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의 트래킹 코스는 홍천 용소계곡
(용소계곡 제1편)
루수/김상화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 1년 중 가장 더운 8월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더위가 밀려온다. 삼복더위 중이라 오죽 덥겠는가! 더위를 잠시나마 잊으려고 해피 가족은 강원도 홍천에 있는 용소 계곡을 가려고 차에 올랐다. 휴가철인지라 버스는 마음 놓고 달리지를 못한다. 얼마나 차가 많이 밀리는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필자는 짜증스러운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모두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거북이걸음을 하며 달리던 버스는 지루함을 달래려고 가평 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10분 정도 쉬었다 출발한다. 휴게소를 빠져나가기까지 약 4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피서철을 실감케 하는 오늘이다. 마음을 달래려고 차창 커튼을 걷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 순간 싱그러운 초록 물결이 시원하게 눈을 향해 파도친다. 그것뿐이던가! 차창으로 바라본 허공엔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 한 조각이 장관을 만들어 낸다. 마치 거대한 예술품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버스 안은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향긋한 웃음과 사랑이 가득하다. 유경준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유 부회장은 부드러운 말솜씨로 사회를 보면서 좀 더 회원들께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즐거움을 만들어 주려고 빙고 게임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모두 즐거움을 웃음으로 보답한다. 거북이걸음으로 달리던 버스는 목적지를 거의 왔을 무렵이다. 어느 집으로 향하더니 강원도 특산품의 하나인 옥수수를 차에 싣는다. 장선덕 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해피 가족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까 하는 마음이 늘 가슴속 깊이 도사리고 있나 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 같지만, 막상 여기까지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릇노릇한 옥수수는 방금 솥에서 쪄낸 듯하다. 회원들을 배려해 간식으로 주려고 미리 맛있는 옥수수를 주문해 놓은 것 같다. 회원들은 옥수수 한 통씩 받아 들고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얼굴엔 "나는 지금 행복해요"란 단어가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엷은 미소가 말해준다. 옥수수를 맛나게 먹다 보니 목적지인 광암리 가게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원도 특유의 신선한 공기가 호흡기를 통해 온몸에 퍼지기 시작한다. 홍천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먹거리와 인심 또한 전국 제일이라 한다. 차가 밀려 좀 짜증스러웠지만, 오늘은 왠지 행복이 쏟아질 것만 같다.
용소계곡은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하며 봄 여름 가을엔 야생화가 웃으며 반긴다고 한다. 계곡에선 맑은 물이 자장가를 부르듯 흐른다.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계곡은 가족 단위의 등산이나 산림욕 코스로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서울서 당일 코스로 알맞은 장소이지 싶다. 용소계곡은 홍천 9경 중 7경에 속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그동안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 개방되었다. 해피 가족은 이 아름답고 쾌적한 곳을 걸으며 힐링할 것이다. 오솔길 옆으로 흐르는 맑은 물은 내촌면 광암리에서 발원하여 두촌면 괘석리를 거쳐 천현리에 이른다. 약 16km가 되는 계곡으로 흘러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룬다. 우거진 숲과 곳곳에 펼쳐지는 소와 너래 바위들이 어우러져 비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내설악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우리는 오늘 약 12.5km를 트래킹하며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다질 것이다.
한참을 걸은 것 같다. 매미들은 짝짓기할 제철을 만난 듯 아름답고 예쁜 규수를 만나려고 다투어 소리높여 노래를 부른다. 고작 보름 정도 살다 가는 매미지만 자기 DNA를 세상에 남기려고 저토록 소리 높여 구애한단 말인가! 규수 감은 가만히 노래를 감상하다 가장 건강하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신랑감을 찾아간다. 건강한 신랑을 만나 백년해로를 해야 건강한 후세를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하찮은 곤충이지만 만물의 영장인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매미는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빨아 먹고 산다고 한다. 매미는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평생을 깨끗하고 곱게 살다 가는 곤충이다. 그래서 임금님께서 머리에 쓰시는 관도 매미 날개처럼 만들었다. 아마도 깨끗하고 청렴함을 상징하기 위해 매미 날개를 본떠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님께서 머리에 쓰시는 이 관을 익선관(翼善冠)이라 부른다. 자연은 모두 우리 인간을 위해 신께서 빚어낸 것이 틀림없다.
*익선관(翼善冠)= 왕이 평상시 국가 일을 볼 때 머리에 썼던 관.
회원들과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용소 계곡 달마 형상 너래 바위가 보인다. 홍천 용소 계곡에 전설의 달마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달마상의 기운을 얻어 만사 대길 하는 효험이 함께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달마는 장연계의 법칙과 인간 세상의 질서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옛날부터 집안에 달마상이 있으면 집안의 수맥을 차단해 주고 나쁜 액운을 막아주며, 마을의 안정이 잘 안 되는 수험생들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업이 부진한 분들은 막힌 사업 운을 틔워드리고, 현대인의 정신적 갈등과 불안, 물질적 소유 역을 떨쳐버리고 정신을 바로 하여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가정에 평화와 화목을 가져다준다고 하며, 달마 도의 총명한 눈, 즉 혜안은 만사 대길할 수 있는 기운을 불어넣기도 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가리산과 용소계곡은 어머니 산이라는 포근함과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망밭(望田) 서쪽에 절터라는 마을이 있는데 수타사란 큰절이 있었다고 한다. 고려 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삼층석탑과 사사자삼층석탑(四獅子三層石塔)이 발견되어 지금은 삼층석탑만 남아있고 사사자삼층석탑(四獅子三層石塔)은 1970년도에 보물 제540호로 지정되어 현재는 구 홍천읍사무소 자리에 보존되어 있다.
매미의 합창을 들으며 가볍게 발길을 옮긴다. 골짜기를 타고 정처 없이 흐르는 맑은 물은 우리를 보곤 어서 오라고 유혹한다. 때로는 바위와 포옹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는 소리가 계곡을 가득 메운다. 얼마나 애절한 사랑을 하기에 저토록 큰 소리가 울려 퍼질까? 매미의 구애 소리와 바위와 사랑에 빠진 물소리가 어우러지니 그 또한 환상적이다. 자연의 향기로운 소리를 감상하며 걷고 있지만 몸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머리에서 흐르는 땀은 모자챙 끝으로 흘러내려 마치 추녀에서 낙숫물이 떨어지듯 한다. 지금은 절기상으로 가장 더운 여름의 한복판에 있다. 그러니 오죽 덥겠는가! 이 더위에도 해피 가족은 수차례에 걸쳐 산을 오르고 내려가길 반복하지만 모두 힘차게 잘 걷는다. 생각해 보면 더위와 싸우며 걷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대견스럽다. 아무리 덥고 땀이 흐른다 해도 용소계곡을 끝까지 트래킹할 것이다.
흰 사슴과 소녀의 우정이란 알림판을 보았다. 글이 참 재미있기도 하지만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 먼 옛날 용소계곡의 사슴무리에서 온몸이 새하얀 사슴이 태어났다. 어미 사슴은 사냥꾼의 눈에 띌까 걱정하던 어느 날 밤, 사냥꾼들이 나타나 잠을 자던 사슴들을 포획했고, 흰 새끼사슴은 어미 사슴이 죽임을 당해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흰 새끼사슴이 슬픔에 잠긴 그때, 사냥꾼의 딸은 흰 사슴의 가죽을 얻기 위해 털빛을 진흙으로 숨겨주고 돌봐주었다. 외로운 새끼사슴은 유일한 은신처로 찾아오는 사냥꾼의 딸이 친구인 줄만 알고 반겼다. 사냥꾼의 딸도 정이 들어 죽이지 못하던 어느 날, 사냥꾼의 딸이 용소계곡에서 놀다 깊은 물에 빠져버렸다. 그때 새끼사슴은 망설임 없이 계곡에 뛰어들어 구했으나, 몸을 가려주던 흙이 물에 쓸려나가 흰 털이 드러나 버렸다. 그를 발견한 포수는 산 위의 낭떠러지까지 몰아내었다. 아버지를 저지하던 사냥꾼의 딸은 발을 헛디뎌 사슴과 함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흰 사슴과 소녀가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고 한다. 사슴과 소녀의 우정을 마을 사람들은 깊이 간직하고 싶어 그 고개를 사슴이 고개로 부르게 되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을 장소를 물색 중에 너래 바위를 보았다. 너래 바위의 소원이란 알림판 옆에 아름다운 선녀가 바구니에 뱀을 담아 들고 서 있는 형상을 만들어 세워 놓았다.
옛날부터 너래바위에 누워 있으면 숲 사이로 보이는 햇빛과 계곡물 흐르는 소리 등 수려한 절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너래바위에 쉬었다 가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선녀가 징그러운 실뱀을 주면, 목에 두르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지는 꿈을 사람들이 똑같이 꾼다는 재밌는 소문이 퍼졌다. 실뱀이 징그럽다고 던지면 장원급제가 힘들며 권력을 누릴 수 없고, 입에 풀칠을 못 하며 가족을 꾸릴 수 없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낮잠을 청했지만, 소원을 쉽게 이룬 사람이 없었다. 마을의 가난한 총각 한 씨는 집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 고되어 너래바위에서 낮잠을 청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꿈속에 선녀가 나타나 실뱀을 그에게 주었다. 그는 뱀을 쓰다듬으며 "참으로 예쁜 실뱀입니다."하고 선녀에 돌려주며, 선녀에게 원하는게 없다고 했다. "나는 다 필요 없소. 그저 내 주위 모든 사람이 건강하면됩니다." 선녀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고운 마음씨의 그에게 반했다. 서로의 손목에 실뱀을 돌돌 묶자 잠에서 깬 그의 옆에는 아름다운 선녀가 함께 누워있었다. 그렇게 둘은 알콩달콩 백 년을 함께 살았다고 한다.
너래 바위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향기롭기까지 하다. 모처럼 참석한 김형옥 회원은 맛있는 음식을 한 보따리 싸 왔다. 아마도 밤잠도 자지 않고 만든 모양이다. 늘 산에 올 때면 지극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온다. 모든 회원은 너나 할 것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한다. 이렇게 우리는 점심을 즐기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점심을 마친 회원들은 물로 뛰어든다. 해피의 미인들은 물장구치며 사진찍기 바쁘다. 아리따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천사처럼 예쁘다. 정상헌 부회장이 용감하게 물로 뛰어들더니 우람한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 물 썰매를 탄다. 물살이 쎄다보니 내려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또한 바라만 보아도 나도 모르게 즐거운 미소가 흘러나온다. 회원들은 물놀이도 마치고 지금서부터 행복을 만들어 보려고 또 걸어야 한다.
1편은 여기서 끝내고 2편으로 이어집니다
2019년 8월 3일
첫댓글 천하 제일이라니 홍천 용소 계곡을
한번 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등산을 할 구 있다면 시인님 따라 다니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눈으로만 감상합니다
수고 많으시고 고생하셨어요
추억 하나 담는 불금 되십시오^^
반갑습니다. 도지현 시인님
홍천은 가는 곳마다 아름답지만 용소계곡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여름에 가족여행으로 물놀이를 하기에 매우 적합하고 말할 수 있네요
시인님과 함끼 산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가을 단풍 놀이 즐겁게 하고 오세요 도지현 시인님!!
용소계곡 저도 가 보았지만 넘 좋더군요
오랜만에 뵙네요 손경훈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용소계곡을 다녀오셨군요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트래킹 코스로도 최고고요
올가을은 단풍이 약 보름 정도 늦은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손경훈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