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살이 31년...그래도 결혼 기념일이 돌아오면 늘 잊지 않고 뭔가 꺼리를 만들었지만
3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니 웬지 더욱 조심스러워져 그것이 뭐 별 것이랴 싶어
그저 조용히 슬그머니 지나가려 했더니만 멀리 있는 아이들이 잊지 말라고 미리 멧세지를 보내 온다.
굳이 애쓸 것 없다며 애들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우리끼리 조촐하게 하루를 보내려 한다고 알리고
간단히 외식하는 것으로 마감하려했던 것이 갑자기 예정에도 없는 추억 찾기 여행으로 돌변하게 되어
돌발적인 길나섬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간사하다 마음...하늘은 높고 맑고 청량한 기운의 바람이 뜨락을 스치우니 저절로 마음이 동하여
일단 무작정 길을 나서면서 방향을 잡고 보니 둘이서 혹은 아이들과 징하게도 다녔던 7번 국도로
향하게 되었다...물론 애초부터 국도로 방향을 잡았으니 특별 구간을 제외하곤
일반 국도를 돌아들며 예전에 다니던 기억을 되씹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B644B5229296816)
![](https://t1.daumcdn.net/cfile/blog/2558D64B5229296D27)
역시 고속도로가 생겨난 이후로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 길의 운치는 여전하건만
왠지 쓸쓸하다가도 그래도 옛기억을 되살려 줄 뭔가가 나타나면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 기억들의 편린을
주워 담으며 웃음발을 날리다가 퇴색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누리는 맛이 있어
국도 여행의 재미로움에 한껏 빠져들었지만 거기까지...7번 국도에서의 좌절감.
이후로 차량으로 움직이며 만나는 7번 국도는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구비 구비 해안선을 따라 돌면서 만나던 정경이
모두 신세대 풍, 현재형 눈요기감으로 전락되어 옛스런 기억을 찾기엔 역부족이었으나
그 옛기억이 없는 요즈음의 사람들에겐 그런대로 보아줄만은 하겠다만은
쥔장들에게는 아니올시다 였다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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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2528E44C522929E40D)
대관령 옛길을 넘어 강릉길로 접어들어 공유된 추억의 거리 경포대를 향해 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blog/2470354B52292AE224)
들뜬 마음이 먼저 스윽 올라왔으나 실제 상황은 세련으로 치장된 경포대라 아쉬움이 크고
세월이 흐른 만큼의 미관적 세련이 어설픈 기억 속의 추억을 덮고 역시 낡고 오래된 디카는 작동하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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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디카 역시 누구보다도 쥔장의 손길과 애정을 받으며 애장품으로 등극을 해왔건만
쥔장의 쇠락 세월과 맞물려 스스로 자멸하였으니 하필이면 이때인가 싶도록 야속하엿지만
어쩌겠는가 그 카메라도 쉬고 싶다는 것을...이후의 여정에서는 30주년 기념 여행 사진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겠다.
하여 촬영을 포기하고 이곳 저곳을 어슬렁 거리며 과거 속으로 스스륵...다시 되돌아나온 현실은
어디로 갈까나 를 고민하다 동해쪽으로 고고고.
언니의 큰아들이자 쥔장이 엄청 사랑하는 조카 녀석과의 깜짝 만남으로 방향을 잡고 약속 장소로 들어서니
아, 근사하고 멋진 제복의 사나이가 환영을 한다.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쥔장이 결혼하던 그 즈음엔 겨우 초딩 1학년이었던 꼬꼬마가 이제 어엿한 성인은 물론
지역 유지가 되어 이모의 결혼 생활 30주년의 역사를 함께 논하게 되었나니 함께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더불어 결혼 30주년에 동참을 하게 되어 오히려 기쁘다며 기꺼이 성찬을 베푸나니
간만에 동해 푸른 바다의 생선회가 미각을 자극하고 숨 쉴 틈 없이 탐식에 헤매고
아, 절제가 필요할지니라 싶어도 눈 딱 감고 식감에의 황홀감에 빠져들고 말았다....하여 본의 아니게
술탐에 젖어든 신선과 더불어 제 갈 길은 그만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조카의 아파트로 향하여
민폐를 끼치게 되었으나 그래도 피붙이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더욱 의미가 깊었다.
늦도록의 해후를 뒤로 하고 출근을 한 조카의 집에서 쓰린 속을 달래려 라면과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얼떨결에 지인을 만나게 된 우리는 한참 만에 만나지는 지인, 영공 스님을 만나러 장소를 이동하여
차 한잔의 다담을 나누게 되나니 이름하여 보이차의 향연이다.
더불어 스님으로 부터 하사받은 다도구를 바라보며 저절로 흐뭇하나니 오랜 인연을 소중히 한 덕분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기도 하다....황홀하게도 오래된 고차를 미각으로, 향으로 향유하고 나니
별 세상이 따로 없을 지경이나 차의 호사는 거기까지.
다시금 묵호항으로 되돌아가 묵호의 명물인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곰치국의 바다에 빠져
맛깔스런 점심을 끝내고 추석 차례상 제수를 일부 마련하는 주부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는 센스까지 발휘하며
영공스님과 함께 봉화 축서사로 향하는 길.
가는 길에 주고 받는 대화 열락의 즐거움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유쾌함 그 자체였으나
말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축서사를 부흥시키는 무여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상좌로서의 영공스님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겸손함까지 더불어 대면하는 순간,
그의 또다른 실체인 외로움 또한 만나게도 되었다.
돌아돌아 구비구비 먼 길을 달려 만나게 된 축서사...선방의 혹독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자기 공부가 필요한 곳이어서 한철 공부 하기도 어렵다는데
6년째 축서사에서의 지난한 공부를 감당하는 혜정 스님을 만나 전문희 다인의 발효차를 마시며
세월을 낚는다...그들의 갈 길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하다.
한동안 차의 세계에 빠져 잃어버린 시간,
멀리 저편 세상을 뒤로 하고 눈에 보이는 일몰에 취해 이편 세상으로 나오자니 돌아갈 길이 길고 험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의 오랜 인연인 또 다른 사찰 오전 약수 자락 근처 영운사로 향한다.,
늦으막이 찾아드는 그 길,
숱하게 다닌 길 중에서도 압권이다....가지 않거나 보지 않으면 도저히 길의 험악함을 알 수 없는 길,
도대체 그 산골짜기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이 이해 불가 인,
신선들이 놀만한 곳을 찾아들어 쳐들어 간 위세로 저녁 공양을 청하여 자연 그 자체로의 소박한 밥상을 탐하면서
맛있다 를 연발하며 포만감으로 뿌듯할 즈음 나선 길에서 돌아오신 주지 스님과의 해후.
늦은 밤이 되도록 스님과의 만남이 깊어지고 갈 길 바쁜 쥔장들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허우적이지만
그래도 인연의 소중함이 뼈속 깊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돌아서 나오는 길,,,아름다운 부부라며 늦게까지 목소리 인사를 놓지 않으시는 배웅을 뒤로 하고
30년을 넘어 살아오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겠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 온 보람이, 고마움이
말로 전해지지 않아도 알게 되는 순간....무조건 길 나선 돌발 상황이 나름 즐거웠다.
딱 12시 즈음에 무설재 뜨락으로의 귀소본능을 챙겼다.
........이 아침,
기분 좋은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러나 선물로 받아든 차와 다도구를 들여다 보러 차실로 건너가야 한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설 것이다.
새롭게 편입된 다도구와 친해질 시간을 갖는 즐거움은 또다른 희열을 줄 것이다,
첫댓글 좋은여행 하셨네요...
두분이서...
저도 이런여행 해보는게 소원입니다만
손 발이 잘 안맞는 우리부부는
낯선 곳에 가기만하면 싸워서
이젠 모든 것 포기입니다.
많이 변해버린 7번 국도변
유명짜 한곳은 다 스치고
놀고싶은 곳에서만 놀다왓습다
잠은 선교장에서...
장호항-아름답구요
꾹저구탕 맛도 봣구요
테라로사에선 오래 머물럿지요...
고삐풀린 망아지들처럼 하슬라아트에선 몇시간 머물렀나봅니다
그러다가
영랑호,천간정 건봉사 다 제치고 기냥집에 왔어요
오다가 들른 봉평에서의 진메밀국수맛도 좋았구요...
가을엔 남이섬에서 일박하며
강물에 어린 단풍구경을 하려구요...
ㅎㅎㅎㅎ 그러게요...오죽하면 금성, 화성이라 불리우며 서로를 분리하겠습니까.
7번 국도, 정말 너무 현대적으로 변해버려 아쉽더라구요...곳곳에 펜션에 우후죽순 카페가 난리굿이고
저흰 그런 곳엔 관심도 없이 그저 달리고 달리고 풍광에 빠져들다가 산사의 절경에 취하다가 뭐 그랬습니다.
훨씬 깔끔했었다...그리고 인연지기들과의 해후가 행복했다 는 것.
스님께 하사받은 다기에 차 맛 보러 가야겠네요~
꼭 그리하소삼....안 그러면 후회할 일.
무설재 보이차는 26년차인데 40년이 넘은 보이차, 상상하소서.
다도구는 이것저것 주셨습니다.
저희집에 100년넘은 보이차도 있는데(30년전에 경매로 사온것중 선물받은것-지금은 고인이 되신분한테서...)
전 맛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지프라기 냄새나며
맛이 상큼하다는 것 이외엔...
남푠이 깊숙히 어디다 보관한 모양.
지금 상용하는건
50년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러시군요...좋은 차는 지프라기 냄새 같은 것은 안나니 괜찮아요.
시중에 유통되는 엉터리 차들이 그렇죠.
목 넘김도 어렵고 입에 잔여물이 낀 것 같고 흙 냄새도 나고 뒷맛이 개운치 않은 그런 것들을 무조건 보이차라는 이름 아래
마셔대고 잇으니 안타까운 일 입니다.
발효가 잘 된 것은 웬만한 명약 보다 나아요...부드럽고 깊은 맛이 나지만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르도록 노폐물을 내보내주는 차.
그런 차가 좋은 보이차랍니다.
30주년 여행 잘하셨네~! 이렇게 함께 시간 보내는게 질 좋은 시간을 누리는 것이죠~! ㅎㅎㅎ
맞습니다요,,,그냥 훌쩍 떠나는 것이 원래 애들 어릴 때 부터 잘하던 짓이었는데
아이들도 다 자라 제 갈길 가고 있으니 둘이 갈 밖에요.
연말 즈음해서 딸내미 거주하는 나라로 휘익 떠나 볼까 생각 중입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