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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자동차 회사가 2025년을 목표로 다양한 미래 전략을 내놓고 있다. 누가 5년 후에도 웃게 될까?
페라리의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트라달레
2018년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의 신에너지 금융연구소(BNEF)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대수가 1100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역시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대수가 1000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초까지 200만대 남짓이던 것에 비하면 다섯 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이 판매 위주에서 서비스 위주로 바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자동차를 사는 사람보다 카셰어링이나 구독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타는 사람이 많아질 거란 얘기다.
여러 시장조사 업체가 2025년 이후 자동차 시장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나아가 시장을 주도하려면 시장에 맞게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여러 자동차 회사가 2025년을 목표로 다양한 전략을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 중 누가 미래차 시장을 주도할까? 누가 5년 후에도 웃게 될까?
현대·기아차의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
현대차그룹이 빅3?
2019년 12월 4일 현대차그룹이 ‘2025 전략(Strategy 2025)’을 발표했다. 앞으로 단순히 차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사업 구조를 크게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로 나누고, 각 사업 간 경쟁력과 시너지를 높여 2025년에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말고 개인용 비행체나 로보틱스 등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품고 있다. 지난 2020 CES에선 우버와 함께 개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 전략을 이루기 위해 2025년까지 총 6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8%를 거두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과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은 2030년부터,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2035년부터 적극적으로 신차에 전동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21년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기차도 출시할 예정이다. 2024년 이후엔 전동화 라인업도 확대한다. 이 계획이 착착 진행되면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가 67만대에 달해 글로벌 전기차 기업 ‘빅 3’에 오를 수 있다. 정말?
폭스바겐 전기차 ID.3는 올해 판매가 시작된다.
폭스바겐의 3단 변신
폭스바겐은 디젤 스캔들로 한창 시끄럽던 2016년 새로운 비전 ‘트랜스폼 2025+’를 발표했다. 총 3단계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인데, 1단계는 2020년까지 핵심 사업을 전면 재구성하고 새로운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내용이다. 이전까지 폭스바겐은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전기차 모델은 e-업!과 e-골프 두 대였는데 이들 모두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가 아닌, 업!과 골프의 전기차 버전이었다. 이들이 주력한 모델은 내연기관, 그것도 디젤엔진 차였다. 하지만 디젤 스캔들은 폭스바겐의 전동화 계획을 앞당겼고 트랜스폼 2025+에도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추가됐다.
2단계는 2025년까지 e-모빌리티 분야에서 본격적인 공세를 펼쳐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ID.3가 그 시작이다. 토마스 울브리히 e-모빌리티 총괄은 ID.3가 판매를 시작하는 2020년이 폭스바겐 변화를 위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2025년까지 15대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충전시설도 확대해 이로 인한 수익을 늘리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2025년까지 3만6000개의 충전시설이 들어선다. 3단계는 2030년까지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도약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폭스바겐의 2025년 주요 목표는 영업이익률 6%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 ID.3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볼보 XC40 리차지
전동화 모델을 더 팔겠어요
볼보자동차는 2017년부터 전동화 전략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우선 지난해부터 새로운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했다. 볼보의 2025년 목표는 전체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이 차지하는 것이다. 볼보는 S60와 S90, XC60, XC90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볼보의 첫 전기차 XC40 리차지는 올해 말 생산에 들어간다. 볼보는 이 밖에 새로운 계획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생산될 모든 새 모델에 재활용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을 적어도 25% 이상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특별한 XC60 T8도 공개했다. 재활용 그물과 로프를 가공해 얻은 플라스틱과 재생섬유로 만든 센터콘솔을 달고, 페트병과 재활용 면으로 짠 바닥 매트를 깐 XC60다. 시트 역시 플라스틱병을 가공해 만든 섬유로 만들었다. 낡은 볼보에서 떼어낸 시트는 보닛 아래 흡음재로 변신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두른 XC60는 지난 2018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오션 서밋에 전시돼 큰 호응을 얻었다.
혼다 역시 2017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동화 모델 판매 전략을 담은 ‘일렉트릭 비전’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유럽에서 파는 혼다 모델의 3분의 2를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채우겠다는 비전이다. 이를 위해 전동화 라인업도 확장했다. 2018년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인사이트를 부활시키고, 올해 동글동글 귀여운 전기차 혼다 e의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2016년 출시된 수소전기차 클래리티는 지난해 유럽 판매대수가 2000대를 넘었다. 이들의 2025년 목표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BMW는 미래 기술에 30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 기술에 전폭 투자
지난 3월 BMW 그룹은 독일 뮌헨 본사에서 지난해 실적과 앞으로 기업 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2025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에 300억 유로(약 4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비용을 덜기 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디지털 시뮬레이션이나 가상의 검토 등으로 새 모델을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을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2021년부터는 최대 절반까지 기존 플랫폼이나 파워트레인을 정리하고 전동화 모델에 최적화된 지능형 플랫폼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2023년까지 모두 25종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순수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BMW 그룹의 전동화 전략은 벌써 시작됐다. 2021년까지 출시를 앞둔 새로운 전기차가 넉 대에 달한다. 지난해 말부터 영국 옥스퍼드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미니 쿠퍼 SE와 올해 중국 선양 공장에서 생산되는 BMW iX3, 내년부터 독일 딩골핑 공장에서 생산될 BMW i넥스트, 뮌헨 공장에서 생산될 BMW i4가 그 주인공이다. BMW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2021년 말까지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의 누적 판매대수가 100만대 이상을 넘는 것이다.
맥라렌 복합 기술 센터
하이브리드에 집중할래요
슈퍼카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7월 맥라렌은 ‘트랙 25 비즈니스 플랜’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8개의 모델을 출시하고 연구개발 비용으로 12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맥라렌은 이날 2025년까지 모든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맥라렌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건 아니다. 2013년에 출시된 P1은 시스템 출력 916마력, 최고속도 시속 350km를 내며 하이브리드 슈퍼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페라리는 전기차 출시 계획을 2025년 이후로 미뤘다. 2018년 페라리 전 CEO 세르조 마르키온네가 2022년 순수 전기로 구동되는 페라리를 출시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전기차 계획도 미뤄졌다. 새로운 CEO 루이스 카밀리는 배터리 기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2025년 이전엔 페라리 전기차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페라리는 당분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단, 2022년까지 모든 모델의 60%를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바꾸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