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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닉네임:겟러브
메일주소:rlwjr9008@hanmail.net
총 분량(몇 편):총 71편
하고 싶은 말: 안녕하세요, 겟러브입니다.
현재는 유봄이람이구요. 제가 사람인지라 수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타가 있을수 있어요.이거 벌써 몇년전에 쓴건데
이렇게 올리자니 부끄럽기도 하고,예전기억도 나고.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잘 봐주세요!
출처: Τ.Ι.Λ.Μ.Ο.〃백묘[白猫]
* 소설을 스크랩하거나 퍼가시려면 작가님께 직접 문의해주시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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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머리가 태어날 때부터 붉은색이었다구요?"
집으로 돌아온 그둘.
"응."
"뭐야~ 난또."
"응?"
별거 아니잖아, 하는 말투로 말하는 시화.
"대머리라도 되는줄 알았잖아요."
"뭐? 대머리?"
"푸하하, 계속 모자를 안 벗길래.. 뭐야, 그래도 예쁘잖아요!"
"..."
"붉은색이 물론 튀긴하겠지만, 요샌 별의 별색을 가진 머리도 많다구요."
"그런가.."
"누나도 콤플렉스를 보여줬으니.. 나도 보여줘야 되는건가?"
시화가 선글라스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보여주기 싫으면 안 보여줘도돼."
"보여주기 싫진 않아요, 그냥..다른사람에겐 한번도 보여준적 없어서.."
"아.. 그래?"
"흐음.. 그래 좋아!"
그리고 갑자기 뒤로 휙 돌더니 시화가 선글라스를 벗고 선글라스를 바닥에 내려놨다.
"지금 뒤로 돌께요."
"응."
"하나둘셋."
휘익.
시화가 뒤로 돔과 동시에 하라의 눈동자에 들어온건 다름아닌 고양이눈.
색은 검지만 도저히 사람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날카로운 눈초리인,
정확히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눈이었다.
"와아.."
하라는 놀라기보단, 왠지 시화가 고양이 같아서 더 귀여워 보였다.
하는짓도 장난끼있고, 얼굴고 귀엽게 생겨서 그런지,
귀와 꼬리가 달리고 야옹만 하면 고양이를 의인화 해놓은듯 했다.
"제가 더 이상하죠?"
"아니, 귀여운데."
"가족외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렇다는건 날 가족처럼 생각한다는거야?"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러겠어요~"
"근데 왜 보여주는거야?"
"누나도 보여줬으니까요."
"..사실, 이 머리 말고도 더 이상한거 있는데."
시화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물었다.
"콤플렉스가 또 있어요?"
"응,.사실.."
하라가 렌즈를 빼더니 말을 이었다.
"눈도 빨개."
"우와아. 예쁘다!!"
보자마자 탄성을 내뱉는 시화.
"예쁘긴, 귀신같은걸."
"그럼 저는 뭐 사람같은가요?.. 어쩌면 우리 운명인가봐요, 이렇게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거 보면."
"비슷하지않아.. 너는, 부모님이 있잖아, 가족이..있잖아."
"..누나는..없어요?"
"내 모습을 봐, 이렇게 이상한애를 누가 키우겠어.사람같지도 않은 애를…
어떻게 이렇게 태어날수가있지? 있을수없는일이야."
"제 모습을 봐요, 누나. 저도 이렇게 태어난걸 정말 싫었어요.
하지만.. 때론 특별하것도 신이 내린 선물일지도 모르잖아요."
시화가 빙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하라도 이내 웃어보인다.
"앞으로 잘부탁한다."
하라가 사라진지 일주일.
그나마 집에 미세하게 남아있던 하라의 온기마저 완전히 사라질때쯤,
"흐아아앙!! 누나 어디갔어..흐으..누나아.."
라영이 폭팔한지,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아은과 루영이 라영에겐 하라가 잠시 여행을갔다고 얼버무렸지만,
라영도 뭔가 눈치를 챘는지, 서럽게 울어댄다.
대성통곡을 하며 우는 라영.
아은과 루영이 달래줘봐도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누나..어디갔어..으앙..보고싶어 누나.."
어려도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컸던지,
하라가 갑자기 자기 눈에 보이지 않자 불안하듯 펑펑 울었다.
실종신고를 할까도 했지만,
만에 하나 하라가 갑자기 자신의 집을 찾아갔을수도 있고
이런저런 추측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울다가 지친다는말은 이걸 뜻하는건지, 라영은 이내우다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
잠이 든후에도 눈가와 볼에는 눈물자욱이 촉촉히 젖어있었다.
"하아.. 정말 걱정이다."
아은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는듯 복잡한 표정으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설마 죽기야했겠어, 어디가서 잘 살고있겠지, 걱정마."
애써 웃으며 말하는 루영.
"그래.. 그렇지, 하아.. 피곤하다. 이만 잘게, 잘자라 루영아."
"응 엄마."
이내 둘다 방으로 들어갔다.
루영은 침대에 몸을 던지다 시피 누웠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루영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걱정은 이내 짜증으로 변해갔다.
"젠장..새하라 녀석,갑자기 사라질꺼면, 애초에 갑자기 나타나질 말든가!!"
루영의 목소리가 혼자 쓸쓸히 방을 울렸다.
"이번에도.. 갑자기 나타날꺼냐."
이곳 생활도 어느정도익숙해졌다.
예전집에서 지내던 일들도 잠시 머릿속에서 잊혀질수있을 만큼 즐거웠다.
"누나, 우리 물놀이 해요!"
"야, 쌀쌀한데 물놀이는무슨."
"아직 낮은 꽤 따뜻해요, 빨리요!"
시화에게 이끌려 바다로 나왔다.
준비운동도 없이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가는 시화.
윗옷을 벗어 해변가로 던진다.
"누나, 빨리 들어와요."
하라도 신발을 벗고 발만 살짝 바다에 담궜다.
찬기운이 하라의 발에 닿았다.
"차가워."
바닷물이 해변으로 들어오자 하라의 종아리 까지 찻고,
다시 바닷물이 내려가자 하라의 발끝에만 찰랑거렸다.
해변가에서만 머뭇거리고있는 하라가 답답한지
이내 시화가 하라를 번쩍 들어안아올려 바다로 빠트려버렸다.
"우웁..."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하라는 바닷물을 먹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옷이며 모자며 다 젖어버렸다.
"케켁,..케.."
짜디잔 바닷물을 뱉어내는 하라.
"딱 물에 빠진 생귀 꼴이네! 푸후훗."
"너..!!"
시화에게 달려가자 이내 발이 엉켰는지, 다시 바다속에 빠져버리고말았다.
"푸하하하- 왜 혼자 넘어져요? 바보같이."
"너 때문이잖아..이씨.."
다시 일어서자 왠지 모를 아픔에 하라가 절뚝거리며 해변으로 나왔다.
"왜 그래요? 어디 다쳤어요?"
"그래!"
쿵-
하는 소리와함께 시화에 머리에 혹 하나가 생겼다.
"아, 왜 때려요."
"아무튼 나 좀 일으켜봐봐.발이 아파."
시화가 하라의 발을 보자 깊숙히 밖혀있는 유리조각이 보였다.
"어떡해! 피나잖아요! 빨리 집으로 가요!"
시화에 부축을 받고 하라는 절뚝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시화가 서두르며 구급상자를 들고왔다.
유리조각을 빼자 피가 더 많이 새어나왔다.
"으윽.."
하라도 많이 쓰라린지 미간을 좁혔다.
몇분후,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대략 응급처치는 끝냈다.
"괜찮아요?"
"으응."
"왜 유리조각을 바다에게 버리고 난리야.. 많이 아파요?"
"조금.."
"조금이 아니라 엄청 아프죠! 나도 그런적있는데.. 아,마실것좀 가져올께요."
시화가 부엌으로가 따뜻한 우유를 한잔 들고왔다.
"이거 마셔요."
"응, 고마워."
컵을 받자 따뜻한 온기가 하라의 손에 전해져 기분이 나아졌다.
우유를 마셨다. 쓰라렸던 아프도 조금씩 나아지는것 같았다.
"하암... 졸리다."
하라가 컵을 내려놓고 하품을 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피곤하지..으음.."
"너무 많이.. 놀았나봐요."
시화가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점점 시야가 흐려져 그 미소가 하라에겐 보이지 않았다.
"으응..이상하다.. 왜 이러지."
"이젠.. 안녕이네요. 이것도."
"뭐라구?"
단순히 졸려서 시야가 흐려지는줄로만 알았지만 왠지 이상했다.
나른하고 졸리고, 몸에 힘도 점점 풀리는것 같았다.
"그동안.. 비록 꾸며진 생활이었지만, 즐거웠어요."
"으으.."
시화에 얼굴은 이제 뿌옇게 보였고, 시화에 말도 웅웅거리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하라는 정신을 놓았다.
"미안해요..누나."
- 42
"아직도 모르겠어?"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신욱.
"모르겠어요. 새하라가 안 보인지도 이젠 일주일이 넘었고..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당신.. 무슨짓을 한거에요?"
"무슨 짓이라니?"
신욱에 입가엔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있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요!"
"네가? 어떻게?"
입은 웃고있지만, 눈은 차갑게 미율을 쳐다봤다.
"..아무튼.. 그럼 나와 한 약속은!"
"당연히 무효지. 네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까."
"조금만..조금만 더있으면 해결될거였는데..!!"
"조금?..시간은.. 그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오히려 시간초과야. 너무 많이 기다렸다구 나는."
"..하..하하.. "
알고는 있었지만, 미리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미율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쇼파에 털썩 앉았다.
"이제 곧, SW.A는 내게로 오게 될꺼야."
미율은 주먹을 꽉 쥐며 신욱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대뜸 신욱의 멱살을 잡았다.
"..무슨짓을 한건데?"
멱살을 잡혔어도 신욱은 여전히 태연했다.
"너 대신에 다른아이를 이용했지."
"비겁한..조건을 내걸면서?"
"응."
"...나쁜..개새끼."
퍼억-
증오와 분노섞인 주먹으로 신욱의 뺨을 날렸다.
아무리 여자애의 주먹이라도 무방비하게 있던 신욱이라 타격이 큰듯했다.
"..너같이 개같고 쓰레기 같은 놈인데..왜 난...난...."
"나를.. 좋아한다?"
"..."
미율의 눈물이 뚝뚝 떨어져 신욱의 옷을 적셨다.
"..정말 싫다.. 너도 싫고, 이 세상도 싫고.. 더군다나...
이렇게 날 인간취급도 안해주는 너같은 놈을..좋아하는게..더 싫어."
"난.."
신욱이 미율의 눈가를 닦아주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슬픈지 알고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아.
나만 안 힘들면 되니까, 나만 안아프면 되니까.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가본데.. 사람은 다 이기주의야. 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뿐이지."
그리고 미율의 머리칼을 쓸고 이내 손을 뗐다.
"넌, 우리 연구소를 위한 하나의 연구대상일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나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지마."
시립도록 차갑고, 무서울정도로 냉정한 그.
그에 의해 미율이 마음도 얼어붙는듯 했다.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버려서 다신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다신 사랑따위 하지 못할정도로 그렇게 미율의 심장도 차가워졌다.
푹 잔것 같은 느낌. 몇일동안 잠을 설친것까지 보충해 잔것처럼, 개운하고 편한 느낌.
어디선가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정신이 들었다.
눈을 뜨자 맨처음 하라를 반긴건, 낮선 방 풍경.
"깼어요?"
시화다.
"으웁!!"
이게 도대체 어덯게 된일인지,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싶었지만,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 때문에 아무것도 말할수 없었다.
"아, 미안해요. 떼어줄께요."
테이프를 떼자마자 하라에 입에서 와르르 쏟아져나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일이야, 응?! 왜 어째서..우리가..여기.."
철컹-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침대 기둥에 자신의 두팔이 수갑으로 채워진채 있었고,
발도 테이프로 묶어 놓아,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거놔줘!!"
"미안한데.. 안 되겠는데요."
"뭐?"
"풀어주면 도망갈꺼잖아요."
예전의 천진난만했던 표정이 아닌,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표정을 짓는 시화.
"너.. 도대체..왜 그래..응? 여긴 어디야?"
"여긴.. 우리집이에요. 진짜.. 우리집."
"으응?"
도통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인 하라.
시화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나, 최신욱한테 누나를 끌고오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이라구요."
"뭣....뭐?!!!"
하라가 눈을 크게 뜨며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 믿고 지냈던 아인데, 정말로 착해보였던 아인데, 이런식으로 뒤통수를 맞을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라는 여기서 도망치자 라는 생가가보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에 눈물이 흘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처음으로 그 말이 공감됐다.
"흐..흐읍...."
그렇게 하라가 울먹이자, 시화는 아무말없이 그저 고개를 숙였다.
"..당장 풀어줘."
이내 시화를 다정함이 아닌,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하라.
"그렇겐.. 못하겠는데요."
시화는 애써 그 붉은 눈동자에서 시선을 피했다.
"나..지금.. 너 죽여버리고싶을정도로 보기 싫고 말하기 싫고 같은공간에 있다는것도 싫어.
최신욱보다 먼저 죽여버리고 싶다 지금 너."
"죽인다구요..?"
"내가.. 못 죽일줄 알아?"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도 모자라.. 피로 손도 붉게 물들이려구요?"
말문이 막혔다.
아무말없이 자신만을 쏘아보고있는 하라의 시선을 또 피한채 시화가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연구소로 갈꺼에요."
"어째서.. 바로 연구소로 가지 않고 날 여기에 놔두는거지? 자칫 하다 내가 도망가면?"
".. 그냥.. 집이 보고싶어서."
시화의 눈앞이 서서히 흐려졌다.
"자, 그럼 이제 가죠."
시화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말해줘."
"..네?"
"네가.. 이런짓을 하게된 이유."
"이유같은거.. 없어요."
"말하면, 순순히 따라갈테니까. 말해줘."
할수없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
시화는 쓰고있던 선글라스는 벗으며 말을 이었다.
"저에겐..동생있어요. 부모님은 어릴적 두분 다 돌아가시고.. 친척집 도움을 받으면서 둘이 살았거든요.
근데.. 갑자기 1년전.. 동생이 백혈병이라는거에요. 수술을 해야되는데.. 수술비가 없어서.. 그 사람을 찾아갔어요."
"최신욱을?"
"네. 그 연구소.."
"어떻게 그 연구소를 아는거야?"
"전 어릴때부터 내 눈이 이상하다는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살아계실때
그 사람이 우리집에 찾아왔어요. 대충 저를 연구소로 데려가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부모님은 절 끝까지 지켜주셨어요. 그런 소굴로 절 보내지 않으셨죠.
아무리 특이한 자식이라도..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라면서.. "
그 말에 하라의 가슴이 아파왔다.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자신의 부모와 시화에 부모님과는 너무나 정반대라서.
"그런게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전 그 사람을 찾아갔어요.
내가 사정을 말하자 그 사람은 자신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동생 수술비는 물론,
동생과 내가 둘이서 평생 행복하게 살수있을정도의 돈을 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이 시키는대로 누나가 탄 기차에 올랐고,
그 후부턴 모두 꾸며진것이었어요, 그 집도 할머니도 모두."
"하아..그래."
"미안해요.. 나를 위해.. 누나를.. 희생시켜서.."
그 말을 들으니, 시화에 대한 미움이 조금이지만 사그라 들었다.
신욱에 대한 분노만 더 늘었을뿐.
"...자, 이제 가야지."
침대와 결박되어있던 수갑이 풀러지고
시화가 자신과 하라의 팔 한쪽씩 수갑을 채웠다.
뚜벅뚜벅_
연구소가 가까워질수록, 발자욱소리는 더욱더 귓속을 울리고, 입술은 바짝바작 말라왔다.
드디어 다시는, 다시는 되돌아오고싶지 않을 곳으로 하라는 되돌아와 버렸다.
연구소의 문이 열리는 순간 하라는 무언가에 압박감에 숨이 멎은듯 눈을 크게 떴다.
익숙한 분위기, 익숙한 냄새, 익숙한 풍경. 그 모든게 하라에겐 낮설지 않았다.
단지 그 모든게 두렵고 무섭게만 느껴질뿐.
식은땀이 흘렀다.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뚜벅뚜벅. 하라와 시화는 아무말 없이, 연구소 안 사람들의 시선하나 무시한채,
묵묵히 사장실로 걸어갔다.
수갑까지 채우고 있으니 마치 자기자신이 죄인같게만 느껴졌다.
사장실문 마저 열려지고, 그 곳엔 아주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얼굴이 있었다.
- 43
"이제 진짜 자기집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때?"
하라는 기분나쁘게 웃고있는 신욱을 똑바로 쳐다보고 살기 가득한 말을 내뱉었다.
"더러워."
시화가 수갑을 풀자, 손목을 매만지며 신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계속 노려보는 하라.
"이제 내가 여기왔으니, 얘와 약속했던 돈은 줘."
"아아, 물론 줘야지."
신욱이 하얀 봉투를 꺼내며 시화에게 건내준다.
시화는 봉투안을 살짝 들여다 보자,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라 봉투를 떨어트릴뻔했지만,
이내 봉투를 있는 힘껏 잡아 쥐며 주머니에 넣는다.
"저..그럼..가볼께요..."
애써 발을 움직였다.
하라를 보기가 너무 미안해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애써 등을 돌렸다.
주머니 안에 있는 돈을 더욱 꽈악 쥐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뒤를 돌아봤다.
웃고있었다.
연구소에 다시 돌아온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으면,
손까지 바들바들 떨고있으면서도,
시화에겐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시화는 머뭇거렸다.
동생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여길 빠져나가 병원으로 달려가고싶었지만,
하라를 보니 도저히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비록 같이 지낸지 일주일을 조금 넘은 시간 밖에 되진 않았지만,
그 동안 정말 즐겁고 재밌게 지냈었는데.
계속 머뭇거리고있는 시화에게 하라는 웃으며 말한다.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가. 그 돈 다시 이 사람한테 뺏기기 싫으면. 빨리."
그 바람에 더 울컥하며 그만 시화는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시야가 뿌옇다.
하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커서 그런지 눈물을 흐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누나.. 정말 미안해요...'
"이제 방황은 끝인가?"
신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
"다시 한번.. 부질없는 날개짓을 파닥거려보지 그래?"
"..."
"어차피,그래봤자 넌 새장에 갇힌 새의 불과하니까. 그것도 아름다운.. 붉은새."
신욱이 하라의 턱을 들어올렸다가, 이내 손을 거둔다.
"최신욱.. 부탁이 있는데."
"네가 내게 부탁이라?"
".. 내가 지내던 집에.. 한번만 갔다오면 안될까."
"그.. 은루영과 같이 산다는 그집?"
"응. 네가 감시하든, 내 손에 수갑을 차든, 도망못치도록 발에 쇠고랑을 차든, 뭐든 좋으니까.
나 그집에 한번만 갔다오면.. 안될까."
진지하게 물었다. 차라리 그냥 또 다시 도망쳐 그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지금 자신이 도망을 쳤다간 그 타격은 분명 돈을 받은 시화에게로 갈것이기 뻔했기에,
애써 입술을 깨물며 신욱에게 부탁했다.
"...네가 정 그렇다면야.."
의외로 순순히 허락했다. 신욱이라면 분명 거절할줄 알았다.
아니, 하라는 한편으론 신욱이 거절하길 바랬다.
그 집따윈 다신 가기 싫었다. 오히려 잊고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렇게 평생 여기에 갇혀 살꺼라면, 한번쯤은 봐도 될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인사정도는.. 해야될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하, 하라야!!!"
하라가 돌아왔다는것에 모두들 놀라 현관앞으로 뛰쳐나왔다.
라영은 울구불구 난리도 아니면서 하라에게 폴짝 뛰어들었다.
"도대체 어디갔다온거야? 응?"
"흐아앙. 누나!"
"너 그냥 가출했던거냐?!!"
모두들 나무라는듯 했지만, 다행이야 라는 표정이었다.
"잘있었어?"
오랜만에 보는 그들의 얼굴.
오랜만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일주일 정도.
그래도 하라는 왠지 너무 오랜만인듯했다.
"정말 걱정했잖아!!"
"흐아아..흐끅.."
하라는 한숨을 한번 내쉰뒤, 입꼬리를 올리며 빙긋 웃었다.
"나, 가족을 찾았어."
"어머, 정말이야?"
"거봐, 엄마. 걱정안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 이제 이 집을 나가야되."
그 말에 모두들 아무말없이 멍하니 하라를 쳐다볼 뿐이다.
".. 그동안.. 고마웠어. 아 그리고.. 이건,"
하라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내가 신세진 값이야."
"이런거 필요없어, 하라야."
"아냐. 받아. 안 받으면 내가 더 미안하니까."
아은이 계속 봉투를 하라에게 다시 건내줬지만,
하라는 이내 봉투는 아은에게 다시 건내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나 이만 가볼께."
계속 앉아있다간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재빨리 일어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현관으로 걸어나가려는데..
"누나... 또 어디가?"
라영이 하라의 옷깃을 잡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누나 또 어디가는거야?..응?"
"나는 이제.. 내 집으로 가는거야, 그러니까.."
"흐으..그럼..다신.. 누나 못봐?..응?"
"하라야, 전화번호라도 알려주면 안되겠니?"
"...안돼.. 이제 다시는.. 만날일 없을꺼야."
흐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라영이 하라의 옷을 잡고 늘어졌다.
"누나, 가지마아..응?..나..누나한테 할말도 많은데..으우..흐.."
"미안."
"하라야..."
"미안해.. 그리고 고마웠어."
라영도 뿌리치고 가려는 순간,
루영이 하라의 팔을 홱 잡아 돌렸다.
"..너 진짜 가는거냐?"
"…그래."
"이렇게 돈만 주고 가면 우리가 좋아할줄 알았냐?!"
"그럼.. 어떡하라고? 신세 진거 값고 나간다는데도 불만이냐?"
"지금 그런말이 아니잖아!!"
"..이거놔!"
루영의 손까지 뿌리치고 이내 하라가 집에서 뛰쳐나왔다.
집 앞에 바로 기다리고있는 신욱.
"가자."
잔잔한 신욱의 목소리. 그리고 하라는 차에 올라탔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눈앞이 흐려졌지만, 신욱에게 우는모습 따윈 보이기 싫어
애써 눈을 계속 깜빡여 울음을 참았다.
"새하라!!"
하라가 차에 타자마자 루영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루영이 이미 차에탄 하라에게 다가갔지만,
하라는 루영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채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한다.
"출발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는 앞으로 나아갔고
루영이 따라잡을 새도 없이 쌩-하니 차는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44
"뭐?"
루영의 말에 모두 놀란듯 두눈을 크게 뜨며 루영을 바라보고있다.
"그게..정말이야?"
다시금 확인하고싶은지 지한이 되물었다.
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게 어딨어!!"
강하는 인사도 하지 않은채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자기집으로 돌아간 하라가 매정한지,
울쌍인채로 애꿎은 벽을 발로 퍽퍽 찼다.
"그럼 이제.. 하라 다신 못보는거야?"
발에 점점 통증이 오는지 벽 차던것을 멈추고,
이내 조심스럽게 묻는 강하.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돈은.. 꼭 갚을께."
연구로소 돌아왔다.
"이렇게 네가 돌아와 준것만으로도 기쁜걸. 그깟돈은 안 갚아도 되, 환영선물이라고 생각해 둬."
"내 방은.. 어디지? 예전 그대로 인가?"
"아아, 물론 예전그대로지. 약간 바뀐게 있다면야.. 다시는 도망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아무것도 달라진건 없어."
"방으로 갈께."
하라가 사장실을 나와 예전 자기 방으로 갔다.
방은 그대로 방치되었던건지 도망친 그날의 풍경과 똑같았다.
다만, 두개가 있던 침대가 하나로 줄어든것만 빼고.
미율이 방을 옮긴건지 침대가 하나 없어져 방은 그때보다 한층 넓어보였다.
이젠 쫒기는 신세가 아니여서 긴장이 풀린건지 하라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자신의 내음이 남아있는 방.
비록 갇혀있지만 오히려 이런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고생각했다.
하지만 그런생각도 잠시, 온몸이 떨려왔다.
다시금 예전의 생활도 돌아가야한다는 생각때문인지,
하라는 침대에 얼굴을 묻고 이불을 뒤짚어 썼다.
지금쯤이면 학교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수업을 하고있을 시간.
왠지 그리워졌다. 지루한 수업에는 졸거나, 선생님 몰래 떠들거나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과 재밌게 지내던 시간들.
그리고 가장 그립고도, 행복했던건 가족을 얻었던것.
가족 없이 쓸쓸하게 혼자 지내던 긴 시간들을 싸그리 잊게해주었던 그 시간.
가슴속에, 머릿속에 이미 너무 많이 새겨져버려서
잊을수도, 지울수도 없어 더욱 그리웠다.
"너.. 울어?"
그 목소리에 하라는 흠칫하더니, 침대에 묻었던 얼굴을 들었다.
미율이었다. 언제 들어온건지 침대에 털썩 앉는 미율.
"이제.. 원점으로 돌아온건가."
"..."
"나.. 연구소에서 아마 나가게 될꺼야."
"..최신욱이.. 보내준데?"
"날 보내주는 조건은 내가 널 연구소로 데려오는거였잖아,
근데 다른 녀석이 널 연구소로 데려와서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아…아냐, 나도 잠시 너처럼 되버린거 같다. 여기서 나간다는건.. 불가능하지.."
그리고 이내 미율은 방에서 나갔다.
하라는 왠지 쓸쓸해보이는 미율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
미율은 금방이라도 살짝 건드리면 금방 부셔져버릴것 같이 느껴졌다.
세 사람만이 앉은 식탁. 세 사람만의 밥그릇과 세 사람만의 수저와 젓가락.
하라가 오기 전까지만해도 이런건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왠지 모를 허전함에 모두들 수저를 들지 못했다.
"자.. 어서 밥먹어야지."
아은이 겨우 모두들 수저를 들게 했다.
자신마저도 힘들게 밥 한숙가락을 입안에 넣는다.
라영은 하라가 나간뒤 몇날 며칠을 울었는지 알게 해줄정도로 눈이 부어있다.
"엄마.."
라영이 캐릭모양이 그려져 있는 수저를 다시 식탁에 내려놓고 아은에게 말했다.
"왜 그러니?"
"누나말야..누나.."
"..그래."
"누나 이제 우리랑 같이 안사는거..."
계속 뜸을 들이는 라영.
"…나 때문이야?"
퉁퉁 부운눈으로 또 울으려는건지 그새 다시 눈가가 촉촉히 젖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소리야, 라영아."
"누나....나 때문이지..그치.."
밥그릇에 뚝뚝 떨어지는 라영의 눈물방울.
"은라영, 이상한 소리 말고 밥이나 먹어."
"형도.. 그렇게 생각하지?"
"..무슨소리야 너."
"내가.. 누나 좋아해서.. 누나 간거잖아.."
"하라를 좋아하는건 우리도 마찬가지.."
"나는 누나를.. 그냥 누나처럼 안 좋아했단말야.. "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눈물 마를줄 모르는 라영의 눈물샘.
"누나가 내 여자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해서.. 그래서.."
"라영아.."
"형아도 누나 좋아하는거 아는데... 그런데.. 라영이도 누나 너무 많이 좋아해서
그래서 형한테 지고싶지 않다는 생각했어. 누나가 나만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어.."
"..."
"라영이가 너무 욕심 많이 부려서.. 그래서 누나가 라영이 싫어져서..누나 간거잖아.."
모두들 아무말없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누나가.. 나 안 좋아해도 좋으니까.. 형을 좋아해도 좋으니까, 우리집에 다시 왔으면 좋겠어."
의자에서 일어나 라영에게 다가가 라영을 폭 안아주고 달래주는 아은.
"그런거 아냐.. 라영아. 누나는 이제 진짜 집으로 간거 뿐이야."
"..흐으.. 누나가.. 다신 볼일 없댔어. 라영이가 보기 싫은거야.."
"그런거 아니라니까. 언제든지 누나 보러갈수있어.
다만, 우리 라영이가 울지않고 평소처럼 밝게 웃고있으면 누나를 보러갈수있을꺼야."
"..정말?"
"물론이지. 자, 그럼 라영아. 이젠 울지 말아야지?"
그제서야 꺽꺽대며 울던걸 멈추는 라영이다.
"응..라영이.. 울지 않아.."
- 45
몇일전 부터 계속 침울한 학교생활을 하던 라영.
하지만 오늘은 눈가의 붓기도 어느정도 빠지고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친구들과 지내고있다.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음침하다 못해 분위기를 다 다운시키게 만드는 라영이었지만,
오늘은 밝게 웃고있었다. 아니 웃으려 노력하는것 처럼 보였다.
라영이 침울했던 이유를 모두가 추측이라도 해본듯,
미루와 헤어져서 그런다네 뭐라네, 라는 소문이 돈적도있었다.
오히려 라영이 저러니까 분위기있네, 고독하네 뭐네 라며 더 좋아한 여자아이들도 많았다.
"야, 은라영!"
점심시간에 미루가 라영을 불렀다.
"응, 왜?"
오늘따라 심하게 방긋방긋 웃어대는 라영이 못마땅한지 미루는 미간을 좁히며 라영에게 말한다.
"너 왜그러냐? 웃는게 너무 이상하잖아!"
"내가 뭐? 난 잘 웃고있는데."
"..무슨일있냐? 그러보니 하라언니가 진짜 집으로 갔다며?"
미루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마자, 순간 라영의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금 방긋방긋 웃었다.
하지만 한순간이였더라도 표정이 굳은걸 놓칠리가 없는 미루였다.
"역시.. 하라 언니때문에 그러는구나."
"..아니야."
"너, 그렇게좀 웃지마! 하나도 안 귀여워보여. 하나도 웃는거 같지 않아. 금세 울꺼같은 표정이면서."
"싸가지야..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거야! 나 지금.. 웃고있잖아.."
고개를 숙이는 라영.
미루는 그런 라영을 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라영의 등을 퍽퍽 다독여준다.
"사내자식이. 울지마라, 나도 안 우는데."
"넌 울일 없잖아.."
"나도 울고싶을때 엄청 많거든! 너처럼 사랑때문에 울고싶을때 많다구."
"사랑?..형말이야?"
"그래, 너 내가 얼마나 오빠를 좋아하는지 알지."
"응, 알다마다."
"하지만.. 나도 알아. 오빠랑 나는 친척이라 여자친구도..결혼도 할수없는거.
어른들은 그저 오빠를 잘 따른다고 생각하겠지만.. 난..진짜 좋아한단말야."
루영의 등을 다독여 주던걸 멈추고 갑자기 뒤로 도는 미루.
"너 때문이잖아!"
"뭐가!"
"네가 자꾸 우니까..나도 울고싶어지잖아..씨이.."
미루가 애써 울지 않으려 손등으로 눈을 비빈다.
"아무튼! 너 하라언니 때문에 울지좀 마."
"너도 형 때문에 울지마 그럼."
"네가 우니까 잠깐 운거 뿐이야! 이젠 다신 안 울어."
"..아무리 어려도.. 사랑때문에 울수있는거구나."
"바보야, 당연하지. 아무리 어려도 사람인데."
그리고 둘은 울음을 그치고 애써 베시시 웃어보였다.
웃으며 미루의 등을 퍽퍽 다독여주듯이 때리는 라영.
"아프잖아!"
"나도 아까 아팠거든!"
"땅꼬마! 아깐 진심으로 다독여준거라고!"
"아무리 진심담겨도 아픈걸 어떡하냐! 하긴.. 네 힘이 좀 세야말이지."
"뭐어?! 이 땅꼬마가!!"
"씨끄러 싸가지!!"
느긋한 저녁시간. 저녁밥을 다 먹은뒤, 텔레비젼을 보며 사과를 깎아먹고있는 루영.
아은은 아직 집에 안 들어온듯 하고, 라영은 벌써 일찍 잠이 들었다.
텔레비젼에서 깔깔거리자, 루영도 따라 깔깔거리며 웃었다.
어느새 접시에 나란히 놓여있던 사과가 다 없어지자 다시 냉장고로가 사과를 씼고 들고나오는 루영.
그리고 칼을 사과에게 가져갔다.
'사과죽여.'
'깍으려고하는데 왜 뺏으려고해!'
'사과는 먼저 이렇게 죽인다음에 깍는거라고. 안죽이고 그냥 깍으면 사과가 더 아플꺼아냐.'
순간 하라가 생각났다.
사과를 죽인다니, 어쩐다니 하며 사과를 깎던 하라.
생각하고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루영은 풋- 웃었다.
"사과는 죽인다니.. 진짜 바보아냐."
사과 먹을 마음이 없어진건지,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며 웃을 마음이 없어진건지
루영이 웃음을 멈췄다.
그나마 이제 차차 잊어간다고 생각해왔지만,
집안 곳곳에 남은 하라의 모습은 전혀 지워지질 않았다.
"하아... 새하라."
'보고싶다.'
"나왔어~"
일을 끝내고 돌아온 아은. 하지만 아무도 자길 반겨주지 않았다.
"뭐야, 루영아. 라영아."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쭈그려 자고있는 루영.
텔레비젼은 혼자 떠들어대고있었다.
"이런.. 이런데서 자니, 루영아. 일어나 엄마왔어."
"으음... 아 왔어."
눈을 비비며 부시시한채로 일어났다.
"라영이는?"
"방에서 자."
"그래, 라영아~ 엄마왔다. 아이스크림 사왔으니까 먹어."
"하아암.. 아이스크림?"
먹을꺼 사왔다는말에 금세 일어나 쪼르르 방에서 나오는 라영.
"저녁 먹었어?"
"응, 대충. 엄마는?"
"나도 먹고왔지."
"엄마!"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아은을 부르는 라영.
"응 왜?"
"라영이 오늘 학교에서 계속 웃었어!"
"그랬어? 라영이 착하네."
"헤헤.. 그럼 언제 누나 보러가?"
라영은 천진난만 하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죄 묻히고 먹으며 아은의 말을 기다린다.
"어.. 그게 말이지."
라영을 달래주려 확김에 했던 말이라, 아은은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연락처도 모르고, 하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기 때문에,
아은은 말을 지어내려 머리를 짜고 또 짰다.
"그, 그러니까~ 우리 라영이가 일주일동안 계속 울지않고 웃으면 보러갈수있을..꺼야. 하하."
"진짜?"
라영이 눈을 빛냈다.
반짝반짝 눈을 빛낼때마다 라영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지는 아은이었다.
딩동-
그때였다. 누가 찾아오기라도 한건지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나가볼께."
루영이 쇼파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다급하게 들어오는 중년의 남자와, 여자.
"누구니, 루영아."
"어, 엄마.."
당황한 루영의 목소리에 아은도 현관으로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라영도 아이스크림을 들꼬 쪼르르 따라갔다.
"어머.. 누구세요?"
급하게 온건지 숨을 고르는 두 중년.
나이로는 아은과 비슷해보였고, 옷차림새는 꽤 있는 집안인거 같았다.
"저기..."
중년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아은은 동안이라 40이 넘은 나이로도 세련되고 더 젊어보였지만,
이 중년의 여자는 젊어보이진 않아도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있었다.
"실례합니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남자 역시 상당히 고운 이목구비를 가지고있었다.
"무슨일이죠..?"
적잖게 당황한 아은이 물었다.
"우리 딸을.. 찾으러 왔는데요."
- 46
"제법 춥네요."
몸을 웅크리고 두 손을 비비자, 지한이 겉옷을 벗어 요담에 어깨에 살포시 얹어준다.
"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입고있어."
"선배..안 추워요?"
"너랑 같이 있으니까 안 추워."
닭살스러운 말을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채 내뱉는 지한.
요담이 쑥스러운듯 지한이 준 겉옷을 더욱 꽉 덮는다.
"아.. 그러고보니, 하라누나가 자기집으로 갔다면서요?"
"그래."
".. 많이 섭섭하네요."
"우리도 그렇지만 루영이녀석이 더 섭섭하겠지. 아마."
"아..."
"그나저나..이렇게 둘이 있는것도 오랜만이네."
요담을 지긋이 바라보는 지한.
"그러게요.. 누나 눈치보느라 자주 만나지도 못했잖아요,헤헤. 근데..간식거리 사러간다는 핑계대고 나온건데.."
"빨리 들어가 봐야돼?"
"아뇨! 선배랑 더 오래있고싶은걸요."
"나도. 더 오래 같이 있고싶다."
"..선배..저..."
"응?"
뭔가 말하려는지 머뭇거리는 요담.
이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간신히 입을 연다.
"뽀뽀해도 돼요?"
요담의 말에 순간 풋-하고 웃음이 나올뻔한걸 참고
지한은 자신의 고개를 낯춰 요담에게 다가갔다.
"자-"
"..네?"
"뽀뽀하고싶다며, 자-"
요담에게 얼굴을 내미는 지한.
그리고 지한이 눈을 감았다.
요담이 수줍게 다가갔다. 그리고 지한에 볼에 자신의 입술을 맟췄다.
자신의 볼에 입술이 닿자 지한이 약간 실망한듯,
"싱겁게 겨우 볼이냐."
라며 픽 웃었다.
그 바람에 요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
순간 지한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당황스러운 눈빛이 지한을 감싸돌았다.
"왜 그래요 형?"
지한의 시선이 머무는곳엔 다름아닌..
강하가 서있었다.
강하를 보자 요담도 적잖게 놀랐는듯 눈을 크게 뜨고 강하를 바라봤다.
"..하..하하.."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강하.
"도대체..이게..어떻게 된건지.. 설명 좀 해줄래?"
"딸이라뇨?"
아은이 차를 내오며 의아한듯 물었다.
그 두 중년은 차를 한모금씩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에 저희 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거든요."
"딸이요?..여기엔 저와 아들둘 밖에 안 사는데.."
"그, 그런가요? 여보, 우리가 집을 잘못 찾아온건가요?"
"분명 여기가 맞는데.."
당황한 얼굴색을 보이며 마시던 차를 내려놓는 부부.
"엄마..있잖아.. 하라누나 말하는거 아니야?"
라영의 말에 그 부부의 시선이 모두 라영에게 쏠렸다.
"라영아, 조용히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냐."
"하라..요?"
"아, 그게..몇일전까지 우리집에서 같이 살았던 여자아이에요."
"혹시.. 그 아이 뭔가 이상하지 않았나요?"
"이상하다뇨?"
"그게.. 머리와 눈이 붉거나.."
그 말을 듣자 마자 모두 흠칫했다.
믿고싶진 않았지만, 만약 자신들이 생각한게 맞다면 지금 하라는 어디로 간것일까.
지금 앞에 있는 두 부부보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머리색과 눈동자 색도 붉은 여자아이.. 말하는 거죠."
"아아- 맞습니다!"
아은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그 두 부부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아마도 확실한듯 했다. 이 부부가 하라의 부모인것을-.
딱 보기에 하라처럼 희한하다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정도의 평범한 부부.
하지만 하라의 아름다움만은 두 부부에게서 고스란히 물려받은것 같았다.
"지금 어딨죠 우리아인?!"
"가족을 찾았다면서 나갔는데.. 부모님은 모르셨어요?"
"가족..이요?"
"네."
"설마.. 다시 연구소로 잡혀간건..아-"
하라의 엄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걸 놓치치 않고 묻는 아은이다.
"…연구소라뇨?"
방과 바깥이 통해져있는건 달랑 저 높이 있는 작은 창문 하나뿐.
저 작은 창문하나에도 쇠창살이 단단하게 붙어있다.
침대에 누우니 시선이 자연스레 창문으로 옮겨졌다.
달은 마치 하라의 방 창문에서 바로 볼수있도록 옮겨놓기라도 한듯,
창문으로 환한 달빛이 새어들어왔다.
달빛은 밝았다. 밝은 달빛이 형광등을 켜지 않은 방을 비춰주는것도 좋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로 비춰져서 하얗던 달빛이 붉게 물드는 것은 싫었다.
자신의 붉은 머리칼과 눈동자에 달빛이 비치면, 밝고 하얗던 달빛은 이내 붉게 물들고 말았다.
차라리 저 작은 창문마저도 없는게 더 나을거 같다고 생각했다.
작은 창문이라도 밖과 통해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저 창문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쓸데없는 작은 희망같아서.
차라리 저 창문마저 매꿔버리는게 오히려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지금쯤 뭐하고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쯤이면 점심을 먹고있겠지, 지금쯤이면 수업을 듣고있을꺼야,
지금쯤이면 저녁을 먹고 텔레비젼을 보면서 뒹굴고있겠지.
자신은 연구소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한채 연구만 받고있지만,
다른 애들은 뭐하고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어느새 낙이 되었다.
"지금은.. 뭐하고있을까."
- 47
처음엔 말하기를 꺼려했지만, 이내 하라의 관한 모든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 얘기를 들은 아은과 루영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직 어린 라영은 무슨소린지 몰라 고개만 갸우뚱거리고있다.
어떻게 부모가 되서는 그럴수있냐고 라며 하라의 부모에게 쏘아대고싶은 아은이었지만,
하라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생판 남이기에 그럴 자격이 없다는걸 알아서 그저 가만히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부부는 연구소에서 받은 돈으로 해외로 나가 사업을 시작해,
그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둬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전에 한국으로 올라와 하라를 찾고있다고 말했다.
"너무 하시는거.. 아닙니까?"
"네?"
"제가 정말.. 이런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아은에 태도에 부부는 물론, 루영도 놀라 아은을 말렸다.
하지만 아은은 할말을 해야겠는지 그 부부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당신들은 이미 오래전에 하라를.. 아니, 그 아이를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몇달도 아닌 몇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아이를 찾는거죠?"
"저희도.. 저희의 잘못이 크단걸 압니다. 당장이라도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하고싶어요.
그때는.. 저희도 많이 어려서.."
"아무리 어려도 자기 자식을 버리는 부모는 없어요. 여자는 누구나 모성애란걸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댁은.. 자기 자식을 버린사람이에요. 이제와서 아이를 다시 찾는다해도.. 과연 그 아이는 기뻐할까요?"
"지금으로썬..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습니다. 우선 그 아이를 찾는수밖에.. 찾아서.. 용서를 비는수밖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싶어하는 그 부부.
그 모습에서 아은은 부부가 아직 하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꼈다.
쌔앵-
찬바람이 불어와 그들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몸을 웅크릴정도의 바람이었지만, 강하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둘을 자신에 두 눈에 담고있었다.
"..너희둘.. 뭐야..?"
떨리는 강하의 목소리. 흔들리는 동공.
놀라고 어이없다는 표정.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수 없는 지한과 요담이었다.
"..누..누나.."
"시끄러워. 김지한 네가 말해봐."
지한을 노려 보며 말을 하는 강하.
"우선.. 미안하다."
짜악-
지한의 고개가 돌아갔다. 바람이 차서 그런지 맞은 뺨에도 찬바람이 부딫혀 더 쓰라렸다.
"미친놈.. 미친놈!!"
그리고 또 다시 손을 높이 쳐드는 강하. 하지만 지한은 그저 맞아줄 생각인지 가만히 있었다.
짜악-
찬 바람과 함께 뺨과 손이 마찰되는 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진요담."
"누나..때리려거든.. 우선 얘기부터 듣고.."
"시끄러워.. 정말..!!"
지한을 감싸주다가 자신이 대신 뺨을 맞은 요담.
아까보다 더 세게 때리려 했던건지 요담의 뺨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아주 쌍쌍으로 논다, 너네. 아.. 나 진짜."
강하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김지한.. 이 미친놈아. 너 내 동생 게이로 만들려고 작정했어?!!"
"누나! 진정해. 다 내가 잘못한거야, 선배한테.. 그러지마."
"이.. 게이새끼야!! 왜 이딴 녀석을 좋아하는거야, 다른 예쁜 여자애들도 많잖아.. 왜 어째서 김지한이냐구!"
".. 지한형이니까, 형이 남자든 여자든이 아니라, 한 인간인 지한형이 좋으니까."
"..요담아...제발..응? 제발 요담아.. 못생겨도 좋으니까.. 아무래도 좋으니까, 제발 여자애랑 사겨.. 응?"
강하가 요담의 어깨를 잡고 설득하듯 말했다.
"...."
하지만 요담은 아무말없이 강하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하...그래.. 평생 둘다 게이로 살아라.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평생, 김지한 네 녀석 보고싶지 않다."
"..."
"그리고.. 진요담 너도."
그리고 강하는 등을 돌렸다.
지한 옆에 있어야될지, 강하를 따라가야될지,
어쩔줄 몰라하는 요담.
"가라. 다음에 보자."
"..네."
지한의 말에 이내 요담은 강하를 뒤좆았다.
"누나!!"
숨을 고르며 강하를 붙잡는 요담.
요담을 바라보는 강하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다.
"누나..."
"너같은 게이새끼 동생으로 둔적없어."
이내 요담을 강하는 요담을 뿌리쳤다.
"누나 제발 이러지마!"
다시 붙잡는 요담.
하지만 역시나 뿌리치는 강하다.
저벅저벅-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강하.
그런 강하의 뒷모습을 보는 요담의 표정은 한없이 슬퍼보였다.
"누나.. 누나까지 그러면... 나 정말 힘들어."
연구소의 날이 밝았다.
해가 지고 해가 뜨고의 반복.
하라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곤 잠에서 깼다.
방에서 나오니 여느때와 다름없는 얼굴들이 보였다.
연구소 직원들. 연구소에 자신과 같은 처지인 아이들. 그리고 미율.
"잘잤어?"
"응."
하라는 미율의 옆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하려는건지 모두가 커다란 식탁에 모여 앉았다.
아침식사를 다 마치자, 모두가 일제히 움직였다.
수업시간인듯 했다.
연구소의 시간표는 이러했다. 아침식사-수업시간-점심식사-수업시간-연구시간-저녁식사-취침.
연구소에 감금되다 시피 있고, 인간취급받지 못하는것만 빼면 꽤 살만도 했다.
각각 나이에 맞게 공부도 가르쳐 주었고, 밥을 먹어서는 안되는 연구라거나 그런 의외만 빼면 밥도 매일 꼬박꼬박 주었다.
학교와는 다르게 웃음도 재미도 없는 수업시간.
"하암..."
하라는 지루함을 이길수 없는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영아..'
'시……영…'
번쩍- 하고 눈을 뜨니 이미 수업을 끝나있었다.
텅빈 교실엔 하라 혼자 만이 남아있었다.
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왔다.
"...영?.."
꿈인지 뭔지 모를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뭐지...시...ㅇ.."
말끝을 흐렸다. 더이상 되뇌었다간 잊고있었던 것이,
기억하지 싫었던것이 자꾸만 떠오를것 같아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것을 멈췄다.
- 48
조용하기보단 일방적으로 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 불편한 침묵.
하지만 이내 신욱이 입을 열었다.
"..따님을 찾으러 오셨다구요."
한없이 낮은 목소리.
"네.. 그런데..사장이 바꼈나요?"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아들인 제가 맡아서 하고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딸은 어딨죠?"
"저희도 본명을 알고있지 않으니, 특징부터 알려주세요."
"머리카락과 눈이 붉습니다."
그 말에 신욱의 동공이 약간 흔들렸다.
"..아.. SW.A."
설마 하라의 부모일줄은 몰랐는지, 속으로 픽 하고웃는 신욱이다.
"계약할때 주신돈은 두배.. 아니, 세배라도 값을 테니..."
"소용없습니다."
"..네?"
"제가 아닌 저희 아버지와 계약하셨겠죠?…계약기간을 잊으신겁니까?"
"계약..기간이요?"
"연구가 끝날때까지. 아직 그 아이의 연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돈을 그만큼 더 드리면 되잖아요. 제발 내보내주세요."
"계약위반은 허용치 않습니다. 돌아가주세요."
냉정하고도 무뚝뚝한 신욱의 말.
하지만 부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매달렸다.
"제발..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부탁드려요. 그 아이에게 잘해준것도 없는데..
그 아이에게 지금까지 상처만 줬는데..지금이라도 용서를 빌고싶어서 그래요.
이런곳에서 평생 있게 할순없어요. 제발.. 내보내주세요."
애원하다 시피 부탁했다. 두 부부는 무릎까지 굽히며 연신 신욱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어떤 말을 해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신욱이었다.
"돌아가세요."
"누나랑 싸웠어?"
엄마의 말에 요담은 아니요 라며 웃음으로 넘어갔다.
지한과 사귀는걸 들키고 난후 부터, 강하는 요담에게 차가워졌다.
요담이 강하의 얼굴을 보는건, 식사 할때와 화장실을 드나들때뿐.
집에서 강하와 마주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요담아, 누나 점심먹으러 오라고 해라."
"네."
요담이 강하에 방문을 두드렸다.
"누나 점심먹.."
벌컥 열리는 방문.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요담이 놀라 뒤로 넘어졌지만,
강하는 그것을 보고도 마치 자기 주위엔 아무것도 없는다는듯 행동했다.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친절하고 착한 누나였는데, 지금으로썬 강하는 완전 딴사람 같았다.
차갑기 그지 없는 강하에 태도에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나오려 했다.
강하가 이렇게 변해버린게 꼭 자신탓만 같았다.
점심먹는 내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강하와 요담의 부모님은 얘네 왜이래 라는 표정만 지을뿐 밥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하도 잘먹었어 라는 말과 함께 식탁에서 일어나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흐음.. 아무래도 이상하단말야."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요담을 보며 말했다.
"너 누나랑 싸운거 맞지? 도대체 어떻게 싸웠길래, 강하가 저렇게 단단히 삐진거야?"
"싸운거.. 아니에요 엄마."
"아니긴, 왜 싸웠는지는 몰라도 요담이 네가 먼저 사과해라. 네 누나 고집센거 너도 알잖아."
"..네."
어깨가 축처진채 방으로 들어가는 요담.
그리고 침대에 풀썩 누워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일어서서 방문 주의를 서성거리다가, 방을 나와 강하의 방으로 향했다.
"..."
도저히 노크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강하의 차가운 눈빛과 차가운 태도를 보는것만으로도 요담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있을수는 없는 노릇. 요담은 강하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나, 들어가도돼?"
"..."
방너머에선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요담이 마음을 잡고 문손잡이를 돌렸더니 끼익 하고 문이 열렸다.
강하는 침대에 누워 시선을 천장에 박고있었다.
요담에겐 눈길하나 주지 않으려는지 계속 천장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강하다.
"...얘기좀 해, 누나.."
이내 강하가 천장에서 시선을 거두며 요담을 쳐다봤다.
"뭐야. 난 할 얘기 없어."
"누나!"
"나가."
"누나..미안,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얘기 좀.."
"나가라구!!"
순간 요담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누..누나..흐..흐으.."
애써 참고있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요담이 주저 앉아 울자, 강하가 너 왜이래 라는 표정으로 요담을 일으키려 했지만
요담이 강하의 두 팔을 붙잡았다.
"흐으..누나. 누나가.. 그렇게 하니까.. 나 너무 힘들고.. 무섭고 그래.
남자가..남자를 좋아하는거..그래 이상해. 하지만..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사람 좋아한게 그렇게 나쁜거야? 내가.. 엄청 나쁜짓한거야? 응?"
끝없이 흘러 내리는 요담의 눈물은 두 뺨은 물론 옷까지 적셔갔다.
그런 요담의 모습의 강하는 안쓰러운듯 고개를 돌렸다.
"누나라면.. 조금은 놀라도.. 이해해줄줄 알았어. 누구보다 내가 선배를..
아니 지한형을 좋아하는걸 아니까..그런데..왜 그래?…나 안그래도 무서워.
엄마랑 아빠한테 내가 남자랑 사귄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지..그것도 너무 무서워 죽겠는데..
누나까지..흑...누나까지 그러면 나…"
강하의 팔을 잡고 오열하듯 요담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끅끅거리는 소리까지 내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저녁을 다 먹은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신욱이 자길 부른다른 말에 사장실로 향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사장실로 들어가니, 신욱이 웃으며 하라를 반겼다.
"어서와."
"무슨일이야."
"기쁜소식을 하나 알려주려고 하는데."
"기쁜 소식이건, 뭐건 필요없으니까, 아무때나 불러내지마."
그리고 하라를 등을 돌려 사장실밖으로 나가려는 찬라,
"너의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사장실문 손잡이로 가던 손이 멈추고, 걸어나가던 발걸음도 멈췄다.
그리고 숨이 턱 막혀오는듯한 놀라움.
"..."
"궁금하지 않아?"
신욱의 말에 하라를 다시금 시선을 신욱에게로 향했다.
"내 부모는 옛날에 죽었어."
정말로 태연하게, 정말로 아무런 감정 담기지 않는것처럼 그렇게 말을 하는 하라.
마치 부모에 대한 정이란 정은 다 떼어버리기라도 한듯,
하라의 표정에선 부모에 대한 그리움 하나 보이지 않았다.
".. 죽다니, 멀쩡히 살아계시는 부모님이 들으시면 꽤나 섭섭해 하시겠는걸?
하긴.. 네가 그런말을 하는것도 다 이해가 되긴 해. 자길 버린 부모가 다시 찾아왔다고 한들,
자길 버린 기억만은 평생 지워지질 않을테니까."
"...!!!"
"그래도, 보고싶지 않아?"
이번 질문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쯤은 옛날에 다 버렸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부모를 만날생각도,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마음 깊은곳 어디에선가 가족이라는 단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 49
부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참을 연구소 주의를 서성거리다 이내 다시 아은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은은 어째서 다시 돌아온것인지 의아한듯 물었다.
".. 계약기간이..연구가 끝날때 까지라, 지금은 내보낼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연구가 평생 안 끝나면 평생 거기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요?"
"…저희는..이제 어떡해하죠."
눈물을 흘리는 하라의 엄마. 그리고 고개만 숙이고있을뿐인 아빠.
아은이 머리가 복잡한듯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보세요."
"네.."
"아..그런데.. 그 연구소가, SW연구소 라고 했죠?"
"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하라와는.. 짧았지만 아주 잠시동안 가족이나 다름없었는걸요."
아은이 빙긋웃어보이자, 부부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듯했다.
부부가 나가자 집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라영은 저녁을 먹고 난후 바로 잠들었고, 루영은 볼일 있다며 나가서 그런지 집안은 더욱 조용했다.
아은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SW연구소라."
"담배있냐?"
"나 담배 안피잖아."
"술 마실래?"
"여어- 잊고 있는거 같은데, 우리 미성년자라구."
"그럼..그럼..으음.."
"너, 무슨일인데?"
저녁시간, 지한이 갑작스럽게 불러내길래 루영은 지금 지한에 집에 와있다.
생전 안하던 말을 하며, 어깨가 축 처진채 한숨만 쉬는 지한.
"있잖아..루영아.."
"응."
"하아..."
"빨리 말해."
"..그게..."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왠지 분위기가 평소때랑 다른 지한이어서 손을 거두었다.
"강하한테 들켰다."
그제서야 지한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는 루영이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잖아, 언제까지 숨길수도 없고."
"루영아아! 나 어떡해? 이대로 헤어지는건 아니겠지? 으아앙-"
안절부저 못하며 루영에게 매달리는 지한.
멋있게 강하에게 뺨을 맞아주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헤어져!"
"...뭐?"
지한이 징징대던걸 멈추고, 루영에게서 떨어졌다.
"헤어지라구, 그니까 뭐하러 남자새끼랑 사귀냐."
"...."
"솔직히..너 걔 앞에서는 학교모드로 돌아가는거 진짜 짜증나.
우리랑 있을땐 오도방정을 떨다가 걔만 나타나면 바로 돌변하는거, 그거 너 완전 이중인격이다."
"..너까지 왜그래."
"네가 안 쓰러워서 그렇지."
루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한의 어깨를 툭 하고 치며 말했다.
"…루영아.. 아무말 말고, 그냥 지금은 아무말 말고 옆에만 있어주라."
루영이 한숨을 쉬며 지한 옆에 앉았다.
지한이 고개를 기우려 루영에 어깨에 기댔다.
"루영아, 우리 이러니까.."
"응."
"꼭 연인같다."
퍽-
루영이 표정을 싹 바꾸며 지한의 머리를 퍽- 때렸다.
"아아, 왜 떄려."
"이 자식 멀쩡한가보네. 내가 걱정 안해도 되겠어."
"나도 나름대로, 너 위로 해주고있는거야. 어쩌면.. 나보다 네가 더 힘들지도 모르잖아."
"내가 왜?"
"뭔지 몰라서 물어?"
"모른다."
"하라말야. 너 하라 좋아하잖아."
하라얘기가 나오자마자 표정이 삭 굳어진다.
"누가그래? 내가 걔를 좋아한다고?"
"네가."
"내가 언제그랬어!"
"네 얼굴에 다 쓰여있어. 바보야."
지한이 루영의 이마를 콩 하고 때리자, 루영도 반격한다.
퍽-
"난 살살 때린거야! 아니 때린것도 아니잖아!"
"때린건 때린거야."
"난 콩-소리가 났고, 넌 퍽-소리가 났잖아, 엄연히 틀려!"
"같아."
"이씨. 유치한놈."
"뭐?"
"아니, 네랑 떠드니까 기분이 한결 났다. 역시 쓸모없는 친구라도 있으면 좋은거구나."
"너 또 뭐랬냐? 쓸모없는 친구? 누가 할소리!"
"으아아- !"
루영이 다시금 때리려 들자, 지한은 루영을 현관밖에 떠밀다 시피 던져버렸다.
"루영아 잘가라~"
"이자식! 감히 날 쫒아내?! 다신 부르지마!"
"미안~"
"..아무튼! 나도 강하랑 얘기해볼테니까, 너도 강하 설득시켜봐."
걱정하지 않는줄았는데, 은근히 걱정해주는 루영이 고마워 지한은 내심 기뻤다.
"..응!!"
"들어가도되지."
미율이었다.
"그래, 들어와."
미율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들었어. 너네 부모님이 널 찾으러왔다면서."
"아.."
"뭐야, 너 부모님 없다고 했잖아.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죽었어. 나한테 부모따위는 없다구."
"고집피우지 마. 이렇게 찾아와준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난.. 내가 찾아가도 받아줄지 않을지 모르는데."
"...."
"오늘이.. 마지막이야."
"응?"
"아- 아니.. 잘자라구."
미율이 하라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갑작스런 미율에 태도가 의아했긴 하지만 왠지 쓸쓸해보이는 미율의 표정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하라야, 넌 정말 소중한 친구야."
"미율아.."
"그러고보니 하라는 네 본명이 아니지. 언젠가는.. 꼭 너의 본명을 알려줘."
그리고 미율은 방을 나갔다.
"그래. 오늘밤이.. 마지막이야."
저벅저벅_ 가볍고도 무거운 발소리가 연구소 안을 울린다.
정확히 밤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침도 아닌 새벽.
무언가의 발자욱이 사장실을 향한다.
똑똑.
노크를 한뒤 사장실로 들어가는 미율.
미율의 눈빛은 평소와 달라보였다.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듯한 눈동자.
어둑어둑한 어둠이 점차 사라져가는걸 보고있기라도 한건지, 신욱은 창밖을 보며 서있었다.
"무슨일이야."
"...보고싶어서요."
미율이 신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신욱의 등을 살며시 안았다.
뿌리칠줄 알았지만, 신욱은 가만히 창밖만 보고있었다.
"사장..아니, 오빠."
"...."
"이젠, 당신을 좋아하지도, 사랑하지도, 원하지도 않을께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어줘요."
애절한 미율의 목소리. 신욱이 아무말 없자 금세 사장실은 고요해졌다.
"그리고..."
잠시뒤, 고요함을 깨는 미율의 목소리.
"나와 같이 죽어줘요."
푸욱-
사람의 살을 날카로운 것으로 뚫는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새빨간 선혈이 옷과 바닥을 적셔갔다.
- 50
삐용삐용-
거리를 울려퍼지는 구급차 소리. 빨간불빛을 빛내면서 어디론가 다급하게 달려간다.
"왠 소란이지.."
지한에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있는 루영은 의아한듯 구급차가 지나가는것을 본다.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으로 가던 걸을을 바삐 걷는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란스러움.
무시하고 계속 잠을 청해보지만, 도저히 신경쓰여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하라.
창문을 바라보니 아직 밖이 어두운게 밤이 지나지 앉은듯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는 하라.
무슨 큰일이라도 난건지, 모두들 나와있었다.
"어떡해!"
"무슨일이래냐."
"글쎄, 구급차까지 왔다니까!"
웅성거림과 수군거림을 끊어질줄 몰랐다.
씨끄러운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하라로썬 다시 방에 들어가려했지만,
누군가의 말소리가 하라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SW.B가..."
SW.B라는 이름이 나옴과 동시에 하라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미율이가 뭐?"
갑자기 어깨를 잡으며 묻는 하라에 의해 당황했는지, 그 아이는 말을 더듬으며 말한다.
"SW.B가 사장님을 칼로 찔렀대!"
"…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듯 햇다.
하라는 도저히 믿기지가 앉아 잠시동안 멍하니-
넋이 나가기라도 한듯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자자- 소란스러우니까, 다들 들어가 자도록!"
연구소직원이 아이들을 모두 방으로 들여보낸다.
하지만 하라는 연구소직원들 사이를 빠져나가 사장실로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나.. 연구소에서 아마 나가게 될꺼야.'
'오늘이.. 마지막이야.'
순간순간의 미율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 말이…이걸 뜻하는거였니?!!'
벌컥-
사장실 주의는 못들어가도록 주의에 무언가를 쳐놓았지만,
하라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무작정 사장실 문을 열어 제꼈다.
문을 열자마자 시야를 사로잡은 붉은색.
기분나쁘도록 새빨갛게 빛나는 선혈이 바닥을 흥건히 적셔있었다.
몸이 덜덜 떨렸다. 자신이 저렇게 끈적하고 비릿한 것의 색을 가지고 있다니.
역겨웠다. 목 위로 올라오려던걸 간신히 참았다.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의 머리도 눈동자도 모두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이리 나와!"
경찰한텐 연락하지 않을건지, 연구소 직원들만이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사장실 안에 있는 하라를 발견하고는 끌어냈다.
"이거놔!!"
고함을 지르며 연구소 직원들을 쏘아보는 하라.
하라의 눈동자가 순간 너무 차갑고 붉게 반짝여서 연구소 직원 모두가 흠칫했다.
"당신은 알지?"
"뭐?"
"이게 어떻게 된건지 처음부터 다 말해줘!"
하라가 직원의 옷가지를 부여 잡으며 말했다.
직원은 할수없다는듯 말을 이었다.
"SW.B가 사장님을 칼로 찔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장님을 안은채 자기와 같이 찔렀지."
"어디..병원이야? 어디 병원으로 갔어?!!"
".. 네가 상관할일 아냐. 어서 방으로 들어가."
"알려줘! 알려달라니까?!"
"...휴, 정한병원이다."
직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라를 달렸다.
직원들이 쟤 잡아! 라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하라를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사건으로 인해 소란스럽다보니 경비는 다소 허술해진듯 했다. 하지만 하라가 나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딜 가려고!"
"이씨.. 나 병원가야돼!! 이거놔줘..이거 놓으라고!!!"
제정신이 아니것 처럼 몸부림치다 결국 하라는 손목을 수갑에 묶인채 방에 갇혀버렸다.
'하라야, 넌 정말 소중한 친구야.……언젠가는.. 꼭 너의 본명을 알려줘.'
미율의 목소리가 메아리 치듯 머릿속을 울렸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러 이로 질끈 깨물고 있던 입술안으로까지 다 들어갈 지경이었다.
"흐으....으..흐윽.."
피가 새어나올때까지 입술을 깨물고 깨물고 또 깨물었다.
이렇게 갇혀있으려니 더욱 답답하고 속이 타들어가버릴것만 같았다.
하라는 어떻게든 수갑을 끊보려 애썼다.
계속 흐르는 눈물은 이제 무시한듯 수갑 끊기에만 집중했다.
이로 깨물어보기도 하고 책상에 부딫혀보기도 하고,
안간힘을 다해 어떻게든 수갑을 끊어보려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젠장..!"
이제 포기하려는 마음이 물씬 밀려들어올때, 하라의 눈에 띈건 다름아닌 창문에 쇠창살.
하라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쇠창살에 수갑을 부딫혔다.
쇠와 쇠가 챙챙거리며 부딪혔다.
"조금만.. 조금만...더.."
부딪힐때마다 수갑과 살이 밀려 하라의 손목은 어느새 빨갛게 피가 고여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하라는 계속 수갑을 풀기에 연연했다.
챙강- 거리며 드디어 수갑이 끊겼다.
오래 부딫혀서 그런지 창문에 쇠창살도 약해진듯 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하라는 방안을 뒤져 두꺼운 책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있는힘을 다해 다시 부딫히기 시작했다.
쇠와 쇠가 부딫히는 소리완 다르게, 이번엔 둔탁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렇게 1시간의 절반을 그러고있었을까, 이내 쇠창살이 덜커럭 하고 바깥으로 떨어졌다.
"하아....하...."
수갑을 끊고 쇠창살을 뜯어내는것만으로도 이미 하라에 힘은 남아있질 않았다.
하지만 이를 악 물고 그 작은 창문에 몸을 밀어 넣었다.
마른 하라도 약간 무리가 있을 작은 창문이었지만
하라는 창문을 빠져나와 가뿐히 바닥에 뛰어내렸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하라를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미율에게 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넘쳤다.
하얀옷과 붉은 머리칼. 처음 도망칠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콜록..콜록...."
그렇게 한참을 달려 정한병원에 도착했다.
연구소에서 정한병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그 거리를 사람의 다리로 뛰어와 무리가 됬는지, 하라는 지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정도였다.
너무 뛰어서 심장은 곧 터질것처럼 뛰어댔고, 목에서는 피맛이 나는것 같기도했다.
"저기요! 여기 아까전에 온 사람 두명 있죠!"
"네, 그런데요?"
"몇호죠? 빨리 말해주세요!"
카운터에 있는 간호사는 하라의 몰골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온통 흰 옷에다가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
두 손목에 걸려있는 수갑과 그리고, 붉은 머리와 눈동자.
"빨리요!!"
간호사가 머뭇거리자 하라가 다급하게 보챈다.
"아, 여자분은.. 지금 수술중이시구요, 남자분께서는.. 지금 404호에 계십니다."
간호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라는 병실로 달려갔다.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병실문이 제껴지며 열렸다.
신욱은 다소 놀란듯한 표정으로 하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라가 숨을 고르며 신욱을 노려보고는 말한다.
"어째서.. 네 녀석은 그렇게 멀쩡한거냐?"
첫댓글 재밌어요 !!!!
감사합니다><!!!!!
와우 스토리가 더욱더 흥미해져가요 그리고 하라부모님들 너무해요 ㅜㅜㅜ
와우 감사합니다ㅜㅜㅜㅜ♥
재밌어요....신욱이시끼 나뻤다ㅠ.ㅠ
ㅠ_ㅠ 감사해요ㅜㅜ♥
아 왜 말짱해 아 어케ㅜㅜ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아, 왜이리 신욱은 점점 사람이 나빠...정말 짜증이다 나네요! 설마 신욱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거 아닌가요? 그럼 정말 나쁜데,
♥
SW연구소라는거,,너무 짜증나네요 ㅠ 그냥,, 다르 다는 걸로 사람취급도 안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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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욱이 나빠 연구소에서 벗어나며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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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떻게 소설 읽을때마다 점점 우울해지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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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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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악독하네요..... SW연구소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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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욱이...=_= 내 동생 이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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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욱이 멀쩡하다니!!! 젠장. 그럼 미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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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담편 너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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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푠이 넘 궁금하네요 빨리봐야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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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재밋어요!!! 마지막말이...와닿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