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파발 외 2편
이창식
1994년 <포스트모던> 등단, 2011년 포스트모던작품상 수상, 시집 『어머니아리랑』 『눈꽃사원』저서에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융합콘텐츠』 외 다수.
띄우다, 그대 맘 조각조각
탓하랴, 조례인사 순간순간
띄우다, 그대 붓날 술술
베이랴, 눈물나라의 색감
어머니 배 둥글게 만든 내 몸
조금씩 부풀자 아으이 응응
발음기관 따라 글자 옹알옹알 튀자
이름지어 세상에 파발 띄우다.
어머니 자궁 속마다 새겨진 활자 획,
나인가 한글인가 세종인가 미래학교인가.
글이다 꽃글이란다 넋전풀이로 글길 닦다 나비춤 따라 온통 획 데리고 놀기가 버겁다 철든 세종이 웃다 세종키즈가 씩 웃다 한글학교 마당 용선 띄우자 어기영차 어허 어허 잘도 흔들리다 한글 말모이 생애를 적다 조선 한지바탕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깨알 글자 그게 춤을 추다 그게 용용 놀다 그게 글쇼를 벌이다 그게 글도 길이를 키우고 몸통 늘이다 그게 스스로도 놀다.
토지아리랑
여자의 일생을 호미로 후비다가 밭고랑에 자고 있는 중,
소설 안 인물들 땅에 자꾸자꾸 묻자
푸르게 풀로 다시 저마다 이야기 얼굴 달고 나온다.
토지에는 해울음 달설움 번벅되어 박물관으로 온다.
여자의 일생을 돈으로 세다가 취병리 진밭에 놀고 있는 중,
소설 안 춤사위 땅에 휘리릭 뿌리자
시원하게 수련으로 저마다 노래 민낯 들고 나온다.
토지에는 노을빛 무지개색 덧칠되어 기념관으로 온다.
박경리박물관에는 그녀가 몰래 출타 중,
그녀가 준 메밀씨앗 뿌려 메밀시를 가을걷이하는 중.
청동북론
개구리 북* 울려 데리고 가고 싶다.
누가 나를 힘껏 쳐 사방팔방 깨워다오.
누가 온몸 다해 나를 마구 때려 둥둥 깨워다오.
누가 여럿 같이 뭉쳐 나를 미치도록 패서 깨워다오.
내 어린 날 개구리, 신라토우 종개구리 살아 있었구나.
놀이인줄 알고 명중했던 개구리, 소리로 튀는구나.
죽은 화랑 대신 흙으로 구운 개구리, 소리춤으로 차오르는구나.
극한열도에 견딘 개구리북, 찢어버릴 듯 두둘길수록 웃는구나.
펄쩍펄쩍 청동북으로 천방지축 뛰는 개구리
다시 개구리 북 울려 데리고 가고 싶다.
* 동고(銅鼓): 중국 광서성 삼강 동족(?族) 동고축제(2018. 7. 13-14. 탐방)
은유에 대하여
서정시의 매력은 자아내면의 은유화하는 데 있다. 시의 꽃은 은유다. 서정적 자아가 시인의 아바타로 정서적 교감의 절정과 불가사의를 그린다. 서정적 자아가 사물에 촉을 걸면 동일성同一性의 세계를 말한다. 서정적 자아가 깨우친 지혜를 유사성으로 독자의 눈높이에 빗댄다. 그리기, 말하기, 빗대기가 서정시의 창작 기본원리다. 빗대기가 심미적 매력을 주는 핵심인데 그게 은유 곧 숨기면서 느끼게 하는 빗대기 발상이다.
동화同化의 빗대기는 서정적 자아가 외부현상을 포착하여 시의 내면으로 인격화하여 융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투사의 빗대기는 서정적 자아를 상상적으로 세계에 감정이입에 따라 자아와 세계가 일체감을 이루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빗대기의 이치는 시적 체험과 언어놀이의 숙련에서 온다. 숨겨서 고도로 드러내기의 수법은 서정시의 세련성과도 직결된다. 서정적 자아의 몰입과 열망은 서정시의 촉발이며 은유놀이의 귀결이다.
은유놀이는 합리적인 공통 비교를 벗어나 질적인 도약과 파격을 통해 두 대상을 동일시하거나 융합하여 그 두 가지의 특성을 다 포함한 새로운 국면을 창조한다. 서정시 미학성은 리듬, 감성, 파격을 적절히 혹은 교묘하게 섞어 공유틀로 짠다는 점이다. 서정적 노래문학은 은유놀이의 파장에 의해 리듬의 빗대기, 감각성과 파괴성의 뒤집기로 생성된다. 서정적 자아의 본령에 끌림이 없으면 즐거운 상상도 할 수 없고 더구나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없다.
서정적 자아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 서정시 발단의 정점에는 은유놀이의 미학적 가치가 자리한다. 아바타의 어떤 점이 독자를 유혹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시지향의 목표점에 관해 성찰해야 한다. 독자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항복의 울림을 얻어내려면 어떤 전략과 행위화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아바타의 마음이 때론 유혹으로 감정의 폭풍 빗대기를 쳐야 한다. 단순 익숙함에 독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독자가 선호하는 서정적 자아의 마음에도 늘 폭풍 충격요법을 쳐야 한다. 아바타의 빗대기 삶에 대한 호소력은 더욱더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서정적 자아는 두 사물 간에 유사성에 대해 늘 연상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 무엇이여야 한다. 시인의 아바타는 모든 것을 가슴에 담아만 두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 시인은 눈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되 익숙함과 무수히 결별해야 한다. 호기심이 은유놀이로 표현된다. 유혹의 호기심이 ‘하고 싶다’의 동일성 은유로 모아진다. 그 지점에 독자도 거부의 백기를 들고 독한 유혹의 덫에 걸려 든다. 저절로 숨겨진 빗대기 전술에 엄청 환호한다.
일단 생산된 시인의 마음은 유사원리, 연상원리의 아바타로 유통된다. 자신에게 쓰이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라진다. 아바타가 일으키는 모든 마음이 그렇게 일어났다가, 쓰이다가, 사라진다. 유치환의 「깃발」작품에서 손수건처럼 일어남과 스러짐을 통해 마음 은유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작품에서 눈물처럼 결별의 양극적 은유를 통해 시적 아바타의 진정성을 알게 된다. 은유 스토리텔링을 정확하게 알 때 누구나 마음 공부, 시 읽기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파발」은 ‘탄생’의 탐험에 대한 이미지 빗대기를 하고 있다. 글자는 단순 기호를 넘어서서 창조적 비밀의 은유방이라는 점이다. 「토지아리랑」은 이미자의 노래처럼 잘 구워져 작품으로 선보이면 또 다른 성채임을 빗대어 본 것이다. 아리랑의 환유성을 살려 쓴 것이다. 「청동북론」은 여행 속 북의 본산지(중국)에서 압도된 경탄을 역설의 빗대기로 필자의 발치에서 느낀 감동을 살려보려고 애쓴 즉흥시다. 음유의 가객으로 객기를 부른 모습이라 여운이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