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끄물끄물 뿌얬던 월요일이다. 아침에는 잠깐 비를 뿌리기도 했다.
5시 20분쯤 기상해서 온수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아몬드 콘플레이크를 우유에 타서 아침을 해결했다.
마지막은 역시 아빠 차를 타고 출근하는 거였다.
오전에는 이스트 공항 브리핑을 편집했다. 수정할 건 고치고 36P에 맞춰서 페이지도 넣었다.
점심은 호두 파운드 케이크를 먹었다. 아빠가 가져온 건데 엄마가 2조각을 잘라서 싸줬다.
오후에는 한글 문서를 편집했다. 공항 브리핑 문서인데 점자랑 똑같이 페이지를 넣어야 한단다.
이때는 [p1], [p2] 등 이런 식으로 대괄호를 사용해서 삽입한다. 즉 점자 파일에서 ‘나비야’ 부분에서 1P가 끝나면, 한글 문서에다가 ‘나비야[p1]’으로 표시해 주는
것이다.
일단 편집을 다 끝냈지만 넘기지는 못했다. 재산세 때문에 바쁘기 때문이다.
팀장님이 보관만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
이번 의뢰물은 납기일이 넉넉한 모양이다.
집에 와서는 글을 조금 두들겼다. 책77을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참, 오늘 엄마가 주문한 립스틱이 도착했다. 얼마 전에 홈쇼핑에서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색깔 명칭이 좀 아리까리하다.
벨벳 레드, 코럴 핑크, 썬셋 허니, 스칼렛 그린, 플로럴 오키드.
립스틱에 표기된 색상명이다. 딱 들어서 이해가 되는 색깔도 있고, 이건 뭔가 싶게 감이 안 오는 색깔도 있다.
엄마는 죄다 감이 오지 않는단다. 색상 이미지를 봐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결국에는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아빠와 동생이 이렇쿵 저렇쿵 설명을 하기는 했는데 남자들의 센스가 꽝이라는 것만 증명했다.
세상에나, 어쩜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수가!
나는 색깔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이미지화시켰다. 부족한 부분은 직감과 상상력으로 때웠다.
1. 벨벳 레드: 따뜻하고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의 클래식틱한 빨강, 피아노 건반을 덮는 천의 느낌.
2. 코럴 핑크: 유백색 산호의 광택이 감도는 분홍, 해변을 걷는 소녀처럼 청순 발랄한 느낌.
3. 썬셋 허니: 연한 호박빛의 벌꿀색이 가미된 주황, 오렌지와 레몬과 단감처럼 풍요로운 자상함.
4. 스칼렛 그린: 살짝 연하게 붉은 빛으로 익어가는 풋사과의 초록, 아직 어림이 남았지만 묘하게 성숙해 가는 건강한 색깔.
5. 플로럴 오키드: 분홍 계열의 들꽃처럼 애정을 담은 신비로운 보라, 온화하면서도 매혹적이며 성숙한 색상,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느낌.
대충 이렇게 해설을 해줬다. 색상을 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원색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남어지는 영어 이름을 보고 사물과 대조해서 추측했다. 비교적 정답에 가까울 거라고 자부한다.
옛날에 미술 학원에 다녔던 전적이 있으니까. 아직도 있나 모르겠는데, 이름이 ‘다사랑 미술 학원’이었나?
어쨌든 엄마는 립스틱 색깔을 이해했고, 나는 오랜만에 색채의 향연을 즐겼다.
그런데 꼭 색깔을 영어 이름으로 분류해야 하나 궁금하다. 우리 말로 더 친근하고 소박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어감 때문에 일부러 복잡하게 표현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이 립스틱 후기를 홈쇼핑 홈페이지에 올리면 같은 세트를 하나 더 준다고 한다. 그래서 글 등록하고 5개를 더 받기로 했다.
10개의 립스틱이라..... 이거 5년 정도는 넉넉하게 쓰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