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남도순례(3) - 청보리에 대하여

[악수]

청보리에 대하여

대간거사 님께서 “보리가 조금 더 자랐다면 푸른 초원이 펼쳐졌을 것인데 아쉽네요. 청보리

는 그냥 보리와 다른 건가요?” 하고 질문을 하셨기에 답하여 드립니다.

사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져 보았습니다.

‘청보리’란 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아마 고창 공음면 학원농장의 청보리축제 때 너른 밭의

푸른 보리를 (멋들어지게) 그렇게 불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냥 보리입니다.

보리(Hordeum vulgare var. hexasticon)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입니다. 

“볏과의 두해살이풀. 줄기는 높이가 1미터 정도이고 곧고 속이 비었으며, 마디가 길다. 잎은

어긋나고 긴 선 모양으로 겉이 매끄러우며 나란히맥이 있다. 꽃은 5월에 수상(穗狀) 화서로

달리는데 이삭에는 까끄라기가 있다. 알이 껍질에서 잘 떨어지는지에 따라 쌀보리와 겉보리

로, 파종 시기에 따라 가을보리와 봄보리로 나눈다.”

쌀보리(靑顆麥, Hordeum vulgare var. nudum)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리의 한 품종으로서 까끄라기가 짧고, 씨방 벽으로부터 점착 물질이 분비되지 않아서 씨

알이 성숙하여도 작은 껍질과 큰 껍질이 잘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겉보리와 구분하여 부르

는 명칭으로, 일반적으로 겉보리보다 내한성이 약하나 도정(搗精)이 쉽다. 우리나라 대전 이

남의 남부 지방에서 재배된다.”

한편, 맥주보리는 맥주를 만드는 원료가 되는 보리를 말하고,

늘보리는 이삭의 모양이 네모진 보리를, 밀보리는 그냥 보리를 말하나, 밀과 보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청보리를 굳이 한자로 표시하자면 ‘청맥(靑麥)’인데, 이 역시 만든 말에 불과합니다.

옛 시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청맥 ＝ 청보리’의 뜻은 찾기 어렵고, 다만 ‘푸른 보리’일 따름입

니다. 몇 수 들어봅니다.

이달(李達)의 시 「푸른 보리 베는 아낙네(靑刈麥婦)」입니다.

   隣家少婦無夜食              이웃집 젊은 아낙네 밤에 먹을 것이 없어

   雨中刈麥草間歸              빗속에 보리를 베어 풀 사이로 돌아온다

   靑薪帶濕煙不起              푸른 솔 습기 머금어 연기는 일지 않고

   入門兒女啼牽衣              집에 들어오니 아이들이 울면서 옷을 당긴다.

김수항(金壽恒)의 시입니다.

   春深隴野多靑麥             깊은 봄 변방 들판엔 푸른 보리 무성하고

   日暮關山斷急烽             석양 관산에는 급한 봉화가 끊어졌네

   銚耨固知當劍戟             호미와 괭이가 창칼 대신함 알았으니

   佇看氛祲靜邊封             요기가 변방에서 잠잠해짐 보게 되리

정두경(鄭斗卿)의 시입니다.

   雨後靑靑麥                    비 온 뒤엔 푸릇푸릇 보리 자라고

   春來處處桑                    봄이 오면 곳곳마다 뽕잎 돋아서

   歌聲盡懽樂                    모든 이들 노래하며 즐기는 것이

   不獨在漁陽                    어양 땅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리

  주) 어양(漁陽) : 후한(後漢) 때의 어진 수령인 장감(張堪)이 어양 태수(漁陽太守)가 되어

선정을 베풀자, 백성들이 그를 칭송하여 노래하기를 “뽕나무엔 붙은 가지가 없고, 보리 이삭

은 두 갈래가 생기었네. 장군이 고을을 다스리니, 즐거움을 감당치 못하겠네(桑無附枝 麥穗

兩岐 張君爲政 樂不可支)”라고 하였다

송시열(宋時烈)의 시입니다.

   野色靑靑麥漸長                        들 빛 푸르니 보리 싹 점점 자라고

   淸和時節近端陽                        청화한 계절 단오에 가깝구나

   行行隨處綠初嫰                        발걸음 닿는 곳마다 신록이 고우니

   最愛澗邊幽草香                        시냇가 유초의 향기 가장 좋구려

소동파의 시 「완계사(浣溪沙)」입니다.

   覆塊靑靑麥未蘇                보리 싹은 흙덩이 속에서 아직 파릇파릇 싹을 내밀지 못하고

   江南雲葉暗隨車                강남의 구름은 어둑어둑 수레를 따라오네

   臨皐煙景世間無                임고정(臨皐亭)의 안개 경치는 세상에 없는 것

[대간거사]

감사합니다. 청보리는 보리다. ㅋㅋ

[메아리(김남연)]

역시 대단하십니다...덕분에 보리에 관련되 시도 감상을 했네요(이의 시는 슬프네요).. 청보리도 보리일 뿐이다...

[무불(지현수)]

아이들이 울면서 옷을 당긴다. ~~ 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