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개막한 프리미어 리그 23/24시즌이 박싱 데이 무렵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에버튼도 리그 내 모든 팀들과 한 번 이상 (컵 대회 포함시 두 번 붙은 팀도 존재) 맞대결을 갖고 전반기를 마무리한 가운데, 에버튼의 전반기를 좋았던 점 5가지와 나빴던 점 5가지로 정리해봅니다.
원래 부정적인 소식 들은 다음에 긍정적인 소식 들어야 상황이 더 밝아보이니(?) 나빴던 점부터 열거하겠습니다. (실제로 시즌 흐름이 안 좋게 시작해서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도 했고요.)
나빴던 점 5
* 승점 10점 삭감 징계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초유의 승점 10점 삭감 징계가 부과됐습니다 에버튼의 프리미어 리그 재정 안정 규정 위반 (규정상 누적 적자를 약 10m 파운드 초과한 것으로 판단)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징계 수위가 터무니 없이 높아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종전 최다 승점 삭감 기록 - 포츠머스 (9점 / 사유 : 파산))
이 사건으로 인해 현재 승점 26점으로 전반기를 마쳤어야 할 에버튼의 승점은 16점이 됐고, 팀의 순위도 유럽 대회 경쟁권에서 강등 경쟁권이 되어버렸죠. (징계 당시에는 19위까지 추락) 더군다나 징계 시점이 11월 A매치 기간 도중이었기에 에버튼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함께 연말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다행히 에버튼이 12월 반등에 성공하며 강등권은 탈출했지만, 이 징계는 아직도 에버튼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에버튼은 징계 직후 독립 위원회의 결정에 항소했습니다. 항소 과정은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에버튼 취재 기자나 내부 소식통은 빠르면 2024년 3월에 항소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 중입니다. 항소 결과 (= 승점 반환 규모)는 에버튼의 후반기, 더 크게는 리그 순위 경쟁에 큰 영향을 줄 예정입니다.
* 답답했던 골 결정력
시즌 초반 에버튼은 한때 팀 기대득점값 4위를 기록하고도 1승도 기록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시즌 전반기 에버튼의 팀 득점은 리그 하위권인 14위에 위치했습니다. 원인은 지지부진한 골 결정력이었습니다. 에버튼의 "빅 찬스 미스" (결정적 기회 놓침)는 리그 공동 4위 (35회). 골대 맞는 슛은 리그 2위 (11회)였죠.
특히 스트라이커들의 골 결정력이 아쉬웠습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이미 '최악의 밉상'으로 자리잡은 닐 무페이의 골 결정력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이는 에버튼 구단 내부에서도 '무페이는 실패한 영입'임을 인정하게 만들었고,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무페이를 타 팀으로 '유배 (유벤투스 아님 브렌트포드ㅋ)' 보내게 만들었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도미닉 칼버트-르윈 (리그 3골)은 한때 팀의 승리를 직접 캐리하는 폼을 보여줬지만, '이번 시즌엔 나 건강하니까 쉬엄쉬엄할게'라는 듯이 11월 중순 이후 무득점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올 여름 팀에 새로 합류한 베투 (리그 1골)는 아직 리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에버튼이 후반기에 더 반등하기 위해서는 넣어줄 선수들이 더 넣어줘야 합니다.
* 분발이 필요한 측면 선수들
센터 라인에 비해 측면 선수들의 전반기 활약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주전 윙어인 드와이트 맥닐 (2골 4어시스트)과 잭 해리슨 (2골 3어시스트)은 시즌 초반 부상에서 막 돌아온 탓인지 11월까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맥닐과 해리슨이 뛰어난 활동량과 킥 능력에 장점이 있는 반면, 돌파나 스피드에선 타 윙어들에 비해 아쉬움이 있는 만큼, 두 선수의 퍼포먼스는 그날의 킥 정확도가 좌우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의 킥 정확도는 '다이렉트 볼'을 위주로 공격하는 에버튼의 경기 내용을 결정지었습니다. (1월 윙어 보강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할 때) 맥닐과 해리슨의 '킥 감각'이 올라와야 에버튼의 리그 순위도 더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뒤통수 사건을 뒤로 하고 등번호 10번을 부여하며 기대했던' 아르나트 단주마 (1골)는 실전에서 '틱톡용 개인기'만 남발한채 골은 못 넣는 '비생산적 플레이'로 팬들의 원성만 샀습니다.단주마의 완전 이적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보입니다.
측면 공격수 만큼, 측면 수비수 문제도 불안정했습니다. 레프트백 자리에는 비탈리 미콜렌코가 드디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1군에도, 심지어 U21팀에도 마땅한 백업이 없습니다. 이때문에 제라드 브랜스웨이트나 맥닐이 이 역할을 소화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라이트백 자리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초반 주전으로 나오던 애쉴리 영은 38살의 베테랑으로 매주 주전을 맡기기엔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모습입니다. 최근 주전으로 나오는 네이선 패터슨은 공격 (크로스 정확도)에서는 이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상대 윙어가 돌파할 때 마크하는 수비가 불안합니다. (이때문에 타코스키 혹은 해리슨이 필수적으로 협동수비에 가담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후반기에 주어지는 출전 기회에서 미콜렌코만큼 발전된 모습이 필요합니다.
주장 셰이머스 콜먼은 부상 탓에 1경기 출전에 그쳤습니다. 후반기 복귀 준비를 마쳤지만, 일단은 미콜렌코와 패터슨의 백업으로 시작해 출전 시간을 늘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 다이치 감독의 늦은 교체 타이밍
팬들이 션 다이치 감독의 경기 운영 중 가장 많은 불만을 표한 것은 '늦은 교체 타이밍' 그리고 '적은 교체 활용'이었습니다. '적은 교체 카드 활용'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서도 "체력 다 떨어진 선수를 왜 그대로 보고 있나" vs "서브에 쓸 선수도 없고 나왔다 사고 치는게 더 불안하다"는 의견차가 있었지만,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는 대체로 팬들 모두 '너무 늦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에버튼 선수단의 리그 출전 시간을 보면, 12명의 선수가 100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지만, 그 외의 선수들 중에서는 네이선 패터슨 (883분)을 제외하면 500분 (90분 환산시 약 리그 6경기 정도)이상의 출전 시간을 기록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베투는 리그 14경기, 단주마는 리그 11경기에 출전하고도 총 출전시간은 아직도 500분을 넘기지 못할 정도였죠.
개인적으로 '고정 라인업' 자체는 '부진한 선수를 빨리 빼라'는 점 외에 불만이 없습니다. 다이치가 다행히 박싱 데이때는 로테이션을 돌렸고, 기존 주전과 서브 자원의 퍼포먼스 차이가 큰 점, '갑작스러운 징계로 생존을 위해 로테이션 돌릴 여유가 없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후반기에는 리그 외의 FA컵도 16강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가 주말 경기인 만큼, 에버튼은 사실상 '주 1회 경기'로 후반기를 치루게 됩니다. (절대 그럴 일 없으면 좋겠지만 FA컵 광탈시엔 매달 휴식 주간까지 생깁니다.)
문제는 역시 교체 타이밍입니다. 경기당 평균 볼 점유율이 50%가 안되는 경기가 많은 에버튼은 '많은 활동량'과 '적극성 (상대 압박, 리바운드 볼 획득 등)'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팀입니다. 이는 '상대가 시도하는 상황 대응을 통해 이겨야 하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동점 경기나 리드를 못 잡은 경기에서는 다이치 감독의 교체 시간이 이전보다 많이 빨라졌습니다. 공격수를 넣는 적극성도 더 과감해졌습니다.
하지만, 리드 중인 경기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들이나 측면 수비수들의 체력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르윈만 교체'하는 경기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베테랑 애쉴리 영을 '카드 트러블' (리버풀전)이나 체력 문제 (브라이튼전)로 빼줬어야 하는 상황에서 냅뒀다가 경기 결과까지 영향이 갔고, 최근엔 피로 누적 햄스트링 부상자 (압둘라예 두쿠레, 애쉴리 영, 이드리사 게예)도 늘어난 상태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각자의 견해에 따라서 '맞는 지적'이다 혹은 '무리한 지적이다' 의견이 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리드 중인 경기에서는 움직임이 느려진 선수 (특히 옐로 카드가 있는 선수)는 후반 10분~15분쯤에 빨리 교체해 리스크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어두웠던 피치 밖 문제들 : 켄라이트 회장 타계 및 777 파트너스 미스테리
시즌 중 에버튼의 열혈 팬이었던 빌 켄라이트 회장이 건강상 문제로 별세했습니다. 구단주 혹은 회장 켄라이트의 성과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안 좋은 말이 많았지만, 켄라이트라는 사람이 에버튼의 열혈 팬이자 에버튼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던 인물임은 분명했기에 모두가 슬픔과 애도의 뜻을 함께했습니다.
슬픈 상황과 함께 지금의 에버튼은 '사실상 구단주가 없는' 희안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파하드 모시리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 마이애미의 투자 기업 777 파트너스에 지분 94.1%를 매각했고, 사실상 구단을 떠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 시즌 막판부터 구단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문제는 777 파트너스가 타 구단 운영에서 많은 잡음을 일으킨 기업이며 이 기업이 프리미어 리그의 구단 인수 승인을 받을지는 아직도 불투명합니다.
최악의 경우, 777 파트너스가 구단주 승인을 못 받아 구단 인수가 결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결과는 빠르면 2024년 1월쯤 나올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에버튼은 '이번 시즌'을 운영할 비상 계획은 있지만, 다시 구단주 후보를 찾아야하는 머리 아픈 상황에 빠집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추후 상황이 전개되는대로 관련 기사나 팟캐스트 내용을 업로드해 하겠습니다.)
좋았던 점 5
* 브랜스웨이트, 가너, 미콜렌코 등 젊은 선수들의 폭풍 성장
이번 시즌 전반기 에버튼의 최고 수확은 여러 포지션에서 젊은 선수들이 '폭풍 성장'해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즌 시작 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붙었던 유망주 3명이 곧장 팀 내 핵심으로 거듭나는 수확을 얻었습니다.
센터백 브랜스웨이트 (PL 헤더 클리어링 4위, PL 볼 클리어링 10위, PL 상대 슛 블록 24위, PL 공중볼 경합 13위)는 높은 신장과 빠른 발을 장점으로 공중볼 처리, 상대 마킹, 태클, 볼 클리어링까지... 모든 수비 플레이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미드필더 제임스 가너 (PL 크로스 18위, PL 드리블 성공 상위 25%, PL 태클 및 가로채기 상위 15%) 는 매 경기 팀 내 Top 3 패스 성공률을 기록함과 동시에 상대 슛 블록, 태클, 가로채기 같은 수비 지표에서도 우수한 모습을 보이는 중원의 핵심이 됐습니다. 레프트백 미콜렌코 (PL 태클 성공 8위)는 (위에서 언급했지만) 킥 능력 안 좋고 집중력 부족하던 '미운 오리'에서 '공수 모두 포텐을 터뜨린 백조'로 거듭났습니다.
세 선수 모두 누가 '에버튼 전반기 최고의 어린 선수'라고 단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텐을 터뜨리고 남은 포텐까지 터뜨려가는 중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 입단 당시부터 뛰어난 퍼포먼스로 첫 시즌부터 빅 클럽 이적설에 연결된 아마두 오나나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대교체에 있어서는 로멜루 루카쿠, 로스 바클리, 존 스톤스, 헤라르드 데울로페우 등 유망주들이 잠재력을 발산한 2013/14시즌 이후 제일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들을 에버튼이 2~3시즌 이상만 잘 유지하고, 공격 문제만 개선한다면 PL 내 '돌풍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까지 들었습니다.
* '우리도 스트라이커 쓴다' 픽포드에서 르윈까지 ... 안정적 센터 라인 구축
측면 라인 (윙어 & 풀백)이 아쉬웠던 반면, 팀 내 센터라인은 픽포드부터 르윈까지 탄탄하게 구축됐습니다.
2017년 여름 로멜루 루카쿠가 떠난 에버튼은 2020/21시즌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활약 시즌)을 제외하면 온전한 주전 스트라이커를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전반기 에버튼은 무려 두 명의 주전급 스트라이커를 활용하며 시즌을 운영했죠. '건강한 르윈' 그리고 베투는 팀의 최전방에서 '득점력은 아쉬웠지만' 공중볼 확보나 상대 압박에 있어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칼버트-르윈 (PL 공중볼 경합 승리 6위))
중원에서는 팀 내 해결사로 거듭난 두쿠레를 비롯해 가너, 오나나, 이드리사 게예가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상대 압박과 볼 커팅 그리고 수비 가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너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킥 능력이 투박한 탓에 '중원을 거쳐 득점 기회를 만드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위에 언급한 장점 덕분에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는 수비 라인 앞의 또 다른 수비 라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고 있습니다.
제임스 타코스키 (PL 상대 슛 블록 1위, 공중볼 경합 승리 PL 3위, PL 헤더 클리어링 8위 / 전반기 PL 전 경기 선발 출전)와 브랜스웨이트의 센터백 조합은 자기엘카-디스탱 라인 이후 최고의 에버튼 센터백 조합이라는 찬사를 보낼 만 합니다.
조던 픽포드는 (PL 클린시트 1위, PL 상대 파이널 패스 차단 6위, PL 선방 12위 / 전반기 전 경기 선발 풀타임) 이번 시즌에도 에버튼의 '픽신'이자 '잉글랜드 No.1'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센터라인만 놓고 보면 유로파 리그에 진출했던 2016/17시즌 (호엘 - 자기엘카&윌리엄스 - 배리&게예 - 바클리 - 루카쿠)에 밀리지 않는 수준의 뼈대가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다이치 감독이 (상황에 따라) 팀 플랜 혹은 일시적 전술 변경을 행하더라도 공수 균형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될 것이라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 '팀 Xg 10위 & 팀 최소 실점 공동 4위' 매력적인 "다이치볼"의 정착 가능성
외부에서 션 다이치의 축구를 볼 때는 '그냥 텐백 뻥축구 아냐?'라고 느끼기에 쉽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편견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켜본 '체계적인 롱볼 축구'는 '체급 차이에서 밀리는 숏 패스 축구, 그러다가 애매한 뻥축으로 회귀한 축구'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에버튼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당 낮은 볼 점유율 (평균 39% / PL 18위)을 활용해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맞습니다. 이는 상대가 의도대로 볼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에버튼의 공격 시간이 줄어듬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에버튼은 이를 여러가지 요소로 만회하며, 상대 입장에선 '이런 거에 당하나?' 하게 만드는 공격 방식을 전개합니다. '딸깍축구' 그리고 '로켓축구'입니다.
Opta에 따르면, 에버튼은 이번 시즌 전반기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빠른 다이렉트 볼 공격과 많은 롱 패스 (PL 1위)를 전개한 팀입니다. 에버튼의 빠른 다이렉트 볼 공격은 주로 상대 공격 전개를 뺏어서 시작됩니다. 하프라인 일정 구간부터 강한 상대 압박을 구사하는 에버튼은 프리미어 리그 팀 가로채기 3위를 기록 중이며, 팀 내 득점왕 압둘라예 두쿠레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상대 압박 (664회)을 시도한 선수입니다. 또한, 에버튼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토트넘 다음으로 많은 태클을 시도해 5번째로 많은 태클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렇게 공을 뺏은 에버튼은 곧장 슛을 시도할 때도 있지만, 주로 맥닐이나 해리슨 같은 윙어들 혹은 미콜렌코나 영 같은 풀백들에게 공을 전달해 크로스를 시도합니다 (PL 팀 크로스 성공 1위) 그리고 이 상황에서 공이 상대 수비를 맞고 나가거나 파울을 유도해 세트피스를 얻는 순간, 에버튼의 "쇼타임"이 시작됩니다.
에버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트피스 공격시 가장 많은 골과 가장 우수한 득점 전환률 (100회당 평균 7.9골 기록)을 기록한 팀입니다. 또한, 실제 팀 득점은 PL 14위였지만, 기대득점값 (기회에 따른 기대 득점)은 PL 10위에 해당했습니다. 에버튼은 리그에서도 결정적인 골 기회를 잘 만든 편이었습니다.
리드를 잡은 순간 혹은 승점을 얻을 기회에서 에버튼은 이를 지킬 줄 아는 팀입니다. 헤더 클리어링, 볼 클리어링, 공중볼 경합 승리, 가로채기, 상대 슛 블록, 태클, 선방 등 수비 지표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많은 에버튼은 전반기 팀 실점 공동 4위 (기대실점값 7위)를 기록했고, 다이치 감독 부임 후 '선제골을 넣은 리그 경기'에서 13승 4무 1패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볼 점유율 낮은 축구'의 리스크는 분명 존재하며 비판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결과로 성과를 판단하는 비즈니스이며, '팀이 잘하는 것'을 알고 그 장점을 극대화시켜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에버튼이 PL 탑 클럽들처럼 곧장 '리그를 장악할 수준의' 선수를 데려오는건 쉽지 않고, 심지어 최근엔 재정 제약까지 겹친 상황입니다. 즉, 기존 선수단의 장점을 살리는 방안을 찾는게 급선무였죠.
그런 점에서 얇은 스쿼드나 전반기 5할에 가까운 리그 승률 (8승 2무 9패)을 달성한 다이치가 '(일단 전반기에는) 선수단 장점을 잘 활용한 축구'를 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 다이치 감독의 탁월한 선수단 관리
다이치의 교체 타이밍은 '전반기 나빴던 점'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별로였지만, 다이치의 선수단 관리만큼은 탁월했다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특히, 부상자 복귀 시점에 있어서는 최근 에버튼 감독들 중 가장 훌륭한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이치가 '제 컨디션 찾을 때까지 절대 안 쓴다'며 올 여름 독일 전문의 아래서 훈련을 받게 허락하고, 8월에 한 번 다치자 또 '100% 될 때까지 절대 안 쓴다'며 9월까지 아껴둔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이전 두 시즌과 달리 건강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임 감독 두 명이 칼버트-르윈을 무리하게 복귀시켰다가 '2~3경기 뛰고 2-3달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만든 것을 고려하면, 다이치의 부상 선수에 대한 '인내심'은 대단합니다.
'빡세겠다' 싶은 다이치의 생김새와 달리(?), 선수가 100% 핏을 갖출 때까지 아끼는 모습도 긴 리그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12월 초 첼시전 이후 다리에 살짝 뻐근함이 있던 미콜렌코를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12월 말인 토트넘전에 '100% 컨디션'으로 복귀시킨 점, 11월 중순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낀 오나나가 한 달의 회복기간 후 첼시전에 복귀시킨 점, 마지막으로 개막 시점 종아리를 다치고 재활 중 다시 불편함을 느낀 안드레 고메스를 U21팀 풀타임 소화까지 거쳐 전반기 막판에 복귀시킨 점은 후반기 팀에 분명 도움이 될 판단들이라 생각합니다.
* 해결사로 자리 잡은 두쿠레의 활약
다이치 감독 부임 전까지 두쿠레의 인상은 '많이 뛰지만 공격 능력 애매하고 볼 못 차는 미드필더'에 불과했습니다. (여러분도 솔직히 고해성사합시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두쿠레 뻘짓할 때 에버튼 팬들 모인 커뮤니티들마다 '저 놈은 왜 뇌를 버리고 플레이하냐' '저 빡 #가리(= 머리통) 그만 써라'가 매 경기 올라왔습니다...네. 저도 입으로 여러번 '강한 비난' 가했습니다...)
하지만, 다이치 아래서 '저돌적으로 뛰게 풀어놓은' 두쿠레는 골 사냥꾼으로 변신했습니다. 이번 시즌 팀 내 최다 골 (6골)을 기록한 두쿠레는 적극적인 상대 압박 시도 (PL 1위)와 많은 활동량 (PL 3위 (2023년 11월까지))을 바탕으로 '돌진형 골게터'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이치 감독 부임 후 두쿠레가 골을 넣은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에버튼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10승 4무) 또한, 두쿠레는 다이치 감독 부임 후 리그 32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이치 감독 부임 전 에버튼에서 리그 69경기 출전 4골)
볼 터치나 패스 능력은 투박하지만, 활동량이 많은 두쿠레는 '프리롤을 부여받은' 뒤, 웬만한 공격 상황에서 '두쿠레 저기 있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회 포착도 잘하고 있습니다.
또한, '빡세보이는' 다이치가 의외로 섬세하게 선수 복귀 타이밍을 잡듯, '플레이가 투박해보이는' 두쿠레도 슛만큼은 높은 정확도 (이번 시즌 PL 유효슛 상위 8%, 슛 정확도 상위 14%, PL 슛 득점 전환률 상위 13%, 득점당 평균슛 3.8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쿠레의 존재는 에버튼의 공격과 수비에 있어 모두 중요합니다. 20살때 다리 인대 손상 문제가 있던 두쿠레는 매 시즌 중 한 번은 결장기간이 있다는 점이 옥의 티인데 이번 시즌은 그게 전반기 막바지였던 것 같습니다. 두쿠레가 건강히 복귀해서 후반기 에버튼의 선전에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후반기 에버튼에게 기대하는 점
이번 시즌 개인적으로 에버튼에 바라는 목표는 같습니다. "시즌 막판에 재미없어도 되니까 일찌감치 프리미어 리그 잔류 확정 짓자"
단, 에버튼이 어느정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승점 삭감 징계 항소에서 많은 승점을 재획득 (최소 6~7점 이상)한다면 Top 10 진입까지 노리는 시즌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시즌 막판에 유럽 대회 진출권 경우의 수까지 돌리면 좋겠지만요...
일단 더 높은 순위권은 현실성 생길때 이야기하는 게 좋을 듯 하고, '빨리 잔류부터 확정짓고 편한 마음으로 에버튼을 바라보는' 후반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확실히 다이치 축구가 무지성 딸깍 축구라기보다는
땀내 풀풀나는 나름 매력적인 축구라는 생각이 든 전반기였어요
적절한 영입이 이뤄진다면 진짜 사고 한번 칠 법한데...
구단 밖 상황이 메롱인게 넘 아쉽네요 ㅠㅠ
잘 정리해주셨네요, 짤도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저도 승점 삭감때는 진짜 세상이 억까하는듯한 감정이 들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에버튼이라는 팀을 응원하는 맛이 정말 오랜만에 나는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불안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시즌 끝까지 좋게 마무리 되기를 바랍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전반기네요 후반기엔 좀 강등걱정없이 편하게 시즌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가 유럽대항전은 기대도 안합니다 ㅜ
글 잘읽었습니다 올해는 편할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즌이 진행될줄은... 그나마 다이치가 여태 있던 재앙류 감독들 비해서 하고자 하는 축구는 보여줘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