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열대야에 시달리느라 잔뜩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직장으로 향하는 길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지는 시기인데요. 여기에 제멋대로 움직이는 버스 탓에 아침부터 땀 범벅이 되다 보면 지하철을 타고 한 방에 출퇴근할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로 눈길이 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가을 이사철에 한 발 앞서 둘러볼만한 역세권 아파트를 특집으로 마련해 봤습니다. 남들처럼 휴양지는 꿈도 못 꾸고 ‘방콕’하고 계신 회원분들이라면 이번 여름을 내집 마련의 기회로 삼아보는 게 어떨까요?
역세권 아파트 첫 주자는 지하철 1호선 인근 단지입니다. 지하철 1호선은 원래 서울메트로(구 서울시지하철공사)에서 운영하는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말하는데요. 보통은 국철이라고 불리는 경인선(구로~인천)과 수원선(구로~수원), 경원선(청량리~의정부), 경부선(서울역~구로~천안) 등을 통칭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국철 구간을 포함해 역세권 아파트를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철 1호선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 인천, 의정부, 수원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이 되겠죠. 수도권 주요 구도심을 지나는 만큼 주거환경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규모 단지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도 1호선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회룡역세권, 신일유토빌 인기 ‘만점’ 북한산 국립공원이 내집 거실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의정부시 호원동 회룡역입니다. 역을 벗어나 첫 눈에 들어오는 단지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신일유토빌입니다. 정말 역세권 아파트란 말을 실감할 수 있겠죠? 보시다시피 단지 규모도 커 모두 1,432가구 대단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입주는 지난 2003년 4월에 했으니 4년을 조금 넘긴 셈이네요. 면적도 82㎡, 115㎡, 148㎡, 178㎡로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지하철 1호선 회룡역, 회룡역에서 바라본 신일유토빌 단지 전경>
주변으로는 소형 단지가 위치해 있고 역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으로는 우성이나 한주아파트 등 입주 10년을 넘긴 아파트가 밀집해 있습니다. 중랑천을 지나 장암동으로 넘어가면 장암지구가 위치해 있고요.
우선 단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볼까요. 역세권, 특히 지상철 구간이라고 하면 전철 소음이 가장 신경쓰일텐데요. 이 단지의 경우 철로를 따라 녹지공간을 조성해 소음과 미관에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실제로 사진에 보이는 정자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있자니 휴식에 방해를 줄 정도로 열차 소음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열차 소음에 주의해야 할 동을 안 짚어보고 넘어갈 수는 없겠죠? 인근 중개업자들은 “선로를 따라 동향으로 배치된 107동(109㎡), 109동(109㎡), 111동(82㎡), 114동(82㎡)이 다른 동에 비해 소음 피해가 큰 편”이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철로와 신일유토빌 단지 사이에 조성된 녹지>
이 단지의 경우 지하철뿐 아니라 자동차 이용자들을 위한 도로 여건도 좋은 편입니다. 단지에서 차로 5분 정도 달리면 호원IC를 통해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데요. 단, 호원IC는 사패산 구간 개통에 앞서 설치된 임시 교차로기 때문에 오는 10월 1일 폐쇄될 예정입니다. 이 경우 망월사역쪽으로 내려가 의정부IC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의정부시에서는 교통량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의정부IC 진출입로를 1차선씩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밖에 철로 건너편 장암동쪽으로 이동하면 동부간선도로 진입도 가능합니다.
다음으로는 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교육여건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단지 인근의 호원초와 호원중으로 통학할 수 있습니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사진에서처럼 인도가 좁아 아이들 통학길이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단지에서 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에 물류창고가 많아 대형트럭이 자주 오가는 것도 위험해 보이네요.
<호원중학교 전경, 호원중에서 단지로 이어지는 통학로>
의정부는 아직 비평준화 지역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이곳에서는 의정부고가 전통적인 명문이라고 하네요. 호원고는 신흥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고요. 참고로 의정부종합운동장 인근에 있는 의정부고와 망월사역 인근의 호원고 모두 단지에서 걸어서 통학하기에는 무리입니다.
편의시설은 다소 부족한데요. 단지내 상가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이용할만한 편의시설이 없는 게 흠입니다. 대형마트로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롯데마트가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단지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보시다시피 단지가 데크식으로 설계돼 있어 역에서 나오면 계단을 통해 단지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처럼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널찍널찍한 동간 간격과 깨끗하게 정돈된 단지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단지 출입구 및 조경>
아파트 22층에서 찍은 주변 전경입니다. 지금 보고 계신 것이 단지 서쪽에 자리잡은 북한산 모습인데요. 북으로는 사패산, 남으로는 북한산까지 이어져 북한산국립공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단지 동쪽으로는 수락산이 자리하고 있으니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단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지 곳곳에서 등산복 차림의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단지에서 바라본 북한산 전경, 등산복 차림의 주민>
이렇게 내집 거실에 앉아 국립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는 남향으로 자리잡은 103동(178㎡)과 112동 5, 6호 라인(109㎡), 116동(109㎡) 등이 꼽힌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입니다.
자, 아파트를 모두 둘러봤으면 이제 가장 중요한 매매가와 전세가를 알아봐야 할텐데요. 의정부 지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전세가 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와 경전철 호재 등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컸습니다. 이 단지도 예외가 아니어서 82㎡의 경우 1억 8,000만~1억 8,500만, 109㎡가 2억 7.000만~3억 원, 138㎡가 4억~4억 2,000만, 178㎡가 4억 8,000만~5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의 설명입니다.
역세권에 소형 물량이 풍부하다 보니 전세가도 만만치 않은데요. 82㎡가 9,500만~1억 1,500만 원, 109㎡가 1억 3,000만~1억 5,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습니다.
망월사역 인근, 아파트촌 이뤄 산•하천 조망권 갖춘 웰빙단지
의정부에서 살펴볼 다음 단지는 망월사역 역세권 단지인 호원동 신일유토빌플러스와 현대아이파크입니다. 이 지역은 지하철 1호선과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주거지역이 형성돼 있는데요. 내로라할 대단지는 없지만 300가구에서 900가구 규모의 중급 단지가 모여 아파트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 망월사역 인근에서 바라본 신일유토빌플러스>
그럼 단지 개요를 먼저 살펴볼까요. 신일유토빌플러스는 79㎡부터 132㎡까지 모두 864가구 규모로 지난 2004년 11월에 입주했습니다. 1년 앞선 2003년 11월에 완공된 현대아이파크는 95㎡~152㎡ 700가구 규모입니다. 특히 현대아이파크의 경우 브랜드를 내세워 일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역과의 인접성에서는 신일유토빌플러스가 우세해, 도보 5분 거리에서 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아이파크는 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가 걸리고요.
같은 의정부 지역인만큼 교통이나 교육여건은 신일유토빌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이들 단지에서는 인접해 있는 의정부IC를 통해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고 동부간선도로 이용도 수월합니다. 학교는 두 곳 모두 호암초와 회룡중으로 주로 배정받는데요. 도로와 철도 고가구조물을 지나야 해 다소 위험해 보입니다.
<호암초 진입로 및 학교 전경>
이곳 역시 편의시설 부족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데요. 평화로를 따라 마트나 근린상가가 위치해 있지만 대형마트 이용을 위해서는 장암동 롯데마트로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반면, 두 단지 모두 산과 하천에 둘러싸인 남부럽지 않은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단지에서 도봉산과 수락산을 조망할 수 있고 중랑천과 맞닿아 있어 웰빙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하천을 따라 놓인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니 당장이라도 후텁지근한 방을 뛰쳐나오고 싶지 않으신가요?
<각각 신일유토빌플러스와 현대아이파크에서 바라본 수락산과 중랑천>
이들 아파트에서 산과 하천 조망이 가능한 곳으로는 신일유토빌플러스 102동과 104동, 107동, 110동(모두 112㎡), 아이파크에서는 204동(112㎡), 207동(112㎡, 135㎡), 209동(112㎡)이 꼽힙니다. 단, 신일유토빌플러스에서 중랑천 맞은편으로 롯데건설에서 아일랜드캐슬이라는 휴양시설을 짓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110동에서는 조망권 침해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아일랜드캐슬은 3만 8,926㎡ 규모에 온천시설과 콘도미니엄, 관광호텔 등 휴양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신일유토빌플러스 맞은편 아일랜드캐슬 건설 현장>
두 단지 모두 매매가는 비슷한데요. 신일유토빌플러스의 경우 79㎡가 1억 7,000만~2억 1,000만, 95㎡가 2억 1,500만~2억 5,000만 원 가량입니다. 현대아이파크는 135㎡가 3억 4,500만~4억 1,000만, 152㎡가 3억 9,000만~4억 6,000만 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