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24시> 함정의 만능일꾼…五感 ‘풀가동’ | |
해군 2함대 청주함 갑판수병 감주식 일병 | |
"좌현 견시 보고! 어망 부이 다수. 방위 270, 거리 800. 항해에 지장 있음." 청주함에서 제일 높은 곳. 함교의 좌현 윙브리지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감주식(甘朱植·22·사진) 일병이 음성관(보이스 튜브)을 통해 우렁찬 목소리로 물표 발견을 함교에 알렸다.
감일병은 함정의 만능 일꾼으로 불리는 갑판 수병.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함정 갑판을 깨끗이 관리해서 위용을 유지하는 것도 갑판 수병의 몫이고 함정 출입항시 홋줄을 관리하는 것도 갑판 수병이 할 일이다. 함정에서 가장 부지런해야 한다는 갑판 수병의 업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견시(見視)다. 감일병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고, 육감으로 예견하는 등 사람의 오감을 최대한 활용해 함정의 눈 역할을 하는 것이 견시”라고 설명했다. 함정 근무를 해 보지 않은 친구들로부터 “레이더가 보편화된 시대에 사람의 눈으로 무엇을 감시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감일병은 “레이더도 만능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어망·어구처럼 함정의 운행에 방해가 되지만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것도 많고 악천후 때에는 레이더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견시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세계 최고의 여객선으로 이름이 높던 타이태닉호도 견시 요원들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빙산과 충돌했던 점을 상기해 보면 “함정의 안전한 조함을 위해서는 견시 요원들의 사명감이 필수적”이라는 감일병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즈음 육지에서는 ‘춥지 않은 이상한 겨울’이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감일병이 서 있는 윙브리지에는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이 몰아친다. 일출이 한 시간 정도 남은 서해 바다는 말 그대로 한겨울이다. 함정의 전 승조원이 함정 내부에서 근무하지만 견시 요원들만은 오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실외에서 근무해야 한다. 여름에는 철판에서 반사되는 체감 온도 40도가 넘는 열기와 싸워야 하고 겨울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수시로 내려가는 한기를 견뎌야 하는 것이 견시 요원들의 숙명이다. 얼마쯤 흘렀을까. 함정은 서서히 해군 기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견시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감일병이 다시 구명조끼를 입고 전부 갑판으로 향한다. “입항 15분 전. 현문 당직자 배치”라는 방송이 들려 올 즈음에는 모든 수병이 입항 준비를 마친 상태. 함정이 서서히 부두로 접근하자 갑판 수병 한 명이 원숭이 매듭으로 만든 던짐줄을 부두의 고정 장치를 향해 던졌다. 단 한 번에 성공. 이제 제일 중요한 입항 절차가 남았다. 홋줄을 잡아당겨 함정을 완전히 부두에 붙이는 일이 그것. 홋줄을 잡아당길 때는 모든 수병이 함께 하지만 제일 중요한 1, 2, 3 홋줄을 당기는 것은 갑판 수병들의 몫이다. 감일병도 2홋줄 제일 앞에 서서 준비를 마쳤다. “당기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하나, 둘, 악!” “하나, 둘, 악!” 함성이 메아리친다. 사람의 힘만으로 1900톤이 넘는 함정이 거짓말처럼 바다 위를 미끄러져 부두로 완전히 붙는다. 입항해도 갑판 수병들은 바쁘기만 했다. 감일병도 갑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식된 곳은 없는지, 파손된 곳은 없는지 일일이 점검했다. 갑판 수병이 제일 부지런한 만능 일꾼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해군기초군사학교 병495기를 1등으로 수료한 모범 수병인 감일병은 “갑판부를 흔히 해군의 꽃이라고 표현한다”며 강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해군 승조원 중에서 가장 바다에 익숙한 뱃사람들이 바로 갑판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것이 갑판 수병의 매력입니다.” <출처 : 국방일보> | |
등록일 2004.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