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펄펄 끓는 온천수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지옥순례' 라는 이름으로 만든 여행 코스가 있다.
입장권 끊어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
드디어 시작된 지옥순례.
첫번째 코스는 우미지코쿠, 바다지옥이다.
1200년 전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형성된 짙푸른 코발트색 열탕 연못.
이곳 벳푸의 지옥순례코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코발트 빛깔의 온천이 열대지방의 바다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고 해서
바다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
지옥순례 코스 중 몇 개는 국가지정 명승지라고 하는데
바다지옥이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바다 지옥이라고 해서 설렘 가득 안고 입장했는데,
처음 들어갔을 때 펼쳐져 있는 연못의 분위기는 너무 평온해 살짝 실망.
그런데 진짜 바다지옥이 어딘지 찾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얀색 연기로 가득 뒤덮힌 곳이 눈에 확 띄었기 때문.
죄를 많이 지으면 저 세상에 가서 지옥으로 안내받는다고 하는데,
그럴 때 머릿속에 그려본 지옥의 느낌과 비슷했다.
물색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것 빼고는...
물색깔이 이런 빛깔을 내는 것은 물 속에 황산철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옥 첫방문 기념으로 일단 인증샷 한컷! ㅎㅎㅎ
한쪽 벽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온천수.
저 물의 온도는 무려 98도씨라고 한다.
깊은 곳은 최대 120m나 된다고 하니,
죽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야 한번 빠져볼까 용기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재미있는 건,
바다지옥 한쪽에선 계란이 익어가고 있다는 사실.
이곳 바다지옥에 달걀을 넣어두면 5분만에 반숙이 된다고 한다.
어떤 맛일까 궁금...
바다지옥 좌측으로는 열대수를 끼고 있는 붉은 연못이 보인다.
벳푸 지옥순례에 들어있는 <피의연못지옥>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한다.
피의연못지옥은 시간이 부족해 들리지 못했는데,
이 느낌으로 대신하는 걸로.
물에서 붉은 빛이 느껴지는 것은
온천에서 점토와 철 성분이 들어있는 물질을 함게 뿜어내기 때문인 듯.
울 안피디님은 산신령처럼 연기 속에 갇혀 있는 나를
잘도 찾아내어 이리 사진을 찍어주신다.
나오다보니 족탕이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가 있다.
한글로 발의 온천.
딱 봐도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어찌 된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이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우리의 예상은 맞았다.
족욕을 할 수 있는 너른 노천탕이 있었는데
발을 담궈본 안피디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뜨겁다는 반응을 보이신다.
족욕하는 곳의 물이 뜨거워야 얼마나 뜨겁다고...
안피디님은 엄살도 심하셔~ 하며
멋모르고 발을 푹 담궜다가 바다지옥에 울려퍼지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뜨겁다.
물론 물에 담그고 있으니 뜨거운 느낌이 익숙해져 오히려 피로가 풀리는 느낌.
이렇게 계속 담그고 있고 싶었지만
다른 지옥들이 우리는 부르는 것 같은 환청이 들려
잠쉬 쉬고 다시 다음 코스로...
나오다보니 또다른 연못에 곱게 피어 있는 연꽃이 눈에 띈다.
지옥에 핀 꽃!
예쁜 꽃에게 못할 소린가? ㅎㅎㅎ
일본어에는 까막눈이지만,
숫자와 아는 한자를 조합해 해석해본 결과
이곳은 98도씨 온천물로 뭔가를 찐다는 것 같다.
그 옆 가게에 요상한 먹거리가 눈에 띄는데...
직접 손으로 일일이 만들고 있는 것이 미니 찐빵인 것 같다.
30개 정도 들어있는 한 통에 640엔, 우리돈으로 6400원 정도.
98도씨 지옥 온천수로 찐 찐방은 무슨 맛일까 궁금하니 일단 한 통 구입.
그 옆 가게에 가니 까막눈이 세 세상을 만난 듯 한 느낌.
온천 계란이구나.
5개 300엔이구나.
1개는 100엔이구나.
소금도 있구나.
갑자기 엄청 똑똑해진 기분.
5개 300엔 짜리를 1개 100엔 주고 사는 것이
얼마나 비경제적인지 알지만
달걀로 배를 불릴 건 아니었던 터라
계란 하나만 구입!
그렇게 해서 지옥순례하면서 만나는 우리의 첫 간식!
지옥 물에 삶은 계란과
지옥 물로 찐 찐빵.
그런데 찐빵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온천물에 쪘다는 특이점을 찾기 어려웠고
그냥 매우 작은 울트라 미니 찐빵.
그냥 호기심에 먹어봤지만 다소 비추.
오히려 계란은 지옥산 계란이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적당히 반숙인데,
그 맛도 평소에 먹었던 삶은 달걀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달걀로 배불리고 싶진 않았지만
하나를 갈라 둘이서 먹기엔 그 양이 좀 많이 부족하다.
맛만 보자 하고 하나만 샀는데,
그래도 5개를 샀어야 했나 하는 뒤늦은 후회.
아무튼 지옥에 당당히 입장하여
지옥에서 살아나온 우리.
혹자는 말한다.
울 안피디님과 많이 친한 걸 알고는
하다 하다 이제 지옥까지 같이 가냐고...
그렇게 우린 지옥까지 함께 다녀온 사이가 되었고,
지옥에서 달걀 하나도 반으로 나눠먹은 진정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지옥 순례...
그래서 이 벳푸 여행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첫댓글 여행은 늘 언제나 가는이도 보는이도 즐겁습니다.
김작가님 미소가 참으로 아름다워 보여요~~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해당화피는 섬님! ^^
지옥체험이 짜릿짜릿 해보이네요.. 족욕물이 얼마나 뜨거우신지 입을 벌린모습이 웃기네요
정말 뜨거웠어요~~^^
반숙 달걀은 맛나 보여요...
아무튼...일본은 역시 뜨거워요...^^
반숙 달걀은 진정 맛났습니당. ^^
먹을 것도 풍부하고 족욕도 즐길 수 있고 거기다 맴이 통하는 벗이 있으면
그곳은 지옥이 아니라 천당에 가까운 곳!
그나저나 울 김작가님! 먹는 거 앞에서는 절대 그냥 안지나가는 걸 보니
자중하시길요. 몸무게가 쪼매 걱정 되니더!ㅎㅎ
그러게요, 아씨님 얘기 듣고 보니, 지옥인 줄 알았던 그곳이 천국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