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江에 밤이 드니/월산대군
【해설 및 감상】
서경이란 풍경을 그려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변의 수많은 풍경 중 특정한 모습을 그려낸다는 것은 단순히 외면적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중 한 부분을 초점화 하여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데는 그러한 묘사를 통해 작자의 내면과 사상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 속에서 등장하는 자연 경관에 대한 묘사는 하투루 흘려버릴 수 없다.
이 작품은 가을 강의 정취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 묘사만으로 주는 감동이 예사롭지 않다. 가을밤에 느끼는 쓸쓸함은 누구나 한 번 쯤 겪어보는 그런 감정이다. 하지만 그런 정감을 말로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초장에서는 가을 강의 정경부터 묘사한다. 밤이 되니 물결 차가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물결이 타다는 것은 수온이 낮다는 것만을 환기하지는 않는다. 가을밤의 쌀쌀함이 함께 묻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 안에 낚시가 하나 걸려있다. 하지만 역시 이 어부는 고기잡이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시적 화자가 얻고자하는 바는 바로 그 가을밤의 정취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가을밤이 그리 쓸쓸하기만 한 것이던가, 아니다. 날이 추워질수록 따뜻한 것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종장은 그 가을밤의 정취가 무엇인지, 그리고 화자가 왜 한 밤에 강에 나아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을강에 나아간 빈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 것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한 달빛이다. 달빛이 의미하는 바는 새롭다. 차가운 가을밤을 환하게 만들어 주고 생각이 없다는 심성은 한적한 강호에서 느끼는 전원의 정취를 한꼿 느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감정, 그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가 있는게 사람의 심리일 것이다. 월산대군은 이것을 한 폭의 그림처럼 정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루어냈다. 뜻이라는 것이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고 글내기만 해도 이처럼 전달될 수 있다.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1488)】
자는 子美이고, 호는 風月亭이다. 세조의 손자로 사랑을 받으며 궁중에서 자라 7세 때 월산군에 책봉되었다가 후에 대군으로 진봉(進封)되었다. 성종과 우애가 깊어 근체(近體)오언율시(五言律詩)를 친히 지어 주었으며 정자 이름을 풍월정(風月亭)이라 지어 주었다. 고양(高陽)의 북촌에 있는 별장에서 자연에 묻혀 여생을 지냈다. 서사(書史)를 즐겨 읽고 문장이 뛰어나다. 문집에 『풍월정집(風月亭集)』이 있다.
출처: 한국 시조 감상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