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고사 1 - 조상모시기
안택고사 01 - 조왕에게 소지올리기
안택고사 02 - 조왕고사 제물
안택고사 03 - 터주고사
안택은 매년 또는 3년 들이로 음력 10월 또는 정월에 주부가 가정의 평안과 농사의 풍년에 대한 기원 및 감사 등의 목적으로 가신(家神)에게 기원하는 가정단위의 의례.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며, 주부의 비손 형식과 전문사제자의 굿 형식이 있다.
내용
한국인은 집을 구성하는 중요한 공간마다 그곳을 관장하는 신이 머물고 있다고 인지하는 전통적인 사고체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 신을 가신이라고 하며, 조상, 성주, 조왕, 터주, 삼신, 제석, 업, 철륭, 칠성, 수비, 측신, 액사령(厄死靈), 풍신, 마마(손님), 문신, 가업수호신(군웅) 등이 있다. 사람들은 이 신들의 신체(神體) 또는 신이 머물러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물로써 표식을 삼는다. 이 표식은 지역마다 동일하기도 하고 상이하기도 하다. 안택은 이들 가신에게 식구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가정단위로 주부가 행하는 종합의례이다. 또한 안택은 집을 새로 지었을 때, 집안에 성주를 새로이 모실 때, 집안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성주를 대물림할 때 행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가신에 대한 신앙의 정도가 약화되기도 하였고, 이들 신의 신체 또는 표식 등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농어촌 또는 산간지역에서는 시월상달이나 정월 초순에 가신에 대한 종합의례인 안택을 여전히 찾을 수 있다. 도시에서도 더러 찾을 수 있다. 즉 가신을 인식할 수 있는 외형적 특징은 많이 사라졌지만 가신에 대한 사람들의 심성은 의례를 통해서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즉 시월상달이나 정월 초순이 되면 고사떡(시루떡)을 장만하여 성주, 조왕, 터주 등이 위치하는 공간에 모셔 두고 기도를 올리는 집을 자주 찾을 수 있다. 안택은 식구들의 평안을 위해 여전히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안택은 주부가 행하기도 하지만 무당이나 소경을 불러서 독경을 하거나 굿을 하는 안택굿을 행하기도 한다.
의례는 택일-부정 치기-제수 장만하기-의례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택일은 주부가 정하기도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점쟁이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 이때 손 없는 날로 결정한다. 의례를 행하는 날이 되면 집 앞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두어서 잡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금한다. 이러한 일정한 정화의례를 행한 뒤에 가장 중요한 제물인 팥 시루떡, 술, 감주, 나물 등을 장만한다. 떡과 술은 새로이 수확한 햅쌀로 만들며, 떡은 보통 석 되 서 홉의 쌀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시루는 한 개 또는 두 개를 준비한다. 떡은 본래 집에서 주부가 직접 찌는 것이지만 요즘은 방앗간이나 떡집에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준비된 제물은 마루의 대들보에 위치한 성주를 위해 한 상 차려 두고 남자 주인이 재배하면서 간단한 의례를 행한다. 떡 시루를 한 개 준비했을 때는 시루째로 상에 차리고, 두 개 준비했을 때는 시루 한 개를 차려 둔다. 그 후에 조왕(부엌)과 장독대 또는 마당(터주), 안방(삼신) 등에도 상을 차려서 주부가 비손을 하면서 집안의 평안을 위해 간단히 의례를 올린다. 성주 또는 조왕, 터주, 삼신 등에 대한 의례가 끝나면 나머지 떡을 조금씩 썰어서 쟁반에 담아 집안의 공간 곳곳에 갖다 둔다. 시루가 한 개면 절반 정도의 떡을 썰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두 개면 시루 하나의 떡을 썰어서 사용한다. 즉 대문, 우물, 부엌, 다락, 마구간, 장독대, 창고, 경운기, 변소, 안방 등에 갖다 두었다가 잠시 후에 거두어들인다. 이 떡은 이웃집에 돌려서 나누어 먹는다. 떡을 이웃집에 갖다 주는 역할은 어린아이들이 담당한다. 또한 안택을 행할 때 용단지나 터주단지, 삼신바가지(단지), ‘볏섬’(성주섬), 성주오쟁이 등에 담겨진 곡식을 햇벼로 바꾸기도 한다. 이때 본래 담겨 있는 곡식의 모양을 보고 이듬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특징
안택은 지역에 따라서 ‘안택고사’ 또는 ‘고사’ 등으로 불린다. 또한 이 의례에서 떡을 필수적인 제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떡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시루구멍 막기라고 한다. 또 정월에 안택을 행한다는 의미에서 ‘정월떡 해 먹는다’, ‘정월떡고사’, ‘정월시루한다’, ‘보름떡 한다’, ‘고사떡’, ‘꺼먹시루(조상시루)한다’, ‘캐떡(터주시루)해 먹는다’, ‘농사시루 한다’, ‘농사떡 한다’ 등이라고 한다. 가을에 안택을 행한다는 의미에서 ‘가을떡 해 먹는다’, ‘가을떡고사’, 신곡맞이’, ‘햇곡맞이’, ‘도신한다’, ‘도신떡 해 먹는다’ 등이라고도 한다. 정월 초순에 행한다는 의미에서 ‘정초고사’라고도 하며, 안택을 행할 때 무녀나 법사를 불러서 굿을 행하는 경우에는 ‘안택굿’이라고 한다. 또한 정월이나 시월에 안택을 목적으로 행하는 의례를 ‘안택’ 또는 ‘고사’라고 부른다. 안택과 관련한 다양한 명칭은 지역에 따라 강조되는 측면이 다르기 때문에 민속의 문화적․지역적 다양성과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주면서 한국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대상이 된다. 이러한 성격은 가정신앙 의례를 통해서 일정 지역 내의 문화영역을 설정하는 데에도 유효한 대상이 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발행한 『한국의 가정신앙-충청북도』에 실린 안택사례를 통하여 지역적 분포와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충북 내 지역에 따라서 안택을 표현하는 용어인 ‘안택’과 ‘정월떡’, ‘가을떡’ 등 민속어휘를 대상으로 살핀다.
단양지역에서는 안택과 가을떡의례를 행하는 시기와 규모는 차이가 없지만 둘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 행한다. 가을떡의례는 소백산을 경계로 경상북도지역과 인접하고 있는 산간지역, 안택은 남한강에 인접한 지역이다. 안택은 정초나 10월에 택일해 무당은 초빙하지 않고 부부가 의례를 행하고 있다. 특히 ‘가정이 편하고 일 년 농사 잘 짓고, 가축이 잘 크게 해 달라’고 성주, 오방터신, 조왕을 모시면서 안택을 행한다. 성주는 남편이, 터주는 부인이 의례를 행한다는 것은 안택의 목적을 잘 나타낸다. 가을떡의례는 햇벼로 터주항아리를 갈아 넣고 햇곡식으로 가을떡(붉은 시루떡)을 해서 성주와 터주를 주로 모신다. 제천지역에서는 안택만 행한다. 시기는 대부분 음력 10월이며, 정월은 극소수이다. 이 두 지역에서는 종합의례를 복수가 아닌 단수로만 행하며, 경북 북부지역, 강원도 남부지역과 경계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충주시는 남한강과 인접한 마을들에서 안택과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를 모두 행한다. 산골마을에서는 가을떡의례와 정월떡의례만 등장한다. 이를 통해 충주지역에서는 안택보다 가을떡의례와 정월떡의례가 더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제천지역에서 나타나지 않던 정월떡의례가 행해지고 있다. 괴산지역에서는 안택,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가 비교적 고르게 등장한다. 세 의례는 시기와 목적에서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혼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충주시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편인 평야지대에서는 안택과 가을떡의례가 강조된다면 소백산맥과 인접한 산악지대에서는 가을떡의례와 정월떡의례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음성군은 차령산맥의 오갑산에서 분기하여 부용산, 좌구산, 거대령 등을 지나 남쪽으로 뻗은 노령산맥으로 충주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정월떡의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안택과 매우 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을떡의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정월떡의례는 지금도 강하게 전승되고 있다. 진천군은 동쪽으로 노령산맥, 서쪽으로 차령산맥 및 충청남도와 각각 경계하고 있다. 진천지역에서는 안택이 드물지만 정월떡의례와 가을떡의례도 함께 행해지면서 정월떡의례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음성과 진천지역에서는 정월떡의례가 더욱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원군은 동쪽으로 노령산맥을 기준으로 괴산군과 경계를 두고, 서쪽으로는 충청남도와 연접해 있다. 청원지역에서는 안택과 가을떡의례를 함께 행하면서 정월떡의례는 조금씩 행한다. 또한 가을떡의례는 안택의 간소화된 형식 또는 상보적 관계로 표현되지만 정월떡의례의 차이는 분명히 하고 있다. 청원군으로 둘러싸여 있는 청주지역의 안택과 가을떡의례 자료는 다수 있지만 정월떡의례는 매우 약화되어 있다. 즉 청원군과 청주시는 이 두 지역과 인접하고 있는 진천군 및 괴산군과 달리 모두 안택과 가을떡의례가 함께 행해지면서 정월떡의례가 가끔식 행해지는 곳이다.
보은군은 안택과 가을떡의례를 강조하는 지역이다. 또한 안택은 여러 가지 제수를 장만하고 모든 가신을 모시는 의례이지만 가을떡의례는 집안에서 떡만 준비해서 집안의 가신을 위하고 이웃과 나누어 먹는 차이가 있다. 옥천지역은 안택과 가을떡의례를 모두 잘 행하는 곳이다. 특히 가을떡의례는 지금까지도 잘 행해지고 있다. 시기는 정월보다 시월이 더 많은 편이다. 영동지역은 정월떡의례가 없는 반면에 안택과 가을떡의례를 많이 행하는 곳이다. 금강과 인접한 마을이나 평야지역에서의 안택은 주로 정초에 식구들의 액막이의례로 행하는 것이며, 가을떡은 ‘도신’ 또는 ‘도신떡’이라고 하여 주기적으로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이 지역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보은․옥천․영동지역에서는 공통적으로 정월떡의례가 나타나지 않는다.
충북의 안택과 고사는 서로 구분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안택은 새집을 지어서 성주를 새롭게 모실 때, 집안에 우환이 생겼을 때와 같은 수시 의례적 성격과 함께 매년 행하는 주기적 성격을 동시에 띤다. 정기 의례적 성격이 강한 안택은 매년 행하기도 하지만 3년마다 행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시기는 두 의례의 구분 기준이 될 수 없다. 또한 안택은 전문사제자의 참여가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아서, 의례 규모가 안택과 고사의 구분 기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사는 매년 행하는 정기 의례적 특성이 강하다. 그러나 두 의례는 신년제의 성격과 수확 의례적 성격으로 완전히 구분된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지역에 따라 강조하는 바가 다르게 표현된다. 즉 동일한 지역 내에서도 정월에 행하는 의례와 시월에 행하는 의례가 공존하고 있다. 또한 안택과 고사의 빈도는 두 의례의 성격을 구분 짓는 기준이기보다 특정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위의 자료를 토대로 한 분포도는 안택과 고사(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의 충북내 지역적 편차를 나타내며, 이것은 충북 내 문화영역을 나타낸다. 단양과 제천지역은 대부분 안택이 단수로 행해졌으며, 충주시로 접어들면서 정월떡의례와 안택 및 정월떡의례가 함께 나타난다. 괴산군지역에서도 안택과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가 함께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분포는 노령산맥 너머의 음성․진천지역에서는 달리 나타난다. 음성지역에서는 정월떡의례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진천지역에서는 정월떡의례가 가을떡의례와 공존하지만 정월떡의례가 더 강조되고 있다. 즉 음성지역과 진천지역에서는 정월떡의례가 훨씬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것으로 보아서 충주지역은 안택의례 영역과 정월떡의례 영역 사이에 위치하는 점이지대(漸移地帶)로 상정된다. 다만, 안택의례 영역과 정월떡의례 영역 사이에 위치한 충주지역에서 가을떡의례가 나타나는 것은 괴산군의 달천과 남한강이 합류해서 나타날 수 있는 문화복합 현상의 결과로 추정된다. 청원군과 청주시는 안택과 가을떡의례가 복수로 행해지는 경향이 강한 곳이면서 안택,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가 함께 행해지기도 하는 지역이다. 즉 두 지역 모두에서 정월떡의례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은군․옥천군․영동군에서는 안택과 가을떡의례가 공존하고 있다. 즉, 청원군과 청주시는 안택과 가을떡의례가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보은․옥천․영동지역과 정월떡의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천지역과의 점이지대로 상정할 수 있다.
종합적 가정신앙의례의 분포와 지역적 차이는 인접학문들의 성과와도 매우 유사하다. 충북의 문화영역은 첫째 지형적 특성은 한강 유역의 북부 분지와 금강 본류 유역의 남부 구릉-산간지, 금강 지류(미호천) 유역의 서부 저지 평야로 구분된다. 둘째 방언권(강원도 영향의 북부방언, 경북과 전북 영향의 남부방언, 경기도와 충남 영향의 중서부 방언지역)과 지형적 생활권(북부 분지의 충주 중심, 남부 구릉․산간지의 영동 중심, 서부 저지 평야의 청주 중심) 및 신라ㆍ백제ㆍ고구려의 영향권이면서 쟁패․분할점거 지역 등을 토대로 북부, 한강 유역의 충주 문화지역, 금강 본류유역의 남부 문화지역, 서부 미호천유역의 청주 문화지역 등 세 문화지역을 제시하였다. 셋째 고구려 고토의 북부지역 방언권, 백제 고토의 중부지역 방언권, 신라 고토의 남부지역 방언권으로 구분되고 이것은 소백ㆍ태백ㆍ차령산맥에 의한 지형적인 조건과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것 등이다. 즉 이러한 영역은 종합적 가정신앙의례인 안택의 민속어휘를 대상으로 한 영역 설정과 매우 일치하고 있다.
안택과 고사에서 사용되는 명칭, 즉 안택, 정월떡의례, 가을떡의례를 대상으로 문화 영역을 설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안택 영역은 소백산맥지역과 남한강 유역에 해당하는 단양군과 제천시를 중심으로 하면서 달천 중․하류지역에 속하는 괴산군의 일부,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유역의 충주시 일부가 해당된다. 정월떡영역은 미호천 상류지역과 노령산맥 서쪽 지역에 속하는 음성군과 진천군을 중심으로 하면서 노령산맥과 인접한 충주시 일부 지역, 괴산군의 일부 지역, 미호천 상류지역에 해당하는 청원군․청주시의 일부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안택․가을떡영역은 보청천을 중심으로 하는 금강 상류지역, 소백산맥 서쪽지역과 노령산맥 중․남부지역 및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구릉맥(청주 남동쪽 피반령 근처〜속리산)의 남쪽지역에 속하는 보은군․옥천군․영동군을 중심으로 한다. 보은군과 인접한 괴산군의 남부지역과 노령산맥에 인접한 청원군․청주시 남부지역도 일부 해당된다. 그리고 세 영역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은 영역들의 접촉지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화복합현상을 고려한 것이다. 이들 접촉지대는 세 문화 영역들이 서로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충주시, 괴산군, 청원군, 청주시 등 영역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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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종합적 가정신앙의례 문화영역 지도
상이한 문화영역의 문화 요소들이 서로 혼재하면서 혼합문화를 형성하는 이들 지역은 점이지대로 설정한다. 즉 정월떡의례영역과 안택․가을떡의례영역의 사이에 위치한 지역(청원군, 청주시)은 안택,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가 혼재하고 있다. (점이지대①). 안택, 가을떡의례영역과 안택영역의 사이에 위치한 지역(괴산군)은 안택,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가 혼재하고 있고(점이지대②). 안택영역과 정월떡의례영역 사이에 위치한 지역(충주시)은 점이지대②와 만나면서 안택, 가을떡의례, 정월떡의례가 혼재하고 있다(점이지대③). 이러한 점이지대는 상이한 문화권이 서로 만나는 지역으로서 양쪽의 문화가 서로 혼합되면서 공존하게 되고, 이러한 혼합문화 영역을 서로 수용해서 문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교량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상이한 문화 영역들은 각각의 점이지대를 통해 서로 만나게 되고, 이것은 충북을 하나의 문화영역 또는 서로 유사성을 지니면서 문화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도와 같은 문화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세 문화 영역은 기왕에 발표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충청북도』의 산신제, 서낭제, 탑신제, 장승제의 분포, 또한 이들 각 의례의 통합적 측면을 보이는 마을제당의 분포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즉 안택의 문화영역 설정은 다른 문화 요소들과 함께 지역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역사례
안택은 음력 10월 또는 정초에 점쟁이(또는 법사나 경쟁이)에게 날을 받아서 주부가 행하거나 점쟁이 또는 법사를 초청하여 행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 예곡리 상예곡마을의 사례를 들어본다. 이 마을에서는 정월 중 달력을 보아 일진이 좋은 날에 안택을 지낸다. 안택은 가능한 한 열 나흗날 이전에 한다. 대개는 정초 범날이나 용날에 지내는 것이 좋다. 이때 식구들의 생기(生氣)는 따지지 않는다. 정초에 하는 안택은 경쟁이(법사)가 와서 경을 읽어 주는 것이고, 10월에 행하는 ‘가을떡’은 주부가 직접 떡을 쪄서 집안 신령들에게 올리고 비손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을떡은 매년 해 먹지만 안택은 3년 들이로 한다.
정초에 안택을 하려고 날을 잡았다가 마을과 집안에 부정이 있으면 하지 못한다. 부정은 초상이나 출산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는 달(月)을 넘겨서 다시 날을 잡아야 한다. 보통 남의 부정은 사흘만 가리면 된다고 하지만 달을 넘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한편, 집안 식구 가운데 달거리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능한 한 날을 피해서 잡았다. 피 부정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달거리 하는 날에 고사 일이 닿으면 별 수 없이 제를 모신다. 며느리나 딸에게 몸 부정이 발생했다고 해서 고사 일에 내보내지는 않는다. 본래 여자의 월경은 ‘산나무의 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근본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다.
정월 외에 시월이나 동짓달에도 안택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러나 섣달과 6월은 액달이라고 하여 고사를 지내지 않는다. 택일을 하고 나면 대문 양쪽으로 황토를 세 무더기씩 펴 놓아서 부정한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을 조심시키고, 주부는 목욕재계한다. 안택은 하루만 가리면 되는 이른바 ‘하루 정성’이다.
안택에 사용할 제물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고사일 이전에 시장에 가서 물건을 구입해 온다. 제물은 시루떡과 함께 삼색실과, 명태, 나물, 적, 탕 등을 사용한다. 시루떡은 많이 찔수록 좋다. 탕은 쇠고기, 무, 두부를 넣어서 끓인다. 적으로는 배추적과 무적을 장만한다.
여러 가지 제물 가운데 가장 신경 써서 장만하는 것은 시루떡이다. 예전에는 디딜방아로 쌀을 빻아서 새벽에 떡을 쪘다. 그런데 부정이 들면 떡이 잘 익지 않고 ‘푹푹 분다.’고 한다. 즉 김이 푹푹 소리를 내면서 새어 나오기 때문에 떡이 잘 익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청수를 바가지에 담아서 아궁이의 재를 집어 넣고 시루를 한 번 두른 다음 솔잎으로 물을 찍어서 주변에 뿌린다. 그러고 나서 청수를 바깥에 버리고 들어오면 부정을 푸는 것이다. 집안에 임신한 며느리가 있으면 혹시 부정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이렇게 ‘뱅이’를 해 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시루떡을 찔 때 떡가루를 담은 접시를 올려놓고 그 위에 된장을 떠 놓으면 설익는 것을 방지하는 ‘뱅이’가 된다. ‘뱅이’는 부정을 예방하기 위한 부정풀이 방법을 말한다.
시루떡을 찔 때 멥쌀과 찹쌀을 섞어서 시루에 반듯하게 놓는다. 그 위에 흰떡을 조금 해서 얹는다. 이를 ‘삼신할머니떡’이라고 하며, 삼신상에 차리기 위한 것이다. 안택할 때 아랫목에 짚을 일자로 깔고 그 위에 삼신상이라고 하여 메, 미역국, 떡, 간장을 놓고 위한다. 삼신은 집안에서 애기가 있든 없든 안택을 하면 기본적으로 위하는 중요한 신령이기 때문에 안택을 행할 때는 또다시 위한다.
안택은 저녁에 시작된다. 조왕 앞에 제물을 차려 놓으면 경쟁이가 조왕 앞에서 북을 두드리며 경을 읽는다. 조왕에게는 따로 상을 차리지 않고 다만 밥솥에 주걱을 꽂고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빙 돌려서 꽂아 둔다. 경쟁이는 우선 부정경(不淨經)을 읽어서 집안에 있을지 모르는 부정을 제거하고 나서 조왕경을 읽는다. 부정을 풀 때는 물그릇에 숯, 고추, 재를 띄워 놓고 부정경을 읽고 부정경을 다 읽으면 물그릇을 들고 마당 바깥에 쏟아내 버리고 돌아온다. 조왕 앞에서 먼저 의례를 행하는 것은 조왕이 모든 제물을 장만해 주기 때문이다. 이때는 상은 차리지 않고 부뚜막에 짚을 깔고 조왕을 대접한다. 조왕 앞에서는 조왕소지와 식구소지를 한데 올린다. 조왕을 위한 뒤에는 터주 앞으로 가서 터주경을 읽는다. 조왕에게 올린 제물을 그대로 들고 장독대로 가서 터주 앞에 차린다. 터주 앞에는 시루떡과 함께 메, 탕, 나물, 정수 한 그릇 등을 올린다. 터주에서도 경을 모두 읽고 나면 식구 수대로 소지를 올린다.
그 뒤에 안방으로 들어가서 성주, 조상, 삼신 등 집안의 주요 신령들을 모두 축원한다. 안방에는 성주, 조상, 삼신상을 각각 차린다. 가운데 상은 조상상(祖上床), 왼쪽상은 삼신, 오른쪽은 성주상이 된다. 즉 방문으로부터 성주-조상-삼신 순으로 상을 차린다. 삼신상에는 앞에서처럼 짚을 깔아서 차리고 성주상과 조상상에는 차린 제물을 모두 진설한다. 특히 조상상에는 기제사를 지내듯이 4대 조상을 모두 모신다.
상을 차리면 경쟁이가 성주경부터 읽고 삼신, 조상 순으로 축원경을 읽는다. 축원이 모두 끝나면 자시(子時) 무렵에 경쟁이를 앉혀 놓고 대를 잡는다. 성주님도 조상님도 밤12시가 되면 돌아가실 때가 되기 때문에 그때서야 퇴송을 하는 것이다. 닭이 울 때가 되면 가시라고 퇴송을 한다. 경쟁이는 대에 성주신을 내리게 해서 집안 신수를 다 봐주고 나서 거리제 홍수맥이(횡수막이) 등을 하라고 일러준다. 이에 따라 그해 운수가 안 좋은 식구가 있으면 내전을 하기 전에 거리제를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안택은 집안 신령을 축원하는 굿이므로 집안에 탈이 있다고 할 리가 없다. 따라서 대체로 대 가름이 끝나면 내전을 치고 안택을 마치게 된다. 대잡이는 마을 주민 가운데에서 고르기도 하고 경쟁이가 데리고 오기도 한다. 이 마을에도 대를 잘 잡는 노인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