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같은 여자
맑고 예쁜 한 송이 꽃같은 여자
가끔 활성산소 되어 남자 마음 갉아먹지만
지구의 오존층처럼 남자의 삶을 지켜주는 여자
탄소같은 남자
한 덩이 석탄처럼 무뚝뚝한 남자
가끔 숯검정되도록 여자 마음 태우곤하지만
다이아몬드 되어 여자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남자
그대여 잊지는 말게나
여자와 남자가 잘못 만나 타고 태우면
지저분한 공해덩어리 이산화탄소도 되고
사람을 질식시켜 죽이는 일산화탄소도 되나니
훌훌활활 남김없이 타고 타서 재조차 남기지 말지어다
이 시는 약간의 지식적인 요소가 필요합니다.
물론 시를 "지식"으로 읽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요.
그래도 그러한 지식적인 면이 다소 포함되어 있으므로 해설을 곁들입니다.
우선 여자와 남자를 산소와 탄소로 비유한 것은 (유행하던 광고문안도 있지만)
음(흰 것 깨끗한 것)과 양(검은 것 묵직한 것)의 역설적인 대비입니다.
물론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는 없지요.
틀리고 맞고도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삼라만상은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진, 태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며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굶어 죽거나 순식간에 멸종하고 맙니다),
행복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행복에 겨워 죽는 사람 있습니다).
우선 산소의 좋은 점, 이라기 보다는, 이것 없으면 숨쉬지 못해서 죽으니
생명의 필수요소입니다.
밥은 30일 굶어도, 물은 3일 안먹어도 살지만,
산소 없으면 3분도 못 버티지요.
그런데 쓰고 남은 몸안의 활성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해서
병들게 하고 늙게 하고 암도 일으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반전, 산소의 또다른 형태인 오존은 지구의 대기층 위에서
태양광의 자외선을 차단시켜 줍니다.
오존층 없으면 큰 일 납니다.
생명체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타 죽고 맙니다.
이제 남자로 비유한 탄소의 차례.
탄소 즉 숯 검댕이는 공해 그 자체이지요.
그러나 오래 갑니다.
그래서 유물의 연대를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지요.
무뚝뚝하게 오래 참고 견디는 남자와 닮은 꼴.
그런데 여자의 마음을 태워서 숯검댕으로 만듭니다.
(설명 생략, 여자분들 잘 알 터이니)
숯과 다이아몬드가 같은 탄소로 이루어진 것은 알고 계시지요?
여자들(일부이기는 하지만, 혹은 전부?)이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는 보석.
특히 결혼반지...
얼마나 절묘한 섭리입니까?
하찮은 숯이 다이아몬드와 같다니...
(글이 길어져 요즘 유행하는 탄소 나노튜브에 대한 상세한 언급도 생략합니다)
또 하나의 숨어있는 지혜.
그리도 귀중한 것(다이아몬드)이 타고 나면 하찮은 숯이 되고마는...
둘 사이의 물리 원소적 차이는 없습니다.
그저 배열이 약간 다를 뿐인데...
필자는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무릅을 치며 감탄합니다.
이제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모습을 살펴볼까요.
서로 타고 태웁니다(다른 이상한 상상 마세요)
바로 화학의 산화과정이지요.
형태는 두가지.
산소 하나 탄소 하나 만나면
일산화탄소 즉 연탄가스 됩니다.
독이지요. 치명적인 독.
산소 둘 탄소 하나 만나면.
이산화탄소 이것도 독입니다.
여자 둘 남자 하나가 결합한 것을 상상해 보세요.
또 다시 설명 생략.
상상에 맡깁니다.
이상 사족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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