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에서
황홀한 만추(晩秋)속을 헤매며
세상 시름 모두 다 잊겠다고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것이 아쉬워
불교의 성지이자 대구의 진산 팔공산을 찾았다.
그토록 고운 빛을 발하며
드높기만 하던 파란 가을 하늘도
단풍길을 걷는 호젓한 분위기도
싸늘한 바람결에 멀어져만 간다.
마지막 연결고리에 매달려
몸부림치며 안간힘을 쓰더니만
끊어지는 애잔한 처량함으로
나뒹굴며 흩어지는 낙엽 같은 인생이여!
잿빛하늘에 마음은 움츠려들고
허전한 심연속에 아쉬움을 남기며
그토록 그리운 님의 얼굴도
가버리는 가을과 함께 희미해져 간다.
산(山)에는 낙엽이 다 떨어져
황량한 자태만 앙상하게 남아
찬서리 맞으며 산을 지키는데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엔 상고대가 피었네.
웅장하고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팔공산의 진면목을
남김 없이 고스란히 맛볼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지는 수태골에서
중단부의 기암절벽 구간을 거쳐
서봉, 비로봉, 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
슬픈 가을이 되어 저만치 멀어져 가네.
수많은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팔공산
정상부 대규모 송신탑과 군사기지 이전을 서두르세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갓바위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산행코스 : 수태골주차장-수태골등산안내소-쉼터-수릉봉산계표석-암벽훈련장-동봉.서봉갈림삼거 리-오도재-서봉(1.150m)-
삼성봉-오도재(회귀)-마애약사여래좌상-팔공산제천단-팔공 산정상비로봉(1,193m)-석조약사여래입상-
동봉(1.167m)-염불봉-병풍바위-갓바위,동 화사갈림삼거리-동화사부도암부도-부도암-팔공산동화사-
팔공산 자연공원-동화사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9~10km, 4시간 40분(11:10~15:50)
동행인 : 좋은사람산악회 회원 다수
화투에서 산(山)에 빈 하늘이나 달, 기러기 따위가 그려져 있는 패, 팔월(八月)을 나타내며 끗수로는 여덟 끗을 나타내는 팔공산(八空山)을 찾았다.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이 남으로 힘차게 뻗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 우뚝 높이 솟아 병풍처럼 둘러쳐진 팔공산은 예부터 우리나라의 명산영악(名山靈岳)으로 손꼽혀 왔다. 옛사람들은 이 산세가 삼존불, 즉 세 부처님의 형상이라 하여 신령스러운 영산으로 믿어왔다.
대구광역시의 북동쪽을 장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팔공산(1,192.9m)은 대구시와 경상북도 5개 군에 걸쳐있으며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바위절벽을 이룬 능선 그리고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수림 등 명산이 갖춰야 할 덕목을 고루 지녔다.
최정상인 비로봉(일명 제왕봉)에서 남동쪽으로 동쪽(일명 미타봉)을 거쳐 염불봉-인봉-노적봉-관봉(갓바위, 850m) 연봉을 뻗고, 서로는 서봉(일명 삼성봉)에서 한티재와 가산(901.6m)을 거쳐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 내려앉기까지 30km가 넘는 길이로 활개를 펼치는 사이 변화무쌍한 산세를 보여준다. 남사면이 급격히 치솟아 기운찬 형상을 하고 있는 반면, 북사면은 군위군을 감싸 안은 듯 부드러운 산자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한티재를 경계로 동쪽을 팔공산, 서쪽을 가산이라 나누어 부르고 있다. 경상북도가 80년 팔공산과 가산 일원을 한데 묶어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이듬해인 1981년에는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대구지역은 자연공원으로, 경북지역은 도립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구시 자연공원 지역(30.593㎢)과 경북 도립공원 지역(95.687㎢)을 합치면 126.28㎢ 넓이로, 북한산국립공원의 1.5배, 울릉도의 2배에 이른다.
천년이 넘은 동화사를 비롯한 수십 개의 사찰과 암자가 있으며, 울창한 수림, 맑은 물이 흐르는 수 갈래의 계곡 속에 이른 봄의 진달래, 늦봄의 영산홍, 여름엔 후박 등이 청초하게 피어나고, 가을에는 단풍과 활엽수, 겨울의 설경들이 신비한 경지를 이룬다.
팔공산은 대구광역시 북부지역을 둘러싼 대구의 진산으로 살아있는 불교의 성지로 산 이름의 유래는 이름 그대로 ‘여덟 명의 공신이 있는 산’이란 의미로 원래 이름은 ‘공산’이라 하고 후삼국시대 견훤과 패권다툼을 벌이던 고려 태조 왕건이 그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8명의 충신이 잠든 것을 추모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한다. 팔공산은 동쪽의 은해사, 남쪽의 동화사, 서쪽의 파계사, 북쪽의 군위 삼존석굴(국보 제109호) 이외에도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고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가 많다.
팔공산 관봉(850m)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단독 원각상 갓바위는 보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본래의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으로 갓바위라는 이름은 이 불상의 머리에 자연판 석으로 된 갓을 쓰고 있는데서 유래된 것이다. 갓바위는 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을 간직하고 있다.
마애약사여래좌상(대구 유형문화재 제3호)
팔공산 비로봉 정상 표지석이 초라하기만 하다.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대구 유형문화재 제 20호)
동화사에서 바라 본 팔공산 전경
동화사 대웅전
대구의 진산 팔공산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