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나주본당 교우 여러분,
오늘은 성녀 베로니카 축일입니다.
영명축일 맞이하신 베로니카 자매님들 축하합니다.
기쁨 넘치고 은혜 충만한 축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전승에 의하면, 성녀 베로니카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실 때 예수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땀을 닦아 준 예루살렘의 부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옷(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씻었는데 거기에 예수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성 베로니카의 베일 또는 수의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복음서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베라 이콘(vera-icon)’ 곧 ‘참-모습’입니다. 그래서 베로니카에 대한 전승은 그녀의 이름에서 추정하여 발전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복음묵상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혀 계실 교우 여러분께 주일선물로 시원한 남쪽 섬의 아름다운 해변을 드립니다. 이곳은 신안 비금도의 조용한 해변입니다. 지역주민들은 그동안 하누넘이라고 불렀는데 언젠가 TV 드라마에 소개된 뒤로 ‘하트해변’으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사진이 안 올라와서 나주성당카페의 '우리들의 이야기'에 올려놨습니다.)
나는 신학생 시절 방학을 주로 신안 비금에서 지냈습니다. 당시 비금도에는 우리 본당(목포 연동성당) 공소가 세 군데(서부공소, 중부공소, 동부공소) 있었는데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2~3시간 소요되는 먼 곳이어서 신부님이 자주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서는 신학생들을 방학동안 이곳으로 보내서 신자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교리와 성경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참 즐겁고 보람된 시절이었습니다. 생활조건은 많이 열악했지만 열심하고 다정다감한 신자분들과 호기심 가득 찬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이들, 그리고 늘 아는 것이 없어 안타까워하면서 열정을 쏟았던 우리 신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추억을 만든 곳입니다.
그 시절 그곳에서 신자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입니다.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시험 준비하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어느 날 공소 어린이들에게 오늘 복음,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기 위해 준비하는데 고심이 많았습니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예수님께서 세상 사람들이 걱정과 욕심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며 들려주신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천진난만하고 사심없는 섬마을 어린이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꼴이었습니다. 복음을 읽고 또 읽으면서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씨 뿌리는 사람의 씨가 잘 심겨져 많은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굳은 땅과 돌밭 그리고 가시덤불과 좋은 땅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 서로의 땅을 좋은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유라고 힘있게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흐뭇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고 순발력있는 묵상입니다. 사막 한 가운데 한 조각 나만의 좋은 땅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소모적이고 비경제적인 무모한 시도입니다. 최선은 함께 힘을 모아 모두의 땅을 좋은 땅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사회의 가장 커다란 과제는 불평등 해소라는데 모두가 동의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처방을 내놓지만 빈부차이는 더욱 커져갑니다. 설상가상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해법은 함께 살고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만드는 길입니다. 결국 이웃사랑입니다. 이웃사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가 되었습니다.
2020년 연중 제15주일(7. 12)
나주본당 주임신부 이 재 술(마르코)
첫댓글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신부님, 건강조심하십시요. ~~^^^
보내주신 사목서신 잘 보고있읍니다
축일은 아니지만 꽃은 제가 받을께요~^^
검푸른 바다와 호수같은 하늘의
비금도로 마음여행을 떠나봅니다
매일매일 서신 감사합니다