로 우유가 그럴싸 해 보였다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에 오르니 이미 대부분의 산우님들이 벌써 와 있다
오늘은 그동안 산행을 리딩하시는 대장님께서 피치못할 가정사로 같이 하지 못하고 복정역에 도착하여 나머지 일행을 실으니 오늘도 이래저래 간신이 서른명을 넘긴 31명이 참석했다
복정역을 출발하면서 천문대장님을 대신해서 후미대장님이 오늘 코스를 설명하신다
오늘 구간은 백두대간 코스 중에서 설악산 다음으로 난이도가 높은 구간으로서 14시간 이상 예상된다는 것...
일반적으로 댓재에서 시작해서 두타산까지 2시간 내에 주파한다면 12시간 내에 종주가 가능하지만
오늘 구간은 북사면에 눈이 남아 있다는 정보가 있고 코스의 난이도를 감안하면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산행을 대비해서 체력안배에 만전을 기하라는 얘기...
중간 휴게소에 들러 새참을 먹고 다시 출발하여 목적지인 댓재에 도착하니 새벽 03시경...
바깥 날씨를 보니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
아침엔 짙은 안개라...
오늘 산행도 그닥 좋은 경치 감상은 틀린 것 같다 ㅠㅠ
오늘 가야할 길이 눈길일지 아니면 진흙탕길일지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일단 스패츠를 기본으로 하고 아이젠은 꺼내기 쉽도록 준비만 해서 간다
베낭을 꾸려 어깨에 메고 버스에서 내려서니 약간 쌀쌀하지만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산행하기엔 적당한 날씨로 보인다
이윽고 댓재에서 03시20분 출발...
초입에 들어서니 지난 해 연말인 12월 31일에 왔던 그 길이 아니다
아니 분명히 같은 길인데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니...
우선 그때는 눈에 덮여 흙을 볼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부드러운 흙위에 눈을 찾아 볼 수 없다
언제 눈에 덮여 있었다고 하느냐고 마치 시치미를 떼는 듯하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부러진 나무 줄기가 아니라면 정말 폭설에 파묻혀 있던 곳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이다
일렬로 늘어선 대원들이 나아가는 길...
지독한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속에서
어떤 곳에선 오히려 안개가 빗방울되어 떨어지다 말다가를 반복하니
이로 인해 땀과 빗물이 범벅이 되고
이것이 간간이 부는 제법 쌀쌀한 바람에
자칫 체온을 잃어 저체온증에 빠질 수도 있겠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얼른 일회용 비옷을 꺼내입고 또 다시 일행들 뒤를 따른다
안개가 너무 짙어 잠시 잠깐 한눈 팔거나 잡목을 피해 조금 주춤거리거나
코스가 꺽이는 곳 또는 직선 구간이라도 잡목이 우거져 20여 미터만 벌어져도
앞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햇대등을 지나 명주목이를 향하는 내리막도 지난 연말에 걷던 눈길이 아니다
정말 이 길이 그 날 걷던 그 길인가 싶다
하여튼 어느 곳에서 아직 녹지 않은 눈 길을 만날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호흡조절하며 앞사람의 발만 보며 간다
너무 가까이 따라가면 등로 주변에 있는 잡목들의 잔가지가 앞사람의 옷깃에 걸렸다가 뒤로 재쳐지면서 회초리가 되어
차가운 날씨에 드러난 손이나 얼굴을 때리니 상당히 고통스럽다
그러다보니 너무 붙어서 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가다가는 짙은 안개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던 탓이라기 보다는
폭설로 인해 너무 많은 나무들이 부러지고 주저않아 있을 뿐 아니라
더구나 안개비로 인해 모든 곳이 다 물기를 머금었고
짙은 안개는 헤드랜턴의 빛도 잠식하여 앞사람의 발자국을 식별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진행했을까
명주목이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등로를 비켜난 경사면에 어슴프레하게 쌓여있는 눈이 보인다
역시 계절은 못 속이는 구나
지난 연말에 왔을 때 허리까지 빠지던 눈이 ...
평생 만년설이 되어 결코 녹지 않고 물러나지도 않을 것 같던 눈이...
저만치 아래로 물러나고 있다니...
1016봉을 지나 된비알을 올라채고 1242봉에서 이어지는 평평한 길에서 숨을 고른 후
이어지는 된비알을 힘차게 올라채니 바로 여기가 두타산 정상(해발고도 1353m)이다
댓재에서 여기까지 6.1키로 ...
시간을 보니 05시40분...
2시간 20분만에 두타산 정상을 올랐다
지난 연말 러셀된 눈길을 걸어 댓재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었는데 ...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지금은 안개가 자욱한 상황으로서 등로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
일출시간은 아직 안되었으나 이미 주변은 환하게 밝아오고 있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는 없다
또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비와 땀에 젖은 몸을 오들오들 떨게 한다
간단한 행동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서둘러 청옥산으로 향하는 내리막에 들어선다
감회가 새롭다
바로 이 지점에서 허리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지난 해 연말에 우린 무릉계곡으로 돌아섰었다
막상 눈이 없는 상황에서도 급경사의 내리막을 내려가기 곤란한 이 길을 ...
우린 지난 겨울 폭설에 지척을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던 이 길을 무모하게 내려가려고 했었다니 ...
급경사를 내려서서 1169봉을 지나
박달재에 도착...(청옥산에서 2.3키로 진행...06시30분 경, 약 40분 경과)
그런데 노랫가락에 나오는 그 천둥산 박달재는 아니란다 ㅎㅎ
박달재를 지나 이어지는 된비알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채니 여기가 바로 청옥산(해발고도 1403.7m)이다
두타산에서 청옥산까지 3.7키로...(07시 경 도착)
어디서 왔는지 모를 산객 몇몇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바람이 부는대도 말이다...ㅠㅠ
작년 겨울...
우리를 그렇게 애타게 했던 그 청옥산...
잠시 행동식을 먹으며 후미를 기다렸다가 기념으로 떼사진을 남기기로 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조금만 쉬고 있으면 추위가 엄습하니... 또 다시 진행...
이어지는 내리막에 연칠성령을 찍고 망경대를 지나 높고 험준한 바위길을 오르니 여기가 바로 고적대(해발고도 1353.9m)이다. (08시 경 도착)
청옥산정상에서 고적대까지 2.3키로...
삼화사 방면으로 내려가면서 바라보던 바로 그 봉우리들...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그러나 오늘은 안개속에 그리고 빗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마루금에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려고 하면 추위가 엄습한다
춥다
손도 시리다
방수처리되지 않은 장갑은 이미 빗물에 젖어 장갑으로서 자기 기능을 포기했다
배도 고프다
새벽1시경 휴게소에서 야참을 먹고
중간에 청옥산에서 효미님이 주신 떡하나를 먹고 우유를 한모금 했으나 아침식사를 해야한다
게다가 졸립다
설상가상으로 허기진 상태에서 추위를 이기려고 계속 걸어서 그런지 무지하게 졸립기까지 하다
추우면 배고프지나 말던지...
배고프면 춥지나 말던지...
졸립기는 또 왜...ㅠㅠ
비를 맞아 춥고...
허기져서 배고프고...
피곤하니 졸립고...
기상도 안좋고
밥먹을 장소도 마땅치않고
그런 상황에서 맞닥뜨린 힘든 코스...
이건 최악이다
완벽한 삼위일체다
어서 빨리 밥먹을 만한 아늑한 공간을 찾아야 할텐데...
마루금엔 바람이 불고 있고 바람을 피할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고...
고적대를 지나 내리막을 진행하다가 그나마 바람이 약간 잦아든 잡목 숲에서 결국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리 사서하는 고생이라지만...
문득 이게 실황중계된다면 ...
하는 생각에 혼자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관이 아니다 ㅎㅎㅎ
단체가 앉을 만한 넓은 공간이 아니다 보니 삼삼오오 무리지어 혹은 혼자서...
어떤이는 김밥을...어떤이는 빵을...또 어떤 무리는 도시락을...
서로 자기쪽으로 와서 같이 먹자고 말만 할 뿐 잡목숲에서 움직임이 쉽질 않다보니
그냥 그대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꾸역꾸역 먹는다.
맛을 음미하며 즐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먹는다.ㅠㅠ
이게 무슨 개고생이란 말인가 ㅋㅋ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온이 영상이라서 밥이 얼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함에 밥 맛이 그리 좋을 수 없다
그리고 밥먹고 난 후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먹으니 어느 정도 속이 진정된다
다시 또 추워지기 전에 빨리 짐을 꾸려 떠나야지...
팀파울에 걸린 농구경기 마냥 ...(왜 이것이 연상되는지 나자신 지금도 모르겠다...)
이미 바지가 다 젖어버려서 걸을 땐 그나마 잊었던 추위가 조금이라도 쉬고 있으면 여지없이 다시 무섭게 엄습하여 이러다가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내일 새벽에 출발해야 할 해외출장에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별의별 생각이 나의 뇌리를 흔들어 놓는다
다시 생각해도 난 참 무모한 산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지금처럼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비가 예상될 때를 대비해서 비옷을 장만하고
바지는 최소한 방수복으로 한벌쯤은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하지 뭐... 이까짓 날씨에...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러다 정말 큰일 한 번 치를지도...
그러나 그 날이 제발 오늘이 아니길...
하며 예수님 성모님 그리고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ㅠㅠ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이미 젖어버린 장갑을 벗고 새로운 장갑으로 교체한 후 일회용 비닐장갑으로 감싸 빗물을 막고 출발...
그래도 역시 밥을 먹고 나니 그나마 엔진출력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몸에서 열이 나니 추위도 금방 잊어진다
이어지는 1258봉과 갈미봉 정상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드니 마지막까지 녹지 않고서 우리 대간팀을 기다리고 있는 눈과 조우한다
마치 우리의 러셀 실력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아니면 우리의 종주를 시샘하여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 보려는 듯...
그러나 이미 산전 수전을 다 겪은 우리 아닌가
내리막이라 가볍게 눈길을 러셀하며 진행하는데 갑자기 선두가 소란스럽다
갑자기 시그널이 안 보이고 등로도 사라졌단다
거보대장님의 요청으로 부랴부랴 내 GPS로 위치를 확인해보려고 꺼내보았지만 위성수신이 잘되지 않는 지역인지 궤적만 나타날 뿐 지도가 나타나지 않아
지금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우왕좌왕하다가 후미대장님이 오시고 GPS로 확인해보니
내리막에서 우측으로 꺽어져야 할 지점을 눈에 덮여 있다보니 지나쳐 직진해버린 것...
다시 백하여 100여미터를 오르니
좌측으로 시그널이 보이고 나무로 만들어진 내리막 계단까지 선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서 이기령까지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대체로 평탄한 구간이란다
길도 다른 구간에 비해 선명하게 나타나 알바 걱정도 없다고 한다
이기령에서 상월산을 오르는 된비알이 있지만 그것만 지나고 나면 고만고만한 능선을 따라 크게 난이도가 높은 곳은 없단다
드디어 이번 구간이 그렇게 쉽게 우리에게 굴복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이젠 눈폭탄으로 우리의 길을 막을 수 없게 되니 육탄전(?)으로 우리의 진행을 막으려나 보다
지난 겨울 동안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눈의 자취가 없으니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짐작이 가는 상황이 바로 우리 앞에 전개되어 있다
울창하던 ...
아니 울창했을 법한 소나무와 이름모를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지가 꺾어지고 줄기가 찢어지고 어떤 나무는 밑둥에서 부터 부러진 상태 ...
그야말로 전쟁터의 폐허가 이럴까 싶다
아니 노랫가락에 나오는 황성옛터가 이러했을지도 모르겠다
길은 선명하게 나 있으나 그 길 위로 넘어진 혹은 부러진 혹은 꺾어진 나뭇가지들로 인해 지나갈 수가 없다
나뭇가지라고 하여 빗자루 정도의 잔가지가 아니라 굵은 나무줄기로서 어떤 것은 지름이 20센티는 족히 되어 보여 힘좋은 장정 10 여명이 달라 붙어서 옮기려 해도 옮길 수 없울 것 같은 크기다
족히 수령이 4~50년,,,
아니 어떤 것은 100년도 넘었을 법한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처참하게 누워있다
이런 나무와 잡목들 사이를 지나 등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지그재그로 진행하니 발걸음은 더욱 더뎌진다
그런데 그 사이를 지나면서도 문득문득 눈에 들어오는 파릇파릇한 새싹들...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은 그나마 따뜻한 봄을 기약할 수 있지만...
꺾어지고 부러진 나무에서도 움트고 있는 모습은 아직 자신의 비극적인 처지를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같아 마음이 짠하기까지 하다
4월은 잔인한 달...
얼어붙은 땅에서 새싹은 돋아나고...
문득 T.S. 엘리엇의 실락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진행하다보니 어느덧 이기령이다. (11시 경 도착)
안개비가 본격적인 이슬비를 거쳐 보슬비를 지나 가랑비로 바뀐 것도 한참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중산행을 할 것 같다...
작년 이맘 때가 생각난다
작년 4월 말쯤이던가...
그때도 우린 빗속에서 백화산을 넘었지...
그땐 천둥과 번개까지... 어휴 생각만 해도...
그래도 지금은 천둥번개는 없지 않는가... ㅎㅎ
그러고보면 이번 대간4기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맑고 쾌적한 날씨에 등산을 한 것이 몇 번이나 되었나 싶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와중에 철산으로 인해 벼락이 많이 떨어지기로 유명한 백화산 구간을...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진행되었던 속리산의 암릉 구간을...
지리산은 5월의 날씨답지 않게 제법 습도가 높고 한 낮엔 무더워 고생했고...
설악산도 긴 거리와 너덜지대로 인해 난이도가 심한데다가 하루종일 비가 오는 좋지 않은 날씨에 종주했고...
나야 이번에 대간 참여가 처음이다보니 원래 대간길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유독 이번 대간4기에서 만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
한번 제대로 따져 볼일이다
만약 후자라면...
새로운 대간5기에서는 한바탕 살풀이 굿이라도 하고 시작해야 할 듯...ㅠㅠ
이기령에서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요기하고 또 다시 진군...
힘이 넘쳐서 진군이 아니라 추워서 진군이다. ㅠㅠ
이미 남진을 한번 했던 탱이하트님이 말하기를 여기서부터 백봉령까지는 경사도 완만하고 평탄하여 종주길이 무난할거란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진군해보지만 얼마 못가서 조우한 폐허의 참상은 우리의 기를 여지없이 꺾어 놓는다
너무나 많은 나무들의 시체(?)를 넘고 넘어 오르는 길은 눈길을 러셀하는 어려움 못지 않다
그렇다고 조금이라도 쉴라치면 여지 없이 한기가 찾아들고...
너무 많이 쓰러진 나무들로 인해 사라진 등로를 뚫고 제각기 각개전투식으로 새로운 등로를 개척해 나아간다
눈길과 달리 앞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그냥 정상을 향해 지그재그로 나아가면서 중간중간에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등로를 확인하며 나아갈 뿐...
등로를 확인하였지만 등로를 갈 수 없는 상태...
길 아닌 길로 마음놓고 쉬지도 못한 채 오르는 상월산 ...
체력적인 한계도 부담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굵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추위가 엄습해와서 여기서 멈추면 진짜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진행하니 어느덧 원방재다.(12시15분 경 도착)
이젠 목표지점인 백봉령까지 약 3키로 정도 남았겠지 싶어 이정표를 보니 5키로가 남았단다.
기대가 커서일까... 또 한번 힘이 쭈욱 빠진다.ㅠㅠ
그래도 다시 한번 힘내서 나아간다
어차피 다른 대안이 없으니 나아간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는 아무리 낮은 산도 태산만큼 높아 보이는 법...
난 그럴땐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올라가야할 곳을 쳐다볼 때 그 끝이 보이지 않으면 지레 기가 꺽여 더욱 힘이 빠지기 때문에...
그러나 어떤 일이든 그 끝은 있는 법...
그렇게 멀어보이던 댓재에서 백봉령까지의 구간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자동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조금 더 진행하니 도로가 보이고 저 멀리 낯익은 하얀색 버스가 보인다
고생했다고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 기사님께서 버스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우릴 맞이하고 계신다.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것만 같다
혹시 빗물이 없었다면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을 들켰을지도 모르겠다.(15시 경 도착)
구간 거리 : 28.96km(GPS 기록)
종주 시간 : 11:43분(중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