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을에 피어야할 꽃”(롬8:29-30)

[형]

중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마음이 너무나 답답할 때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기도하고 또 기도해도 도무지 주어진 문제가 풀리지 않는 힘든 때가 있었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무조건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무작정 달렸습니다. 연길에서 용정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쉬지 않고 오르다 보면 허벅지는 땡땡해졌습니다. 쥐가 나기 일보 직전이 되었습니다. 가빠진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습니다. 숨을 몰아쉬며 고개꼭대기에 오르면, 이후 내리막길이 1-2km 정도 이어졌습니다. 쉬지 않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서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두세 시간 정도를 달리면 “비둘기 바위鵓鴿磖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촌락이 나타납니다. 현재는 “동방 곧 한반도를 밝히는 마을明東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수시로 이 촌락을 찾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목사文在麟의 흔적을 한 번 더 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조국을 잃고 그곳에 자리 잡은 성도들을 살을 에고 뼛속 깊이 파고드는 혹독한 추위와 도로 하나 제대로 나지 않은 거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섬겼습니다.

해방이 되었을 때는 끝까지 남았습니다.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조국을 향해 출발하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챙기며 도와주었습니다. 이후에도, 줄곧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서 살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그가 걸었을 법한 거칠고 험한 길을 달리다보면,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목사金躍淵의 유언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유학儒學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에는 명동 학교와 명동 교회를 세웠습니다. 걸출한 인재들을 무수히 많이 길러냈습니다.

신학자요 시인이면서 사회운동가였던 문익환, 독립운동가요 서슬 퍼런 일인 독재를 꿈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장준하, 독립운동가요 수필가였던 송몽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었던 윤동주, 신학자인 동시에 정치가였던 강원룡, 독립운동가인 동시에 영화 제작자였던 나운규 등이 그가 길러낸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는 안전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던 피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하나로 통합시켰습니다.

가장 먼저 학전學田을 조성했습니다. 직접 농토를 개간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았습니다. 특히, 그는 간도의 용정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승리를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었던 독립 단체들을 하나로 통합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고와 노력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물질을 기꺼이 쏟아 부었습니다. 마침내, 상해 임시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간도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해방을 불과 삼년 앞둔 1942년 가족들에게 “나의 삶이 곧 나의 유언이다.”라는 위대한 유언을 남긴 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저는 명동 교회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의 유언이 새겨져 있는 액자 곁으로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겨우 발걸음을 옮겨 그의 유언을 읽을 때면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이 상하여 힘들어하는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위로와 함께 답답하고 힘든 현실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용기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잘 살아야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에 새겨져 있었던 그尹東柱의 시들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그의 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핸드폰에 찍어 둔 상태였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소리를 내어 읽을 때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시의 구절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서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가 저물어가는 줄도 모른 채 읽고 또 읽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한 거리를 지나가는데 유난히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가을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인 단풍이, 이제는 산 밑으로 내려와서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며 끝을 향해서 치닫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가을도 이렇게 아름답게 물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생의 가을은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다가오면 무조건 맞아야합니다. 다음으로 미룰 수 없습니다. 시인은 바로 그때, 자신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다고 노래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 사람도 우연히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창세전에 작정하신 진정한 의미의 “나” 되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여호와께서 억천만겁億千萬劫 곧 얼마나 되는지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영원 전부터 예정해 놓으셨습니다.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도록 역사해 주셨습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맺도록 역사해 주셨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또 저와 여러분과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가 당신이 처음부터 원했던 모습으로 거듭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도록 역사해 주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저와 여러분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다 소중합니다. 아무렇게나 대할 수 없습니다. 마음과 뜻을 다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시니라”(눅6:27-28, 35b)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르면, 나를 위해서 원수처럼 여겨지는 악역을 맡고 있든지 또는 눈엣가시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든지 상관없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잘 대접해 주어야합니다. 축복해 주어야합니다. 기도해 주어야합니다. 사랑을 베풀어 주어야합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손해가 주어지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할지라도, 오랫동안 함께 하며 아끼던 소중한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외면하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미친 짓 아니냐?”라고 힐난詰難하면서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주셨는지 도무지 깨닫지 못한 자들을 먼저 사랑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대적하는 자들까지도 먼저 사랑해 주셨습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해 주셨다.”(요13;1)라는 증거에 따르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당신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거나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받고 원수들에게 팔아넘길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해 주셨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사랑이 당신의 가르침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셨습니다. 허물과 죄로 죽은 저와 여러분 역시 먼저 사랑해 주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물으실 때, 사랑했었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선지자에게 환상이 주어졌습니다. 왕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전쟁을 벌였습니다. 자신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격변의 시대였습니다. 탁월한 능력과 섭리를 통해서 역사를 다스리시는 여호와께서 악한 왕들을 지극히 작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쓸어버리는 혹독한 심판이 예비 되어 있었습니다. 선지자는 괴로웠습니다. 슬펐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두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장차 이루어질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선지자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기는 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성민 이스라엘의 장래가 어떻게 될 지 궁금했습니다.

선지자는 즉시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또 성민 이스라엘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달라고 부르짖어 기도했습니다. 동시에, 여호와께서는 “너는 가서 마지막을 기다리라. 이는 네가 평안히 쉬다가 끝 날에는 네 몫을 누릴 것임이라.”(단12:13)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너는 (이 상황에서 네가 과연) 어떻게 하면 되겠는지 불안해하거나 염려하지도 말고, 오늘 너에게 주어져 있는 네 할 일만 하면 된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너는 (너를 위해 예비 되어 있는) 상급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직역할 수 있습니다.

혹독한 심판과 세상 종말이 임박한 순간에도, 오늘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 끝 날은 심판의 날인 동시에 회복의 날입니다. 여호와를 거역하고 떠나서 죄악을 행하던 자들에게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처절한 심판이 임합니다. 혹독한 고난 속에서도 은혜 안에서 믿음을 지켜낸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임합니다. 영원한 구원과 생명을 기업으로 받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완벽한 “나”가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왕으로 모신 새 하늘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통치를 받는 새 땅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 노래하고 예배하는 새 예루살렘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시며 복된 약속을 하시고 친히 이뤄주시는 시온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내가 되고, 내가 예수 그리스도가 되는 곧 예수 그리스도와 저와 여러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완벽한 하나가 되는 하나님 나라가 됩니다. 주어진 오늘이 어떠하든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낙심하거나 절망하지도 않고, 슬퍼하거나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을 향한 여호와의 거룩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값없이 허락해주시는 선물입니다.

신앙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물질적인 축복을 누리는 풍요로운 삶이 아닙니다.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삶도 아닙니다. 원하는 바가 무엇이든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루는 형통한 삶도 아닙니다. 어떤 상황을 만나든 무조건 승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삶도 아닙니다. 그 모든 축복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영원한 구원과 생명과 하나님 나라와 동떨어져 있다면 의미 없습니다.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로 여기고 여호와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때 주어지는 하늘 상급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여호와께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또다시 도무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생떼 같은 우리의 아이들이 하루저녁에 유명幽明을 달리했습니다.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사전에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던 경찰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시민의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 어려운 시대 극복을 위한 희생 제물로 드려졌기 때문에 이후로는 나라에 좋은 일만 남았다고 주장하는 미친놈도 있습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일들이 대명천지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입니다. 너무나 끔찍하고 참혹한 일입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만 상처받은 것은 아닙니다. 매일 참사 소식에 대해서 보고 들어야하는 국민들 곧 저와 여러분 역시 결코 작지 않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은 정신적인 충격과 함께 불안증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나라 전체가 쉽게 씻어낼 수 없는 상처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리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들이 연이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할까요? 저와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일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참혹한 참사는 오늘 저와 여러분이 살아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어린 도망자 한 명이 적의 눈을 피해서 작은 마을로 숨어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게 그를 대해 주었습니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까지 제공해 주었습니다. 잠시 후, 병사들이 몰려왔습니다. 그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이 사로잡혔습니다. 겁에 질렸습니다. 병사들은 동이 트기 전까지 도망자를 내놓지 않으면 마을에 불을 지르고 또 마을 사람들을 한 사람도 남겨놓지 않고 모두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갈등했습니다. 도망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이 죽어하고, 마을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는 도망자가 죽어야했습니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평소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 역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혼자 골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동트기 전까지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성경을 읽었습니다. 새벽녘이 되었을 때, 그는 “당신들은 그렇게도 아둔합니까?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도 모릅니까?”(요11:49b-50)라는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양심에 조금도 꺼리지 않고 당당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죽이기로 결의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바로 그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을 덮었습니다. 병사들을 불렀습니다. 소년이 숨어 있는 장소를 알려 주었습니다. 병사들은 끌고 간 소년을 가차 없이 죽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주었다며 축제를 벌였습니다. 그는 함께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방에 틀어박혔습니다. 그날 밤, 천사가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어린 도망자 소년을 적에게 넘겨주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천사는 “그가 메시아였다는 것을 정녕 몰랐다는 말이냐? 네가 바로 그 메시아를 죽음에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모르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가 메시아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천사는 밤새도록 성경을 읽으며 답을 찾는 대신, 단 한 번만이라도 소년을 찾아가서 그의 눈을 들여다보기만 하였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년이 왜 도망자 신세가 되었는지에 대한 그의 무관심을 지적했습니다. 무관심은 오늘 저와 여러분이 살아내고 있는 이 시대의 여러 가지 특징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자기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바리새인 흉내에만 골몰합니다. 상처 받은 이들이 당하는 슬픔과 아픔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여 함께 슬퍼하며 아파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단히 부담스러워합니다.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들의 믿음 없음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거의 습관적으로 정죄하는 말을 쏟아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슬퍼하고 아파하며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하는 책임과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합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한다.”(롬12:15b)라는 명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편, “긍휼ἔλεος”은 “슬픔, 애통, 자비, 은혜” 등으로 직역할 수 있습니다. 상처 받은 이웃의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고 현재 주어져 있는 상태를 있는 그대로 함께 슬퍼해 주는 마음입니다. 애통해 하는 마음입니다. 여호와의 자비와 은혜의 필연성을 공감해 주는 마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희생을 통해서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로 거듭난 그리스도인 곧 창세전에 이미 하늘의 신령한 복을 받고 거룩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삶을 통해서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나타나야만 하는 반응입니다. 필연적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반응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주는 이 긍휼을 통해서 여호와 한 분께만 온전한 영광을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여호와를 가장 여호와답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상처 받은 이웃을 진정으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여호와께서는 저와 여러분의 인생을 섭리하고 계십니다. 인생의 가을이 다가오면 반드시 상처를 준 일은 없었느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그 때 저와 여러분은 대답을 다음으로 미룰 수 없습니다. 질문을 받은 즉시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아니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쳐 왔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인생에게는 태어나는 순간 가장 확실하게 또 어김없이 주어지는 세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는, 언제 죽을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남은 하나는, 어떤 삶을 살았든지 반드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도 부인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편, 오늘은 여호와께서 허락해 주시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기를 쓰고 다투며 사납게 헐뜯는 아귀다툼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보다 훨씬 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주어질지 모르는 날들은 오늘보다 훨씬 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야합니다. 무엇보다 남은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어야합니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 보통 비명을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합니다. 분노하며, 고함을 지르고, 반드시 갚아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기도 합니다. 풀은 전혀 다릅니다. 상처 받았을 때 오히려 향기를 내뿜습니다. 그 향기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휘몰아쳐 오는 바람에 쓰러지고, 세차게 퍼부어지는 소나기에 젖고,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어버리는 차디찬 서리에 떠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감당할 수 없는 억센 힘에 의하여 완전히 휘어져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거세게 흘러내리는 흙탕물에 완전히 젖어버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풀의 향기에는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이 감춰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풀은 말하지 않습니다. 향기로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향나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의 여부는 도끼에 찍히는 순간 결정됩니다. 진짜 향나무는 자신을 찍는 도끼에 향을 묻히지만, 가짜 향나무는 그렇지 못합니다. 여호와께서 아름다운 삶을 살았느냐고 물어보실 때 당당하게 “예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야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하겠습니다

“길 가에서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그리로 가사 잎사귀 밖에 아무 것도 찾지 못하시고 나무에게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네가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 하시니 무화과나무가 곧 마른지라”(마21:19)라는 증거에 따르면, 무화과나무는 잎만 무성했습니다. 정작 중요한 열매는 없었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길가에 있으면서도 어떤 열매도 맺지 않았습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찾았지만 아무것도 내놓을 수 없었습니다. 유대 율법에 따르면, 길가에 서 있는 무화과나무 열매는 누구나 따먹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소중한 양식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무화과나무는 유실수라는 존재에 합당한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저주를 받고 말았습니다. 말라비틀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주인은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조금도 한 눈 팔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하여 다섯 달란트를 남긴 종을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맡기겠다...나와 함께 큰 기쁨을 나누자.”(마25:21)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종이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할 수 없었던 큰일을 맡겼습니다. 종은 주인과 함께 기쁨이 충만한 잔치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은 두 달란트를 남긴 종 역시 칭찬해 주었습니다. 종이 생각할 수 없었던 큰일을 맡겨 주었습니다. 종은 주인과 함께 기쁨이 충만한 잔치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은 자신이 나눠주었던 한 달란트를 그대로 가져온 종에게는 “너야말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내가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데서 모으는 사람인 줄로 알고 있었다면 내 돈을 돈 쓸 사람에게 꾸어주었다가 내가 돌아올 때에 그 돈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마25:26-27)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세 번째 종이 손에 들고 있었던 한 달란트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열 달란트를 가진 종에게 줘버렸습니다. 계속해서 “이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두운 곳으로 내쫓아버려라.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게 될 것이다.”(마25:30)라고 저주했습니다. 종이 저주를 받은 것은 열매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성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성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든 마음을 다해서 충성하다보면, 성실을 쏟아붓다보면 열매는 반드시 주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열매는 하나님의 때에만 맺을 수 있습니다. 당대에 맺을 수도 있고, 후대에 이르러서 맺을 수도 있습니다.

후대의 후대에 이르러서 맺을 수도 있습니다.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맡은 일에 소홀히 하는 종은 쓸모없는 자입니다. 적극적으로 여호와를 대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극적으로 여호와를 위해서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 또한 패역한 죄입니다. 여호와께서 지극히 작은 일을 맡겨주신다 할지라도 마음을 다해서 충성해야합니다. 성실하게 감당해야합니다. 사실 저와 여러분이 힘이 지나도록 많은 수고와 노력을 쏟아 붓는다고 무조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여호와께서 허락해주실 때 맺을 수 있습니다.

여호와께는 열매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세가 중요합니다. 인생의 가을이 돌아왔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성했다고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합니다. 성실했었다고 고백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와 여러분은 과연 어떻습니까? 살아온 인생은 과연 아름답습니까? 존재에 합당한 삶을 살아오셨습니까? 여호와께서 물으실 때 그렇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한 소년Ernest이 살고 있던 마을에는 사람 얼굴 모양을 한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마을 출신들 가운데 그 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소년은 큰 바위 얼굴을 닮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진실했습니다. 겸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청년의 때를 보내고, 중년의 때도 보내고, 노년이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마을에는 엄청난 재력을 갖춘 부자, 전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장군, 연설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인, 뛰어난 영감을 가진 시인 등이 외지로부터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그다지 훌륭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사람들은 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라고 외쳤습니다. 평생 큰 바위 얼굴을 마음에 품고, 바라보며 살았던 그는 자기 모르게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큰 바위 얼굴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청교도적인 색체가 짙게 배어있는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이라는 소설에 담겨 있는 내용입니다.

여호와께서는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1:26)라고 작정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저와 여러분을 당신의 거룩한 모양과 형상을 닮은 위대한 존재로 지으셨습니다. 당신이 지으신 피조 세계 전체를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는 탁월한 존재로 지으셨습니다. 저와 여러분 안에는 저와 여러분조차도 미처 깨닫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지혜와 능력이 감춰져 있습니다. 범죄 하기 이전의 아담의 삶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도는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롬8:29-30)라고 외쳤습니다. 안타깝게도 처음 사람은 여호와를 떠나 범죄 했습니다. 여호와의 거룩한 모양과 형상을 잃어버렸습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지혜와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타락한 자기 자신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저와 여러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호와께서 그런 저와 여러분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 곧 당신의 거룩한 모양과 형상을 회복시키기로 작정하셨습니다. 불러주셨습니다. 의롭게 하셨습니다. 영화롭게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희생을 통하여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와 함께 이 세상에 강림하실 때 완벽하게 완성되어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여호와의 거룩한 모양과 형상은 인생의 가을에 반드시 피어야할 꽃입니다.

여호와의 창세전 작정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여호와께서 창조하신 무수히 많은 꽃들 가운데 이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습니다. 자신이 발표한 책Le Mythe de Sisyphe을 통해서 절망을 외치는 철학자로 알려지게 된 그Albert Camus는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라고 외쳤습니다. 가을이 되면 온 땅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단풍을 일컬어서 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인생의 가을 역시 두 번째 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 안에 감춰져 있던 여호와의 거룩한 모양과 형상을 꽃피울 수 있어야합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야합니다.

허물과 죄로 죽은 인류 구원을 위해서 당신을 거룩한 희생 제물로 내놓으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 바라볼 수 있는 은혜를 구하십시오. 어떤 환난과 시험이 닥친다할지라도 결코 믿음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은혜를 구하십시오. 그것을 통해 인생의 가을이 도래했을 때 여호와께 칭찬받는 복된 삶, 자신 안에 감추어져 있는 여호와의 거룩한 모양과 형상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는 복된 삶, 여호와의 창세전 작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는 복된 삶, 무엇보다 자신을 아름답게 회복시키기 위하여 오늘도 일하시는 여호와께 영광 돌려드리는 복된 삶을 사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